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읽히는 에세이겠거니 생각했던 내 예상은 첫장부터 찬물을 머리에 뒤집어쓴 듯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문장들로 완전히 벗어났다. 2020년 2월부터 한국일보에 <언어의 서식지>라는 제목으로 기고하고 있는 칼럼을 바탕으로 저자의 글들을 엮은 이 책은 최근의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저자의 날선 비판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 사회라는 언어의 서식지에서 내가 가장 많이 관찰한 것은 혐오와 차별, 억압의 말들이었다. 이는 칼럼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시기라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터이다. (p. 271)' 라고 저자가 설명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비판들은 하나같이 너무 따끔한 주사였고 너무 쓴 약이었다. 하지만 '약'이 되는 지적들임은 분명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를 한국의 식민지라 부르며 근로가 아닌 노동을 강조하는 저자는 한국어교육원에서 자매들의 언어로 자신을 참교육으로 이끌어준 상사에 대한 추모글로 에필로그를 마무리한다. 자신의 미끄러진 말들이 누군가에 닿길 바라며.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동안 내 주위에서 미끄러진 말들은 무엇이었나.. 혹여 내가 일부러 미끄럼틀 위에서 밀어내버린 말들은 없었나... 다행히 내 언어의 미끄럼틀의 경사는 무척 낮은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의 경사도는 확 올라간 느낌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미끄러지는 말들을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계속 그렇게 경사도를 높여가며 기름칠을 해가며 더더 미끄러지게 놔두기만 할 것인지... 부디 아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