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그린 초상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와 손톱>을 무척 재미있게 읽고, <기나긴 순간>에서 살짝 실망을 했었는데, <연기로 그린 초상>은 또 다시 대박이네요. 큰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교차서술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는 흔치 않은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이 소설은 교차서술 방식이 아니면 무척 밋밋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만큼 이 작품에서 교차서술 방식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팜므 파탈.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나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라는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왜 이 작품을 영화로 안 만들었는지 궁금하네요).

  수금 대행업을 하는 대니는 어린 시절 첫눈에 반한 미모의 여자 크래시의 10년 전 사진을 발견하고 그녀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교차로 대니가 추적하는 크래시의 17세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대니와 크래시는 만나게 됩니다(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소설 속에서 크래시의 시간은 10년이 흐르고, 대니는 몇 달의 시간 밖에 흐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니의 추적이 그녀의 과거의 행동보다 앞서서 전개됩니다(예를 들어, 대니가 과거 크래시가 사귀었던 남자 A를 만나고 난 후, 크래시가 과거에 사귀었던 남자 A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대니가 마음속에 그린 크래시의 모습은 천사입니다. 그래서 대니는 그녀를 추적하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을 안 좋게 바라보죠. 그런데 다음에 펼쳐지는 크래시의 이야기는 대니의 그런 망상을 깨부숩니다. 처절하게 말이죠. 그녀는 천사가 아닙니다. 악녀입니다. 성공을 위해 몸을 팔고,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는…… 교차서술 방식의 재미를 잘 이용한 무척 영리한 작품입니다. 충격적인 반전이나 의외의 결말 그런 것은 비록 약하지만, 교차서술 방식을 활용한 대니(현재)와 크래시(과거)의 시간차에서 오는 서스펜스는 정말 최고입니다.

  악녀 크래시, 집념의 사나이 대니. 크래시의 행동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그녀의 행동을 보면 정말 소름이 끼치더군요. 그녀의 무기는 바로 미모입니다. 그 미모로 많은 남자들을 이용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버립니다. 그녀는 형체가 없습니다. 연기로 그린 초상화처럼 잠깐 보였다가 사라집니다. 실체가 없는 미모의 여자를 추적하는 대니. 정말 집념이 대단한 남자입니다. 망상 속에서 그녀와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쫓고 또 쫓고 쫓습니다. 크래시만큼이나 이 남자도 무섭더군요. 대니가 크래시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깔끔한 결말. 정말 군더더기 없는 교차서술 미스터리의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와 <백야행>, <그로테스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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