시조, 서정시로 새기다 K-포엣 시리즈
맹사성 외 지음, 고정희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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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질 책이라고 생각했다.

시조를 영문으로 옮긴 책이라는 소개를 봤을 때 신기한 마음에 호기심이 생겼다.

딱 시집크기의 아담하고 얇은 사이즈에 수묵화 배경의 고즈넉한 분위기의 표지

한국의 유명 시조를 그냥 영문번역 한 것이 아니라,

시조를 전공한 한국 학자와 영국 중세 문학을 전공한 영국 학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이고

시조의 운율과 원문의 의미를 영문에서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2년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행한행 토론하고 소통하여 이루어낸 결과라는 서문에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서문부터 한쪽엔 한글 한쪽엔 영어로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좋아 보였다.​


서문에 이은 [도입] 에서 시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이 책에 실린 시조와 작가들에 대한 소개가 있는 점도 좋았다.


1부 사대부들의 고전적인 시조에서는 맹사성의 강호사시가, 이현보의 어부단가, 이황의 도산십이곡, 정철의 정철시조, 신흠의 방옹시여

2부 시조 장르의 정점 에서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3부 사대부들의 전원 시조 에서는 신계영의 전원사시사 와 이휘일의 전가팔곡

4부 기생과 중인 남성 가객들의 시조 에서는 황진이, 김천택, 박효관 의 시조

가 원문과 영문으로 한 페이지씩 실려 있다.


암기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교다닐때 시조 몇편쯤은 다 외우고 자란 세대라서 시조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려보세

라고 읊으면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넑이라도 있고없고

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하며 대꾸할 정도로 입에 붙은 시조들이 꽤 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사실 원문은 아니다. 한문식 표현과 훈민정음식 표현을 한글식으로 순화시켜 알기 쉽게 변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시조들은 거의 씌여진그대로의 원문에 가깝다.



한글로 써있는 것 같긴 한데, 내가 쓰는 한글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차라리 한 페이지를 더 할애 하던가 문단별로 원문-한글-영문 으로 순차적으로 쓰던가 하면 좋지 않았을까?

압 개울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띄워라 배띄워라

밤에는 물이 빠지고 낮에는 물이 들어온다

지국총지국총어사와

강촌 온갖 꽃 먼 빛이 더욱 좋다

라고 한글로 순화된 표현을 함께 써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주석으로 '지국총지국총어사와' 가 배에서 노젓는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 표현 이라는 설명도 함께



더구나 서정시가 서정시로 다가오려면 시에 얽힌 사연은 아는게 공감이 잘 되기 마련이다.

황진이의 시조는 벽계수와 황진이의 사랑이야기가 없는체 시조만 읽었을때 과연 그 감흥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의 시도는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정도의 영문판이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외국인이 이 책을 읽고 한국인에게 의미나 해설을 좀더 알고싶다고 묻는다면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글로 시조를 읽었다고 해서 얼마나 더 의미를 더 파악하고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할수 있을까? 무엇을 대답할 수 있을까?

번역된 시조의 한글식 표현과 의미 그리고 그 시조가 나온 배경도 함께 서술되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렇게라도 시조와 영어를 연결지은 책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 대단히 박수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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