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80%의 여름 미스터리 야! 3
나가이 스루미 지음, 김주영 옮김 / 비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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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의 미스터리 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카카오 80%의 여름>이라는 제목처럼 시원하면서도 달콤쌉싸름한 맛이 느껴지는 그런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카카오 80%는 소설의 주인공 나기가 좋아하는 초콜릿입니다. 소설의 나기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가 실종되면서 시작됩니다. 실종 된 친구를 나기가 이런 저런 정보를 이용해서 찾는 내용인데,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보다는 여고생들의 생활 모습을 지켜보는(관음증?) 재미가 더 느껴지는 소설이네요.


강도가 쎈 추리소설을 좋아합니다. 물론 말랑말랑한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잔인, 살인, 엽기, 변태 암튼 이런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카카오 80%의 여름>에는 사람이 안 죽습니다. 그리고 아주 나쁜 사람도 없고요. 그리고 의외의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도 확실히 있고요. 나기의 친구 유키에는 왜 여자 친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할까? 도대체 유키에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수집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닫혀 있던 마음의 문도 조금은 열립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추리소설적인 매력보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나기의 변화된 모습이 핵심인 성장소설의 매력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암튼 아기자기한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 잔인한 추리소설 싫어하시는 분, 여고생들의 수다를 좋아하시는 분 그런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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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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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다무라 히사오의 도쿄 상경기. 히사오의 18세(1978년)부터 서른을 일주일 앞둔 29세(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까지의 6일 간의 삶의 단편을 묘사한 내용으로 공감 가는 내용이 많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공중그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수 시절, 대학 시절, 연애, 직장에서의 생활 등 20대를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무척 공감이 갈만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고 웃음과 감동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음악을 사랑하던 10, 20대에서 돈과 결혼에 압박을 받고 지쳐가는 30대로의 진입. 누구나 자신의 미래는 아름답고 멋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죠. 꿈을 포기하고 매일 반복되는 삶으로의 안주.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삶. 어른이 되기 싫어서 책임감을 벗어 던진 채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사실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무척 특별한 해의 특별한 날로 그리는 것 같더군요. 보잘 것 없는 삶이지만 뜯어보면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추억도 있으며, 행복하지 않았느냐? 라고 묻는 느낌이었습니다. 재수 시절 나고야에서 도쿄로 상경한 후 낯선 도시에서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 낯선 곳이지만 그래도 친구와 음악(가수)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은 그런 날.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에피소드, 소규모 회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더군요. 이 에피소드는 나름대로 웃기기도 했습니다. 말단 사원으로서 밥도 먹지 못한 채 어설픈 부품 하나를 배달하는 이야기인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은 분야의 일이라 고생 좀 합니다. 밥을 먹으려고 하면 일이 잘 못 되었다고 연락이 오고, 밥 좀 먹으려고 하면 또 연락이 오고. 결국 힘들게 밥을 먹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연애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지만)도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갈등, 젊은 사람들의 결혼관,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직장생활과 결혼 등 충분히 고민해 봤음직한 내용을 소소한 웃음과 함께 잘 표현했더군요. 콧대 높은, 그래서 키가 큼에도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요코라는 여자가 무척 귀엽게 나옵니다. 그리고 이제는 30대를 바로 눈앞에 둔 히사오의 직장생활.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 그리고 연애도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펼쳐 나갑니다. 그런데 왠지 모를 허전함과 아쉬움. 꿈을 포기하고 너무 앞만 보고 달릴 것인 아닌가? 마지막 결혼하는 한 친구의 결혼식을 앞둔 모임.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포기하고 결혼을 하는 오구라와의 대화는 무척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도 청춘은 끝났지만 인생은 다시 시작되겠죠. 여자 친구 리에코가 만들어 준 스웨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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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미스터리 박스 1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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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이지만…….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어. 겁 많고, 더럽고 저속한 인간이었어. 정말로 타락했어. 싫지만 어쩔 수 없었겠지. 다 마찬가지야. 스스로 원해서 망가지는 인간은 없어. 난 꿈을 잃었어."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中)

제목이 어렵다. 발음하기도 어렵다. 횡메르카토르 도대체 무슨 말이냐? 역시 무식이 죄다. 횡메르카토르도법이라고 지도를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네요.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하는 대축적지도는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다니, 상식 하나 배웠네요. 아, 물론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닌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전율과 경악, 충격의 단편집이라는 홍보 문구. 잔인하고 충격적이고 경악스럽기는 합니다. 우울하기도 합니다. 인간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고, 또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참 무의미하게도 느껴집니다. 보면서 무척 우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물론 다른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요. 잔인함보다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더 궁금한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이 모든 잔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제게는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내용보다는 바로 작가의 상상력,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독특한 소재를 미스터리와 스릴러, SF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제가 만일 작가가 된다면 이런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을 것 같아요. 이 작가의 단편소설을 몇 편 읽었는데, 사이코적인 집착과 강박관념을 엉뚱한 상상력을 풀어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암튼 작가의 뇌를 한번 해부하고 싶습니다(먹고 싶다고 하면 이상하겠죠? 혹시 모르죠. 오메가가 될 수 있을지). 암튼 제 취향에 맞는 소설이었습니다. 추천부터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첫 번째 소설 <에그 맨>은 달걀 하나를 세 번에 나눠서 먹는 연쇄살인자의 이야기입니다. 배트맨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니고, 웃긴 에그맨이라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일까?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SF? 작가도 새롭고. 그러니까 사전 탐색이라고 할까요? 이 소설은 SF 호러소설에 가깝습니다. 처음 소설부터 뒤통수 제대로 칩니다.

<오메가의 성찬>은 편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이라는 소설과 함께 무척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체로 잔인한 소설을 좋아하네요. 코끼리 인간(거대 인간, 이 녀석이 오메가입니다)이 폭력배가 처리한 시체를 먹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코끼리 인간과 그를 보조하는 엘리트 출신의 조직 똘마니 '나'의 이야기입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시체를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오메가. 그리고 어떤 사연으로 인해 시체를 토막 내서 오메가가 먹기 편하게 요리하는 '나'. 암튼 이 인간들 갈 데까지 갑니다. 리만 가설. 뇌를 먹으면서까지 밝히고 싶은 수학적 가설. 천재와 사이코는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니코틴과 소년 - 거지와 노파> 이 소설도 무척 독특했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천재와 사이코는 종이 한 장 차이듯이 폭력과 비폭력도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지 않을까 싶어요. 경계선. 예술과 타술도 그렇고. 남자와 여자. 구원과 절망. 이성과 광기. 거지 노인. 친절한 경찰이 거지 노인을 불태워 죽이려고 했다는 믿지 못할 사실, 친절한 빵가게 아저씨가 거지 노인을 죽이려고 했다는 믿지 못할 사실. 나 '타로'는 믿을 수가 없다. 누구 말이 사실이고, 누구 말이 거짓인가? 친절한 소년 '타로'는 할아버지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전념일까? 본성일까?

<소녀의 기도>는 무척 우울한 소설입니다. 광신도 어머니, 폭력 아버지. 버림받은 소녀. 괴물 같은 소녀. 학교를 빠지는 소녀. 연쇄살인사건. 소녀의 심리 상태가 무척 불안정합니다. 소녀의 기도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소녀의 기도는? '동방신기 오빠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는 절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주세요. 어머니는 딸이 마음에 안 듭니다. 신을 믿어야 하는데, 신을 믿어야 하는데. 수련을 해야 하는데. 암튼 가족이 모두 미쳤습니다. 미친 세상을 벗어나기 위한 소녀의 발악. 신도 아닌 나라도 아닌 잔인한 연쇄살인자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아이러니.

<오퍼런트의 초상>은 SF 소설입니다. 예술이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 스키너(친근한 이름)라는 심리학자가 세운 새로운 세계. 실험으로 인간을 정화시키는 기술(과학). 예술은 타술이 됩니다. 예술을 찬미하고 옹호하는 자들을 처단하는 스키너부의 오퍼런트. 복선과 반전.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그런 미스터리 SF소설입니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는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처럼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지도가 주인공입니다. 지도의 주인이 표시해 둔 시체 매장 장소. 택시 주인인 지도의 주인은 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을까요? 그런 계기가 된 사건은?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저지르는 아들. 지도는 종이에 그려야 함에도 이 미친 사이코는 인간의 가죽 위에다가 지도를 그립니다. 으스대는 인간 가죽 지도.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 과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는 주인을 지킬 수 있을까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와 편도와의 짧은 로맨스(?)도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질투하는 지도의 운명은?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는 이번 단편집에서 분량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고요. 아마 전율과 경악, 충격이라는 문구는 이 소설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고민 기술자와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의 심리 싸움. 숫자 강박증에 빠진 고문 기술자. 그에게는 13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 고문 기술자의 약점을 공격하는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 잔인한 고문이 시작됩니다. 물론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는 자신이 원해서 죽으러 온 것입니다. 손톱이 빠지고, 발톱이 빠지고, 못에 박혀도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 묘사가 정말 섬뜩합니다. 그리고 고문 기술자의 꿈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들. 모두 망가지는 인간들. 망가지고 싶어 망가지는 인간은 없을 텐데. 씁쓸한 여운도 조금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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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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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군수사관 출신의 잭 리처는 재즈 가수 블라인드 블레이크의 마을이라는 이유 하나로 우연히 들른 마그레이브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살인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피해자가 살해된 시간은 자정, 그는 자정에 이곳에 있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살인자로 몰아세웁니다. 알리바이도 확실한데 말이죠. 암튼 초반부터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자,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 난관을 어떻게 벗어날 것입니까? 그런데 잠깐 생각할 틈도 없이 교도소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살인 누명으로 시작한 사소한(?) 이야기는 나중에 엄청나게 스케일이 커집니다. 초기에 이 작품의 제목으로 이야기되었던 <살인자들의 마을>은 이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를 작은 마을에 가둬놓을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오히려 <추적자>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물론 얼마 전에 개봉해서 흥행한 국내 스릴러 영화 <추격자>가 연상되기는 하지만요.

주인공 잭 리처는 군수사관 출신입니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군수사관 출신이라 싸움뿐만 아니라 머리가 무척 좋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영미권 추리소설에서 기대하게 되는 (물론 주로 미국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터프하고 거친 탐정(물론 탐정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하지만)은 아닙니다. 장난 비슷하게 홈즈의 추리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개인사를 맞추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그의 추리력이 나중에 엄청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요. 제목처럼 이 소설은 주인공 잭 리처가 자신의 살인 누명을 벗는 동시에 죽은 형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자들을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10명의(은행가 허블은 제외)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들과의 한판 추격전. 그러나 이들은 잭 리처의 동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데, 잭 리처는 이들의 정체를(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전혀 모릅니다. 잭 리처가 죽은 형이나 관계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흔적으로 마그레이브라는 마을에 엄청난 진실을 파헤칩니다.

중반 쯤 넘어가서는 깜짝 놀랬습니다.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거든요.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마을 마그레이브. 여기까지는 사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조금 수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마을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 아닐까 혼자 생각을 했는데, 좀 더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네요. 그리고 이 소설 박진감과 긴박감이 끝내줍니다. 주인공 잭 리처가 이런 저런 위험에 처하고 어떻게든 살아남고, 그리고 끝내 범인들을 추적하거든요. 만약 이 소설이 이렇게 끝난다면 다른 추리 스릴러 소설과 큰 차이가 없겠죠. 주인공 잭 리처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무척 똑똑합니다. 많지 않은 현장의 증거로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그러니까 지적 재미도 있다는 얘기죠. 빠른 행동력과 뛰어난 두뇌를 모두 가진 잭 리처, 그에 매력에 한번 빠져보세요.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 스릴러 소설 좋아하시는 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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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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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ZOO>에 이어 읽은 오츠이치의 장편소설. 단편소설만 읽다가 장편소설을 읽었는데, 오히려 단편소설보다 더 괜찮네요. 이미 앞의 작품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단편소설도 꽤 재미있죠. 그러니까 결론은 이 작품 정말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면서 읽었는데, 마무리까지 무척 깔끔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드네요.

<암흑동화>는 '눈의 기억'이라는 단편의 암흑동화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동화입니다. 말을 할 수 있는 까마귀. 그는 사람과 말을 하고 싶지만 말하는 까마귀는 사람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죠. 눈이 먼 장님 소녀. 까마귀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간인 척 행동을 하며 다가섭니다. 누구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 소녀에게는 이런 말하는 까마귀는 무척 반가운 친구죠. 둘은 친해집니다. 까마귀는 이런 눈 먼 소녀를 위해 사람들의 눈알을 뽑아서 선물로 갖다 줍니다. 정말 멋진 동화이지 않습니까? 눈 먼 소녀는 까마귀가 갖다 준 눈알을 통해서 눈알의 주인의 삶을 간접 경험합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엔딩은 더 멋집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기억과 왼쪽 눈을 잃어버린 여고생 '나미'. 외할아버지의 돈으로 어려운 각막이식수술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왼쪽 눈으로 그 눈알의 주인의 삶을 보게 됩니다. 그녀는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부모에게나 선생님에게나 반 친구들에게나 소중한 존재였으나 기억을 잃은 그녀는 소외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합니다. "예전에는 너는 피아노도 잘 쳤는데…….", "예전에 너는 안 그랬는데…….", "너는 이상하게 변했어." 등 기억을 잃은 '나'가 아닌 그(그녀)들이 기억하는 '나미'의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암튼 어떤 연상 작용에 의해서 보게 되는 눈알의 주인의 삶(횡단보도에 있으면, 눈알의 주인이 횡단보도에서 경험했던 일이 보입니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추리소설의 재미가 시작됩니다. 왜냐? 눈알의 주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거든요. 그리고 무시무시한 동화를 쓰는 작가의 출현. 이 작가의 삶은 공포입니다. 왜냐? 암튼 읽어보시면 압니다. 호러와 미스터리와 암흑동화까지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마지막을 기대하셔도 좋을 만큼 엄청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읽었습니다. 기존의 단편소설을 몇 권 읽어서 대충 그런 느낌일 줄 알았는데, 훌쩍 뛰어넘네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습니다. '눈의 기억'이라는 소설 속 암흑동화 하나만으로도 그 재미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더 많은 것들이 이 소설에 있어요. 오츠이치라는 작가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죠. 그런데 확실히 상상력 하나는 정말 풍부한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암튼 본격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들, 무시무시한 공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추천합니다. 사족으로 이 소설 꽤 잔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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