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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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용이 민신혜를 처음 만난 곳은 재수학원 옥상이었다. 담배 피우는 남자아이들 틈에 아이스바를 빨고 있었다. 지용과 신혜는 달콤한 첫 사랑에 빠져들었다. 엄마가, 아버지가 인정하는 대학이 아니어서 유일하게 합격 한 대학의 등록을 포기하고 입시 점에 나오는 학원을 등록해 주었다.

 

10년 전 열한 살의 어린 딸 신혜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던 엄마, 재혼한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시고 보상금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빠가 데리고 온 여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다. 보상금만 있으면 동생과 둘이 살 수 있을거라며 진짜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신혜는 지용과 살인을 모의하고, 엄마를 살해한다. 강도가 들은 것처럼 위장하여 완전 범죄에 성공한다. 신혜를 지옥에서 구출하기 위해 지용의 행동이 옳은 일이었을까.

 

이것은 사람이 아니다. 이것은 아무도 아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지용은 대학 입시에 떨어지고 엄마는 유학을 가라고 한다. 고시 출신 공무원 아빠, 유치원 원장인 엄마, 뉴욕에서 비즈니스 스쿨에 다니는 누나와 의대생 형이 있다. 재수까지 하고 대학 입시에 실패한 막내아들은 시험도 안치고 유학갔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지용은 엄마 말대로 정말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애인가.

 

물론 죽은 여자는 아무 짓도 할 수 없고, 아무 말도 지껄일 수 없기에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같은 밤, 같은 방에서 다시 마주한다 해도 똑같이 목을 졸라 줄 자신이 있었다. 주름지고 마른 목에 몇 번이고 줄을 감아 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꿈에서 본 건 죽은 여자가, 아니 내가 죽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매일 아침 마주하던 얼굴이었다.

부드러운 것이, 오늘 아침에는 필요했다.p54

 

1년 후에 만나기로 하고 지용은 떠난다. 살인자 추적이 될까 IP 주소를 남기는 일을 피하느라 프록시 프로그램을 우회해서 계정에 접근하였고, 신혜의 트위터 계정을 들어가 멘션에 댓글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보름이 넘게 신혜의 글이 올라오지 않고 국제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지만 받지 않는다. 불안해진 지용은 신혜를 찾아 한국으로 나오게 된다.

 

신혜를 추적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 집이 불이 났었고, 드나들던 남자와 딸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학에 다닌다고 했지만 입학한 적이 없었다. 죽은 여자의 호적상 가족은 딸 한사람이고, 몇 년 전에 죽었다던 새 아빠는 살아 있다. 자신처럼 성매매를 당한다는 동생은 처음부터 없었다. 엄마가 죽은 후 2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었고, 살던 집과 바꾼 아파트 분양권마저 부동산 업자에게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용은 흥신소를 거쳐 알아본 내용이지만 자신이 어려서 돈을 더 뜯어내려는 수작으로 여겼다.

 

더 많이 알아야 해서 이제까지 알지 못한 대신에 지금부터 많이 알아야 했다.(중략) 수능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 교과서와 기출 문제집을 외울 정도로 팠다면, 넉달 동안은 한 문제에만 매달렸다. 문제는 쫒고 있는 한 사람이었다.P159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순간이 바로 그때인 것은 아니었을까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 강지용은 민신혜에게 속아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엄마를 대신해서 민신혜의 엄마가 살해된 것이다. 지용은 평생 살인자로 살아가야 한다. [달고 차가운]을 읽고 마음이 무겁고 씁쓸하다. 우리 사회의 입시 교육은 살인 교육 이상으로 폭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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