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학문은 사회가 잘 돌아가게 하고 일이 잘 되도록 하는 게 그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매우 이상한 학문이 있다. 잘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줄곧 시비를 걸어대는

왜 그렇게 잘 돌아가는 거요? 그렇게 잘 돌아가서야 쓰겠소? 그토록 일이 잘되는 데는 필시 무슨 문제가 있을거요. 이런 이상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마치 훼방을 놓는 것 같은 학문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인간 존재의 근원에 천착하는 학문이다 보니 광대무변하다

인간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원초적 본능만 갖춘 바이러스와는 갈래를 달리하는 인간만의 힘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슬픔과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슬픔과 비극을 가진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며 상대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에 대한 사려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배려와 진지함이 사라진 공간을 매끄럽고 과시적인 대화들이 메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에는 철저하게 손익의 계산을 거친 단어들이 동원되고 있다. 과시와 자랑은 넘치되 당신을 돕지는 않겠다는 신호가 분명히 담긴 대화 속에서 사람들은 그 어떤 진지함도 상실한 채 질투와 미움을 간신히 가린 경계선의 대화를 잔뜩 교환한다

진지한 삶은 언제나 인간의 본질, 바로 슬픔과 비극 위에 존재한다. 누군가와 사랑과 우정이 담긴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 우울한 내용의 대화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상대는 어떤 어려움을 걲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요즘 혹시 힘든 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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