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는 바로 성폭행과 자녀(아동) 학대가 아닐까 싶어요. 칼이나 총에 의한 살인은 앞의 두 범죄에 비하면 죄의 무게(를 논한다는 것이 조금 그렇지만)가 가볍지 않을까 싶어요. <침묵의 무게>는 가장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범죄 바로 성폭행과 자녀 학대를 다룬 가족 미스터리 소설이 아닐까 싶어요. 앞의 가족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끔찍한 범죄임에도 잔인한 묘사나 비극적인 결말로 끝맺지 않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서 끝을 맺습니다. 물론 상처나 아픔이 쉽게 치유되지는 않겠죠. 그래도 이 영화는 가족의 끈끈한 연대로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가족이 가정을 파괴하고, 파괴된 가정이 다시 가족들에 의해서 회복된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기는 한데, 가족이란 그런 양날의 검이 아닐까 싶어요. 가족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가족은 행복할 수도 있고, 아니면 끔찍한 악몽이 될 수도 있죠. 부모의 책임과 의무. 부모 같지 않은 부모(부모의 책임을 저버린)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사하는 점이 무척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선택적 함묵증(특정한 장소나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는 일곱 살 소녀 칼리, 그리고 그녀의 단짝친구 페트라가 새벽에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녀들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아이들이 갈만한 곳을 수색을 하지만 흔적조차 발견하기가 힘듭니다. 물론 독자는 알고 있습니다. 그녀들에 어디에 있는지 말이죠. 이 소설은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라진 두 소녀 칼리와 페트라, 그리고 칼리의 엄마/아빠/오빠, 페트라의 아빠, 부보안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사건의 전반전인 과정을 대부분 알 수 있습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 아이들이 저기에 있는데 왜 어른들은 찾지 못하는 것일까? 다소 평면적이고 단순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군더더기가 없고 간결합니다. 다만 너무 평범해서 그게 단점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만의 매력이라 부를만한 것이 딱히 없어요. 무엇보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도 단점이지 않나 싶어요(반전을 말하는 것은 아님). 무난한 평작 정도. 단 신인 작가의 오버하지 않은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는 살짝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의 날 - 상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술에 취하고 권력과 무정부에 취한 짐승들. 그들을 취하게 한 건 또 있었다. 지금까지 붙여진 이름은 없지만, 누구나 갖고 있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해왔던 것.

망각. 

그게 전부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온갖 멋들어진 이름을 갖다 붙였다. 의상, 의무, 목표. 하지만 진실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오직 본능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본능은 분노를 원했고 강간과 파괴를 원했다. 능력이 닿는 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유는 오직 그들에게 파괴의 힘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최근 읽은 소설 중 단연 압권. 「정의란 무엇인가」의 소설판이다.’) 때문에 더 유명해진 데니스 루헤인의 신간입니다. 노회찬 씨가 추천한 책이라서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데니스 루헤인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살인자들의 섬》의 원작소설의 작가이기도 하거든요. 이 소설은 「살인자들의 섬」보다는 「미스틱 리버」에 좀 더 가깝네요. 대중적인 재미가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역사서라도 해도 될 정도로 1919년 미국의 보스턴 경찰 파업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작품은 추리가 아닌 역사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데니스 루헤인은 글을 무척 잘 쓰는 작가입니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을 아주 재미있게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경찰 파업이 극에 다할 때의 그 조마조마함은 정말 압권입니다. 1919년 미국 보스턴의 경찰 파업? 고리타분한 남의 나라 이야기? 이 소설은 읽고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 독자는 한 명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 수천, 수만 명의 노동자가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소설 속 ‘노동 파업’이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큽니다. 역사의 숙명적인 순환 앞에서 체념하기보다는 투쟁으로서 바꾸어야 한다는 그런 힘을 주는 작품입니다. 진보 정치인 노회찬 씨가 추천한 이유가 있습니다. 썩어빠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어요(물론 약간의 지루함은 견뎌야 하겠지만요. 장르적인 재미는 조금 배제를 했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의 아이 - 상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살아 있어도 괜찮아. 넌…… 살아 있어도 괜찮아. 정말로 살아 있어도, 괜찮아.”

  가족의 해체를 다룬 「가족사냥」에서 먹먹함과 고통, 슬픔으로 독자를 괴롭히더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 심한 아동 학대 문제로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네요. 「가족사냥」이나 「영원의 아이」나 결국 가족 붕괴를 다루었다는 데는 공통점이 있지만, 「영원의 아이」는 그 먹먹함이 더 오래갈 듯싶네요. “살아 있어도 괜찮아.” 저런 말에 위로를 받고 아이 시절의 고통스러운 삶을 껴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후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애도하는 사람」에서 그래도 구원은 있다고 믿었는데, 과연 그 구원은 영원한 것일까? 싶은 회의감도 살짝 드네요.

  소설은 정신과 병동에서 힘겨운 치료를 받던 1979년 유키, 쇼이치로, 료헤이의 어린 시절 세계와 17년이 지난 1997년 현재의 세계를 교차로 보여주면서 왜 현재의 그들은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운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마치 ‘영혼(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는지 그 원인을 파헤칩니다. 물론 1979년 그들의 어린 시절의 삶은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 때문에 내내 긴장감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재(1997년) 그들의 삶은 도대체 과거의 무슨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그에 대한 궁금증과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삶과 17년 후 현재 전혀 바뀌지 않은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 사이에 인과관계를 확인하다 발견하게 되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슬픔과 아픔은 이 소설이 왜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아동 학대, 가족 붕괴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 점에 대한 높은 평가는 그냥 넘어가죠(이런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나 분석은 독자 개개인의 몫). 아동 학대나 가족 붕괴 등 묵직한 사회 문제는 사실 잘못 건드리면 무척 조잡하고 난잡하게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만큼 다루기 어려운 주제죠. 특히나 피해자 입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더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피해자의 고통이나 상처, 아픔 등) 마치 아는 척 하는 그런 이야기가 될 수 있죠.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는 무척 쓰기 힘들었겠구나!’라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지더군요. 그만큼 저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가면서도 아동 학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접근합니다.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이 작품은 ‘제5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상 장편상’ 수상작입니다. 아동 학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사회 소설입니다. 만약 미스터리 구성을 취하지 않았다면 아마 먹먹함 때문에 읽다가 질식했을지도 모릅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 서술방식을 진행됩니다.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고,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궁금하게 만듭니다(다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계속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말이죠).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거대한 미스터리를 만들다가 마지막에 ‘빵’ 하고 터뜨립니다. 놀라움과 충격, 그리고 서서히 뒤따르는 깊은 슬픔. 이 정도면 미스터리소설로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재미와 작품성 모두 갖춘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6
김종일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공포소설을 즐겨 읽는 기준은 크게 현실적인 공포와 비현실적인 공포, 열린 결말의 이야기와 닫힌 결말의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현실적인 공포와 비현실적인 공포는 모두 선호하지만 현실적인 공포(이종호의 「오해」나 김종일의 「놋쇠 황소」, 이종권의 「오타」 등)를 좀 더 선호합니다. 그리고 열린 결말보다는 닫힌 결말을 좋아하는데, 열린 결말이라도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충분히 남겨 주고, 임팩트가 강하다면 역시나 선호합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 제 기준으로 평가를 했을 때 조금 아쉽네요. 몇몇 작품은 현실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음에도 스토리의 구성이 조금 썰렁하고, 상상의 여지가 없음에도 결말도 불확실하고 암튼 아쉬운 작품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종호 씨의 「오해」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주인공 딸의 단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좀 더 큰 틀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더군요. 소시민(약자)이 폭력(단순 폭행이 아닌 좀 더 넒은 의미에서의)에 희생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분노와 무기력함이 정말 절절하게 와 닿았습니다. 마지막의 결말(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빠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섬뜩하게 끝맺습니다. 추천!!

  임태훈 씨의 「네모」와 엄길윤 씨의 「벗어버리다」는 SF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공포소설입니다. 설정과 상상력은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마무리는 조금 아쉽더군요. 「네모」는 서울에 정체 모를 네모상자들이 생기면서 패닉 상태에 빠진 인간들의 공포를 그린 작품인데, 네모가 그렇게 무섭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마무리도 조금 밋밋하고요. 「벗어버리다」는 인간들의 옷(겉치장)이 인간들의 몸(마음)을 지배하면서 벌어지는 역시나 패닉 상태를 다룬 작품인데, 《신체 강탈자들의 침입》이라는 영화도 살짝 생각나더군요. 아무래도 이런 부류의 작품은 제 취향이 아닌 듯싶습니다.

  황태환 씨의 「살인자의 요람」은 발상 자체가 무척 재밌고 신선하더군요. 제목에서 뭔가를 눈치를 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 남자가 정체 모를 오두막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과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꾸게 되는 무척 현실적인 꿈. 이 작품은 열린 결말의 이야기인데, 사실 원점(처음)으로 돌아가면 뭔가 확실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렇다면 누구의 이야기인가? 설마? 암튼 이런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가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잘 어울리며, 결말도 나름 깔끔해서 괜찮더군요.

 장은호 씨의 「고치」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배경의 이야기입니다. 뭔가 이상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런 이야기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 작품은 유상욱 씨의 『고양이 여인숙』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부부가 이상한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고치라는 생선을 무척 좋아하는 마을 주민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까지 고치를 잡으려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사라지는 아내. 사실 그 순간 어느 정도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더군요.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말이라(사실 이런 이야기는 공포영화에서는 조금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김종일 씨의 「놋쇠 황소」는 사실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기대감이 커서였는지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네요. 뭔가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이 계속 이어지기보다는 책장을 덮는 순간 잊히더군요. 책장을 덮어도 계속 남는 뭔가 불쾌함 느낌 때문에 김종일 씨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여운이 오래 가지를 않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인데이즈>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미싱』에 이어 두 번째 읽은 혼다 다카요시 작품입니다. 『미싱』을 처음 읽었을 때 삶에 있어서의 인간 사이의 슬픔, 안타까움, 아련함 등의 감정을 느꼈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나 그런 느낌이 많이 드네요. 굉장히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지금의 제 삶과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아련함, 물론 그것은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부터 오겠지만, 그런 감정이 많이 드네요. 청춘 미스터리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그냥 상처와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미스터리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열린 결말의 작품이 몇 개 있어서 조금 답답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런 결말이 더 작품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현실은 과거 언젠가 그곳에서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다는 사실과 지금은 분명 사라졌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Fine Days」

  「Fine Days」. 대부분의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드러내는 저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현실, 과거, 존재, 사라짐. 저 문장을 보는 순간 슬픔의 감정이 밀려오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따뜻하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고생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전학 온 여학생, 그 여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교사, 그리고 죽음. 학교에 퍼지는 안 좋은 소문들. 과연 그 여고생은 정말 저주를 내린 마녀일까요?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에서 가장 청춘 미스터리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청춘남녀의 고민들이 여고생의 저주라는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와 만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과거의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분명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현재는 사리지고 없으니까요.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살인사건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마지막의 엔딩은 묘한 여운을 줍니다.

  「Yesterdays」는 처음 읽는 순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도키오』라는 작품이 살짝 떠오르더군요. 주인공은 암으로 인해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30년 전 자신의 첫사랑(과 그녀의 아이)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첫사랑의 친구의 연락처를 통해서 그녀가 30년 전에 살았던 아파트로 갑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주인공을 맞이하는 사람은 30년 전 아버지와 첫사랑의 그녀. 현재의 어머니에게서 듣게 되는 아버지의 30년 전 과거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마주치게 되는 아버지와 첫사랑의 이야기가 묘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과거에 이미 헤어진 연인. 그 연인의 헤어짐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마지막 아버지의 첫사랑이 헤어지기 전에 주인공에게 하려고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련한 추억과 기억들. 붙잡을 수 없기에,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그만큼 소중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는 어린 시절을 동생을 죽였다는 죄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대학원 조교가 예지 능력을 소유한 한 대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일들은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에서는 가장 미스터리가 강한 작품입니다. 예지 능력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꽤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여자 조교의 죄의식이 예지 능력과 만나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 나갈지 자못 궁금한 작품입니다. 죄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여자 조교, 사람의 죽음을 미리 볼 수 있는 예지 능력을 갖고 살아가는 대학생,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어떤 세계. 슬픔과 안타까운 감정이 많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섬뜩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한 번 깨지면 두 번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갈 수 없어. 그렇다면 종언이 아니라 영원이지 않을까. 무한한 가능성으로부터 한순간 선택된 종언이 아닌 영원 말이야. 「Shade」

  「Shade」는 『파인 데이즈』소설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골동품 가게 할머니가 램프 셰이드의 얽힌 이야기를 마치 손자에게 이야기를 해 주듯이 주인공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램프 셰이드의 얽힌 이야기와 현재 주인공이 처한 현실(속마음)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그 슬픔과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의 파장이 점점 커집니다. 주변 친구들의 첫사랑의 실패담을 듣고 나서 자신을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어느덧 자신도 그들의 절차를 따라가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사랑,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도 아플 것도 없는 것인데, 사람들은 꼭 사랑을 하려고 하죠. 과연 그 사랑은 무엇일까요? 조금 식상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사랑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주는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