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율의 줌아웃] 암울하고 위대했던 2012~2017의 기록을 꺼내본다
2016년 11월 12일 아침이었다. 역사가 모든 길을 열어둔 날이었다. 시대가 바로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을 그렇게 몸으로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교착상태가 우리를 기다렸다. 여기에 이 시기 최대의 불확실성이 도사렸다. 분노의 수준이 대단히 높은, 당장 하야를 원하는, 100만 단위의 항의 시위가, 권위를 인정 받은 지도부도 없이, 광장으로 나온다. 광장은 인내도 전략도 요구하기 어려운 조건들만 잔뜩 안고 있었다. 그런데 긴 교착상태를 버텨내야 이기는 싸움이었다. 인내와 전략이 필요했다. 이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다
˝니가 있다는 걸 내가 알아. 그리고 내가 널 알게 되었다는 걸 너도 알지.˝
100만 명 집회는 그걸 가능하게 한다. 사람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는 것 이어야말로 권력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제 권력은 협상 변경의 압박을 강하게 받게 된다. ˝모인다고 뭐가 바뀌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