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와 책쓰기로의 초대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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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끌려서 단숨에 읽게 되었다. 책 제목을 보고 속담이 생각났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저자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사건은 글쓰기라고 하였다. 글쓰기와 책쓰기로 인생이 바뀔수 있다고 한다.

 

내가 책 읽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만 3년이 되어간다. 책을 좋아해서 하루종일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단지 다리가 불편하니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독서법과 책쓰기 관련 책을 읽었다. 여러권을 읽어보니 책을 100권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쓰라는 글이 많았다.

 

저자는 서울공대를 나와 마흔두 살까지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 사보에 연재도 하고 직원들과 이메일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 경제지에 칼럼을 쓰게 되면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교육 관련 회사로 옮긴 후 처음으로 책을 썼다. 세리CEO에서 북리뷰 코너를 맡게 되었다. 대학 다닐 때는 별로 공부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공부하면서 책을 쓰는게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대학 다니는 자체가 공부인데 별로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겸손에서 나온 말 같다.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써봐야 주제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직접 쓰기 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p27)정말 그럴까 나를 찾을수 있다면 나도 글을 쓰고 싶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깨어 있으면 글 소재는 지천이다. 책을 못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한 책을 내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겸손해야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내 생활의 중심이다. 난 매일 새벽에 글을 쓴다. 1365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 4시쯤 일어나 몇 시간씩 쓴다.(중략)다음엔 공부하기 위해 글을 썼다. 뭔가 조금 알긴 하는데 좀 더 알고 싶을 때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를 한 후 그 결과물을 글로 썼다.(p50~51)

 

흩어졌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글쓰기다. 생각을 글자로 바꾸는 것이다. 글을 쓸 수는 있을까? 일단 글쓰기가 어렵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글을 쓰면 된다. 미국 대학은 글쓰기에 목숨을 건다. 왜 그럴까? 글쓰기가 최고의 공부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년 이상 300권 이상의 책을 소개했고, 자료를 모아 책을 썼다. 사람들 얘기를 모아 책을 쓴 경우도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독서토론회도 진행한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외로움이 다가온다. 나이 들수록 글쓰기를 친구로 할 것을 권한다. 말은 상대를 필요로 하지만 글쓰기는 상대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뭔가 얘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글쓰기의 본질은 책 읽기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려면 내 얘기를 해야 한다. 솔직하지 않은 건 쓸 수가 없다. 쉽게 읽히는 글이다. 애들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남다른 메시지와 깨달음을 주는 글이다. 독자 입에서 ~!’하는 감탄사가 나와야 좋은 글이다. 눈높이에 맞는 글, 간결한 글이 좋은 글이다. 사람마다 좋은 글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지만 이오덕 선생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 읽을 맛이 나는 글, 읽을 만한 내용을 담은 글을 꼽았다.

 

사랑을 글로 써라. 저자는 두 딸이 결혼할 때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을 공개 했는데 다정다감한 아빠라는 생각을 해봤다. 생일 때 손편지를 받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 이 책은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와 책쓰기로의 초대이다. 쓰면 남는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글쓰기 욕망에 불을 붙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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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모험 - 청춘의 산티아고 순례 에세이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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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순례자가 되고 싶었다. 종교적인 목적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이 아닌 꿈과 낭만을 찾아 길을 떠나고 싶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작가님이 걷는 길을 함께 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몇 장 읽어가는데 막힘이 없이 잘 읽히는 문장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저자는 순례를 가기 위해 자세한 정보를 조사하지 않고 프랑스 생장이라는 마을만 알고 길을 떠났다. 순례가 시작되는 곳은 생장 피드 포르였고, 저자가 헤매고 있는 곳은 생장 드 뤼즈였다. 열차를 두 번,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는 여정이었다. 순례는 이틀이 늦어졌다. 생장 드 뤼즈 바다에 몸을 던져 수영을 하며 여유를 즐겼다. 순례길에 예상에 없던 해수욕도 하고 행복에 젖는다.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아 순례길 위에 있는 마을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다. 낯선 곳에서 여러 사람과 잠을 자면 잡음도 있어서 제대로 잘 수 없을거 같다. 구 킬로그램의 배낭은 어깨를 무겁게 했다. 책을 두 권만 넣어 다녀도 가방이 무거운데 노트북, 카메라, 소설책, 여벌 옷 등을 넣었으면 얼마나 무거울지 상상이 된다. 길을 가다가 부엔 카미노낯선 순례자가 눈인사를 건네며 말을 한다. 직역하면 좋은 길이란 뜻이며 좋은 여정 되세요의미로 쓰인다.

 

 

 

순례자들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숙소를 알베르게라고 하는데 공립 알베르게와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알베르게이다. 순례길에 오를 때가 칠월이라 뜨거운 한낮을 피해야 하니 새벽부터 걸었다. 자신의 침대를 양보하는 사람도 있고, 발바닥이 물집이 생겨 병원을 같이 가주는 친구도 생겼다.

 

저자가 꿈꾸던 순례길은 고독이었는데 사람들과 걷다 보면 사색할 겨를이 없어 홀로 걷고 뒤처지기도 하였다는 말이 공감이 갔다. 사람들이 모여서 왜 순례길에 올랐냐고 물으면 매번 같은 대답이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어 왔고, 길 위에서 영감을 얻어 멋진 작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누나가 멋진 트레킹화를 선물을 해주었다. 새 신발을 신고 길을 걷다 발이 까이고 물집이 잡히고 염증에 발이 부어 샌들을 두 컬레를 사게 되는 어리석음을 겪는다. 먼길을 갈때는 헌 신발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길 위에서도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홀로 남겨지기도 하였다.

 

 

 

길을 걸을 때 처음 만났던 사람들을 그냥 가족이 아니라 물집 가족이라고 했다. 순례길에서 만났고, 스페인어로 물집 가족을 뜻하는 암포야스 파밀리아라고 칭하기로 했다. 거꾸로 가는 순례자를 만났다. 순례를 끝내고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결코 혼자서는 걸을 수 없었던 길이라고 회상한다. 그토록 갈망해온 산티아고! 낭만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산티아고는 순례의 종착지이며 동시에 이별의 장소였다.

 

저자는 순례로부터 이 년 후,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다. 나는 꿈도 꾸지 못할 길인데 두 번씩이나 정말 대단하십니다. 삼 년 후, 순례길 위에서 쓴 원고를 [레지스탕스]라는 제목으로 출간한다. 살아간다는 건, 여행을 하는 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조각을 찾아나가는 모험이 아닐까. 9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모험가의 솔직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자기만의 모험]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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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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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용이 민신혜를 처음 만난 곳은 재수학원 옥상이었다. 담배 피우는 남자아이들 틈에 아이스바를 빨고 있었다. 지용과 신혜는 달콤한 첫 사랑에 빠져들었다. 엄마가, 아버지가 인정하는 대학이 아니어서 유일하게 합격 한 대학의 등록을 포기하고 입시 점에 나오는 학원을 등록해 주었다.

 

10년 전 열한 살의 어린 딸 신혜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던 엄마, 재혼한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시고 보상금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빠가 데리고 온 여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다. 보상금만 있으면 동생과 둘이 살 수 있을거라며 진짜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신혜는 지용과 살인을 모의하고, 엄마를 살해한다. 강도가 들은 것처럼 위장하여 완전 범죄에 성공한다. 신혜를 지옥에서 구출하기 위해 지용의 행동이 옳은 일이었을까.

 

이것은 사람이 아니다. 이것은 아무도 아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지용은 대학 입시에 떨어지고 엄마는 유학을 가라고 한다. 고시 출신 공무원 아빠, 유치원 원장인 엄마, 뉴욕에서 비즈니스 스쿨에 다니는 누나와 의대생 형이 있다. 재수까지 하고 대학 입시에 실패한 막내아들은 시험도 안치고 유학갔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지용은 엄마 말대로 정말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애인가.

 

물론 죽은 여자는 아무 짓도 할 수 없고, 아무 말도 지껄일 수 없기에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같은 밤, 같은 방에서 다시 마주한다 해도 똑같이 목을 졸라 줄 자신이 있었다. 주름지고 마른 목에 몇 번이고 줄을 감아 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꿈에서 본 건 죽은 여자가, 아니 내가 죽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매일 아침 마주하던 얼굴이었다.

부드러운 것이, 오늘 아침에는 필요했다.p54

 

1년 후에 만나기로 하고 지용은 떠난다. 살인자 추적이 될까 IP 주소를 남기는 일을 피하느라 프록시 프로그램을 우회해서 계정에 접근하였고, 신혜의 트위터 계정을 들어가 멘션에 댓글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보름이 넘게 신혜의 글이 올라오지 않고 국제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지만 받지 않는다. 불안해진 지용은 신혜를 찾아 한국으로 나오게 된다.

 

신혜를 추적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 집이 불이 났었고, 드나들던 남자와 딸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학에 다닌다고 했지만 입학한 적이 없었다. 죽은 여자의 호적상 가족은 딸 한사람이고, 몇 년 전에 죽었다던 새 아빠는 살아 있다. 자신처럼 성매매를 당한다는 동생은 처음부터 없었다. 엄마가 죽은 후 2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었고, 살던 집과 바꾼 아파트 분양권마저 부동산 업자에게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용은 흥신소를 거쳐 알아본 내용이지만 자신이 어려서 돈을 더 뜯어내려는 수작으로 여겼다.

 

더 많이 알아야 해서 이제까지 알지 못한 대신에 지금부터 많이 알아야 했다.(중략) 수능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 교과서와 기출 문제집을 외울 정도로 팠다면, 넉달 동안은 한 문제에만 매달렸다. 문제는 쫒고 있는 한 사람이었다.P159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순간이 바로 그때인 것은 아니었을까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 강지용은 민신혜에게 속아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엄마를 대신해서 민신혜의 엄마가 살해된 것이다. 지용은 평생 살인자로 살아가야 한다. [달고 차가운]을 읽고 마음이 무겁고 씁쓸하다. 우리 사회의 입시 교육은 살인 교육 이상으로 폭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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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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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을까. 할아버지와 손녀가 꿀벌들과 호흡하며 인간 세계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메러디스 메이가 다섯 살일때 부모님은 이혼을 하였다. 엄마, 남동생 매슈와 함께 캘리포니아에 있는 외갓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엄마는 계획 없이 사는 몽상가였다. 부자로 살고 싶었는데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아빠에게 점점 더 실망을 느껴 부부 싸움을 하고 메러디스 남매는 아빠와 헤어지게 되었다.

 

양봉가 할아버지와 지시만 하는 이 집의 대장이라는 할머니가 남매를 돌보았다. 엄마는 이혼의 충격인지 침대를 벗삼아 몇 년 세월을 보내며 부모이기를 포기했다. 할아버지는 빅서 해안 지역에서 4대째 살고 있고 증조할아버지가 농가주택을 지어 소와 돼지를 기르고 사과 과수원을 가꾸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앞마당에 들이닥친 벌을 잡아 벌통에 넣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벌을 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빅서의 양봉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뒷마당의 낡은 버스에서 꿀을 만드는 할아버지는 메러디스에게 꿀벌의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수컷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이지도 않고, 밀랍을 만들거나 꿀을 만들지도 않아, 침도 없어서 벌집을 보호하지도 못한다. 꽃가루를 들고 오는 벌들은 모두 암컷들이다. 벌이 침을 쏘고 나면 죽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빠가 엄마의 자동차를 갖다 주기 위해 왔지만 할머니에게 문전박대를 당한다. 아빠가 멀어질 때 메러디스는 가슴이 터질 듯 펑펑 울었다. 아빠가 뒤돌아 걸어와서 꼭 끌어안았다. “아빠는 언제나 네 아빠야.” “사랑해.” 말하며 한 번 더 꼭 껴안아주었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울리는 대목이 있다. 나도 목이 메이면서 눈물이 맺혔다.

 

가족을 위해서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여왕벌과 앞다투어 여왕벌을 보살피려는 자녀벌들을 보았을 때 내 잃어버린 가족을 향한 슬픔도 약간 사그라들었다. 벌들을 보고 있으면 모성이란 아주 작은 생명체에게도 적용되는 당연한 자연계의 일부로 여겨졌고, 어쩌면 우리 엄마도 언젠가 다시 내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꿈틀거렸다.p151

 

아빠와 일주일을 지내고 아빠랑 살자는 제안을 받은 일곱 살 메러디스는 고민을 한다. 할아버지의 양봉 일, 어린 동생, 아픈 엄마를 등질수 없어 떠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속이 꽉찬 어린 딸에 비해 엄마의 행동은 날이 갈수록 거칠다 못해 폭력성에 화가 났다. 엄마의 과거를 알고 이해는 되지만 그것을 치료하지 못하고 방치한 할머니의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재혼한 분이다. 엄마의 친아버지는 잔인한 아버지였고 엄마의 어린 시절과 할머니의 행복을 앗아가버렸다고 했다. 손녀가 가짜 할아버지 의붓의 뜻을 물어 보니 각각의 벌들은 서로를 똑같이 사랑했고 벌통 안은 의붓사이를 구분 짓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엄마는 73년을 사는 동안 인생이 자기편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하며 돌아가셨다. 세상을 너무 힘들게 살았던 엄마가 안타깝고, 저자는 할아버지와 꿀벌을 통해 상처가 치유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다. 추워지는 날씨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한권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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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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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해설까지 꼼꼼하게 해주는 책이 있어 그림에 문외한이 불후의 명작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예술작품 감상은 둘이 추는 춤과 비슷하다.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는 그림도 있는 반면 시간을 두고 작품 안에 숨어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작품도 있다.

 

저자는 고전 미술을 독창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열 단계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를 제시한다. 프롤로그가 길어지기는 했지만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타불라 라사를 기억하면 차례대로 감상하기 쉽다.

 

시간 Time

관계 Association

배경 Background

이해하기 Understand

다시보기 Look Again

평가하기 Assessment

리듬 Rhythm

비유 Allegory

구도 Structure

분위기 Atmosphere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티슈바인<캄파냐에서의 괴테>1787

 

 

유명한 화가만 위대한 사상가를 그릴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티슈바인이 그린 <캄파냐에서의 괴테>에서 이탈리아 풍경을 배경으로 어색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괴테의 모습은 약간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묘사되어 있다. 느긋하게 앉아 있는 괴테처럼 있으려면 몇 시간이 걸리니 공상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철학적 통찰을 얻으려면 게으르고 따분하게 보내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나님의 어린 양>은 곧 죽음을 맞이할 동물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처량하게 묘사해냈다. 그냥 손발이 묶인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을 희생양이 된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그렸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보이는 그대로 마음이 느낀 대로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 거리: 비오는 날>은 평범한 거리를 초월적인 느낌을 자아냈다고 표현한다.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있는 방에서부터 소박한 정원과 하늘이 얼핏 보이는 방까지, 가정의 일상을 그린 그림이 고요하고 포근해 보인다.

 

어느 에세이에서 봤던 <메두사호의 뗏목>이 유명한가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세네갈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을 바탕으로 그렸다. 그림을 보면 곧 부서질 듯한 뗏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든 사람들을 거친 파도가 삼키려고 위협한다. 이 그림은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아니기에 시선이 대각선 방향으로 쉴 새 없이 오가면서 보게 된다.

 

장 앙투안 바토<피에로>1748~1719

 

표지에도 나온 그림 앙투안 바토의 <피에로> 처음 제목은 이라는 제목으로 거대한 초상화는 주요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당나귀를 타고 있는 인물과 세 명의 출연자들이 무대 아래와 뒤에 숨어 있다. 유령처럼 하얀 의상을 입고 똑바로 서 있는어릿광대는 어쩐지 외롭고 불안해 보인다. 왜 그렇게 서 있나 했더니 어릿광대였던 것이다. 이 피에로는 가장 쾌활해 보이는 광대라도 웃음 뒤엔 슬픔과 몸부림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림이 무서운 장면은 그냥 넘겨버렸다. 어색하고, 지나치게 번잡하고, 너무 감상적이고, 뽐내는 듯하고, 완전 따분한 작품도 많다. 가능한 한 빨리 건너뛰는게 좋다. 미술관에서 홀로 감상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 권의 책으로 명작을 감상해보면 좋을거 같다.

 

 알버트 카이프 <암소들과 함께 있는 양치기들>1640년대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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