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2월 7일 아침 7시, 폴란드 바르샤바 자멘호파 유대인 위령탑. 초겨울 빗속에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흰 카네이션을 바쳤습니다. 잠시 묵념한 브란트가 뒤로 물러나는가 싶던 순간 탄성이 터집니다. 브란트가 무릎을 털썩 꾾은 것입니다. 역사는 ‘20세기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장면, 브란트 한 사람이 무릎을 꿇어 독일 민족 전체가 일어섰다‘고 평가합니다.
개인 빌리 브란트는 히틀러 집권 직후부터 반나치 운동을 펼쳤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항했던 정권의 범죄에 대해 독일 총리로서 책임을 지고 무릎을 끓은 것입니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지난 30일 오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과 없는 담화 발표 직후 현장을 방문한 윤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왜 우리 대통령은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을까요? 왜 빠져나갈 출구가 없어 희생자들이 짓눌러 죽어 갔던 그 골목 담벼락에 가만히 두 손을 붙이고 기도할 수는 없었나요? 그저 그 참사의 현장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나요?
자식을 잃고 창자가 끊어지는 부모의 심정, 숨을 쉬지 못해 끝내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고통, 세월호 이후 또다시 가슴에 구멍이 뚫려 버린 국민들의 애끓는 마음을 느끼지 못하시나요? 거기에 현장 검증하러 가신 건 아니지 않나요?
왜 미안함과 눈물은 국민들만의 것인가
2022년 11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