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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모험 - 청춘의 산티아고 순례 에세이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9년 10월
평점 :

저자는 순례자가 되고 싶었다. 종교적인 목적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이 아닌 꿈과 낭만을 찾아 길을 떠나고 싶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작가님이 걷는 길을 함께 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몇 장 읽어가는데 막힘이 없이 잘 읽히는 문장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저자는 순례를 가기 위해 자세한 정보를 조사하지 않고 프랑스 ‘생장’이라는 마을만 알고 길을 떠났다. 순례가 시작되는 곳은 생장 피드 포르였고, 저자가 헤매고 있는 곳은 생장 드 뤼즈였다. 열차를 두 번,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는 여정이었다. 순례는 이틀이 늦어졌다. 생장 드 뤼즈 바다에 몸을 던져 수영을 하며 여유를 즐겼다. 순례길에 예상에 없던 해수욕도 하고 행복에 젖는다.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아 순례길 위에 있는 마을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다. 낯선 곳에서 여러 사람과 잠을 자면 잡음도 있어서 제대로 잘 수 없을거 같다. 구 킬로그램의 배낭은 어깨를 무겁게 했다. 책을 두 권만 넣어 다녀도 가방이 무거운데 노트북, 카메라, 소설책, 여벌 옷 등을 넣었으면 얼마나 무거울지 상상이 된다. 길을 가다가 “부엔 카미노” 낯선 순례자가 눈인사를 건네며 말을 한다. 직역하면 ‘좋은 길’이란 뜻이며 ‘좋은 여정 되세요’ 의미로 쓰인다.

순례자들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숙소를 알베르게라고 하는데 공립 알베르게와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알베르게이다. 순례길에 오를 때가 칠월이라 뜨거운 한낮을 피해야 하니 새벽부터 걸었다. 자신의 침대를 양보하는 사람도 있고, 발바닥이 물집이 생겨 병원을 같이 가주는 친구도 생겼다.
저자가 꿈꾸던 순례길은 고독이었는데 사람들과 걷다 보면 사색할 겨를이 없어 홀로 걷고 뒤처지기도 하였다는 말이 공감이 갔다. 사람들이 모여서 왜 순례길에 올랐냐고 물으면 매번 같은 대답이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어 왔고, 길 위에서 영감을 얻어 멋진 작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누나가 멋진 트레킹화를 선물을 해주었다. 새 신발을 신고 길을 걷다 발이 까이고 물집이 잡히고 염증에 발이 부어 샌들을 두 컬레를 사게 되는 어리석음을 겪는다. 먼길을 갈때는 헌 신발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길 위에서도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홀로 남겨지기도 하였다.

길을 걸을 때 처음 만났던 사람들을 그냥 가족이 아니라 ‘물집 가족’이라고 했다. 순례길에서 만났고, 스페인어로 ‘물집 가족’을 뜻하는 ‘암포야스 파밀리아’라고 칭하기로 했다. 거꾸로 가는 순례자를 만났다. 순례를 끝내고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결코 혼자서는 걸을 수 없었던 길이라고 회상한다. 그토록 갈망해온 산티아고! 낭만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산티아고는 순례의 종착지이며 동시에 이별의 장소였다.
저자는 순례로부터 이 년 후,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다. 나는 꿈도 꾸지 못할 길인데 두 번씩이나 정말 대단하십니다. 삼 년 후, 순례길 위에서 쓴 원고를 [레지스탕스]라는 제목으로 출간한다. 살아간다는 건, 여행을 하는 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조각을 찾아나가는 모험이 아닐까. 9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모험가의 솔직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자기만의 모험]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