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HE IMMORTALITY KEY : THE SECRET HISTORY OF THE RELIGION WITH NO NAME 는 '불멸의 열쇠: 이름 없는 종교의 비밀 역사' 로 번역된다. 책의 제목이 원제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부터 마음에 든 책이었다. 700여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었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책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다만, 두괄식 서술에 익숙한 독자라면 아마 나보다 더 쉽게 이해해가며 읽을 것 같은데, 나는 종합적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새록새록 등장하는 자료들을 처음 주제에 매번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 살짝 어려웠다는 점을 미리 말해둔다.
저자의 직업은 변호사이지만 (비록 전문교수는 아니라 할지라도)고전학자이기도 하다. 이 방대하고 엄청난 책은 라틴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등의 고대어부터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까지 독해가 가능한 저자였기에 나올 수 있는 책이었다. 이 탁월한 언어적 능력만으로도 왠만한 대학강단의 고전학 교수는 명함도 못내밀 능력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 책의 감수를 맡은 분이 한동일 님이다. 신뢰도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독실한 로마가톨릭 가정에서 자랐고 현재의 종교도 가톨릭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은 가톨릭에 정면으로 맞서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 번도 환각제를 경험한 적이 없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환각제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저자가 자신의 주관적 요소를 떠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무엇보다 학문적으로 탐구한 과정을 이 책이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존스홉킨스 연구진이 발표한 [신의 알약]이라는 기사였고, 1954년 올더스 헉슬리가 발표한 <지각의 문>이라는 책은 과거에서의 미래를 알아챌 수 있게 했으며, 1978년에 출간된 <엘레우시스로 가는 길 : 신비제의 비밀을 파헤치다> 라는 책은 직접적인 지도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의 주제를 두괄식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서양문명의 근원이자 세계 최대 종교인 그리스도교의 출발에 고대부터 내려오는 환각제를 통한 비의(秘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교 공인 이후 여성과 약물탄압의 배경에 대해서 차근차근 밝혀내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