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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증후군 ㅣ 증후군 시리즈 1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는 8년간의 집필기간을 거친 작품으로 사회문제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입니다. '증후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젊은이들의 사회문제(폭력, 마약, 일탈, 방황, 범죄 등)를 다룬 『실종증후군』입니다. 도쿄에서 어떤 특정군의 젊은이들이 연속적으로 사라집니다. 물론 경찰에서는 이런 연속적인 실종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발적 실종이라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도쿄 젊은인 연속 실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다마키 비밀수사팀이 출동(?)합니다. 다마키 비밀수사팀은 전/현직 경찰들로 이루어진 수사팀입니다. 물론 『실종증후군』에서는 비밀수사팀의 리더인 다마키(경시청 경부무 인사2과에 근무하는 경찰)와 사립탐정(전직 경시청 수사1과) 하라다의 과거만 나올 뿐 탁발승 무토와 육체노동자 구라모치는 베일에 싸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참고로 탁발승 무토는 『유괴증후군』, 육체노동자 구라모치는 『살인증후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다고 하네요. 사실 『실종증후군』을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습니다(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어중간함). 그럼에도 다마키 비밀수사팀의 캐릭터는 좀 더 알아보고 싶더군요.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은 사회적인 병리 현상(현대사회의 복잡함),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점, 현대사회의 다양한 범죄 문제들로의 접근과 개성 있는 캐릭터 창조에는 나름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전체적인 내용보다는 대사들)는 조금 진부하고 통속적인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어떤 경우에라도 부모로부터 도망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p.395)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지금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출발이다."(p.398) 등등. 물론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비중 있는 대사들인데, 조금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당연한 얘기를 굳이 이렇게 말할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암튼 소설을 읽다가 이런 대사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굳이 말 안 해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설명을 해 주는 걸까? 반발심이라면 반발심인데, 암튼 이런 표현들이 오히려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 같더군요.
이 작품은 도쿄 젊은이들의 연속 실종 사건을 수사하다 마주치게 되는 젊은이들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99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 유효기간이 조금 지난 내용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것이겠죠. 도쿄 젊은이들의 연속 실종 사건 이면에는 젊은이들의 마약과 폭력, 살인 등의 범죄가 자리 잡고 있고, 그러한 젊은이들의 범죄 원인을 파헤쳐 들어가다 보면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답답함이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젊은이들의 범죄, 청소년 범죄만큼 심각한 문제임에도 이제는 ‘어른이다.’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인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를 않죠. 부모의 강요에 의한 삶은 답답하기만 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만 안정감을 찾고 무리로부터 벗어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그 무리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요. 타인의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그러나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실종이 결코 가볍기만 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 소설 속 범죄 집단에 대한 묘사는 무척 좋았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 싸이코패스가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요즘에는 깡패보다 이런 싸이코패스가 더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