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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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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의 저자는 화가인 동시에 산문가이며 소설가다. 저자는 오랜 시간 뉴욕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나누었다. 몇 년 전 SNS에 친구 요청을 해온, 의사라는 사람과 두 번쯤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던 인연의 이야기 뼈대에 상상의 살을 붙여 서간체 소설이 탄생하였다.

 

소설은 한국 여성인 화가와 남성인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외과 의사와 SNS를 통해 편지를 주고 받는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두 사람을 연결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직 못 본 그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기는 하지만, 만남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소설 말미의 반전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말에서 상상의 대상을 향한 끝나지 않는 편지, 사랑과 불안과 전쟁과 평화, 그리고 불멸의 이야기임을 밝힌다.

 

뉴욕 소호에 있는 어느 화랑에서 화가 박경아와 외과 의사 A는 처음 만났다. 그 뒤로 전시장을 찾았고 주말마다 들렀지만 화가를 다시 만날 수 없었는데 우연히 페이스북을 보다가 발견했고 SNS 만남의 장소를 바그다드 카페라 정했다. 두 사람이 따로 보았던 같은 영화는 <바그다드 카페>였다.

 

화가는 결혼한지 3년 쯤 되었을 때 중국인이던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후 마술을 배우러 다녔다. 의사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살 폭탄 테러로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실려 들어오는 지옥의 날들을 보내던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남기고 아내가 떠났다.

 

총기난사 사건 뉴스를 보던 중 총성이 음악 소리인 줄 알았다. 총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시대,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외로워서 낯설고 위험한 곳으로 떠나 소외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고 당신은 외로워서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돌이켜 생각하니 젊은 날 외로움은 우리의 힘이고 용기였다.

 

이라크에 파견되어 바그다드로 가는 중,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진짜 바그다드와는 700킬로미터나 떨어진 엉뚱한 곳에 실제로 바그다드 카페66’이 있었다. 화가의 그림이 걸려 있어 얼마냐고 물으니 파는 그림이 아니라 그냥 수년 동안 걸려 있는 그림이라고 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뚱뚱한 여주인공이 마술을 하는 장면이 너무 좋아서, 내 슬픔을 아니 타인의 슬픔을 마술로 녹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어떤 눈속임도 속일 수 없는 시간이 최고의 마술이다.

 

화가를 안다는 한국인 간호사는 그녀가 환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더니 각자 마술을 해보자던 말에 놀랐다고 한다. 간호사가 사랑했던 남자는 IS에 가담한다며 터키로 떠났다.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왔다. 그는 그림을 배우던 환자 중 한 사람으로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고 상상하는 심각한 강박증이 심했다.

 

소식을 주고받는 사이버 공간이 아닌 진짜 바그다드를 가볼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의 갈림길 같은 길 아니라 사소한 일들로 기뻐하고 슬퍼하며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여기 저기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 중이다. 언니가 병을 앓고 있어 라스베이거스에 와서 그림을 그리며 살면 안되겠냐고 물었을 때 헤어진 남편이 마카오와 그곳를 오가며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뒤엔 가기가 망설여졌다.

 

환자들과 씨름하다 보면 라스베이거스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총기 난사 사건을 뉴스에서 보고 놀랐다. 백 살에도 편지를 받는다면 행복할 것이고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뜨거운 폭염의 밤에 <바그다드 카페>의 주제가 <Calling You>를 듣는다. 꿈을 꿀때도 밝은 상점들의 거리 어느 찻집에 앉아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국에 가볼까 하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 메일을 쓰다 말고는 했다. 요즘 전쟁이라는 말과 그것이 남긴 상처들에 지쳐 있기도 하였다.

 

초조한 마음에 추천해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읽는 중이라고 적을 때 외로움이 묻어난다. 둘의 공통된 취미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인데 극장 한 번 같이 못 가봤고 따로따로 뉴욕 맨해튼의 소호 안젤리카 극장에서 같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본 것 외에는 없다.언젠가 두 사람이 설정한 가상의 공간 바그다드 카페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만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두 주인공은 극도로 불안한 세상에서 음울하지만 일상을 낭만적으로 그려낸다. 나는 오래 전 펜팔 친구를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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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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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의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이 소설은 리커버 에디션으로 판타지 소설이다. 책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체 공간을 옮겨 놓은 지도를 수록하고 있다.

 

초나라는 문자가 허술했다. [시원기]속의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해오다 후세 글자로 옮겨졌다. 초는 수많은 유목 부족을 통합하면서 나하 북쪽의 대륙을 차지했다. 초는 옮겨 다니며 살아서 포로를 먹일 수 없었고 잡혀 온 자들은 싸움터에 내보낼 수 없어 모조리 죽였다.

 

단나라 강역은 나하 남쪽에서 바다에 이르는 대륙이다. 단은 [단사]에 적혀서 전해진다. 단은 문자를 알았고 문자로 세상일을 적었고 문자를 받들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으나 세상에는 없는 것들을 세상의 땅위에 세우려고 단은 싸우고 또 싸웠다. 강남 대륙의 동북쪽에 높은산이 솟았는데, 꼭대기는 흰색이었으므로 이름은 백산이었다.

 

말들은 초승달이 뜰 때마다 달리기를 거듭했다. 말 떼가 지나간 자리에 말똥이 떨어져서 땅이 걸었다. 말들은 대를 이어가며 달을 쫓아 달렸다. 초원에 말들의 달맞이 길이 났다. 이 길의 이름은 마명로인데 시원기와 단사의 기록이 같다.

 

추는 맨 처음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이었다. 나하 상류 초원에 살았고 스무 살 무렵에 젊은 무당과 교접했다. 무당이 딸을 낳다가 죽었는데 딸의 이름은 요였다. 요는 열다섯 살 때 신기를 받았다. 초원에서 춤을 추다가 말 떼를 보았다. 말 한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왔고 총총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추는 말의 이빨 사이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걸었다. 총총은 고삐를 조금만 당겨도 사람의 뜻을 알아챘다. 추는 말을 타고 달릴 때 이 세상이 멀리 보이고, 내려다보였다. 추는 기루가루 부족장의 군영을 향했다. 말타기의 놀라움을 부족장에게 알려줄 참이었다. 여섯 달 동안 부족장의 군영에 머물며 들 말을 끌어다가 길들여서 군장들에게 말타기를 가르쳤다. 떠나는 날 부족장이 추를 불러 사는 마을을 물었다.

 

추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요와 총총이 한데 누워 있는 모습에 분노하여 총총을 칼로 내려친다. 군장은 추에게 선물을 준다고 왔는데 추에 목을 쳤다. 말타기의 비밀을 유지해야만 부족의 땅은 더 넓어질 것이었다. 군장은 총총의 머리와 추의 머리를 자루에 담아 부족장에게 바친다. 총총이 죽던 날 요는 초원 가운데 우뚝 솟은 백산으로 들어간다. 요는 백오십 살을 살았고, 죽은 후에도 넋이 되어 이 땅의 죽은 자들을 달래준다고 후대 사람들은 전했다.

 

단의 왕 칭의 군독인 황의 전마인 야백(夜白)이라는 말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飛血馬)혈통이다. 초나라 왕자 표의 말 이름은 토하(吐霞)였다. 신월마 일등품의 직계 후손으로 암컷이었다. 겨울에는 눈보라를 들이마시고 더운 콧김을 뿜어냈다.

 

초와 단이 팔풍원에서 가장 크게 싸움을 벌인 기간은 상현에서 초승까지 스무 날 남짓 동안인데, 웬일인지 이 기간에 말들은 물가를 묶여 있었고, 양쪽 보병들 간에 백병전이 벌어졌다.

 

방어진에서 전세가 불리해진 군독 황의 벌거벗은 몸이 초군 쪽으로 발사되어 날아가 파열되는 것을 보고 야백은 스스로 이빨을 빼서 재갈을 벗는다. 칭은 자신의 가짜 머리를 초나라 군대에게 넘겨주고 살아나지만 사는 게 아닌 것이 되었다. 야백은 아침 물가에서 토하를 만나서 흘레했다. 사람의 고삐를 벗어던지자 상류가 야백을 끌어당겼다. 초의 암말 토하와 흘레한 기억은 별처럼 마음에 박혀 있었고 길은 모두 흘러갔다.

 

표는 아무런 용무가 없어도 내위 군사 몇 명을 따르게 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들판을 달렸다. 토하는 그때마다 왕이 된 표를 태웠다. 표가 박차를 지를 때 토하는 아랫배에 벼락이 꽂히는 느낌이었다. 마의는 토하에게 독이 든 풀을 먹이에 섞어서 먹였고 잠이 들어서 쓰러졌고 핏덩이는 녹아서 흘러나왔다.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짐승의 태에 붙어서 생겨난 핏덩이를 유생이라고 불렀다. 토하가 병약해지자 마의를 목부로 강등시켜 목장으로 보냈고 토하를 삼등마로 낮추었다.

 

칭은 황의 총마 야백이 군진에서 도망갔다고 보고 받았다. 칭은 이따금 야백을 타고 달릴 때의 승마감을 떠올렸다. 말이 쓰는 힘이 말 탄 자에게 느껴지지 않았다. 힘차고 가벼웠으며, 솟구치고 내려앉을 때의 출렁거림이 순했다. 말이란 본래 사람을 따르는 짐승이라 적에게 갔다면 크게 쓰이겠구나 말한다.

 

초겨울 동풍에 칭은 마른 초원을 불 질렀다. 동풍은 백산 너머에서 일어나서 나하 하구 쪽 바다로 향했다. 불길이 멀리서 너울거릴 때 초군은 들에 나와서 불을 구경했다. 열기가 느껴지자 초군은 사태를 깨달았다. 병력으로 불길에 맞설 수 없었다. 상양성 남서쪽의 묘동이 불이 옮겨붙어서 단의 전적들이 모두 불탔다고 전해들었다. 야백과 토하는 재회했지만 걷다가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이 소설은 야설적이고 시공을 허무는 판타지적 세상을 구현했다는 점이 새로웠다. 야백과 토하 두 말의 사랑이야기지만 태초에 말을 탔다는 추와 그의 딸 요의 이야기가 더 인상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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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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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스트셀러 [구미호 식당]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죽은 이의 시간을 빌려 당신의 가장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는 비밀스러운 구미호 카페, 여러 사람의 소망이 뒤섞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곳에 오면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오성우는 길에서 설문지를 들고 구미호 카페를 찾아간다. 카페는 달이 뜨는 날에만 문을 연다. 보름달, 반달, 초승달, 낮달이 뜨는 날이다. 카페에서 물건을 산다면, 정해진 시간 동안 간절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세 번째 카페를 간 날 짝사랑 하는 지레가 털장갑을 사 가는 것을 보고 눈에 띄던 다이어리를 산다. 이곳에 룰이 있는데 들어왔을 때 아는 사람을 만나도 절대 알은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카페에 있는 물건은 죽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을 망각의 강에서 수집한 것이라고 불사조를 꿈꾸는 심호라는 구미호가 말했다. 직원은 아직 이름에 자를 달지 못한 애송이 구미호는 꼬리라고 했다. 특이사항은 18일을 죽은 이의 삶을 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성우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이라고 적었다. 이유는 잘생기고 부자인 사촌 재후가 지레에게 반지를 사주는 것을 보고 자신도 친해지고 싶었고 돈이 생긴다면 당장 지레에게 매일 반지를 사주고 그럼 감탄하고 좋아하고 마지막으로 성우에게 반하는 기적을 만들고 싶었다. 돈벼락이나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이어리를 갖자 마자 소원이 이루어진다.

 

지레가 털장갑을 구입한 이유는 순대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이 있는데 성우는 기억조차 못하는 것이 못내 서운하다. 꾸준히 이야기를 하지만 도통 기억해내지 못한다. 순대만 떠올리면 머릿속이 캄캄해지고 영조 얼굴만 떠오를 뿐이다. 지레가 룰을 어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순대와 오뎅을 파는 분식집을 운영하는 영조 아버지는 주걱을 사 갔다. 영조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 생신 파티를 하는 것이었고, 아버지는 영조에게 장인 비법을 물려주고 싶어했다. 성우는 그날 받은 돈을 그날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궁금해서 카페를 찾아가 물으면 믿고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했다. 죽은 사람들의 물건으로 인해 얻은 시간은 손님의 시간이 아니라 죽은 자의 시간을 얻어 사는 것이니 죽은 자들의 시간은 오늘과 내일이 연결되지 않는다. 성우는 지레가 간절히 원했던 건 뭘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런데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후는 엄마 아빠만 외국으로 갔을 때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다. 이모 집에서 생활하면서 학교 다니는 것이 힘들지만 공부를 못하는데 외국으로 가면 성적이 더 떨어질 거라고 재후 엄마가 재후를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재후 할머니와 엄마는 고부 갈등을 겪고 있어 왕래가 없어졌다. 마지막 재후가 선택한 일이 기특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재후는 좁은 방에서 함께 지내는 것을 허락해 준 성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성우와 지레, 재후와 영조가 바라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졌을까? 룰을 여겼다고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지는 않았지만 룰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어느 시간을 통째로 잊어버린 듯했다. 주어진 특이사항 시간은 짧은데 그 시간을 허비하면서 딴 길로 간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남의 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 될 수 없었다. 남의 시간은 남의 시간에 불과했다. 심호가 말했다. 물건값으로 우리의 시간 중에 하나를 가져갈 거라고. 처음 거래를 시작한 날 가져갈 수도 있고 중간에 가져갈 수도 있고 마지막 날 가져갈 수도 있다고 말이다.

 

구미호 카페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일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만큼이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을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달콤한 제안인가. 만약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주저 없이 자신의 시간을 주고 타인의 시간을 살 것인가? 타인의 시간을 살고 나왔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남의 것은 커 보이고 남의 것은 훌륭해 보이는 반면 내가 가진 것들, 내게 머무는 것들은 한없이 보잘것없고 부족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소중하기에 내가 만들어 간다는 저자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책 청소년 문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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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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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은 전 세계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오리지널 힐링 소설이다. <츠바키 문구점>, <라이온의 간식> 등으로 유명한 작가 오가와 이토의 대표작이 12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특유의 맑고 깊은 시선으로 상처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링고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집은 텅 비었다. 3년을 같이 살던 남자 친구가 전 재산과 가재도구를 챙겨서 사라져 버렸다. 충격이 컷던 탓인지 목소리마저 잃어버렸다. 실어증에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링고는 십 년 전 열다섯에 가출한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을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집을 나와 외할머니 집에서 하숙하며 튀르키예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할머니가 남겨준 겨된장항아리를 안고서 고향으로 온 것이다.

 

엄마가 경영하는 작은 술집 아무르와 창고, 밭 등이 있는데 엄마의 남자 친구 네오콘의 소유였다. 엄마는 언제나 아무르에서 교태를 부리며 손님을 상대하느라 바빴다. 돼지 엘메스를 돌보는 조건으로 식비, 난방비, 월세 등은 별도로 내야 한다. 엄마 집 창고를 빌려서 식당을 열기로 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복도에서 울고 있는 링고를 구마 씨가 직원실로 데려가 냄비안에서 자는 동면쥐를 보여 주었다. 구마 씨는 식당 개업 준비에 착수하였고 일련의 준비를 지원해 주었다. 열두 시 정각에 우는 부엉이 영감의 소리를 듣다가 퍼뜩 생각이 떠올랐다. ‘달팽이 식당이라 정했다.

 

달팽이 식당은 손님을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조금 색다른 식당이다. 재료는 미리 생각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 본 후 영감으로 정한다. 개업 준비를 도와 준 답례로 구마 씨가 먹고 싶다는 카레를 만들었다. 집을 나간 아르헨티나 아내와 딸이 잠시 집에 다녀갔다는 것이다.

 

다음 손님은 몇십 년 상복을 입고 지내는 할머니를 위해 메뉴를 생각했다. 세상에 닫혀 버린 마음의 눈을 부디 떠 주기를 바람으로 요리를 했고 할머니는 엄청난 양의 풀코스 메뉴를 전부 먹었다. 며칠 후, 상복만 고집하던 할머니가 일상복을 입고 외출하고 지팡이도 짚지 않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소문을 듣고 젊은이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농사 후계자와 선생님의 맞선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계절 야채로 만든 주 뗌므 수프는 식당의 간판 메뉴가 됐다. 달팽이 식당의 요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초조해하거나 슬픈 마음으로 만든 요리는 꼭 맛과 모양에 나타난단다. 음식을 만들 때는 항상 좋은 생각만 하면서, 밝고 평온한 마음에서 부엌에 서야 해.”p205

 

고즈에는 거식증 걸린 토끼를 구해주라고 한다. 링고는 하루 동안 토끼를 돌봐준다고 약속하였고 먹기를 거부하던 토끼가 비스킷을 먹었다. 링고가 마음을 담아 만든 음식을 사람이나 동물이나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의 도피를 해 마을에 왔다는 남자 커플에게 호숫가 방갈로까지 배달하기도 했다. 링고는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진심으로 행복했다.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다. 엄마와 슈이치 씨의 영원한 사랑을 비는 기도이고, 몸을 바친 엘메스에게 감사의 기도이고, 요리를 만드는 행복을 베풀어 준 요리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이기도 했다.p245~246

 

달팽이 식당은 동면 시기를 맞았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 하나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고, 엄마가 링고를 사랑했다는 것과 첫사랑과 재회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다. 엄마가 암에 걸렸고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하며, 담당 의사가 첫사랑 슈 선배였다. 엄마의 결혼 준비를 하며 피로연을 링고에게 부탁을 했다. 애지중지 기르던 엘메스에게 미안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돼지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마지막 효도가 돼 버렸다.

 

엄마가 떠나고 달팽이 식당은 쉬고 있다. 집의 수호신인 부영이 영감을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상에, 거기 있는 것은 진짜 부엉이가 아니라 부엉이 모양의 자명종 시계였다. 시계 안에는 엄마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네가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엄마는 살아갈 수 없었다. 남자 친구에게 차인 게 뭐 대수라고! 씩씩한 딸이니까. 가슴을 더 활짝 펴고, 당당하게 살아라고 하였다.

 

모든 일이 해결된 것 같아 보이는데, 후회는 가시처럼 목에 걸린 채 내려가지 않았다.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창문에 떨어진 비둘기를 발견한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비둘기를 구어서 와인을 한모금 입에 넣은 순간 오, 맛있어, 목소리가 나왔다. 그후 링고는 요리를 버려서는 안 된다. 먹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리를 만들자고 다짐한다[달팽이 식당]은 저자가 혼을 담아 쓴 소설이라고 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고단한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줄 다정한 문장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힐링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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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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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의 저자는 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 3년 차 무당이다. 무당도 연애하나요? 무당도 노래방에 가나요? 무당은 자기 전에 뭘 하나요?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무당으로서 무당을 직접 인터뷰하기로 하였고 무당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으면서 평소에 느낀 궁금증이 많이 풀렸고, 무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새롭게 배우면서 이 책이 나온 것이다.

 

고 김금화 만신의 조카이자 제자혜경궁 김혜경

손님과 함께 울어주며 사회문제를 공부하는 무당무무

DIY와 미싱을 좋아하는 트랜스젠더 무당예원당

국가폭력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무당솔무니

판타지소설을 즐겨 읽는 시각장애인 무당송윤하

무당의 자활을 돕는 MZ세대 무당가피 등 여섯 명을 소개하였다.

저자는 인도에서 일본의 부토춤을 추다가 접신하고 신내림을 받았다. 한국에서 내림굿을 했으니 전통적인 무당이기도 하지만, 이름이칼리(힌두교의 신 이름)’인 만큼 내 정체성에는 여러 종교가 섞여 있다고 한다.

 

무당은 잘 안 되는 집을 더 많이 빌어줘야 하고, 잘될 때까지 계속 빌어주는 역할을 한다. 무당도 힘들 때가 있는데 어디 가서 치유를 받는가? 물음에 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는 산 기도를 간다. 어릴 때부터 무당인 고모가 작두 타는 것을 보고, 난 무당 되면 죽어야지, 생각했는데 일찍 결혼하고 신의 풍파가 삶을 흔들기 시작했고 애가 아프면서 어쩔 수 없이 무당이 돼었다. 무당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무는 무당이란 함께 우는 사람이라고 한다. 함께 우는 일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함께 울 일이 없어지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사회가 쉽지는 않다고 말한다. 커밍아웃은 평생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마다 내 정체성을 알려야 하니까. 비슷한 맥락에서, 무밍아웃을 처음 해보니까 반응이 어떨지, 어떤 반응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전혀 없어서 두려웠다. 끝없는 공부가 필요한 직업 옷이 오히려 종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예원당은 트랜스젠더 무당이라고 소개한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기도 어려운데, 무당이기까지 하다니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 무당이 된 후에 부모님과 멀어지겠구나 싶었는데 부모님이 정체성도 알고 있어 인정받으면서 살았다. 성소수자에게 해줄 말은 당당하게 살아라. 우리나라 퀴어들 눈치 좀 안 봤으면 좋겠다. 남 눈치를 자꾸 보니까 실수를 한다고 말한다. 무당은 희생하는 사람, 대가를 바라면 안 되는 사람, 목숨을 내놓고 사는 사람 그래야만 살 수 있단다.

 

대동굿판을 여는 무당 솔무니는 2008, 열여덟 살 때 생애 처음으로 굿판에 참여했다. 대동이 크게 하나가 된다라는 뜻으로 모든 사람이 대동굿판에서 축제처럼 신분 성별 나이 다 내려놓고 사회를 정화하는 에너지를 하나로 엮는다. 무당의 시각으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책을 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망도 있고 이제까지 해온 작업을 돌아보고 적립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송윤하 선생님은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를 해체하며 만물과 교감하는 분이다. 직업으로 사람의 몸을 만지다 보니까 깨달았는데, 마음이 아프면 그게 몸에 드러난다고 했다. 죽음처럼 푹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른 공간에 있는 느낌이 들었고 보통 기도하고 책 읽고 사람 만나고 다시 책 읽고, 거의 책 읽는 게 시작이고 끝이다.

 

가피는 노래하는 사람, 은퇴한 무당, 은퇴한 스님이다. 무당의 자활을 도우면서 유튜브 채널 행운 멘토 나비쌤에서 기도와 운세 영상을 공유하고, 사람들이 자기 안의 신을 깨닫고 믿을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을 진행한다. 무당은 영성을 추구하는 명상이나 요가처럼 마음을 본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상담을 통해서 상대방을 바꾸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변화가 일시적이어서 근본을 들여다보게 됐다.

 

이 책에는 무당 개개인의 정과 기가 담긴 괴로움과 기쁨을 기록했다. 샤머니즘과 무당에 대한 편견을 벗길 수 있는 안내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것, 영적인 것, 혁명과 영성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실천서가 되면 좋겠다고 전한다. 책을 읽으면서 홍칼리, 예원당, 나비쌤 유튜브를 찾아서 봤다. 무당의 삶에 대해서, 손님으로서 마주하는 무당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무당을 만나보는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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