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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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은 전 세계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오리지널 힐링 소설이다. <츠바키 문구점>, <라이온의 간식> 등으로 유명한 작가 오가와 이토의 대표작이 12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특유의 맑고 깊은 시선으로 상처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링고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집은 텅 비었다. 3년을 같이 살던 남자 친구가 전 재산과 가재도구를 챙겨서 사라져 버렸다. 충격이 컷던 탓인지 목소리마저 잃어버렸다. 실어증에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링고는 십 년 전 열다섯에 가출한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을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집을 나와 외할머니 집에서 하숙하며 튀르키예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할머니가 남겨준 겨된장항아리를 안고서 고향으로 온 것이다.

 

엄마가 경영하는 작은 술집 아무르와 창고, 밭 등이 있는데 엄마의 남자 친구 네오콘의 소유였다. 엄마는 언제나 아무르에서 교태를 부리며 손님을 상대하느라 바빴다. 돼지 엘메스를 돌보는 조건으로 식비, 난방비, 월세 등은 별도로 내야 한다. 엄마 집 창고를 빌려서 식당을 열기로 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복도에서 울고 있는 링고를 구마 씨가 직원실로 데려가 냄비안에서 자는 동면쥐를 보여 주었다. 구마 씨는 식당 개업 준비에 착수하였고 일련의 준비를 지원해 주었다. 열두 시 정각에 우는 부엉이 영감의 소리를 듣다가 퍼뜩 생각이 떠올랐다. ‘달팽이 식당이라 정했다.

 

달팽이 식당은 손님을 하루에 한 팀만 받는 조금 색다른 식당이다. 재료는 미리 생각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 본 후 영감으로 정한다. 개업 준비를 도와 준 답례로 구마 씨가 먹고 싶다는 카레를 만들었다. 집을 나간 아르헨티나 아내와 딸이 잠시 집에 다녀갔다는 것이다.

 

다음 손님은 몇십 년 상복을 입고 지내는 할머니를 위해 메뉴를 생각했다. 세상에 닫혀 버린 마음의 눈을 부디 떠 주기를 바람으로 요리를 했고 할머니는 엄청난 양의 풀코스 메뉴를 전부 먹었다. 며칠 후, 상복만 고집하던 할머니가 일상복을 입고 외출하고 지팡이도 짚지 않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소문을 듣고 젊은이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농사 후계자와 선생님의 맞선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계절 야채로 만든 주 뗌므 수프는 식당의 간판 메뉴가 됐다. 달팽이 식당의 요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초조해하거나 슬픈 마음으로 만든 요리는 꼭 맛과 모양에 나타난단다. 음식을 만들 때는 항상 좋은 생각만 하면서, 밝고 평온한 마음에서 부엌에 서야 해.”p205

 

고즈에는 거식증 걸린 토끼를 구해주라고 한다. 링고는 하루 동안 토끼를 돌봐준다고 약속하였고 먹기를 거부하던 토끼가 비스킷을 먹었다. 링고가 마음을 담아 만든 음식을 사람이나 동물이나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의 도피를 해 마을에 왔다는 남자 커플에게 호숫가 방갈로까지 배달하기도 했다. 링고는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진심으로 행복했다.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다. 엄마와 슈이치 씨의 영원한 사랑을 비는 기도이고, 몸을 바친 엘메스에게 감사의 기도이고, 요리를 만드는 행복을 베풀어 준 요리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이기도 했다.p245~246

 

달팽이 식당은 동면 시기를 맞았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 하나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고, 엄마가 링고를 사랑했다는 것과 첫사랑과 재회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다. 엄마가 암에 걸렸고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하며, 담당 의사가 첫사랑 슈 선배였다. 엄마의 결혼 준비를 하며 피로연을 링고에게 부탁을 했다. 애지중지 기르던 엘메스에게 미안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돼지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마지막 효도가 돼 버렸다.

 

엄마가 떠나고 달팽이 식당은 쉬고 있다. 집의 수호신인 부영이 영감을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상에, 거기 있는 것은 진짜 부엉이가 아니라 부엉이 모양의 자명종 시계였다. 시계 안에는 엄마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네가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엄마는 살아갈 수 없었다. 남자 친구에게 차인 게 뭐 대수라고! 씩씩한 딸이니까. 가슴을 더 활짝 펴고, 당당하게 살아라고 하였다.

 

모든 일이 해결된 것 같아 보이는데, 후회는 가시처럼 목에 걸린 채 내려가지 않았다.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창문에 떨어진 비둘기를 발견한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비둘기를 구어서 와인을 한모금 입에 넣은 순간 오, 맛있어, 목소리가 나왔다. 그후 링고는 요리를 버려서는 안 된다. 먹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리를 만들자고 다짐한다[달팽이 식당]은 저자가 혼을 담아 쓴 소설이라고 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고단한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줄 다정한 문장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힐링 메시지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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