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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 호러 - 초자연 공포 미스테리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 외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초자연 공포 미스터리소설 《토털 호러》는 서양과 일본의 공포 명작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총 11편의 단편 중에서 8작품이 일본 작가의 작품입니다). 저작권의 권리는 사후 50년 동안만 보호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70년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지만). 《토털 호러》는 원서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책의 앞부분에 원서 제목이나 저작권자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군요. 아마 저작권 권리 보호가 지난 유명 작가들의 단편집들을 모와서 출간한 것 같네요. 유명 문학상의 이름이기도 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야마모토 슈고로의 작품들과 《도구라 마구라》로 유명한 유메노 큐사쿠의 작품, 기드 모파상, 히사오 주란,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 니시오 다다시 등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단편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초자연 공포 미스터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음울하고 기괴하며 불쾌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단편 소설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뒤 끝도 상당히 개운하지 못하고요.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의 <거미>라는 작품은 기괴한 죽음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호텔에서 한 남자가 겪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맞은 편 건물의 여인의 정체, 그리고 죽은 시체에서 나오는 거미, 그리고 호텔방에서 일어나는 뭔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날짜가 지날수록 점점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꽤 잘 나타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무라야마 가이타의 <악마의 혀>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악마의 혀를 가진 한 남자의 불운한 삶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유충이나 온갖 벌레들에게 식욕을 느끼다 나중에는 인육까지 먹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인육에 맛을 들이기까지의 과정과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 불쾌감과 불편함을 유발시키는 재미나는 작품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 이런 단순 무식하게 공포감을 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참고로 작가는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하네요). 이사오 주란의 <귀여운 악마>도 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사랑의 감정이 죽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감정으로 변하다가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싫어해서라는 망상증까지 한 남자의 이상 심리를 다룬 이야기로 분위기가 어두컴컴한 것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쓰노다 키쿠오의 <귀신 울음소리>는 귀신이 나타나서 관련자들을 처참하게 죽인다는 이야기로 괴기 스릴러에 어울릴만한 긴장감과 기괴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슈고로의 <그 나무 문을 통해>서는 공포와 미스터리, 환상의 절묘한 조화, 문학적으로는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사와 이야기의 구성력이 뛰어납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인 한 남자의 불안한 심리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사랑하는 여자가 기억이 돌아오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 여자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일본 미스터리 4대 기서 중의 하나인 《도구라 마구라》의 <SOS BOY>는 무척 쉽습니다. 읽기 전에 살짝 긴장했는데 너무나 쉬운 이야기에 조금 김이 빠진 케이스입니다. 불길한 미신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 심리, 과학과 미신의 충돌, 그리고 과학적으로 증명해야만 하는 속이 시원해지는 강박관념 등이 낯선 남자들의 세계인 배를 배경으로 긴장감 있게 펼쳐집니다. 이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소개 안 한 작품들이 있는데, 11개의 단편에 대한 감정을 모두 얘기하기는 귀찮아 여기서 마칩니다. 공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야 할 거장들의 명작이 아닐까 싶어요.
덧1. 오타가 조금 눈에 거슬리네요. 우선 작가 프로필에서 쓰노다 키쿠오가 1992년 <모피 외투를 입은 남자>가 '신취미' 잡지 응모 데뷔작이라고 되어 있네요. 아마도 1929년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W.F. 하비의 <폭염>에서는 199X 8월 20일의 일기로 시작을 하는데, 내용 중간에 190X년에 태어나서 190X년에 죽었다는 글이 보이네요(물론 현실이 아닌 기묘한 상황이지만). 나이는 40세인데 태어나고 죽은 해를 계산하면 10년이 채 안 됩니다. 그리고 SF소설도 아닌데 199X라는 년도는 이해 불가. 그리고 차례의 페이지수가 틀립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오타들이 있네요.
덧2. 제목부터 뭔가 원초적이고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total과 horror를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단편집도 아마 흔하지 않을 듯, 요즘에는), 안의 디자인도 비슷하네요. 우선 예전 아동용 공포소설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습니다(<악마의 혀>라는 작품에는 입과 길게 늘어뜨린 혀가 붉은색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거미> 역시 붉은색을 배경으로 거미와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그려져 있고요. 그리고 사람의 형태도 단순화시켜서 무척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짝수 페이지는 파란색 톤이고 홀수 페이지는 붉은색 톤입니다. 암튼 아마 80-90년대 유행하던 책 디자인 같은데, 과감하게 사용했더군요. 암튼 오랜만에 이런 책을 만나니 이상하게 반갑더군요. 요즘 출간되는 책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무척이나 놀랍고 파격적인 책이 아닐까 싶네요. 암튼 책 안에 있는 그림들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