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스티븐 킹 단편집 밀리언셀러 클럽 100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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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근원의 공포를 집요하게 파헤쳐 온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7개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작품집(상)으로 오 헨리 문학상 수상작 <검은 정장의 악마>, 《다크타워》의 외전인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괴물이나 유령(흡혈귀) 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외형적인 공포보다는 내면적인 공포를 묘사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품의 밑바탕에 흐르는 기본 정서는 공포이지만 판타지, SF, 미스터리, 공포, 범죄(갱스터),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로 담아내고 있어 나름 골라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스티븐 킹의 진가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공포적인 상황을 다룬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집에서는 극한의 공포 뒤에 좌절이나 절망이 아닌 작은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어 스티븐 킹의 어떤 심적 변화가 느껴지지도 했습니다.

<제4호 부검실>은 생매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많죠. 죽지도 않았는데 죽었다고 판단하고 시체를 부검하거나 매장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묘사를 하고 있어,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공포를 전해줍니다. 뱀의 독에 의한 일시적인 마비 현상인데, 의사들은 사망으로 진단하고 부검을 하려고 합니다. 말은 나오지 않고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아주 재치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검은 정장의 악마>는 오 헨리 문학상 수상작으로 제목 그대로 검은 정장을 입은 붉은 눈의 악마가 등장하는 공포소설입니다. 한 노인이 아주 오래 전 악마에게 유린을 당했던 끔찍한 과거를 회고형식으로 말하는 소설인데, 한 소년이 어린 시절 비일상적인 공포체험으로부터 벗어났음에도 기억의 지배로부터는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81년을 보내야만 했던 상황 자체가 무척 악몽스럽게 다가온 작품입니다. 붉은 눈의 검은 정장을 입은 악마가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기를 어그적어그적 씹어 먹는 장면이 나오는 이런 소설도 문학상을 수상하는군요. 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이러니 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는 낙서를 기록하는 한 중년 남성의 자살 시도 및 과정을 다룬 이야기로 올드 팝송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도로 주변의 한 모텔에서 공책에 낙서를 적는 남자를 보면 조금은 궁상맞아 보입니다. 자살을 하려다 자신의 공책(저질스러운 낙서들이 기록되어 있는)을 경찰이 본다면 미친놈의 짓거리로 생각할까봐 초조해하는 모습을 봐도 역시나 궁상맞아 보입니다. 사실 모텔에서 자살을 하고, 낙서가 기록된 공책이 발견된다고 해도 세상은 그(의 죽음)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을 텐데, 저렇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살아가는 것도 죽는다는 것도 한 편의 코미디 같더군요. 슬픈 코미디. <잭 해밀턴의 죽음>은 걸작 갱스터무비들에 대한 스티븐 킹의 헌사가 아닐까 싶네요. 실존 인물과 실존 사건(물론 허구인 이야기도 있지만)이 등장하는 소설로 실로 파리를 잡는 호머와 우스꽝스러운 물구나무를 조니, 그리고 그 옆에서 총에 맞은 곪은 상처를 움켜쥐고 웃으면서 죽어가는 잭의 모습은 정말 영화적이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죽음의 방>은 남미의 어느 취조실(죽음의 방)에서 전기 고문으로부터 죽을 위기에 처한 한 남자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이야기로, 스티븐 킹의 작품치고는 조금 평범한 작품이었습니다.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은 《다크타워》의 외전으로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다크타워》의 2부 <세 개의 문>이 SF/판타지의 느낌이었다면,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은 정통 호러입니다. 흡혈귀 유령들과 녹색인간 돌연변이, 예수-개, 의사-벌레들이 나오고, 롤랜드가 처한 상황 자체도 무척 안 좋습니다.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이라 불리는 할머니들의 수다도 좋고요. 또한 흡혈귀들이 인간들을 흡혈하는 장면도(쪽쪽 빨아서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이런 표현 너무 좋습니다) 좋았고요. 작품 해설에 이 작품을 쓰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다크타워》 외전 써 주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이번 작품은 《다크타워》1부 <최후의 총잡이> 앞부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다크타워》를 읽지 않고 읽어도 상관은 없습니다(총잡이 롤랜드의 매력이 아직 드러나기 전입니다).

마지막은 표제작인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로 초능력을 다룬 SF소설입니다. 초능력이라면 <엑스맨>이나 <슈퍼맨>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시각적으로 멋있는 활약을 펼쳐야 하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초능력자 딩크(이름부터가 뭔가 찌질 해 보이기는 하지만)는 방구석에서 영웅 짓을 합니다. 어떻게? 그리고 이런 찌질이를 선택하여 훈련시킨 기관의 정체는?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지만, 진실을 알게 된 딩크가 선택하게 되는 미래는? 배수구에 잔돈을 버리는 단순한 행위를 떠올리고, 이런 음모를 떠올릴 수 있다니, 역시나 스티븐 킹은 천부적인 스토리텔러입니다. 초능력자가 나와서 악당들을 물리치니 이 소설도 분명 SF영웅물이겠죠?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이 말이 이렇게 무섭게 들리기도 하는군요.

"……처음부터 걱정 따위는 없었으니까요."

"그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

"결국 모든 일은 벌어지게 마련이죠."

"그래, 네 말이 맞다, 딩크.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게 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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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 호러 - 초자연 공포 미스테리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 외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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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 공포 미스터리소설 《토털 호러》는 서양과 일본의 공포 명작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총 11편의 단편 중에서 8작품이 일본 작가의 작품입니다). 저작권의 권리는 사후 50년 동안만 보호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70년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지만). 《토털 호러》는 원서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책의 앞부분에 원서 제목이나 저작권자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군요. 아마 저작권 권리 보호가 지난 유명 작가들의 단편집들을 모와서 출간한 것 같네요. 유명 문학상의 이름이기도 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야마모토 슈고로의 작품들과 《도구라 마구라》로 유명한 유메노 큐사쿠의 작품, 기드 모파상, 히사오 주란,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 니시오 다다시 등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단편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초자연 공포 미스터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음울하고 기괴하며 불쾌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단편 소설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뒤 끝도 상당히 개운하지 못하고요.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의 <거미>라는 작품은 기괴한 죽음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호텔에서 한 남자가 겪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맞은 편 건물의 여인의 정체, 그리고 죽은 시체에서 나오는 거미, 그리고 호텔방에서 일어나는 뭔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날짜가 지날수록 점점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꽤 잘 나타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무라야마 가이타의 <악마의 혀>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악마의 혀를 가진 한 남자의 불운한 삶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유충이나 온갖 벌레들에게 식욕을 느끼다 나중에는 인육까지 먹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인육에 맛을 들이기까지의 과정과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 불쾌감과 불편함을 유발시키는 재미나는 작품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 이런 단순 무식하게 공포감을 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참고로 작가는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하네요). 이사오 주란의 <귀여운 악마>도 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사랑의 감정이 죽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감정으로 변하다가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싫어해서라는 망상증까지 한 남자의 이상 심리를 다룬 이야기로 분위기가 어두컴컴한 것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쓰노다 키쿠오의 <귀신 울음소리>는 귀신이 나타나서 관련자들을 처참하게 죽인다는 이야기로 괴기 스릴러에 어울릴만한 긴장감과 기괴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슈고로의 <그 나무 문을 통해>서는 공포와 미스터리, 환상의 절묘한 조화, 문학적으로는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사와 이야기의 구성력이 뛰어납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인 한 남자의 불안한 심리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사랑하는 여자가 기억이 돌아오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 여자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일본 미스터리 4대 기서 중의 하나인 《도구라 마구라》의 <SOS BOY>는 무척 쉽습니다. 읽기 전에 살짝 긴장했는데 너무나 쉬운 이야기에 조금 김이 빠진 케이스입니다. 불길한 미신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 심리, 과학과 미신의 충돌, 그리고 과학적으로 증명해야만 하는 속이 시원해지는 강박관념 등이 낯선 남자들의 세계인 배를 배경으로 긴장감 있게 펼쳐집니다. 이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소개 안 한 작품들이 있는데, 11개의 단편에 대한 감정을 모두 얘기하기는 귀찮아 여기서 마칩니다. 공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야 할 거장들의 명작이 아닐까 싶어요.


덧1. 오타가 조금 눈에 거슬리네요. 우선 작가 프로필에서 쓰노다 키쿠오가 1992년 <모피 외투를 입은 남자>가 '신취미' 잡지 응모 데뷔작이라고 되어 있네요. 아마도 1929년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W.F. 하비의 <폭염>에서는 199X 8월 20일의 일기로 시작을 하는데, 내용 중간에 190X년에 태어나서 190X년에 죽었다는 글이 보이네요(물론 현실이 아닌 기묘한 상황이지만). 나이는 40세인데 태어나고 죽은 해를 계산하면 10년이 채 안 됩니다. 그리고 SF소설도 아닌데 199X라는 년도는 이해 불가. 그리고 차례의 페이지수가 틀립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오타들이 있네요.

덧2. 제목부터 뭔가 원초적이고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total과 horror를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단편집도 아마 흔하지 않을 듯, 요즘에는), 안의 디자인도 비슷하네요. 우선 예전 아동용 공포소설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습니다(<악마의 혀>라는 작품에는 입과 길게 늘어뜨린 혀가 붉은색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거미> 역시 붉은색을 배경으로 거미와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그려져 있고요. 그리고 사람의 형태도 단순화시켜서 무척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짝수 페이지는 파란색 톤이고 홀수 페이지는 붉은색 톤입니다. 암튼 아마 80-90년대 유행하던 책 디자인 같은데, 과감하게 사용했더군요. 암튼 오랜만에 이런 책을 만나니 이상하게 반갑더군요. 요즘 출간되는 책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무척이나 놀랍고 파격적인 책이 아닐까 싶네요. 암튼 책 안에 있는 그림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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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증후군 증후군 시리즈 1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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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는 8년간의 집필기간을 거친 작품으로 사회문제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입니다. '증후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젊은이들의 사회문제(폭력, 마약, 일탈, 방황, 범죄 등)를 다룬 『실종증후군』입니다. 도쿄에서 어떤 특정군의 젊은이들이 연속적으로 사라집니다. 물론 경찰에서는 이런 연속적인 실종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발적 실종이라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도쿄 젊은인 연속 실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다마키 비밀수사팀이 출동(?)합니다. 다마키 비밀수사팀은 전/현직 경찰들로 이루어진 수사팀입니다. 물론 『실종증후군』에서는 비밀수사팀의 리더인 다마키(경시청 경부무 인사2과에 근무하는 경찰)와 사립탐정(전직 경시청 수사1과) 하라다의 과거만 나올 뿐 탁발승 무토와 육체노동자 구라모치는 베일에 싸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참고로 탁발승 무토는 『유괴증후군』, 육체노동자 구라모치는 『살인증후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다고 하네요. 사실 『실종증후군』을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습니다(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어중간함). 그럼에도 다마키 비밀수사팀의 캐릭터는 좀 더 알아보고 싶더군요.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은 사회적인 병리 현상(현대사회의 복잡함),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점, 현대사회의 다양한 범죄 문제들로의 접근과 개성 있는 캐릭터 창조에는 나름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전체적인 내용보다는 대사들)는 조금 진부하고 통속적인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어떤 경우에라도 부모로부터 도망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p.395)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지금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출발이다."(p.398) 등등. 물론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비중 있는 대사들인데, 조금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당연한 얘기를 굳이 이렇게 말할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암튼 소설을 읽다가 이런 대사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굳이 말 안 해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설명을 해 주는 걸까? 반발심이라면 반발심인데, 암튼 이런 표현들이 오히려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 같더군요.

  이 작품은 도쿄 젊은이들의 연속 실종 사건을 수사하다 마주치게 되는 젊은이들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99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 유효기간이 조금 지난 내용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것이겠죠. 도쿄 젊은이들의 연속 실종 사건 이면에는 젊은이들의 마약과 폭력, 살인 등의 범죄가 자리 잡고 있고, 그러한 젊은이들의 범죄 원인을 파헤쳐 들어가다 보면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답답함이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젊은이들의 범죄, 청소년 범죄만큼 심각한 문제임에도 이제는 ‘어른이다.’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인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를 않죠. 부모의 강요에 의한 삶은 답답하기만 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만 안정감을 찾고 무리로부터 벗어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그 무리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요. 타인의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그러나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실종이 결코 가볍기만 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 소설 속 범죄 집단에 대한 묘사는 무척 좋았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 싸이코패스가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요즘에는 깡패보다 이런 싸이코패스가 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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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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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오늘 그가 쌓은 '타워'의 높이보다 그 탑의 그림자가 몇 배는 더 길거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박민규(소설가)

박민규 씨는 국내 작가 중에서 (현재) 천명관 씨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런 박민규 씨가 SF소설을 쓰는 후배 작가에게 저런 극찬을 했습니다. 박민규 씨의 저런 극찬 100% 믿으셔도 됩니다. 정말 황홀하고 충격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불온한 나라에서 날아온 작가의 불온한 상상력에 경배를!

빈스토크(Beanstalk)는 674층 높이에 인구 50만 명을 수용하는 가상의 도시국가입니다. 그런데 결코 빈스토크는 가상도시(타워)가 아닙니다. 현재 진행형인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몹시 이상합니다. 아니 지금 2009년의 대한민국은 정말 이상합니다. 배명훈의 『타워』는 현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너무나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름이 돋지만 한편으로는 슬픕니다. 이 소설은 21세기의 슬픈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유쾌하지만 웃을 수는 없습니다. 웃음은 너무나도 쉽게 슬픔으로 변화거든요.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참고로 『타워』는 빈스토크라는 타워이자 가상도시를 소재로 한 연작소설집입니다)를 보면 비정규직 비행기 조종사가 나옵니다. 빈스토크는 주변 국가와의 정치나 외교적인 문제 때문에 외부로부터 용병을 고용합니다. 적대국에 의해서 비행기는 사막에 추락합니다. 권가 권력은 그를 버립니다. 일회용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그냥 모른 채 합니다. 용도 폐기.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이라는 단편을 살펴볼까요? 수평운송노조와 수직운송조합이 등장합니다(674층의 높이다 보니 수직운송만큼 수평운송도 중요합니다. 일직선의 타워는 아니거든요). 그 두 단체의 입장 차이를 보다 보면 정말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상황들이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릅니다. 이런 재기 넘치는 불온한 상상력을 품고 있는 내용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니 배명훈의 『타워』는 불온서적입니다. SF소설이라는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내면은 정치풍자비판(사회비판) 소설입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현 대한민국을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희망 또한 제시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무조건 현 정치를 씹음으로써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런 자위소설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암튼 말이 길어졌습니다. 2009년에 꼭 읽어야 할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마지막으로 빈스토크의 유명 배우 P라는 개의 말을 인용하면서 감상을 마치겠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멍멍!!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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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블루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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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메 미유키의 최초의 장편소설. 정말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맞아? 싶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노력도 물론 있었겠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재능을 타고난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에너자이저처럼 끊이지 않는 창작력과 엄청나게 쏟아내는 (양질의) 작품만 봐도 확실히 재능을 타고난 것 같아요. 암튼 『퍼펙트 블루』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 이후에 발표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의 색깔이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밝게 그립니다. 따라서 분명히 사람이 살해되는데도 그렇게 무섭거나 잔인하지는 않아요. 이러한 것은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연령층이 낮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물론 어른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은 소년입니다). 심지어 모든 인간들의 사랑을 받는 '개'(글자 그대로 멍멍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간들이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할 때 당사자인 개는 얼마나 슬플까요? 개는 인간처럼 잔인하거나 사악하지도 않은데 그런 욕을 들어야 하니 말이죠. 암튼 ‘마사’라는 늙은 개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아주 영리합니다(인간들의 말도 알아듣거든요).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린 소년과 개입니다. 그러니 소설은 당연히 밝을 수밖에 없죠. 물론 그렇다고 이 소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도 밝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주제는 무겁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활달하고 밝은데, 소설이 품고 있는 주제는 무척 무겁고 때로는 답답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이죠.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되겠죠?)의 추리소설이라 어떤 사회적인 문제점을 파고드는 이야기라 생각하실 텐데, 맞습니다. 그런데 반전과 충격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추리하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여기서 다시, "이거 정말 작가의 첫 장편소설 맞아?" 싶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플롯의 구성도 꽤 탄탄하고요. 이야기는 개 '마사'와 다이도 제약 총무과장 보좌 '기하라'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전개됩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그런 인간의 욕망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개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개 '마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밝습니다. 반면 다이도 제약 총무과장 보좌 '기하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어둡고 음습하며 기분 나쁩니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이 이 소설에서는 무척 효과적으로 드러납니다. 우선 가독성과 흡입력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일어날 사건들이 예측(안 좋은 사건이겠죠?)되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다이도 제약 총무과장 보좌 '기하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잔인함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리고 개 '마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밝은 이야기,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어떤 유쾌함과 상쾌함을 줍니다. 암튼 이런 이야기 구성이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결코 독자를 궁지에 몰아넣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조금) 악한 자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는 것. 그럼에도 씁쓸함은 여전히 남는 다는 것. 감동과 여운, 추리소설적인 재미까지 정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첫 장편소설이라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읽어서인지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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