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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블루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메 미유키의 최초의 장편소설. 정말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맞아? 싶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노력도 물론 있었겠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재능을 타고난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에너자이저처럼 끊이지 않는 창작력과 엄청나게 쏟아내는 (양질의) 작품만 봐도 확실히 재능을 타고난 것 같아요. 암튼 『퍼펙트 블루』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 이후에 발표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의 색깔이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밝게 그립니다. 따라서 분명히 사람이 살해되는데도 그렇게 무섭거나 잔인하지는 않아요. 이러한 것은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연령층이 낮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물론 어른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은 소년입니다). 심지어 모든 인간들의 사랑을 받는 '개'(글자 그대로 멍멍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간들이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할 때 당사자인 개는 얼마나 슬플까요? 개는 인간처럼 잔인하거나 사악하지도 않은데 그런 욕을 들어야 하니 말이죠. 암튼 ‘마사’라는 늙은 개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아주 영리합니다(인간들의 말도 알아듣거든요).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린 소년과 개입니다. 그러니 소설은 당연히 밝을 수밖에 없죠. 물론 그렇다고 이 소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도 밝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주제는 무겁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활달하고 밝은데, 소설이 품고 있는 주제는 무척 무겁고 때로는 답답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이죠.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되겠죠?)의 추리소설이라 어떤 사회적인 문제점을 파고드는 이야기라 생각하실 텐데, 맞습니다. 그런데 반전과 충격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추리하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여기서 다시, "이거 정말 작가의 첫 장편소설 맞아?" 싶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플롯의 구성도 꽤 탄탄하고요. 이야기는 개 '마사'와 다이도 제약 총무과장 보좌 '기하라'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전개됩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그런 인간의 욕망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개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개 '마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밝습니다. 반면 다이도 제약 총무과장 보좌 '기하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어둡고 음습하며 기분 나쁩니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이 이 소설에서는 무척 효과적으로 드러납니다. 우선 가독성과 흡입력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일어날 사건들이 예측(안 좋은 사건이겠죠?)되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다이도 제약 총무과장 보좌 '기하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잔인함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리고 개 '마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밝은 이야기,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어떤 유쾌함과 상쾌함을 줍니다. 암튼 이런 이야기 구성이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결코 독자를 궁지에 몰아넣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조금) 악한 자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는 것. 그럼에도 씁쓸함은 여전히 남는 다는 것. 감동과 여운, 추리소설적인 재미까지 정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첫 장편소설이라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읽어서인지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