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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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해설까지 꼼꼼하게 해주는 책이 있어 그림에 문외한이 불후의 명작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예술작품 감상은 둘이 추는 춤과 비슷하다.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는 그림도 있는 반면 시간을 두고 작품 안에 숨어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작품도 있다.

 

저자는 고전 미술을 독창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열 단계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를 제시한다. 프롤로그가 길어지기는 했지만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타불라 라사를 기억하면 차례대로 감상하기 쉽다.

 

시간 Time

관계 Association

배경 Background

이해하기 Understand

다시보기 Look Again

평가하기 Assessment

리듬 Rhythm

비유 Allegory

구도 Structure

분위기 Atmosphere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티슈바인<캄파냐에서의 괴테>1787

 

 

유명한 화가만 위대한 사상가를 그릴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티슈바인이 그린 <캄파냐에서의 괴테>에서 이탈리아 풍경을 배경으로 어색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괴테의 모습은 약간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묘사되어 있다. 느긋하게 앉아 있는 괴테처럼 있으려면 몇 시간이 걸리니 공상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철학적 통찰을 얻으려면 게으르고 따분하게 보내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나님의 어린 양>은 곧 죽음을 맞이할 동물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처량하게 묘사해냈다. 그냥 손발이 묶인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을 희생양이 된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그렸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보이는 그대로 마음이 느낀 대로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 거리: 비오는 날>은 평범한 거리를 초월적인 느낌을 자아냈다고 표현한다.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있는 방에서부터 소박한 정원과 하늘이 얼핏 보이는 방까지, 가정의 일상을 그린 그림이 고요하고 포근해 보인다.

 

어느 에세이에서 봤던 <메두사호의 뗏목>이 유명한가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세네갈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을 바탕으로 그렸다. 그림을 보면 곧 부서질 듯한 뗏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든 사람들을 거친 파도가 삼키려고 위협한다. 이 그림은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아니기에 시선이 대각선 방향으로 쉴 새 없이 오가면서 보게 된다.

 

장 앙투안 바토<피에로>1748~1719

 

표지에도 나온 그림 앙투안 바토의 <피에로> 처음 제목은 이라는 제목으로 거대한 초상화는 주요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당나귀를 타고 있는 인물과 세 명의 출연자들이 무대 아래와 뒤에 숨어 있다. 유령처럼 하얀 의상을 입고 똑바로 서 있는어릿광대는 어쩐지 외롭고 불안해 보인다. 왜 그렇게 서 있나 했더니 어릿광대였던 것이다. 이 피에로는 가장 쾌활해 보이는 광대라도 웃음 뒤엔 슬픔과 몸부림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림이 무서운 장면은 그냥 넘겨버렸다. 어색하고, 지나치게 번잡하고, 너무 감상적이고, 뽐내는 듯하고, 완전 따분한 작품도 많다. 가능한 한 빨리 건너뛰는게 좋다. 미술관에서 홀로 감상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 권의 책으로 명작을 감상해보면 좋을거 같다.

 

 알버트 카이프 <암소들과 함께 있는 양치기들>1640년대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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