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2월 7일 아침 7시, 폴란드 바르샤바 자멘호파 유대인 위령탑. 초겨울 빗속에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흰 카네이션을 바쳤습니다. 잠시 묵념한 브란트가 뒤로 물러나는가 싶던 순간 탄성이 터집니다. 브란트가 무릎을 털썩 꾾은 것입니다. 역사는 ‘20세기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장면, 브란트 한 사람이 무릎을 꿇어 독일 민족 전체가 일어섰다‘고 평가합니다.
개인 빌리 브란트는 히틀러 집권 직후부터 반나치 운동을 펼쳤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항했던 정권의 범죄에 대해 독일 총리로서 책임을 지고 무릎을 끓은 것입니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지난 30일 오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과 없는 담화 발표 직후 현장을 방문한 윤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왜 우리 대통령은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을까요? 왜 빠져나갈 출구가 없어 희생자들이 짓눌러 죽어 갔던 그 골목 담벼락에 가만히 두 손을 붙이고 기도할 수는 없었나요? 그저 그 참사의 현장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나요?

자식을 잃고 창자가 끊어지는 부모의 심정, 숨을 쉬지 못해 끝내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고통, 세월호 이후 또다시 가슴에 구멍이 뚫려 버린 국민들의 애끓는 마음을 느끼지 못하시나요? 거기에 현장 검증하러 가신 건 아니지 않나요?

왜 미안함과 눈물은 국민들만의 것인가

2022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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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1-07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옛 독일의 식민지였던 탄자니아를 방문
해서 과거에 그들의 조상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고 합니다.

110년이 지나도, 잘못은 잘못이지요.

진정한 용기는 책임 전가와 외면이
아니라 이런 정치 지도자들의 진정한
사죄라고 생각합니다.

빌리 브란트는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누군가와는 결이 다른.

나와같다면 2023-11-07 21:39   좋아요 1 | URL
‘세계사 변화에 제대로 준비 못해 국권을 상실 했던 과거‘라고 일본의 침략을 미화했던, 수치스러웠던 2023.3.1 기념사를 기억합니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고 일제에 면죄부를 주는 전형적인 식민사관

한 세기가 넘는 기간임에도 일제 강점기 민족의 상처는 아물지 않습니다

나와같다면 2023-11-07 21:40   좋아요 3 | URL
노무현은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도 들으라

˝일본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사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미 누차 행한 사과에 부합하는 행동을 요구할 뿐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행위로 한국의 주권과
국민적 자존심을 모욕하는 행위를 중지하라는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역사의 진실과 인류사회의 양심 앞에 솔직하고 겸허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故 노무현대통령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