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을까. 할아버지와 손녀가 꿀벌들과 호흡하며 인간 세계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메러디스 메이가 다섯 살일때 부모님은 이혼을 하였다. 엄마, 남동생 매슈와 함께 캘리포니아에 있는 외갓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엄마는 계획 없이 사는 몽상가였다. 부자로 살고 싶었는데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아빠에게 점점 더 실망을 느껴 부부 싸움을 하고 메러디스 남매는 아빠와 헤어지게 되었다.

 

양봉가 할아버지와 지시만 하는 이 집의 대장이라는 할머니가 남매를 돌보았다. 엄마는 이혼의 충격인지 침대를 벗삼아 몇 년 세월을 보내며 부모이기를 포기했다. 할아버지는 빅서 해안 지역에서 4대째 살고 있고 증조할아버지가 농가주택을 지어 소와 돼지를 기르고 사과 과수원을 가꾸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앞마당에 들이닥친 벌을 잡아 벌통에 넣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벌을 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빅서의 양봉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뒷마당의 낡은 버스에서 꿀을 만드는 할아버지는 메러디스에게 꿀벌의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수컷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이지도 않고, 밀랍을 만들거나 꿀을 만들지도 않아, 침도 없어서 벌집을 보호하지도 못한다. 꽃가루를 들고 오는 벌들은 모두 암컷들이다. 벌이 침을 쏘고 나면 죽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빠가 엄마의 자동차를 갖다 주기 위해 왔지만 할머니에게 문전박대를 당한다. 아빠가 멀어질 때 메러디스는 가슴이 터질 듯 펑펑 울었다. 아빠가 뒤돌아 걸어와서 꼭 끌어안았다. “아빠는 언제나 네 아빠야.” “사랑해.” 말하며 한 번 더 꼭 껴안아주었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울리는 대목이 있다. 나도 목이 메이면서 눈물이 맺혔다.

 

가족을 위해서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여왕벌과 앞다투어 여왕벌을 보살피려는 자녀벌들을 보았을 때 내 잃어버린 가족을 향한 슬픔도 약간 사그라들었다. 벌들을 보고 있으면 모성이란 아주 작은 생명체에게도 적용되는 당연한 자연계의 일부로 여겨졌고, 어쩌면 우리 엄마도 언젠가 다시 내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꿈틀거렸다.p151

 

아빠와 일주일을 지내고 아빠랑 살자는 제안을 받은 일곱 살 메러디스는 고민을 한다. 할아버지의 양봉 일, 어린 동생, 아픈 엄마를 등질수 없어 떠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속이 꽉찬 어린 딸에 비해 엄마의 행동은 날이 갈수록 거칠다 못해 폭력성에 화가 났다. 엄마의 과거를 알고 이해는 되지만 그것을 치료하지 못하고 방치한 할머니의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재혼한 분이다. 엄마의 친아버지는 잔인한 아버지였고 엄마의 어린 시절과 할머니의 행복을 앗아가버렸다고 했다. 손녀가 가짜 할아버지 의붓의 뜻을 물어 보니 각각의 벌들은 서로를 똑같이 사랑했고 벌통 안은 의붓사이를 구분 짓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엄마는 73년을 사는 동안 인생이 자기편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하며 돌아가셨다. 세상을 너무 힘들게 살았던 엄마가 안타깝고, 저자는 할아버지와 꿀벌을 통해 상처가 치유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다. 추워지는 날씨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한권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를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