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의 수호가 다섯 번째로 장기 입원을 했을 때 맞은편 침대에는 희 아주머니가 있었다. 아직 어린데 어쩌다가, 로 시작된 통성명은 서로의 입원 경력을 읊으면서 끝났다. 희는 먼 예전에 양성 종양을 한 번 떼어 낸 이후로는 몸에 칼을 대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 나이에, 같 때문에 배를 째게 생겼다며 희는 너스레를 떨었다. 입원 경력으로 따지면 수호가 까마득한 선배인 셈이었다. 희 아주머니가 수호의 이력에 놀라는 동안 수호는 아주머니의 이름에 놀랐다. 자신처럼 병원을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사람은 몇 번보았지만 한국에 그런 성씨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해 본 적 없었던 것이다. 서문희. 서, 문희도 아니고 서문, 희. 수호는 그게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세상이 조금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아직 모르는 게 세상에 많은 것 같아서, 병원에만 앉아 있을지라도 세상을 넓혀 갈 공간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아서. (p. 7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