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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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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찾아 산에서 산으로 흘러 다녔던 것일까. 아니 우리는 일상을 멈추고 먼 산으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p12

 

[순례]는 박범신 작가의 등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산문집 2종 동시 출판하였다. 삶의 비의와 신의 음성을 찾아가는 머나먼 길, 지극한 정신과 육체로 몰아붙인 순수의 여정이다.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를 압축하고 새로 다듬은 글이며, 산티아고 순례기와 폐암일기는 최근에 집필한 글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걷는 것 뿐이다. 자동차도 없고 비행기도 없다. 오직 내 앞에 놓인 길만이 나를 도울 뿐이다. ‘나마스테히말라야를 걸을 때 필요한 말은 그것뿐이다. 여기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이고 내일은 에베레스트로 혼자 떠난다. 내 가슴속 폐허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작가는 K형에게 편지를 쓴다.

 

로지에서 배낭을 대신 짊어져 줄 짐꾼 한명을 고용한다. 짐꾼 로리스 라이는 열여덟 살이다. 포터 4년 차로 열네 살 때부터 짐을 지고 히말라야 산비탈을 계속 걸은 셈이다. 네팔에선 9월이 우리의 신년, 정월이다. 우리가 한겨울에 새해를 맞는 것과 달리, 그들은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새해를 맞는다.

 

세 시간 만에 해발 남체바자르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고소증에 걸려 고생하게 될 줄은 짐작조차 못 했다. 산은 반드시 우리에게 시험대를 배치해둔다. 고소증은 전신 무력증이 급격히 깊어졌다. 극심한 두통이 왔고 해열제와 두통약을 복용했으나 차도는 없었다. 헛배가 부르고 구토증이 나서 식사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으며 손발은 물론 대퇴부까지 끓는 물에 집어넣는 것처럼 저렸고, 극심한 설사가 찾아왔다.

 

트레킹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나그네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나마스테!” 소리로 인사를 하지만 고도로 올라가면 달라진다. 해발 4천여 미터를 넘어가면 나마스테!”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더 올라가면 거의 묵음 상태에 이른다.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했던 소설 <촐라체>는 박정헌과 최강식의 조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소설이다.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 에베레스트에서 죽어간 등산가 조지 맬러리는 말했다. 에베레스트는 세계적 산악인들의 무덤이다.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워서 이 험한 곳에 오려는 걸까요.

 

안나푸르나로 떠나면서 네팔 제2의 도시라 할 수 있는 포카라에 가야 한다. 포카라는 호반의 도시로 사철 따뜻하다. 한국 식당에서 운영하는 방에서 자기도 하고 호수 가까운 싸구려 호텔에서 머물기도 한다. 과거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미래는 정지되어 있으며, 현재는 장강의 물처럼 느릿느릿, 흐르지 않는 듯이 흘러간다. 무엇을 찾아 나는 끝없이 헤매는 것일까요.

 

히말라야 산협을 걸으면서 아프게 다가온 회한은 대개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남녀 간의 연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떠받치고 있는 근본으로서의 에너지가 사랑이라면 너무 보편적일까. 사랑 이외에 우리가 모든 진심을 맡겨도 좋은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생각한 날이 많았다. 새봄에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러 간다. 길은 그러므로 살아있는 것의 최초이자 최종적 존재 증명이라 할 것이다. 살아있으므로 우리는 누구나 오늘도 앞서간 사람들이 만든 길을 따라 걷는다.

 

자식이라는 이름의 배낭은 인생길에서 하나의 방부제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 자식이라는 배낭이 허리가 휘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배낭이야말로 인생길에서 시종 뜨겁게 걷도록 도울 뿐 아니라 축복에 가깝다고 했다. 자식만 인생길의 배낭인 것은 아니다. 저자의 경우는 소설 쓰기 역시 평생의 배낭이었다. 혹시 지금 당신이 지고 있는 인생길의 그 짐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진다면 내버릴 궁리만 할 게 아니라 그 배낭에 차라리 내 어깨를 흔쾌히 내맡겨보면 어떨까 싶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순례길 다녀와 여러 가지 병을 얻었다. 가장 고생한 것은 폐렴. 순례길을 완주하고 산티아고 도착한 이틀 후였다. 폐렴 치료를 계속 받던 중 폐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면서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설마했지만 CT를 찍었고, 폐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다. 죽음 자체는 무섭지 않다. 무서운 건 그것에 이르는 어수선한 과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인생 자체가 결국 순례이며, 병마 또한 하나의 순례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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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3
더글라스 케네디.조안 스파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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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을 믿어야 해. 닥쳐오는 어려움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믿는 것뿐이야.p296

 

오로르 시리즈는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깊은 울림으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과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는 세 번째 책으로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의 눈으로 보는 다름에 대한 울림을 전해준다.

 

열한 살 오로르는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있다. 말을 못하는 원인으로 엄마 아빠는 몹시 슬퍼했고 직후에 헤어져 살기로 결정했다. 열네 살 에밀리 언니와 엄마와 살고 있다. 아빠는 소설가이고 엄마는 은행원이다. 오로르에게 신비한 능력이 있는데 사람들의 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능력은 조지안느 선생님과 경찰서 형사들만 아는 비밀이다.

 

오로르는 현실 세계가 힘들고 지칠 때 혼자 비밀 세계로 찾아간다. ‘참깨 세상이라 불리는 세계에서는 오로르가 말도 할 수 있고 오로르를 도와주는 친구 오브도 만난다.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에서는 이혼해서 따로 살던 아빠와 엄마가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합친다. 태블릿으로 말하는 법을 가르쳐 준 조지안느 선생님이 떠나고 새 가정 교사로 다이안 선생님이 온다. 스물세 살의 다이안은 자폐증이 있고 여성을 좋아하는 성소수자로 등장한다.

 

다이안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연설을 하게 되어 뉴욕으로 가자고 했다. 자폐 아동으로 자라면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이야기를 직접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것이다. 오로르도 같이 연설하면 좋겠다고 말했고 태블릿에 쓰는 걸 큰 화면에 띄워서 사람들이 다 읽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해야 하는데 오로르가 특별한 아이로 구경거리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엄마는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히트하면서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졌다. 자폐증은 아주 다양해서 혼자 외출하기 힘들고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이안 선생님이나 오로르처럼 큰 도움 없이 잘 지내는 경우도 있다.

 

공항에서 태블릿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실강이를 벌였지만 무사히 뉴욕에 도착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남자 아이 바비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바비는 집에서 도망 나왔고 엄마는 사라지고 아빠가 부자고, 호텔을 짓는 사람이고 저니나라는 새엄마는 바비한테 다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바비는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 없어졌다. 다음날 노숙을 하고 도움을 요청해왔다.

 

오로르는 악당들과 맞서게 되었고 태블릿도 빼앗겼다. 태블릿이 없으면 말을 할 수 없으니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 마음씨 좋은 버지니아 아주머니를 만나고 공항에서 데려다 준 살 아저씨는 사촌 제리라는 경찰을 데리고 왔다. 태블릿 뒤에서 빼낸 배지를 보여 주며 저는 오로르 형사입니다자신을 소개했다.

 

오로르는 형사는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비를 만난 일부터 한밤중에 호텔로 찾아온 일, 르로이 아저씨가 폭행을 당하고 이고르가 총을 겨눈 일, 저니나가 바비를 자동차 트렁크에 가두고 태블릿을 빼앗고 경찰에 신고하면 바비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일 등을 말했다.

 

바비와 르로이 아저씨를 아파트가 폭발하기 직전에 구할 수 있었다. 오로르는 뉴욕의 영웅이 되었다. 바비의 아버지가 언론에 다 얘기했다. 자기 아들을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악당 중 루이스라는 사람이 태블릿을 오로르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악당이면서 양심이 조금 있는 사람 같았다.

 

컬럼비아 대학교 게츠 교수는 오로르가 연설하기 전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만나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쓰는 책에 인터뷰 내용을 넣는데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다루는 책이라고 했다.

 

오로르 시리즈 중 1권과 3권을 읽어보았다. 두 권을 읽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소설의 앞부분에서 주인공 오로르와 오로르를 둘러싼 인물들의 배경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눈을 보고 마음과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는 오로르는 능력을 발휘해 경찰을 도와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오로르 시리즈는 자신의 다름을 긍정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믿는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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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아웃 특서 청소년문학 3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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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아웃]은 유전자 조작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으나 미래 청소년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턴아웃이란 발레에 관한 용어로 춤을 출 때, 발과 다리를 엉덩이 관절에서부터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전설의 발레리나 신수연의 딸이자 엄마의 꿈인 제나는 발레리나를 꿈꿔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엄마 영상을 보면서 반하긴 했지만 발레리나는 엄마의 선택이었다. 제나와 친한 사이였지만 재능 차이를 느끼고 열등감과 질투에 빠진 소율은 같은 발레단 수석 무용수 송라희가 죽기 얼마 전, 의문의 파일을 전달 받는다. 바로 제나의 메디컬테스트 기록이었다. 라희가 나노칩 시술자였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제나는 완벽한 턴아웃을 잘해냈고 소율은 죽도록 연습하는데 제나한테 밀리는지 알 수 없었다.

 

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시술이 성행하는 시대, 대부분 유럽 발레단들은 발레리나의 유전자 조작이나 나노칩 시술을 허용하지만 한국은 발레리나의 과학 시술을 금지하는 미국과 러시아, 아시아권 몇몇 나라 중 하나다. 극성맘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딸을 낳아 발레리나를 시켰다. 나노칩 시술을 받지 않은 발레리나가 없을 정도로 많은 논쟁과 비판에도, 발레리나들은 인대가 파열되고 뼈가 틀어지거나 금이 가는 부상을 줄여보려고 발버둥쳤다.

 

예술이란, 인간의 노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근데 몸을 시술해서 예술을 표현한다면, 그게 주사를 맞고 번개처럼 달리는 운동선수와 뭐가 다르겠니?p66

 

제나의 엄마 수연은 20년 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던 중 토슈즈에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박혀 큰 부상을 입었다. 1년이 지나도 복귀하지 않았고 천문학자인 아빠와 결혼을 하면서 시험관 아기를 제안했다. 유전자를 조작해서라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될 재목을 낳길 바랐다. 제나는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시험관 아이였다.

 

제나는 <지젤>오디션에 발탁되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백 번이나 같은 동작을 연습시켰던 엄마, 한달 넘게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고, 엄마는 또다시 연습을 시켰다. 제나는 슈퍼스타 발레리노들보다 더 힘차게 점프할 수 있고, 허공에 머무는 시간 또한 다른 발레리나들보다 길다. 한마디로 완벽하다.

 

서울시립발레단은 오로지 인간의 노력만으로 공연하는 몇 안 되는 발레단인데 송라희에 이어 두 번째 나노칩 시술자가 나왔다. 수연과 친구이기도 한 서단장은 니키 안을 해고라고 했다.서단장은 제나의 유전자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감춰왔던 비밀을 라희에게 들키고 말았다.라희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제나에게 연락을 했다. 제나는 송라희의 휴대전화와 서 단장과 엄마, 그리고 자신의 유전자 분석 기록이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의 고백을 들었다. 엄마가 그토록 사랑하던 발레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와 엄마와 서단장의 길고 긴 악연으로 빚어진 스토리가 다시 발레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의 부름에 따른 건 별이 보고 싶었다. 밤 하늘에 빛나는 수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면, 심장을 누르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서단장을 찾아갔고 공연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의 힘을 빌어 맞춤형 아기가 태어나는 현실은 섬뜩할 것 같다. [턴아웃]은 부모나 타인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꿈, 강요당한 꿈이 아닌 내 마음이 가리키는 길을 밀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꿈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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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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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와 엄마 장차현실의 티키타카 성장기다. 은혜씨가 어렸을 때 이야기면서 엄마는 힘든데도 불구하고 책도 쓰면서 은혜씨를 키우느라 애쓰고 고생했다. 책에는 은혜씨가 태어나면서 열두 살 무렵까지 에피소드가 담겼다.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은혜씨가 엄마 장차현실을 그린 스케치 그림 1점과 장차현실 작가가 그린 성인 은혜씨를 그린 컬러 그림 2점이 특별히 수록됐다. 은혜씨가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만화로 되어 있어 그림을 보고 읽는 재미가 있다.

 

젊고 건강한 30대 엄마, 사랑스럽고 예쁜 어린 은혜가 있다. 꿈 많고 젊은 엄마는 은혜의 발달장애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자신을 포기 못해 헤매며 길을 찾는다. 마냥 슬퍼하고 있기에는 은혜에게 미안했고 은혜와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며 삶에 집중했다.

 

은혜의 장애를 엄마는 오랫동안 슬퍼했다. 그때 기분은 놀이공원에서 열차가 뒤로 퍽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아이의 탄생은 새로운 세상의 경험을 주었다. 그러나 친구나 가족들에게 은혜의 장애는 충격이었다. 위축되고 슬퍼져서 사람들에게 연락을 안 한다.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장애가 있는 아이에 대해 준비가 안돼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찾았다. 아이에게 요란한 프로그램보다 보살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설날이 되면 가족들이 모이고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아야지 뭐. 속상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노 할머니는 아무 걱정 말아라. 잘 클거다 말씀하셨고 은혜는 잘 크고 있다.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돌보느라 늘 지쳐 있는 엄마들이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태도에 따라 치유가 되기도 하고, 아이와 자신을 더욱 힘들게도 한다.

 

장애 아동은 조기교육이 특히 중요하단다.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해본다. 운동, 인지교육, 통합, 해야 할 것이 많으니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조기특수교육실에서 본 엄마들은 아이의 장애가 자신의 잘못인 양 가족들에게 죄스러워 한다. 숨가쁜 하루를 지내며 자신조차 돌볼 수 없는 엄마들을 보았다. 배려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 더욱 필요하다. 이 봄, 그녀들에게 봄바람이 신나게 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장애인인 딸을 항상 불안해한다. 때때로 딸을 믿지 못하는 내가 밉다. 은혜가 싫든 좋든 아이의 옆에 있는 게 좋다. 딸이 좋은 이유는 목욕탕에 같이 갈 수 있다. 취향이 비슷하다. 은혜 장난감을 내가 갖고 놀 수 있다. 부엌일을 둘이 같이 해도 좋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엄마가 상처 입고 힘들어할 때, 엄마 사랑해하는 내 새끼가 젤 예쁘다.





인생이 슬프게 느껴진다. 그런데 모든 괴로움을 무너뜨리는 게 있다. ‘엄마 배고파엄마 외로운거 그만하고 밥 먹자고 말한다. 다훈증후군의 딸과 엄마, 낯선 시선이 늘 따라다닌다. 엄마는 장애인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간증비슷하게 했다. 훌쩍이기도 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그 하나 된 기분으로 밥을 먹는다.

 

차츰 차츰 은혜에 대해 알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아이를 대하던 그 마음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은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 자신의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 은혜가 따뜻한 능력을 소유하며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기쁜 성을 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당한 것에 맞부딪혀 싸울 줄 아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아이에게 단비를 내려주는 좋은 엄마이고 싶다.

 

은혜는 멋을 부리는 나이가 되었다. 붉은 체크무늬 바지에 하늘색 조끼를 입고 허리를 묶는다. <헬렌 켈러>를 집어 들어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이 문구를 가장 좋아한다. 책을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간다. 은혜의 외출은 세상과의 도전이다. 외출이라 하지 않고 출정이라 부른다.





이사 온 이후 겨울 채비를 했다. 김장을 해서 땅에 묻고 개집도 덮어주고, 나무들도 짚으로 싸주고 20평 남짓 작은 텃밭이 있다. 아프다 깨어난 아이는 엄마에게 살아 있음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아이는 깨달음을 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행복의 기준은 내 안에 존재한다.

 

서른네 살의 은혜는 독립하여 혼자 살아가고 있다. SNS 친구만 해도 수천 명이 넘는 은혜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면 가끔 안도의 숨을 쉰다. <은혜씨 덕분입니다> 속에는 힘들지만 아이를 키우며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속의 기쁨과 행복의 순간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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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 미국 중·서부 - 미국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나 부자와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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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은 동부에 이어서 중서부지역의 16개 미술관을 다루었다. 중부지역의 시카고 미술관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다음으로 큰 미술관이다. 소장품도 많고 전시실, 관람객도 많다. 다운타운의 그랜트 공원 안에 있다. 미술관의 북쪽에는 2004년에 완성된 밀레니엄 공원이 있다.

 

저자는 시키고 미술관 2층의 인상파 전시실로 들어서며 ~!’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인상파란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일어난 일종의 미술 혁명이었고 당시에는 평가받지 못했던 아방가르드 그림이었다. 시카고 부자들은 파리를 여행하면서 이런 그림들을 사 모아 미술관에 기증했다. 인상파 그림을 수없이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시카고 유지들의 미술에 대한 높은 안목과 더불어 아낌없는 기부와 기증 덕분이다.

 

텍사스 동북쪽에는 댈러스라는 도시가 있고, 서쪽 가까운 곳에 포트워스라는 낯선 이름의 작지 않은 도시가 있다. 댈러스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곳이고,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이기도 해서 그 이름이 익숙하다. 킴벨 미술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아몬 카터 미술관 등 세 개나 있다. 킴벨은 정통 유럽 미술품을,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작품을, 아몬 카터 미술관은 미국 작가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한다.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은 샌타페이 한복판에 자리한다. 미국 여성 현대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기념하는 개인 미술관이다. 오키프는 40대 중반에 이르자 신경쇠약으로 작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작품은 매우 두드러진 특색이 있어서 쉽게 구분해낼 수 있다. 한국 최고의 여성 화가인 천경자의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은 동부에 비해 문명화가 뒤지고 미술관도 훨씬 늦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LA는 동부의 보스턴이나 제임스타운보다 50여 년 먼저 서양인들이 뿌리내린 곳이다.그림은 때로 역사책이 된다. 시대 상황을 매우 예리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LACMA가 소장한 조지 벨로우스의 <절벽 주민들>이 그런 그림이다. 뉴욕의 한 빈민가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데, 이토록 실감나게 묘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석유재벌이었던 폴 게티는 로스앤젤레스에 빛나는 두 개의 보석을 남겼다. 게티 빌라와 게티 센터이다. 게티 빌라를 찾아갈 때는 경치가 일품인 말리부 해안을 드라이브해서 가야 한다. 폴 게티는 유명한 수전노이기도 했다. 손자 존 폴 게티가 괴한들에게 납치사건은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고 한다. 게티는 여성 편력이 남다른 재벌이었고 여자에게는 엄청난 돈을 썼다. 예술에는 약했는지 자기의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려고 미술품에 빠졌고 미술품을 끊임없이 사 모았다.





예술작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따라 다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 이야기 때문에 작품도 미술관도 유명해진다. <핑키><파란 옷을 입은 소년>은 헌팅턴 미술관에 들어올 때까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그림이었다. 함께 전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많은 TV쇼에서 두 그림은 한 쌍이 되어 등장하곤 한다. 영화에서도 가끔 한 쌍이 되어 화면에 나타난다.

 

서부 지역의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건물 자체도 스페인풍이고 소장품도 스페인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에 강점을 가진 미술관이다. 샌디에이고는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멕시코 지배하에 들어갔다. 지역의 미술관인 만큼 스페인풍이 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동부 해안에서부터 시작된 나라이다. 동부에서 서부로의 끊임없는 전진이 미국의 역사였다. 이를 서부 개척이라고 한다. 최후 종착지가 오늘날의 오리건, 아이다호, 와이오밍, 몬태나, 워싱턴주라고 불리는 서북부 지방이다. 포틀랜드 미술관은 1892년에 만들어졌고 미국의 서부지역에서 선두 미술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미술관을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오리건주의 개척자이면서 최고 사업가인 헨리 코버트이다. 이사회 초대 의장을 지냈고, 미술관에 거금을 기부했다.

 

재벌이 많은 돈을 들여 만든 미술관이 재벌 후손의 소유가 아닌 공익재산이 된다는 것,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부자와 미술관]은 기업의 운영과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문화적인 힘은 부유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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