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아이 - 상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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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 있어도 괜찮아. 넌…… 살아 있어도 괜찮아. 정말로 살아 있어도, 괜찮아.”

  가족의 해체를 다룬 「가족사냥」에서 먹먹함과 고통, 슬픔으로 독자를 괴롭히더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 심한 아동 학대 문제로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네요. 「가족사냥」이나 「영원의 아이」나 결국 가족 붕괴를 다루었다는 데는 공통점이 있지만, 「영원의 아이」는 그 먹먹함이 더 오래갈 듯싶네요. “살아 있어도 괜찮아.” 저런 말에 위로를 받고 아이 시절의 고통스러운 삶을 껴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후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애도하는 사람」에서 그래도 구원은 있다고 믿었는데, 과연 그 구원은 영원한 것일까? 싶은 회의감도 살짝 드네요.

  소설은 정신과 병동에서 힘겨운 치료를 받던 1979년 유키, 쇼이치로, 료헤이의 어린 시절 세계와 17년이 지난 1997년 현재의 세계를 교차로 보여주면서 왜 현재의 그들은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운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마치 ‘영혼(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는지 그 원인을 파헤칩니다. 물론 1979년 그들의 어린 시절의 삶은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 때문에 내내 긴장감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재(1997년) 그들의 삶은 도대체 과거의 무슨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그에 대한 궁금증과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삶과 17년 후 현재 전혀 바뀌지 않은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 사이에 인과관계를 확인하다 발견하게 되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슬픔과 아픔은 이 소설이 왜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아동 학대, 가족 붕괴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 점에 대한 높은 평가는 그냥 넘어가죠(이런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나 분석은 독자 개개인의 몫). 아동 학대나 가족 붕괴 등 묵직한 사회 문제는 사실 잘못 건드리면 무척 조잡하고 난잡하게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만큼 다루기 어려운 주제죠. 특히나 피해자 입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더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피해자의 고통이나 상처, 아픔 등) 마치 아는 척 하는 그런 이야기가 될 수 있죠.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는 무척 쓰기 힘들었겠구나!’라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만큼 저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가면서도 아동 학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접근합니다.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이 작품은 ‘제5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상 장편상’ 수상작입니다. 아동 학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사회 소설입니다. 만약 미스터리 구성을 취하지 않았다면 아마 먹먹함 때문에 읽다가 질식했을지도 모릅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 서술방식을 진행됩니다.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고,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궁금하게 만듭니다(다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계속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말이죠).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거대한 미스터리를 만들다가 마지막에 ‘빵’ 하고 터뜨립니다. 놀라움과 충격, 그리고 서서히 뒤따르는 깊은 슬픔. 이 정도면 미스터리소설로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재미와 작품성 모두 갖춘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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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6
김종일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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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공포소설을 즐겨 읽는 기준은 크게 현실적인 공포와 비현실적인 공포, 열린 결말의 이야기와 닫힌 결말의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현실적인 공포와 비현실적인 공포는 모두 선호하지만 현실적인 공포(이종호의 「오해」나 김종일의 「놋쇠 황소」, 이종권의 「오타」 등)를 좀 더 선호합니다. 그리고 열린 결말보다는 닫힌 결말을 좋아하는데, 열린 결말이라도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충분히 남겨 주고, 임팩트가 강하다면 역시나 선호합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 제 기준으로 평가를 했을 때 조금 아쉽네요. 몇몇 작품은 현실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음에도 스토리의 구성이 조금 썰렁하고, 상상의 여지가 없음에도 결말도 불확실하고 암튼 아쉬운 작품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종호 씨의 「오해」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주인공 딸의 단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좀 더 큰 틀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더군요. 소시민(약자)이 폭력(단순 폭행이 아닌 좀 더 넒은 의미에서의)에 희생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분노와 무기력함이 정말 절절하게 와 닿았습니다. 마지막의 결말(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빠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섬뜩하게 끝맺습니다. 추천!!

  임태훈 씨의 「네모」와 엄길윤 씨의 「벗어버리다」는 SF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공포소설입니다. 설정과 상상력은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마무리는 조금 아쉽더군요. 「네모」는 서울에 정체 모를 네모상자들이 생기면서 패닉 상태에 빠진 인간들의 공포를 그린 작품인데, 네모가 그렇게 무섭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마무리도 조금 밋밋하고요. 「벗어버리다」는 인간들의 옷(겉치장)이 인간들의 몸(마음)을 지배하면서 벌어지는 역시나 패닉 상태를 다룬 작품인데, 《신체 강탈자들의 침입》이라는 영화도 살짝 생각나더군요. 아무래도 이런 부류의 작품은 제 취향이 아닌 듯싶습니다.

  황태환 씨의 「살인자의 요람」은 발상 자체가 무척 재밌고 신선하더군요. 제목에서 뭔가를 눈치를 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 남자가 정체 모를 오두막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과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꾸게 되는 무척 현실적인 꿈. 이 작품은 열린 결말의 이야기인데, 사실 원점(처음)으로 돌아가면 뭔가 확실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렇다면 누구의 이야기인가? 설마? 암튼 이런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가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잘 어울리며, 결말도 나름 깔끔해서 괜찮더군요.

 장은호 씨의 「고치」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배경의 이야기입니다. 뭔가 이상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런 이야기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 작품은 유상욱 씨의 『고양이 여인숙』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부부가 이상한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고치라는 생선을 무척 좋아하는 마을 주민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까지 고치를 잡으려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사라지는 아내. 사실 그 순간 어느 정도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더군요.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말이라(사실 이런 이야기는 공포영화에서는 조금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김종일 씨의 「놋쇠 황소」는 사실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기대감이 커서였는지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네요. 뭔가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이 계속 이어지기보다는 책장을 덮는 순간 잊히더군요. 책장을 덮어도 계속 남는 뭔가 불쾌함 느낌 때문에 김종일 씨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여운이 오래 가지를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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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데이즈>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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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싱』에 이어 두 번째 읽은 혼다 다카요시 작품입니다. 『미싱』을 처음 읽었을 때 삶에 있어서의 인간 사이의 슬픔, 안타까움, 아련함 등의 감정을 느꼈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나 그런 느낌이 많이 드네요. 굉장히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지금의 제 삶과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아련함, 물론 그것은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부터 오겠지만, 그런 감정이 많이 드네요. 청춘 미스터리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그냥 상처와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미스터리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열린 결말의 작품이 몇 개 있어서 조금 답답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런 결말이 더 작품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현실은 과거 언젠가 그곳에서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다는 사실과 지금은 분명 사라졌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Fine Days」

  「Fine Days」. 대부분의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드러내는 저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현실, 과거, 존재, 사라짐. 저 문장을 보는 순간 슬픔의 감정이 밀려오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따뜻하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고생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전학 온 여학생, 그 여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교사, 그리고 죽음. 학교에 퍼지는 안 좋은 소문들. 과연 그 여고생은 정말 저주를 내린 마녀일까요?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에서 가장 청춘 미스터리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청춘남녀의 고민들이 여고생의 저주라는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와 만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과거의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분명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현재는 사리지고 없으니까요.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살인사건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마지막의 엔딩은 묘한 여운을 줍니다.

  「Yesterdays」는 처음 읽는 순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도키오』라는 작품이 살짝 떠오르더군요. 주인공은 암으로 인해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30년 전 자신의 첫사랑(과 그녀의 아이)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첫사랑의 친구의 연락처를 통해서 그녀가 30년 전에 살았던 아파트로 갑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주인공을 맞이하는 사람은 30년 전 아버지와 첫사랑의 그녀. 현재의 어머니에게서 듣게 되는 아버지의 30년 전 과거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마주치게 되는 아버지와 첫사랑의 이야기가 묘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과거에 이미 헤어진 연인. 그 연인의 헤어짐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마지막 아버지의 첫사랑이 헤어지기 전에 주인공에게 하려고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련한 추억과 기억들. 붙잡을 수 없기에,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그만큼 소중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는 어린 시절을 동생을 죽였다는 죄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대학원 조교가 예지 능력을 소유한 한 대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일들은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에서는 가장 미스터리가 강한 작품입니다. 예지 능력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꽤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여자 조교의 죄의식이 예지 능력과 만나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 나갈지 자못 궁금한 작품입니다. 죄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여자 조교, 사람의 죽음을 미리 볼 수 있는 예지 능력을 갖고 살아가는 대학생,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어떤 세계. 슬픔과 안타까운 감정이 많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섬뜩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한 번 깨지면 두 번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갈 수 없어. 그렇다면 종언이 아니라 영원이지 않을까. 무한한 가능성으로부터 한순간 선택된 종언이 아닌 영원 말이야. 「Shade」

  「Shade」는 『파인 데이즈』소설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골동품 가게 할머니가 램프 셰이드의 얽힌 이야기를 마치 손자에게 이야기를 해 주듯이 주인공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램프 셰이드의 얽힌 이야기와 현재 주인공이 처한 현실(속마음)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그 슬픔과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의 파장이 점점 커집니다. 주변 친구들의 첫사랑의 실패담을 듣고 나서 자신을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어느덧 자신도 그들의 절차를 따라가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사랑,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도 아플 것도 없는 것인데, 사람들은 꼭 사랑을 하려고 하죠. 과연 그 사랑은 무엇일까요? 조금 식상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사랑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주는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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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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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문화사에서 출간된 기괴한 표지의 <혼징살인사건>으로 처음 요코미조 세이시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외딴섬 악마>와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것 같네요.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열심히 읽던 시기에 읽었던 작품이라 그 충격의 파장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기괴하고 음습한 ‘고구마벌레(배추벌레)’나 ‘인간의자’를 무척 좋아합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도 에도가와 란포만큼은 아니지만 그 특유의 음습하며 살짝 변태적인 분위기가 무척 좋더군요. 서양 미스터리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작품 수에 비해 국내에는 그다지 많이 소개되지 않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큰 기대감을 갖고 항상 기다렸던 것 같아요. 요코미조 세이시에 대한 칭찬의 서론글이 긴 이유는 이번 작품 <여왕벌>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여왕벌>에는 제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서 너무나 좋아했던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더군요. 물론 기존의 작품(그래봤자 제가 읽은 것은 국내에 소개된 것이 전부지만요. 국내에 소개된 <팔묘촌>이나 <이누가미 일족>,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등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친근한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의 특유의 더벅머리 긁는 모습이라든지 다 죽고 나서 처음부터 눈치는 챘었다는 얄미움도 여전하고요. 그리고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여왕벌 주변의 남자들이 살해된 이유가 밝혀졌을 때 남는 그 불유쾌함과 찜찜함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고요.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그런 불유쾌함, 찜찜함, 지저분함, 기괴함, 변태스러움 등이 약해서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깔끔한 뒷맛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아니네요. 제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서 가장 사랑스러워하는 시체를 아름답게(?) 전시하는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물론 이 작품에도 있기는 하지만 조금 약합니다.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미적 쾌감도 별로 느껴지지 않고요). 그리고 작품 전체에 흐르는 아주 음습하고 기분 나쁜 그런 분위기도 잘 느껴지지가 않고요. 조금 얌전한 느낌.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도 다소 약하고요(물론 놀라움은 있습니다. 뭔가 더 강한 변태적인 그 무엇을 제가 원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밀실트릭은 사실 큰 재미가 없습니다. 이거 정말 요코미조 세이시가 창작한 트릭이 맞아? 싶을 정도로 조금 썰렁합니다(뭐 오래 전 트릭이니 이건 그냥 넘어가죠. 만약 요즘 작가들이 이런 트릭을 쓴다면 매 맞기 쉬울 듯. 쓰쿠모 류마의 별채에서의 살인사건 진상은 정말 허무했습니다. 즉 트릭에는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은 것 같더군요). 2번의 영화화, 5번 드라마화, 확실히 이 작품은 텍스트보다는 영상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름을 지우고 읽는다면 무척 괜찮은 작품이겠지만, 그의 이름 때문에라도 저는 이 작품을 그다지 좋게 볼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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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먼로의 죽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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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어.”(p.316)

  Bunny Munro, 토끼 먼로, 그렇다고 정말 토끼처럼 사정 시간이 짧지는 않습니다. 많은 여성들과 만나서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하는 것을 보면 이름과는 반대로 정력이 꽤 좋은 듯. 맞습니다. 버니 먼로는 난봉꾼입니다. 그리고 사기꾼이기도 합니다. 화장품 방문 판매 세일즈맨은 명목상 직업일 뿐 방문하는 여성을 만나 섹스를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 난봉꾼 기질 때문에 아내가 자살을 합니다.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해서까지 페니스를 쥐고 성적 흥분을 느끼려고 합니다. 아내의 죽음과 페니스가 딱딱해지는 느낌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버니 먼로는 오직 섹스가 목적입니다. 착하게 살기에 이 세상이 어려워서일까요? 그는 하루라도 여자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 합니다. 에이브릴 라빈 보X를 사랑하는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버니 먼로의 죽음.

  그런 버니 먼로에게도 버니 주니어라는 아홉 살의 아들이 있습니다. 버니 먼로는 아내가 죽자 아들과 함께 화장품 방문 판매일을 시작합니다. 아들에게는 죽여주는 세일즈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는 하지만, 아들이 보는 것은 아빠가 매일 누군가에게 맞거나 욕을 먹는 모습일 뿐. 사실 배우는 게 없습니다. 버니의 시점과 아들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외설적이지만 시니컬한 위트와 유머가 가득합니다.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임에도 (나중에는 완전 미쳐서 아무 여자나 붙잡고 섹스를 하자고 합니다)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작가의 그런 위트와 유머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사실 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인간들이 이 세상에는 많잖아요. 그리고 그런 아빠를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아들의 노력도 눈물은 전혀 흐르지 않지만,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들도 아빠만큼이나 세상에 대해 냉소적입니다. 귀엽지만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더군요. 아빠와 아들의 기이한 여행과 희망. 조금 통속적인 소재이기는 하지만 전혀 “뻔”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괴짜 작가의 기이한 이야기, 과연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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