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야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자기가 멍청해서 저지른 짓거리의 책임을 아무 의심 없이 통째로 남에게 전가할 수 있는 행복한 인종이 존재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들이 싫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성가시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할 때도 있다.” ('네 탓이야' 中)


“누구든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굴러 들어올 때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와서 어제까지 파리 날리던 가게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게 만드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행운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지금까지 무심했던 것을 사과하기로 했다. 같은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나중에 배분될 예정인 불행을 미리 변명해 두기 위해 인심 쓰는 것이다.” ('트러블메이커' 中)

20대 후반의 프리터 여성 '히무라 아키라'와 딸의 분홍색 자전거를 즐겨 타는 시경 형사과 '고바야시 경위'의 8개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묶은 소설집입니다. '히무라 아키라'의 이야기와 '고바야시 경위'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다가 마지막 '트러블 메이커'에서 이들이 만납니다. 뭐 만남이 아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매력적인 두 인물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쁘더군요. 일상 속에 숨은 악의(의도적인 건 그렇지 않건)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무척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더군요. 위의 인용한 부분도 그렇고요. '바다 속' 단편에서는 작가 분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작가를 죽이는 건 당연히 편집자니까." 일상 속 미스터리를 다루기는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 살인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살인사건 이면에는 인간의 악의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타인의 행복, 타인의 웃음,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 질투, 가족끼리도 서로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무조건 남의 탓, 불평불만에 허우적대는 사람들,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런 소소한 악의들이 여기저기 두문 분출합니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살짝 들여다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 감추고 싶었던 그런 비밀을 살짝 엿 본 기분입니다. '히무라 아키라'와 '고바야시 경위' 캐릭터도 무척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이야기 자체는 부담이 없지만 한 꺼풀 벗기면 참으로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누구라도 언제라도 나에게 (혹은 내가 타인에게) 저지를 수 있는 일들이니까요? 결코 악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이웃, 혹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마지막의 반전과 함께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습니다. 그리고 공감이 가는 내용도 많고, 마지막으로 '히무라 아키라'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시니컬한 면도 있고, 무심한 면도 있고, 결코 착하기만 한(흔히 순하다, 바보 같다) 캐릭터가 아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대 놓고 지껄이거든요. 그녀 주변에서 사건사고도 많이 터지고요. 때로는 이용을 당하기도 합니다. 암튼 이 언니 무척 재미있습니다. 꼭 제 주변에 있는 누군가와 비슷한 성격이라 더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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