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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6
김종일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개인적으로 공포소설을 즐겨 읽는 기준은 크게 현실적인 공포와 비현실적인 공포, 열린 결말의 이야기와 닫힌 결말의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현실적인 공포와 비현실적인 공포는 모두 선호하지만 현실적인 공포(이종호의 「오해」나 김종일의 「놋쇠 황소」, 이종권의 「오타」 등)를 좀 더 선호합니다. 그리고 열린 결말보다는 닫힌 결말을 좋아하는데, 열린 결말이라도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충분히 남겨 주고, 임팩트가 강하다면 역시나 선호합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 제 기준으로 평가를 했을 때 조금 아쉽네요. 몇몇 작품은 현실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음에도 스토리의 구성이 조금 썰렁하고, 상상의 여지가 없음에도 결말도 불확실하고 암튼 아쉬운 작품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종호 씨의 「오해」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주인공 딸의 단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좀 더 큰 틀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더군요. 소시민(약자)이 폭력(단순 폭행이 아닌 좀 더 넒은 의미에서의)에 희생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분노와 무기력함이 정말 절절하게 와 닿았습니다. 마지막의 결말(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빠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섬뜩하게 끝맺습니다. 추천!!
임태훈 씨의 「네모」와 엄길윤 씨의 「벗어버리다」는 SF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공포소설입니다. 설정과 상상력은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마무리는 조금 아쉽더군요. 「네모」는 서울에 정체 모를 네모상자들이 생기면서 패닉 상태에 빠진 인간들의 공포를 그린 작품인데, 네모가 그렇게 무섭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마무리도 조금 밋밋하고요. 「벗어버리다」는 인간들의 옷(겉치장)이 인간들의 몸(마음)을 지배하면서 벌어지는 역시나 패닉 상태를 다룬 작품인데, 《신체 강탈자들의 침입》이라는 영화도 살짝 생각나더군요. 아무래도 이런 부류의 작품은 제 취향이 아닌 듯싶습니다.
황태환 씨의 「살인자의 요람」은 발상 자체가 무척 재밌고 신선하더군요. 제목에서 뭔가를 눈치를 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 남자가 정체 모를 오두막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과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꾸게 되는 무척 현실적인 꿈. 이 작품은 열린 결말의 이야기인데, 사실 원점(처음)으로 돌아가면 뭔가 확실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렇다면 누구의 이야기인가? 설마? 암튼 이런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가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잘 어울리며, 결말도 나름 깔끔해서 괜찮더군요.
장은호 씨의 「고치」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배경의 이야기입니다. 뭔가 이상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런 이야기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 작품은 유상욱 씨의 『고양이 여인숙』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부부가 이상한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고치라는 생선을 무척 좋아하는 마을 주민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까지 고치를 잡으려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사라지는 아내. 사실 그 순간 어느 정도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더군요.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말이라(사실 이런 이야기는 공포영화에서는 조금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김종일 씨의 「놋쇠 황소」는 사실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기대감이 커서였는지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네요. 뭔가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이 계속 이어지기보다는 책장을 덮는 순간 잊히더군요. 책장을 덮어도 계속 남는 뭔가 불쾌함 느낌 때문에 김종일 씨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여운이 오래 가지를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