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코너 스토리콜렉터 73
딘 R.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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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이었다.

딘 쿤츠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이런 거장의 작품을 이제야 알고 읽게 되서 왠지 부끄럽다;;;

작가는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즈라면, 딘 쿤츠는 비틀즈다' 라는 찬사를 듣는 미국의 가장유명한 서스펜스 소설가 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은 알았어도 딘 쿤츠는 몰랐는데... 롤링 스톤즈 보단 비틀즈를 좋아하는 관계로 작가의 작품을 이제야 읽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계면쩍어지는 느낌이 드는;;;

1945년생 인데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끊임없이 발표하고 있는 것이 존경스럽다. 게다가 이번 책은 '제인 호크'라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영문판으로는 3권까지 나온듯 한데... 대단한 창작에너지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최첨단 기술용어들이 나오는데 그 상세한 표현이 어지간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인지라 그또한 감탄감탄하며 읽었다.

The Silent Corer 를 그대로 직역하면 침묵의 구석, 침묵의 코너 정도로 해석된다. 책의 시작에 '어떤 기술로도 추적될 수 없지만 인터넷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을 침묵의 공간에 있다고 한다' 라는 설명으로 보아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도 그 영향력이 침묵처럼 들리지 않는 어떤 작은 공간? 정도를 연상하게 된다.


이 책은 스릴러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의 베스트워스트를 가르는 기준은 몰입도 다. 그런면에서 '사일런트 코너'는 몰입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별다른 대화없이 거의 묘사위주로 서술되는 방식은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마치 눈에 그려지듯 상세한 묘사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읽다보니 정유정 작가가 떠오른다. 치밀한 구성과 지나치다싶게 상세한 묘사는 굉장히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작품의 주요 줄거리는 남편이 갑자기 자살한 후 FBI 요원이었던 아내 '제인 호크' 가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파헤치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군인풍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여주인공의 남편은 해군장교 였고,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들은 대개 군인출신으로, 현직이건 전직이건 군인이었다는 이유로, 나 자신이건 가족이건 누군가 가까운 사람이 군인이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조금 신기했다. 터미네이터의 린다 헤밀턴 이나 지아이제인의 데미 무어가 연상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엄청난 미녀로 설정되어 나오지만 역할이 워낙 액션형 군인스타일인지라, 현재 추진중이라는 TV시리즈에서 어떤 배우가 맡을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한다.


제인 호크 는 남편의 자살을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래야 했는지 이유를 찾다 보니 다른 자살한 사람들의 사건을 알게 됐고 자살율의 증가도 알게 됐다. 그런데 그 자살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능력있고 미래가 유망한 젊은 세력 이었다. 알면 알수록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파헤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되는 시대에 제인 호크는 모든 첨단에서 멀어진다. 자신이 정보를 찾아내는 만큼 자신이 그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작품은 곳곳에서 디지털 세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람과 사람이 직접 교류하고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은근히 드러낸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제인처럼 정말 추적이 불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추적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조용한 구석'에 있다고 말한다. 제인은 두 달 동안 '조용한 구석'에 있었고, 지금은 현대의 어떤 기술에도 추적당하지 않고 있었다. 눈앞의 경비의 오감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이중의 의미로 '조용한 구석'에 있는 셈이었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 하는 것에 반대해 소설로만 작품을 알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스티븐  킹 보다 덜 알려진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읽다 보니 작가의 성향이 조금은 짐작이 된다. (이런 점에선 조정래 작가와 비슷한 것도 같다. 여전히 원고지에 직접 글을 쓰시고 여전히 창작욕이 활활 타오르시고 철저한 조사와 정확한 묘사까지. 그러고 보니 나이도 비슷하신 것 같고 ㅎㅎ)

소설은 최첨단 나노테크 를 이용한 범죄를 다룬 스릴러 인데, 주인공은 '조용한 구석' 에서 움직이는 전직 FBI 요원!


작가는 곳곳에 다른 문학작품을 활용한 이름짓기로, 읽는 재미를 좀더 높이고 있었다. 고대신들의 이름을 활용한 아이디 라던가, 아스파시아 라는 클럽, 맨츄리언 캔디데이트 라는 작품, 그라운드 제로... 그중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암호에 활용된 시는 뭔가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물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내 파란 기타 위에 있다고 말한다"


이 구절은 윌리스 스티븐스가 1937년 발표한 시 '푸른 기타를 치는 남자' 에 나오는 부분이라고 한다. 이 시는 피카소의 1904년 작품 '기타 치는 눈먼 노인' 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33연이나 되는 긴 시라서 그 중 이 작품에 활용됐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말했다. 당신에겐 푸른 기타가 있는데.

당신은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연주하지 않는군요.

남자가 대답했다.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푸른 기타 위에서 변합니다'

그러자 그들이 말했다.

'하지만 연주해요. 해야합니다. 우리를 넘어, 우리 자신을 뛰어 넘어

푸른 기타로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올바로 들려주는 진정한 곡을'<<


이 시구절을 이용한 암호는 악당이 사용하긴 했는데, 작품 속에서 푸른기타가 연주하는 곡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다음 시리즈를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까? 푸른 기타로 올바론 곡을 들려주게 될까? 2017년 발표된 작품이 이제 국내 출판됐는데... 다음 편은 언제 번역되려나~ 뒷내용이 몹시 궁금한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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