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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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라쿠 살인사건>, <호쿠사이 살인사건>(제4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히로시게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우키요에 미스터리 3부작의 첫 작품. 주간문춘 선정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8위. 제29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그 외에도 굵직굵직한 문학상을 꽤 많이 수상했더군요(아쉽게 국내에는 이 작품 외에는 제10회 나오키상 수상작 <붉은 기억> 밖에는 소개가 안 되었네요. 물론 절판입니다). 구구절절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 다양한 수상 내역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척 잘 쓰인 작품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샤라쿠 살인사건>은 샤라쿠의 정체를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샤라쿠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실 샤라쿠의 존재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샤라쿠의 정체를 놓고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지저분한 욕심과 이기심을 다룬 작품이거든요.

  사실 우키요에 화가 도슈사이 샤라쿠의 정체를 추리하는 이야기라서 우키요에에 대한 지식은 정말 방대합니다(각주가 무척 많습니다). 물론, 우키요에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그냥 가볍게 흘러 넘기면 되겠지만, 나름 (사건 추리에) 중요한 내용이어서 그냥 가볍게 넘기기에는 조금 찜찜합니다. 물론 샤라쿠의 정체를 밝히는 과거의 이야기는 생략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두 가지 재미중에서 한 가지를 과감하게 포기하면요). 현재 샤라쿠는 쇼에이라는 설을 증명하기 위해 여기저기 단서들을 찾아 헤매는 츠다(주인공)의 이야기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하거든요. 거대한 음모를 완성시키기 위한 범죄 설계, 그 설계가 무척 정교합니다(개인적으로 이런 범죄 스타일을 무척 좋아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설명은 못하지만 집념, 지능적, 미래 예측적인 그런 범죄).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우키요에 부분도 열심히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그런데 정말 사람 이름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우키요에에 대한 장황한 묘사는 이 작품에 오히려 조금 독이 되지 않은가 싶네요. 조금 압축하고 생략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샤라쿠의 쇼에이설을 놓고 현재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추리는 정말 흥미진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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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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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흥분과 스릴을 느끼기는 (조금 오버하면) 오랜만이네요. 우타노 쇼고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정말 재미있는 추리소설입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생존자, 1명」, 「관館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중편 분량의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무엇하나 버릴 게 없는 알짜배기 작품들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세 편의 작품은 모두 폐쇄된 공간에서의 밀실 트릭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살인사건의 무대(장소)는 너무나 식상한 곳입니다. 눈으로 뒤덮은 신장, 외부와 단절된 섬, 그리고 저택(관). 그러나 식상한 장소를 캐릭터나 상황에서의 유머와 밀실 트릭 자체,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가볍게 날려버립니다. 살인사건 발생에 살짝 흥분하다가, 추리소설의 공식(정형성)을 비꼬는 작가의 유머에 감탄하고 웃다가, 마지막에는 숙연해지는 묘한 감정의 변이를 겪습니다. 추리소설(작가나 독자나 모두)을 실컷 비꼬다가 그런 추리소설에서 인생의 지혜(삶의 교훈)를 끄집어내서 툭 던지는 작가의 시크함 무척 멋지네요.

"만약 자네가 유화 그리기를 즐긴다고 하세. 하지만 작품 수준이 시 콩쿠르에서조차 입상할 수 없는 레벨이라고 하고. 그렇지만 앞으로 한 달 남은 목숨이라는 선고를 받았다면, 내일이라도 긴자의 화랑을 빌려서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나? 내가 하려고 했던 일도 같은 것이라네.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꿈을 이루고 싶다. 탐정소설의 세계에서 죽어가고 싶다." (p.319)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하기노미아 장의 1층 홀에서 아라가키 사장이 죽는 사건을 다룹니다. 물론 홀은 밀실입니다. 그리고 산장 밖은 눈이 와서 (추리소설에서는 너무나 식상한) 발자국이라는 증거가 남죠. 1층 홀 밖에는 증인이 있고, 홀 안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습니다. 그러나 홀(밀실)에 들어가니 죽은 시체만 있고 범인은 없습니다. 과연 범인은? 이 때 등장하는(아니 처음부터 등장했던) 명탐정. 시니컬합니다. 현실 속 탐정과 소설 속 탐정의 차이를 주구장창 떠들어 됩니다. 그리고 끼어드는 과거(어느 등장인물의 초등학교 시절) 하기노미아 장에서의 유령이 사라지는 사건. 과연 유령의 정체는?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서 아라가키 사장을 죽인 범인은? 유령의 정체와 아라가키 사장을 죽인 범인을 알아맞히면 유유히 퇴장하는 명탐정? 아타노 쇼고입니다.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단, 아쉬운 점은 유령이 사라지는 사건의 트릭입니다. 작년에 모출판사에서 나온 트릭과 유사합니다(여기까지만). 그래서 놀람이 조금은 반감될 수도 있는데, 모르는 분들에게는 나름 신선할 듯싶네요. 물론 이 트릭을 제외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생존자, 1명」은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설정들이 마구마구 나오는 작품입니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오**역 폭파사건. 사이비 교주의 배려로 외딴 섬(가바네지마 섬)으로 도피를 합니다(당연히 이 섬은 밀실입니다. 배가 거의 지나다니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탈출 수단인 그들이 타고 온 배는 없어지고요). 그런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사람이 한 명씩 줄어듭니다. 범인 외부설, 내부설에 대한 탁상공론이 시작되고, 또 사람은 없어집니다. 범인은 누구일까요? 범인 맞추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이 추리소설은 조금 머리를 쓰고, 차분히 추리하면 대략적인 범인은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작품과 마찬가지로 절대 긴장은 늦추지 마세요.

  「관館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시계관의 살인』, 『십각관의 살인』, 『기울어직 저택의 범죄』 등 관(館)이 등장하는 모든 작품에 대한 헌사이자 오마주이고, 그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애프터서비스이며, (조금 뜬금없지만) 추억에 젖어 사는 올드 추리소설 팬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마디로 끝내줍니다. 우선 트릭의 복잡함. 기억력이 좋지 못하다면 연필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실 속에서의 밀실트릭도 풀어야 하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비슷한 이야기의 밀실트릭도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왜 관의 주인은 대학시절 친구들을 불러와서 이런 시답잖은 게임을 하는지 이유도 알아야 하고요. 당연하게도 대학시절 친구들은 미스터리 동호회 친구들입니다. 이들 앞에서 유치한 추리게임은 돌 맞기 딱 좋습니다. 쓸데없는 묘사로 채워진 300페이지 분량의 장편 추리소설만큼이나 내용이 알찹니다. 그리고 (장편에 비해) 짧습니다. 군더더기도 없습니다. 중편임에도 장편을 읽는 듯한 느낌. 그리고 포만감과 개운함. 추리소설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따뜻함도 전해집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추리소설 작가와 독자들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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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그린 초상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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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손톱>을 무척 재미있게 읽고, <기나긴 순간>에서 살짝 실망을 했었는데, <연기로 그린 초상>은 또 다시 대박이네요. 큰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교차서술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는 흔치 않은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이 소설은 교차서술 방식이 아니면 무척 밋밋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만큼 이 작품에서 교차서술 방식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팜므 파탈.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나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라는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왜 이 작품을 영화로 안 만들었는지 궁금하네요).

  수금 대행업을 하는 대니는 어린 시절 첫눈에 반한 미모의 여자 크래시의 10년 전 사진을 발견하고 그녀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교차로 대니가 추적하는 크래시의 17세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대니와 크래시는 만나게 됩니다(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소설 속에서 크래시의 시간은 10년이 흐르고, 대니는 몇 달의 시간 밖에 흐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니의 추적이 그녀의 과거의 행동보다 앞서서 전개됩니다(예를 들어, 대니가 과거 크래시가 사귀었던 남자 A를 만나고 난 후, 크래시가 과거에 사귀었던 남자 A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대니가 마음속에 그린 크래시의 모습은 천사입니다. 그래서 대니는 그녀를 추적하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을 안 좋게 바라보죠. 그런데 다음에 펼쳐지는 크래시의 이야기는 대니의 그런 망상을 깨부숩니다. 처절하게 말이죠. 그녀는 천사가 아닙니다. 악녀입니다. 성공을 위해 몸을 팔고,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는…… 교차서술 방식의 재미를 잘 이용한 무척 영리한 작품입니다. 충격적인 반전이나 의외의 결말 그런 것은 비록 약하지만, 교차서술 방식을 활용한 대니(현재)와 크래시(과거)의 시간차에서 오는 서스펜스는 정말 최고입니다.

  악녀 크래시, 집념의 사나이 대니. 크래시의 행동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그녀의 행동을 보면 정말 소름이 끼치더군요. 그녀의 무기는 바로 미모입니다. 그 미모로 많은 남자들을 이용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버립니다. 그녀는 형체가 없습니다. 연기로 그린 초상화처럼 잠깐 보였다가 사라집니다. 실체가 없는 미모의 여자를 추적하는 대니. 정말 집념이 대단한 남자입니다. 망상 속에서 그녀와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쫓고 또 쫓고 쫓습니다. 크래시만큼이나 이 남자도 무섭더군요. 대니가 크래시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깔끔한 결말. 정말 군더더기 없는 교차서술 미스터리의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와 <백야행>, <그로테스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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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종료] 6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1.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박형서 작가의 <새벽의 나나>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사실 전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를 재미있으면서도 조금 어렵게 읽어서 살짝 두려웠었는데, 이번 작품은 조금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글들이 쓰여져서 즐거운 독서가 되었네요. 무엇보다 태국이라는 낯선 나라의 도시, 그리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창녀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과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고 도시의 변화의 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들... 웃기면서도 슬프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한 그런 묘한 감정들이 생겼던 작품이어서 무척 기억에 남네요.

 

2.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위. 숨김없이 남김없이
2위. 새벽의 나나
3위. 딩씨마을의 꿈
4위. 물
5위. 싱커

이번 서평단 6기는 국내 소설이 많아서인지 국내 작품들이 순위에 많이 올랐네요.

 

3.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어떤 발자국은 스스로 일어나 주인을 찾아갈 것이다.
그 때 시간은 또 다른 목소리의 이름으로 지속될 것이다.
숨김없이 남김없이.
모든 것이 침묵의 반대편으로 소용돌이 칠 것이다. (p.374)

 

 

물론 모든 것이 변한다. 레오도 그걸 알고 있다. 아이는 청년이 되고, 다시 장년이 되어 늙어간다. 붉은 흙길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낡은 건물이 있던 자리엔 깨끗한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 노점상은 가게가 되고, 가게는 대형마트나 연쇄점이 된다. 하지만 아는 것과 좋아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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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0-07-10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의 나나 속 저 구절도, 숨김없이 남김없이 속 저 구절도 참 좋네요.
로네리님. 6기 활동하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페이퍼까지 정성스레 작성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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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또한 선택의 문제이다. 당신이 세상으로부터 숨기려고 하는 것은 당신이 만들어내는 한계이기도 하다. 성치 않은 무릎이나 서투른 실력을 보여주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그래서 한쪽 구석에 그냥 서 있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춤을 출 수도 없다. 그러면 당신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p.221)

  선글라스를 낀 멋쟁이 아기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 표지를 보고 이 책을 장애인이 세상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벽에 맞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에세이로 생각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표지에 멋쟁이 아기 사진을 보고 도대체 왜 이런 표지를 사용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 사진은 다리가 없는 이 책의 저자 케빈이 그의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동정적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싫어서 카메라를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아라! 나는 그런 당신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테니까. 케빈이 17개국을 돌아다니면 찍은 33,000장 이상의 사진은 <롤링 전시회>라는 타이틀의 사진 컬렉션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대부분 <롤링 전시회>에 전시된 사진들입니다.

더블 테이크(double take). 원제입니다. 뜻은 '문득 갑자기 다시 돌아보는 것'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람 또는 사건의 의미에 대해 '문득 갑자기 다시 돌아보는 것'을 뜻합니다. 처음에 케빈은 다리가 없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할 뿐. 그러나 점점 어른이 되면서 자신이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혐오감을 주며, 불편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고통과 좌절, 분노는 그를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정상에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낳습니다. 그래서 스키를 타고, 레슬링을 하며, 휠체어 대신 두 손을 이용하여 스케이트보드를 탑니다. 그런 그가 어른이 되면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문득 갑자기 자기 자신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이 작업을 계속한 이유는, 내 인생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는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빚어낸, 하나의 영향력이다. 그렇다. 나는 다리 없이 태어났다. 그러나 그건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하나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다리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의 시선이나 혹사당한 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다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왜 사연을 만들어내고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p.288)

  ‘나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토록 당황스러웠던 건, 한 마디로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은,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거야?’(p.289) 이 이야기는 장애를 극복한 성공한 그런 한 남자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더블 테이크(double take). 문득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 그 자리에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보다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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