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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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와 엄마 장차현실의 티키타카 성장기다. 은혜씨가 어렸을 때 이야기면서 엄마는 힘든데도 불구하고 책도 쓰면서 은혜씨를 키우느라 애쓰고 고생했다. 책에는 은혜씨가 태어나면서 열두 살 무렵까지 에피소드가 담겼다.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은혜씨가 엄마 장차현실을 그린 스케치 그림 1점과 장차현실 작가가 그린 성인 은혜씨를 그린 컬러 그림 2점이 특별히 수록됐다. 은혜씨가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만화로 되어 있어 그림을 보고 읽는 재미가 있다.

 

젊고 건강한 30대 엄마, 사랑스럽고 예쁜 어린 은혜가 있다. 꿈 많고 젊은 엄마는 은혜의 발달장애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자신을 포기 못해 헤매며 길을 찾는다. 마냥 슬퍼하고 있기에는 은혜에게 미안했고 은혜와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며 삶에 집중했다.

 

은혜의 장애를 엄마는 오랫동안 슬퍼했다. 그때 기분은 놀이공원에서 열차가 뒤로 퍽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아이의 탄생은 새로운 세상의 경험을 주었다. 그러나 친구나 가족들에게 은혜의 장애는 충격이었다. 위축되고 슬퍼져서 사람들에게 연락을 안 한다.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장애가 있는 아이에 대해 준비가 안돼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찾았다. 아이에게 요란한 프로그램보다 보살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설날이 되면 가족들이 모이고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아야지 뭐. 속상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노 할머니는 아무 걱정 말아라. 잘 클거다 말씀하셨고 은혜는 잘 크고 있다.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돌보느라 늘 지쳐 있는 엄마들이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태도에 따라 치유가 되기도 하고, 아이와 자신을 더욱 힘들게도 한다.

 

장애 아동은 조기교육이 특히 중요하단다.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해본다. 운동, 인지교육, 통합, 해야 할 것이 많으니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조기특수교육실에서 본 엄마들은 아이의 장애가 자신의 잘못인 양 가족들에게 죄스러워 한다. 숨가쁜 하루를 지내며 자신조차 돌볼 수 없는 엄마들을 보았다. 배려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 더욱 필요하다. 이 봄, 그녀들에게 봄바람이 신나게 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장애인인 딸을 항상 불안해한다. 때때로 딸을 믿지 못하는 내가 밉다. 은혜가 싫든 좋든 아이의 옆에 있는 게 좋다. 딸이 좋은 이유는 목욕탕에 같이 갈 수 있다. 취향이 비슷하다. 은혜 장난감을 내가 갖고 놀 수 있다. 부엌일을 둘이 같이 해도 좋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엄마가 상처 입고 힘들어할 때, 엄마 사랑해하는 내 새끼가 젤 예쁘다.





인생이 슬프게 느껴진다. 그런데 모든 괴로움을 무너뜨리는 게 있다. ‘엄마 배고파엄마 외로운거 그만하고 밥 먹자고 말한다. 다훈증후군의 딸과 엄마, 낯선 시선이 늘 따라다닌다. 엄마는 장애인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간증비슷하게 했다. 훌쩍이기도 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그 하나 된 기분으로 밥을 먹는다.

 

차츰 차츰 은혜에 대해 알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아이를 대하던 그 마음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은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 자신의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 은혜가 따뜻한 능력을 소유하며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기쁜 성을 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당한 것에 맞부딪혀 싸울 줄 아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아이에게 단비를 내려주는 좋은 엄마이고 싶다.

 

은혜는 멋을 부리는 나이가 되었다. 붉은 체크무늬 바지에 하늘색 조끼를 입고 허리를 묶는다. <헬렌 켈러>를 집어 들어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이 문구를 가장 좋아한다. 책을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간다. 은혜의 외출은 세상과의 도전이다. 외출이라 하지 않고 출정이라 부른다.





이사 온 이후 겨울 채비를 했다. 김장을 해서 땅에 묻고 개집도 덮어주고, 나무들도 짚으로 싸주고 20평 남짓 작은 텃밭이 있다. 아프다 깨어난 아이는 엄마에게 살아 있음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아이는 깨달음을 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행복의 기준은 내 안에 존재한다.

 

서른네 살의 은혜는 독립하여 혼자 살아가고 있다. SNS 친구만 해도 수천 명이 넘는 은혜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면 가끔 안도의 숨을 쉰다. <은혜씨 덕분입니다> 속에는 힘들지만 아이를 키우며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속의 기쁨과 행복의 순간들이 가득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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