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른 여행 - 다르게 시작하고픈 욕망
한지은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10년 8월
평점 :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안정된 직장과 편안한 시간들을 뒤로한 채, 낯설고 외로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는 늘 자극적이다. 평범한 사람은 흉내내기 어려울 것 같아, 왠지 굉장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 같다. 자칫 무책임하고 마음가는 대로 행동하는 자유인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모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여행 전에 내려야 할 결단, 여행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새로운 삶, 여행 중에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 그들에게 설레임이 되고 자극이 되어 살아가는 힘을 주는 건 분명한 듯하다.
작가는 서른을 앞두고 새로운 시간을 찾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의 삶도 괜찮았지만, 또 다른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 벗어나고픈 자유에의 갈망을 쫓아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 초보자들이 꿈꾸는 나라 - 유럽, 미국, 호주, 뉴질랜드 - 가 아닌 낯선 지역에 발을 디디면서 꿈꾸던 시간을 맞았고, 새로운 시간과 경험을 맛보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이대 앞에 여행 카페를 열게 된 과정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빨간 벽, 소박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하지만 그 안에서 독특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녀만의 새로운 인생을 꾸리기에 꽉 차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동네 사랑방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지닌 곳, 언제든 찾아가서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쏟아낼 수 있는 곳, 꼭 한번쯤 들려보고 싶어진다. 무작정 떠난 여행, 인도에서는 낯선 경험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도 여행은 나중으로 미루고 싶어졌다. 쾌적한 마음으로 에너지를 듬뿍 담아 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시련이 많을 법한 곳, 그래서 여행자들에게는 늘 설렘은 주는 곳.



인도에서 무수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녀의 내면은 변한다. 처음에 닫아 놓았던 마음이 열리면서 조금씩 낯선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고, 발 가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도 늘어가는 듯하다.처음 보는 이들과의 색다른 경험들, 살짝 화가 날 법한 상황 조차 여행 중에 겪게되는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두려는 작가의 고운 마음씨가 엿보인다. 위험할 것 같은 장소에서 다시 평화를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여행하는 자들만의 여유를 느끼게 된다. 요리를 배우고,여행지 안에서 역사를 찾아내면서 조금씩 그 나라와 친숙해진다. 그리고 추억을 만든다.
여행을 떠나오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이 모든 것들. 햇빛이 얼마나 고마운지,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세탁기 같은 훌륭한 기계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런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나는 알 수 있었을까. 빨래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보고 이렇게 웃게 되리라고는 상상해본 적도 없다. 평범한 일상들이 길 위에선 조금 더 특별해진다. (90쪽)
조용한 곳,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곳, 편안하지만 왠지 낯선 곳, 답답하면서도 한숨만 나올 것 같은 지역을 돌아보면서 그녀 나름대로의 생각을 쏟아낸다. 돌아 온 후의 불안함은 어디서든 엿보기 힘들다. 여행을 떠난 자들만이 갖는 자신감과 여유가 곳곳에서 전해진다.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있는 시간도 갖게 된다. 단지 쨍쨍한 햇빛과 풍부한 물이 있는 곳도 행복이 가득한 별천지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이 여행자의 그것이다. 왜 떠나는가? 무엇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가? 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준다. 작은 만족감을 찾아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좀 더 용감해질 수 있는 힘도 얻는다. 그녀의 용기에 부러움을 느끼고, 떠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채, 오늘도 떠날까?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