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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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폐쇄적이고 낯선 고립된 공간에서 무언가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설이나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누구나 이런 소설이나 영화는 흥미 있어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암튼 이 소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최고였습니다. <폐허> 소설의 글자 크기나 자간이 결코 크거나 넓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다 페이지 수는 500페이지가 넘어가고요. 따라서 긴장감이나 스릴, 공포적인 요소가 끊임없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다소 지루할 수가 있죠.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와는 친하지가 않습니다. 특히 아마존베스트셀러는요. 그런데 이 소설 5주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업적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습니다. 우선 주인공은 여섯 명, 등장인물이 적어서 복잡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멕시코의 어느 고립된 언덕에서 벌어지는 생존기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고요.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스콧 스미스의 이야기 솜씨가 좋다는 말이겠죠. 암튼 재미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력 기반을 갖춘 네 명의 젊은 커플은 멕시코의 휴양지 칸컨으로 3주 정도의 여행을 떠납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밝은 젊은이들이죠. 의대 입학을 앞둔 제프(이 팀의 실질적인 리더), 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 에이미(조금 잘 삐지는 스타일), 에이미의 친한 친구 스테이시,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이며 교사) 에릭. 이들은 그곳에서 독일인 친구 마티어스와 그리스인 친구 파블로(유일하게 영어를 못합니다.)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마티어스의 동생이 첫 눈에 반한 여자를 따라서 마야문명의 고대 유적지 발굴 현장으로 떠나고 소식이 끊깁니다. 이들 여섯 명의 친구들은 마티어스의 동생을 찾으러 멕시코의 마야 정글로 떠납니다. 그들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마야인. 끝없이 이어지는 정글과 들판. 그들의 목적지는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려는 마야인은 언어가 통하지 않고요. 갑자기 그들에게 나타난 대머리 마야인. 총을 들이 대면서 언덕으로 올라가라고 합니다. 무기로 무장한 마야인으로부터 벗어나려 열심히 언덕으로 올라가지만 그곳에는 마야인들보다 더욱 끔찍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죠.

폐쇄적이고 낯선 공간, 만약 그들이 여기서 감금이 되어도 경찰이 그들을 발견하기까지는 무척이나 오래 걸리는 오지. 언덕을 주변으로 마야인들은 무장한 채 그들을 감시합니다. 가볍게 여행하듯이 떠난 그들에게 먹을 음식은 제한되어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덩굴의 존재. 분홍 꽃을 활짝 피우는 녹색 덩굴. 마치 뱀처럼 그 녹색 덩굴은 상상 초월의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방해 공작과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그들의 어두운 심리를 이용하여 동료들을 이간질시키기도 합니다. 그들이 먹고자 하는 욕구가 극에 달했을 때는 음식 냄새를 퍼뜨리고, 그들이 마야인으로부터 도망가려고 계획을 세우면 새소리를 흉내 내어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를 합니다. 식물 주제에?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낮에는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그런 식물이 뛰어난 지능에, 과감한 행동력, 게다가 24시간 수시 대기까지. 암튼 피터지고 무시무시한 덩굴로부터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벌어집니다. 외부로부터의 적과 내부로부터의 적, 그들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좌절, 악몽을 잊기 위해 망상으로 도망쳐 보지만 눈에 보이는 냉혹한 현실.

왜? 식물(녹색 덩굴)은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왜 마야인은 그들은 덩굴이 많은 언덕 위에 고립시켜놓고 제물로 삼는 걸까요? 주인공들은 궁금해 하고 나름대로 추리도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유는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야인은 방관자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덩굴 식물의 하수인일 수도 있고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제물을 바쳐야 하는 그런 존재일 수도 있고요. 혹은 악의 협력하는 조력자일 수도 있고요. 실질적인 악은 그 모든 것들에 가장 우위에 서 있는 덩굴이라는 존재죠. 그 강력한 존재 앞에서 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한낱 먹이 또는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첫날 모두 바로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덩굴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듯이 그 상황을 즐기듯이 재미있어 합니다. 덩굴이 뿌리를 내린 언덕 위의 사회에서는 그들이 왕이나 다름없거든요. 유치하지만 현실 세계에 대입하면 참으로 재미있는 관계가 떠오르기도 해요. 특히 덩굴이라는 존재는 어떤 특정한 나라가 떠오르더군요. 나약한 존재들을 이간질시키고, 거짓말을 하고, 미끼를 놓고, 자신들의 강한 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무참히 괴롭히는 모습이 그 나라가 생각나더군요. 마야인은 나약한 협력자이자 방관자.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그런 존재. 암튼 이건 그냥 제 생각이고, 이러저런 것들 떠나서 갇힌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하는 그런 스릴 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2008년 전 세계에 개봉을 한다고 하네요. 미국에는 이미 개봉을 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더군요. 스콧 스미스 작가는 샘 레이미 감독의 <심플 플랜>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플플랜>에서 각본으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The Ruins>에서도 각본에 참여를 합니다. 사실 영화 무척 궁금합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고 무척 영화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들이 도착하는 언덕, 무자비하게 인간을 잡아먹는 덩굴, 그리고 사고를 당하게 되는 갱로, 그리고 여섯 명의 주인공들의 캐릭터, 과연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 지 무척 궁금하거든요. 무엇보다 이 소설에는 잔인한 장면이 무척 많습니다. 특히 에릭의 고난과 역경은 상상 초월입니다. 그의 몸의 변화도 어떻게 표현될 지 무척 궁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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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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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는 온다리쿠 소설을 주로 번역한 분이 번역을 맡아서 온다리쿠의 소설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중반부터는 다른 분위기를 띄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암튼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끝까지 유지합니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바로 책의 표지로 사용된 초등학교 5학년 소년 '오스케' 보는 남녀의 섹스 장면과 누군가 지켜보는 아이, 그리고 무슨 병을 들고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누구. 도대체 이 환영은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물론 오스케의 여자 친구 아키가 나름대로의 추리력을 발휘하여 추리를 하지만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오스케의 어머니 '사키에'. 며칠 후 병동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한 오스케의 친구 '아키'의 어머니.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이 둘의 아버지. 그리고 오스케는 계속 이상환 환영에 시달리고, 아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교통사고까지 당합니다. 도대체 이 두 집안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선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입니다. 이 소설은 2007년 제7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한 반전도 준비되어 있고요. 그러니까 반전이 시작되는 중반부터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됩니다.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냥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이 나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요(본격미스터리 소설로서는 당연한 건가요?). 나중에 이야기를 짜 맞추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본격미스터리 소설과는 분위기 면에서는 많이 다르더군요. 물론 이야기 자체는 무척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조금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야기도 무척 차분하게 전개되고요.

 

 

예상 가능한 반전과 복선이 준비되어 있고,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잔인함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묘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이 어린 친구 '오스케'의 활약. 초등학교 5학년임에도 무척 똑똑하더군요. 그의 여자 친구도 그렇고요. 이야기가 후반으로 가면서 의문 시 되었던 사건들은 모두 해결이 됩니다. 그리고 이 두 가족의 숨겨져 있던 진실들도 밝혀지고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사실 엄청 자극적이고 잔인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소소한 반전과 복선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그리고 조금은 몽환적이고 따듯한 느낌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섀도우'란 단어는 이 소설을 읽고 처음 알았네요. 물론 의미는 알고 있었는데, 그런 의미를 '섀도우'로 표현하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제게도 요즘 '섀도우'가 무척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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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냥 - 상
텐도 아라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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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붕괴되어 가는, 이제는 희망이 없는 가족을 사냥하는 괴한. 자식이 부모를 구타하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위태한 가정의 틈새를 파고드는 흰개미 같은 존재들. 흰개미는 자식인가? 아니면 부모인가? 암튼 제목만큼이나 살해 묘사가 무척이나 섬뜩합니다. 가족의 붕괴를 흰개미의 특성에 빗대어 묘사한 부분이나 가족의 해체를 잔인한 살해 방식으로 묘사하여 설득력을 높인 점, 구성의 튼튼함, 폐부를 찌르는 듯한 먹먹함. 물론 '저렇게 잔인한 묘사로 가족의 붕괴와 위험을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잔인한 묘사가 오히려 지금의 가족의 문제를 더 직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만큼 처절했고, 가슴이 아팠고,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아요. 암튼 무척이나 훌륭한 가족소설(?) 입니다.

미술교사 '슌스케', 아들을 잃은 형사 '마미하라', 등교거부에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소녀 '아이', 그리고 무책임하면서 자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 정신병을 앓고 있는 '마미하라' 형사의 부인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족적인 면에서 바라봤을 때 무언가 결여된 인물들이 많습니다.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 그리고 스스로를 이해 못하는 10대 청소년.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를 단순히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족이 정말 완전한 작은 사회일까요? 가족이 최고일까요? 대체 가족은? 마지막 소설의 결말에서 그런 부분을 언급하는 것 같기는 한데,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가족 문제이지 않을까 싶네요. 부모를 구타하는 자식,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 우리는 가족이야, 무너지면 안돼, 누군가 희생을 해야 돼,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툭 치면 허물어질 것 같은 (흰개미가 나무나 콘크리트의 속을 다 갉아먹어 곧 허물어질 집처럼) 가족의 위태위태한 관계성을 아주 적나라하게 파헤칩니다. 무엇보다 면도칼이나 톱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가족의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것 같아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무척 피곤했습니다.

대안 가족? 우리나라도 핵가족화 시대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죠. 결코 지금의 핵가족이 완전한 가족, 작은 사회는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데 가족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가족들이 많죠. 가족은 떨어지면 안 된다, 우리 가정은 다른 가정과는 다르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와는 다르다,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 아니 지금만 버티면 차차 나아질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다 그러나 이제 괜찮아질 것이다, 부모를 못 믿니?, 어머니처럼 살기는 싫어요, 우리 아이는 안 그래요, 성공하려면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 작금의 가족을 (다른 의미로) 결코 정상적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가족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가족의 폭력과 방관은 다람쥐 바퀴처럼 계속 돌고 돌지 않을까요? 우리 가족만은 괜찮다는 안일주의, (소설 속 '오노'의 말처럼, 결코 그의 말의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흰개미처럼 다른 가족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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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드림 - 한국 SF 대표 작가 단편 10선 크로스로드 SF컬렉션 1
복거일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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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소설은 거의 읽은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외국 SF소설도 필립 K. 딕의 소설을 제외하고는 거의 읽지를 않았네요. 이유는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필립 K. 딕의 소설은 쉬우면서도 재미있고, 마지막의 허를 찌르는 반전도 있고 해서 좋아하지만요. 그러니까 <얼터너티브 드림>은 국내 SF소설 중에서 처음 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잡지를 통해 국내단편SF소설을 접한 적은 있지만요.

  

<얼터너티브 드림>은 2005년 10월에 창간한 월간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린 국내 작가들의 10편의 중단편 SF소설을 엮은 작품집입니다. 기성 작가 듀나, 복거일, 이영도 씨와 신진 작가 김덕성, 김보영, 고장원 등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작품 하나하나가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네요. 인조인간, 개인간(정확한 명칭은 '크러스'. 개의 몸에 인간의 의식을 인식시켜 군견병으로서 부대에서 활약하는 인간), 돼지인간(돼지의 몸에 인간의 의식을 인식시킴. 후에 돼지인간은 후각이 발달해서 향수 제조의 전문가가 됩니다), 꿈과 게임의 크로스, 과거로의 시간 여행(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고 지상이 아닌 지하 세계, 외계인 등 소재도 이야기도 무척이나 다채롭고 던져주는 메시지도 이해하기 쉽고 무척이나 유익합니다. 무거운 SF소설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나 SF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작품 이야기를 해보면, 사실 모든 작품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만(10편의 작품이 모두 재미있습니다.), 필력이 딸리는지라 그 중에서도 재미있게 읽은 몇 작품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재미있는 소설은(저는 작품성은 잘 모릅니다. 재미있는 소설은 무척 좋아하고요.) 표제작인 <얼터너티브 드림>입니다. 생수를 먹게 된 인간들이 꿈속에서 (마치 RPG게임처럼) 다른 존재(인간이나 곰, 독수리, 그리고 게임 속 캐릭터 등 다양한 존재들)를 서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입니다. 꿈속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고요. 자각몽? 그렇습니다. 꿈속에서 스스로 꿈인 것을 자각하고 행동을 합니다. 꿈속에서 많은 인간을 죽일수록 경험치(?)가 높아져서 더 강해집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생수를 만들었을까요? 무슨 목적으로 이런 생수병을 유포했을까요? 그리고 점점 누군가를 죽일수록(비록 꿈이기는 하지만, 인지는 하고 있습니다. 꿈속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고) 쾌감을 느낍니다. 살인에 대한 가벼운 유희. 결국 모든 인간들이 꿈을 꾸고 꿈속에서 다른 존재를 죽이고, 세상은 혼란스러워지고, 마지막은? 다음으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룬 <로도스의 첩자>입니다. 이 소설은 반전이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물론 아주 신선한 반전은 아닙니다). 역사복원학? 역사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역사는 권력자들의 이야기죠.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역사도 있고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역사를 복원한다면? 물론 과거를 현재가 개입하게 되면 현재도 그만큼 바뀌게 되니까 조심스럽게 행동을 해야 되겠죠? 이 이야기는 미스터리 장르의 외형을 띄고 있습니다. 시간감시자가 역사복원학 교수를 의심하고 쫒습니다. 역사복원학 교수가 역사복원학 교수가 아니라는 의심으로요. 과연 과거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그는 정말 그가 아닐까요? 이야기는 흥미진지하게 전개됩니다. 다음으로 <땅 밑에>라는 단편소설도 무척 짧고 강렬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천상을 꿈꾸지 지하를 꿈꾸지는 않습니다. 하늘 위에 무엇이 있을까? 더 높은 곳으로 더 멀리 날아가려고 하죠. 땅 밑에는? 당연히 지구과학을 배우신 분들이라면 맨틀이니 외핵이니 내핵이니 결코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죠. 그러나 과연 정말 그럴까요? 땅 속으로 계속 내려가면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이 소설은 SF모험소설입니다. 인간들이 땅 밑을 탐험하는 이야기인데 무척 스릴있습니다. 폐쇄공포증을 유발시키는 아찔함(?)도 있고요. 마지막 반전도 좋습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 마지막에 실린 중편소설 <필멸(必滅)의 변(辯)>입니다. 전신일괄대체재(全身一括代替財)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야기인 줄 잘 모르겠다고요? 육체를 바꾸는 이야기입니다. 싱싱한 육체로 말이죠. 그러니까 의체의 확장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육체도 당연히 유통기간이 있겠죠. 따라서 갱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불멸자(죽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에 대항하는 필멸자(죽는 자)도 생기게 마련이죠. 이들의 대립은 당연히 예상 가능하고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영원토록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 중의 하나죠. 과연 실현이 된다면? 엄청나게 진보된 의학기술, 그 이면에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도 미스터리한 전개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다중서사라고 해야 하나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나중에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는데, 그 구성 방식도 무척 마음에 들고요. 암튼 이 소설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작품에 대한 느낌을 말하고 싶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네요. 따라서의 위의 4작품만 살짝 언급을 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모두 재미있습니다. 흥미롭고 서스펜스가 넘치며, 기발한 상상력과 이야기 전개, 허까지는 아니지만 반전, 그리고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문화의 크로스(게임과 SF, 역사, 과학), 그리고 친근한 장소(서울, 부천, 상계동 등)와 친근한 인물. 암튼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저처럼 SF에 처음으로 입문한 분들이 가볍게 보기에 무척 유용한 입문서가 아닐까 싶네요. 재미있습니다. 이거 하나는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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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야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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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기가 멍청해서 저지른 짓거리의 책임을 아무 의심 없이 통째로 남에게 전가할 수 있는 행복한 인종이 존재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들이 싫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성가시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할 때도 있다.” ('네 탓이야' 中)


“누구든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굴러 들어올 때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와서 어제까지 파리 날리던 가게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게 만드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행운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지금까지 무심했던 것을 사과하기로 했다. 같은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나중에 배분될 예정인 불행을 미리 변명해 두기 위해 인심 쓰는 것이다.” ('트러블메이커' 中)

20대 후반의 프리터 여성 '히무라 아키라'와 딸의 분홍색 자전거를 즐겨 타는 시경 형사과 '고바야시 경위'의 8개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묶은 소설집입니다. '히무라 아키라'의 이야기와 '고바야시 경위'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다가 마지막 '트러블 메이커'에서 이들이 만납니다. 뭐 만남이 아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매력적인 두 인물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쁘더군요. 일상 속에 숨은 악의(의도적인 건 그렇지 않건)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무척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더군요. 위의 인용한 부분도 그렇고요. '바다 속' 단편에서는 작가 분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작가를 죽이는 건 당연히 편집자니까." 일상 속 미스터리를 다루기는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 살인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살인사건 이면에는 인간의 악의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타인의 행복, 타인의 웃음,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 질투, 가족끼리도 서로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무조건 남의 탓, 불평불만에 허우적대는 사람들,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런 소소한 악의들이 여기저기 두문 분출합니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살짝 들여다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 감추고 싶었던 그런 비밀을 살짝 엿 본 기분입니다. '히무라 아키라'와 '고바야시 경위' 캐릭터도 무척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이야기 자체는 부담이 없지만 한 꺼풀 벗기면 참으로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누구라도 언제라도 나에게 (혹은 내가 타인에게) 저지를 수 있는 일들이니까요? 결코 악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이웃, 혹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마지막의 반전과 함께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습니다. 그리고 공감이 가는 내용도 많고, 마지막으로 '히무라 아키라'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시니컬한 면도 있고, 무심한 면도 있고, 결코 착하기만 한(흔히 순하다, 바보 같다) 캐릭터가 아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대 놓고 지껄이거든요. 그녀 주변에서 사건사고도 많이 터지고요. 때로는 이용을 당하기도 합니다. 암튼 이 언니 무척 재미있습니다. 꼭 제 주변에 있는 누군가와 비슷한 성격이라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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