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김지광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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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기 전에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과 자기만의 목적지를 향해 삶을 ‘Drive’하라는 뜻을 담았다. 어제와 다른 삶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잠시 주저앉아 있거나,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책의 구성은 1부 무자비한 속도전에서 자기 속도자기성숙을 지키는 인생법칙을 제안한다. 3T1S법칙으로 Targeting:자신만의 목적지를 점검하라. Throwing away: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 원칙을 버려라. Testing: 자기 점검을 통해 본질적인 가치를 확인하라. Self-maturing: 내면을 발견하고 자기성숙의 길로 나아가라. 2부 출발선으로 나아가라! 당신의 삶을 D.R.I.V.E 하라. D.R.I.V.E 법칙으로 Discover: 현재 위치를 확인하라. Recognize: 최적경로를 인식하라. Inspect: 다양한 신호들을 주시하라. Value: 장애물을 소중히 여기라. Extend: 새로운 출발선으로 나아가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 어렵고 힘들다고 오늘의 좌절에 머물지 마라. 일어나 희망을 얘기하라. 닫힌 문 앞에 오래 서 있지 마라.p173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소중한 것은 여행을 통해서였다. 기대하지 않고 떠난 그 모든 곳이 새로웠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은 스쳐 지나가는 길 위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우리가 세워놓은 계획에는 희망과 기쁨, 즐거움만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닥치면 당황하고 힘들어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그 환경과 조건들이 우리를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많은 자기계발서를 접했다. 책을 덮을 때는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곤 했다.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을 아끼며 살아가는 건 어떤 것인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처럼 중요한 것은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자기계발은 인생이라는 시간을 실제로 살면서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오늘을 잃고 미래에 몰두하는 이들은 막상 그때가 오면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한다. 현재가 없고 항상 언젠가 오게 될 미래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는 오늘 형성되는 것이다. 오늘이 어떠한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오늘 당장 행복해야 한다. 지금 즐길 수 있어야 미래도 즐길 수 있다.

 

삶에 대한 의욕과 감흥이 있으려면 먼저 나다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보다 성숙해지고 인생은 인생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뇌된 행복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행복은 나의 행복이 아니다. 나만의 행복, 주관적인 행복을 찾아야한다.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옛 명언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차를 선택하는 것도,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남을 의식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 혼자서 밥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 남들의 시선과 평판이 나의 삶과 행복에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밖으로 드러난 몇몇 모습만을 보고 함부로 재단할 뿐이다. 재미를 위한 잡담 수준의 이야기에 온 삶이 왜곡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벽이 있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벽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얼마나 진정으로 원하는지 가르쳐준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 사람은 그 앞에 멈춰 서라는 뜻으로 벽은 있는 것이다. 인생은 혼자만의 여행이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쁨을 누린다면 혼자만의 외로운 여행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떠나라. 함께 웃고 떠들라. 함께 음악을 들어라. 함께 풍경을 보며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라.

 

결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비교를 통해 자신을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차가 최대한의 속도를 내고 질주할 수 있는 이유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분주함을 내려놓고 삶에 브레이크를 걸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내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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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 -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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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365, 챌린지 인생 문장]챌린지를 콘셉트로 제작한 자기계발 문장집이다. 목차는 도전, 열정, 인내, 이성의 계절로 나누어져 있다. 이 책의 사용법은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꼭지마다 달린 읽기결심하기그리고 인생 문장체크박스에 표시하여 마지막 부록에 자신만의 인생 문장집을 완성하면 된다.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저자와 함께 365일 한 문장 여행을 완주하고 나면 당신의 사고도 틀림없이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체크박스에 표시를 해두면 한 번 읽었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을 받으며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체크 표시를 하다가 따로 메모를 하면서 읽었다.

 

인생은 고독의 연속이다. 이런 고독의 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다, 고독을 향유하는 수준이 못되더라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절대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은과거에 포기했던 일을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 ,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말자. 자신과 성격이 완전히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서로 맞는 부분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일어난다. 상대와의 성격 차이보다는 그 차이를 어떻게 대할것인지 그 마음가짐에 집중해보자.

 

남을 헐뜯는 뒷담화는 남을 자신보다 더 못난 존재로 깍아내리려는 시도이다. 그렇게 하면 자기 자신은 그나마 나은 사람이 되는 셈이니까. 그러나 헐뜯는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결국 헐뜯는 뒷담화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인생을 바꾸는 방법은 스스로 고독을 이겨내는 것이다. 무엇인가 두려워 억지로 하는 어울림이 아닌 자기를 믿고 사랑하기 때문에 갖게 되는 고독의 자신감은 커다란 용기가 되어 인생의 앞길을 밝혀준다.

 

소금장수 강경환 씨는 손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손이 없다는 것에 대해 절망하지 않고 세상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손이 없는 대신 사랑을 알았다는 말은 그의 깨달음을 나타낸다. 이 글을 읽고 한순간 우울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반드시 오는 것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죽음 같은 것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지 않는 것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지루한 일이니까. 만약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얻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바둑의 신 이창호의 말이다. 우리는 흔히 대단한 사람을 볼 때 재능이 남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은 보잘것없었고 수많은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물건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 집 안이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차 엉망이 되고 만다. 버려야만 남은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이런저런 말치레로 자신을 꾸민다는 의미다.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법이다. 후자가 되고 싶다면 오늘만큼은 자기 일을 배워나가라.

 

어떤 일의 대가가 되고 싶다면 가장 빠른 길은 독서이다. 그 분야의 대가의 책을 100번 읽는 노력을 통해 우리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입신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부터 한 권 읽어보는 시간이 되자. 자신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은 남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대하게 된다. 많이 주는 사람이 많이 받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여행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변화의 계기로 활용한다면 이보다 값진 활동은 없을 것이다.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산책이라도 해보자 효과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가난하다고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부자라고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행복과불행이라는 양극단에만 집착할 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을 놓칠 수 있다. [하루하나 365, 챌린지 인생 문장] 책 속의 짧은 문장 하나도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문학, 철학, 재테크, 자기계발을 넘나드는 365개의 문장을 통해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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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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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의 저자는 화가인 동시에 산문가이며 소설가다. 저자는 오랜 시간 뉴욕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나누었다. 몇 년 전 SNS에 친구 요청을 해온, 의사라는 사람과 두 번쯤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던 인연의 이야기 뼈대에 상상의 살을 붙여 서간체 소설이 탄생하였다.

 

소설은 한국 여성인 화가와 남성인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외과 의사와 SNS를 통해 편지를 주고 받는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두 사람을 연결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직 못 본 그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기는 하지만, 만남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소설 말미의 반전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말에서 상상의 대상을 향한 끝나지 않는 편지, 사랑과 불안과 전쟁과 평화, 그리고 불멸의 이야기임을 밝힌다.

 

뉴욕 소호에 있는 어느 화랑에서 화가 박경아와 외과 의사 A는 처음 만났다. 그 뒤로 전시장을 찾았고 주말마다 들렀지만 화가를 다시 만날 수 없었는데 우연히 페이스북을 보다가 발견했고 SNS 만남의 장소를 바그다드 카페라 정했다. 두 사람이 따로 보았던 같은 영화는 <바그다드 카페>였다.

 

화가는 결혼한지 3년 쯤 되었을 때 중국인이던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후 마술을 배우러 다녔다. 의사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살 폭탄 테러로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실려 들어오는 지옥의 날들을 보내던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남기고 아내가 떠났다.

 

총기난사 사건 뉴스를 보던 중 총성이 음악 소리인 줄 알았다. 총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시대,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외로워서 낯설고 위험한 곳으로 떠나 소외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고 당신은 외로워서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돌이켜 생각하니 젊은 날 외로움은 우리의 힘이고 용기였다.

 

이라크에 파견되어 바그다드로 가는 중,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진짜 바그다드와는 700킬로미터나 떨어진 엉뚱한 곳에 실제로 바그다드 카페66’이 있었다. 화가의 그림이 걸려 있어 얼마냐고 물으니 파는 그림이 아니라 그냥 수년 동안 걸려 있는 그림이라고 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뚱뚱한 여주인공이 마술을 하는 장면이 너무 좋아서, 내 슬픔을 아니 타인의 슬픔을 마술로 녹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어떤 눈속임도 속일 수 없는 시간이 최고의 마술이다.

 

화가를 안다는 한국인 간호사는 그녀가 환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더니 각자 마술을 해보자던 말에 놀랐다고 한다. 간호사가 사랑했던 남자는 IS에 가담한다며 터키로 떠났다.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왔다. 그는 그림을 배우던 환자 중 한 사람으로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고 상상하는 심각한 강박증이 심했다.

 

소식을 주고받는 사이버 공간이 아닌 진짜 바그다드를 가볼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의 갈림길 같은 길 아니라 사소한 일들로 기뻐하고 슬퍼하며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여기 저기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 중이다. 언니가 병을 앓고 있어 라스베이거스에 와서 그림을 그리며 살면 안되겠냐고 물었을 때 헤어진 남편이 마카오와 그곳를 오가며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뒤엔 가기가 망설여졌다.

 

환자들과 씨름하다 보면 라스베이거스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총기 난사 사건을 뉴스에서 보고 놀랐다. 백 살에도 편지를 받는다면 행복할 것이고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뜨거운 폭염의 밤에 <바그다드 카페>의 주제가 <Calling You>를 듣는다. 꿈을 꿀때도 밝은 상점들의 거리 어느 찻집에 앉아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국에 가볼까 하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 메일을 쓰다 말고는 했다. 요즘 전쟁이라는 말과 그것이 남긴 상처들에 지쳐 있기도 하였다.

 

초조한 마음에 추천해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읽는 중이라고 적을 때 외로움이 묻어난다. 둘의 공통된 취미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인데 극장 한 번 같이 못 가봤고 따로따로 뉴욕 맨해튼의 소호 안젤리카 극장에서 같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본 것 외에는 없다.언젠가 두 사람이 설정한 가상의 공간 바그다드 카페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만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두 주인공은 극도로 불안한 세상에서 음울하지만 일상을 낭만적으로 그려낸다. 나는 오래 전 펜팔 친구를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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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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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의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이 소설은 리커버 에디션으로 판타지 소설이다. 책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체 공간을 옮겨 놓은 지도를 수록하고 있다.

 

초나라는 문자가 허술했다. [시원기]속의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해오다 후세 글자로 옮겨졌다. 초는 수많은 유목 부족을 통합하면서 나하 북쪽의 대륙을 차지했다. 초는 옮겨 다니며 살아서 포로를 먹일 수 없었고 잡혀 온 자들은 싸움터에 내보낼 수 없어 모조리 죽였다.

 

단나라 강역은 나하 남쪽에서 바다에 이르는 대륙이다. 단은 [단사]에 적혀서 전해진다. 단은 문자를 알았고 문자로 세상일을 적었고 문자를 받들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으나 세상에는 없는 것들을 세상의 땅위에 세우려고 단은 싸우고 또 싸웠다. 강남 대륙의 동북쪽에 높은산이 솟았는데, 꼭대기는 흰색이었으므로 이름은 백산이었다.

 

말들은 초승달이 뜰 때마다 달리기를 거듭했다. 말 떼가 지나간 자리에 말똥이 떨어져서 땅이 걸었다. 말들은 대를 이어가며 달을 쫓아 달렸다. 초원에 말들의 달맞이 길이 났다. 이 길의 이름은 마명로인데 시원기와 단사의 기록이 같다.

 

추는 맨 처음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이었다. 나하 상류 초원에 살았고 스무 살 무렵에 젊은 무당과 교접했다. 무당이 딸을 낳다가 죽었는데 딸의 이름은 요였다. 요는 열다섯 살 때 신기를 받았다. 초원에서 춤을 추다가 말 떼를 보았다. 말 한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왔고 총총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추는 말의 이빨 사이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걸었다. 총총은 고삐를 조금만 당겨도 사람의 뜻을 알아챘다. 추는 말을 타고 달릴 때 이 세상이 멀리 보이고, 내려다보였다. 추는 기루가루 부족장의 군영을 향했다. 말타기의 놀라움을 부족장에게 알려줄 참이었다. 여섯 달 동안 부족장의 군영에 머물며 들 말을 끌어다가 길들여서 군장들에게 말타기를 가르쳤다. 떠나는 날 부족장이 추를 불러 사는 마을을 물었다.

 

추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요와 총총이 한데 누워 있는 모습에 분노하여 총총을 칼로 내려친다. 군장은 추에게 선물을 준다고 왔는데 추에 목을 쳤다. 말타기의 비밀을 유지해야만 부족의 땅은 더 넓어질 것이었다. 군장은 총총의 머리와 추의 머리를 자루에 담아 부족장에게 바친다. 총총이 죽던 날 요는 초원 가운데 우뚝 솟은 백산으로 들어간다. 요는 백오십 살을 살았고, 죽은 후에도 넋이 되어 이 땅의 죽은 자들을 달래준다고 후대 사람들은 전했다.

 

단의 왕 칭의 군독인 황의 전마인 야백(夜白)이라는 말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飛血馬)혈통이다. 초나라 왕자 표의 말 이름은 토하(吐霞)였다. 신월마 일등품의 직계 후손으로 암컷이었다. 겨울에는 눈보라를 들이마시고 더운 콧김을 뿜어냈다.

 

초와 단이 팔풍원에서 가장 크게 싸움을 벌인 기간은 상현에서 초승까지 스무 날 남짓 동안인데, 웬일인지 이 기간에 말들은 물가를 묶여 있었고, 양쪽 보병들 간에 백병전이 벌어졌다.

 

방어진에서 전세가 불리해진 군독 황의 벌거벗은 몸이 초군 쪽으로 발사되어 날아가 파열되는 것을 보고 야백은 스스로 이빨을 빼서 재갈을 벗는다. 칭은 자신의 가짜 머리를 초나라 군대에게 넘겨주고 살아나지만 사는 게 아닌 것이 되었다. 야백은 아침 물가에서 토하를 만나서 흘레했다. 사람의 고삐를 벗어던지자 상류가 야백을 끌어당겼다. 초의 암말 토하와 흘레한 기억은 별처럼 마음에 박혀 있었고 길은 모두 흘러갔다.

 

표는 아무런 용무가 없어도 내위 군사 몇 명을 따르게 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들판을 달렸다. 토하는 그때마다 왕이 된 표를 태웠다. 표가 박차를 지를 때 토하는 아랫배에 벼락이 꽂히는 느낌이었다. 마의는 토하에게 독이 든 풀을 먹이에 섞어서 먹였고 잠이 들어서 쓰러졌고 핏덩이는 녹아서 흘러나왔다.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짐승의 태에 붙어서 생겨난 핏덩이를 유생이라고 불렀다. 토하가 병약해지자 마의를 목부로 강등시켜 목장으로 보냈고 토하를 삼등마로 낮추었다.

 

칭은 황의 총마 야백이 군진에서 도망갔다고 보고 받았다. 칭은 이따금 야백을 타고 달릴 때의 승마감을 떠올렸다. 말이 쓰는 힘이 말 탄 자에게 느껴지지 않았다. 힘차고 가벼웠으며, 솟구치고 내려앉을 때의 출렁거림이 순했다. 말이란 본래 사람을 따르는 짐승이라 적에게 갔다면 크게 쓰이겠구나 말한다.

 

초겨울 동풍에 칭은 마른 초원을 불 질렀다. 동풍은 백산 너머에서 일어나서 나하 하구 쪽 바다로 향했다. 불길이 멀리서 너울거릴 때 초군은 들에 나와서 불을 구경했다. 열기가 느껴지자 초군은 사태를 깨달았다. 병력으로 불길에 맞설 수 없었다. 상양성 남서쪽의 묘동이 불이 옮겨붙어서 단의 전적들이 모두 불탔다고 전해들었다. 야백과 토하는 재회했지만 걷다가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이 소설은 야설적이고 시공을 허무는 판타지적 세상을 구현했다는 점이 새로웠다. 야백과 토하 두 말의 사랑이야기지만 태초에 말을 탔다는 추와 그의 딸 요의 이야기가 더 인상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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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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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스트셀러 [구미호 식당]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죽은 이의 시간을 빌려 당신의 가장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는 비밀스러운 구미호 카페, 여러 사람의 소망이 뒤섞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곳에 오면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오성우는 길에서 설문지를 들고 구미호 카페를 찾아간다. 카페는 달이 뜨는 날에만 문을 연다. 보름달, 반달, 초승달, 낮달이 뜨는 날이다. 카페에서 물건을 산다면, 정해진 시간 동안 간절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세 번째 카페를 간 날 짝사랑 하는 지레가 털장갑을 사 가는 것을 보고 눈에 띄던 다이어리를 산다. 이곳에 룰이 있는데 들어왔을 때 아는 사람을 만나도 절대 알은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카페에 있는 물건은 죽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을 망각의 강에서 수집한 것이라고 불사조를 꿈꾸는 심호라는 구미호가 말했다. 직원은 아직 이름에 자를 달지 못한 애송이 구미호는 꼬리라고 했다. 특이사항은 18일을 죽은 이의 삶을 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성우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이라고 적었다. 이유는 잘생기고 부자인 사촌 재후가 지레에게 반지를 사주는 것을 보고 자신도 친해지고 싶었고 돈이 생긴다면 당장 지레에게 매일 반지를 사주고 그럼 감탄하고 좋아하고 마지막으로 성우에게 반하는 기적을 만들고 싶었다. 돈벼락이나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이어리를 갖자 마자 소원이 이루어진다.

 

지레가 털장갑을 구입한 이유는 순대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이 있는데 성우는 기억조차 못하는 것이 못내 서운하다. 꾸준히 이야기를 하지만 도통 기억해내지 못한다. 순대만 떠올리면 머릿속이 캄캄해지고 영조 얼굴만 떠오를 뿐이다. 지레가 룰을 어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순대와 오뎅을 파는 분식집을 운영하는 영조 아버지는 주걱을 사 갔다. 영조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 생신 파티를 하는 것이었고, 아버지는 영조에게 장인 비법을 물려주고 싶어했다. 성우는 그날 받은 돈을 그날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궁금해서 카페를 찾아가 물으면 믿고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했다. 죽은 사람들의 물건으로 인해 얻은 시간은 손님의 시간이 아니라 죽은 자의 시간을 얻어 사는 것이니 죽은 자들의 시간은 오늘과 내일이 연결되지 않는다. 성우는 지레가 간절히 원했던 건 뭘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런데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후는 엄마 아빠만 외국으로 갔을 때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다. 이모 집에서 생활하면서 학교 다니는 것이 힘들지만 공부를 못하는데 외국으로 가면 성적이 더 떨어질 거라고 재후 엄마가 재후를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재후 할머니와 엄마는 고부 갈등을 겪고 있어 왕래가 없어졌다. 마지막 재후가 선택한 일이 기특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재후는 좁은 방에서 함께 지내는 것을 허락해 준 성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성우와 지레, 재후와 영조가 바라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졌을까? 룰을 여겼다고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지는 않았지만 룰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어느 시간을 통째로 잊어버린 듯했다. 주어진 특이사항 시간은 짧은데 그 시간을 허비하면서 딴 길로 간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남의 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 될 수 없었다. 남의 시간은 남의 시간에 불과했다. 심호가 말했다. 물건값으로 우리의 시간 중에 하나를 가져갈 거라고. 처음 거래를 시작한 날 가져갈 수도 있고 중간에 가져갈 수도 있고 마지막 날 가져갈 수도 있다고 말이다.

 

구미호 카페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일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만큼이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을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달콤한 제안인가. 만약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주저 없이 자신의 시간을 주고 타인의 시간을 살 것인가? 타인의 시간을 살고 나왔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남의 것은 커 보이고 남의 것은 훌륭해 보이는 반면 내가 가진 것들, 내게 머무는 것들은 한없이 보잘것없고 부족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소중하기에 내가 만들어 간다는 저자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책 청소년 문학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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