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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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소냉전 체제가 붕괴되고 독일의 베를린 벽도 허물어진 등 이후 첩보 소설은 정말 좋은 소재를 많이 잃죠. 그래도 역시나 세상에는 첩보소설을 위한 새로운 소재가 꾸준히 나타나네요. 물론 첩보소설을 위한 소재가 아니라 그 나라에서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요. 요즘 큰 이슈는 (물론 요즘에는 고유가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정치적으로는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죠. 이 아저씨는 아직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소설 <아프간>에는 바로 이 오사마 빈 라덴이 나옵니다. 프레더릭 포사이스 작가 분 연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뜨거운 이슈인 아프간을 소재로 긴장감 넘치고 세련된 첩보 스릴러 소설을 쓰다니 역시 나이와 작품의 신선도(?)는 별 상관이 없나 봅니다.

미국 CIA와 영국의 비밀정보부의 합동작전. 바로 쇠지레 작전입니다. (동생의 방정맞은 입으로 인해) 쇠지레 작전에 투입하게 되는 전직 대령 출신의 군인 마틴. 영국의 비밀정보부에 포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자금책 튜픽 알키르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알-이스라' 암호. 과연 알-이스라는 핵일까요? 세균일까요? 화학 무기일까요? 영국과 미국은 적색경보(9/11 테러의 영향) 뜨고 영화 <무간도>처럼 역할 바꾸기(쇠지레 작전)가 시작됩니다. 마틴 대령은 누구의 역할을 맡을까요? 우리에게도 이제는 너무나 친근한(?) 탈레반 청년 '이즈마트 칸'입니다. 사실 알카에다나 탈레반이나 똑같이 사람 죽이는 테러 단체인 줄 알았는데, 두 단체가 조금 다르더군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이 두 단체의 역사가 조금 나옵니다.) 약간의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초긴장 상태의 두근거리는 엄청난 작전이 펼쳐집니다. 미국, 영국, 아시아, 캐나다를 누비면서, 비행기로 배로 자동차로 스쿠터(?)로 온 지역을 종횡무진 합니다.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프간, 탈레반, 알카에다, 오사마 빈 라덴, 9/11 테러, 코란, 알라신, 자살테러 등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참 많이 접한 내용들이기는 한데 정확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국가 간의 이해관계, 정치 문제(음모론일 수도 있겠고) 등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언론에서 발표한 사실들만 알 수밖에 없죠. 언론의 간섭을 받지 않는 인터넷의 UCC 동영상도 있지만, 이 역시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믿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암튼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러니까 소설 <아프간>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잘 모르겠다는 얘깁니다. 이미 TV나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는 (제가 알고 있는) 사실들도 많았거든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논픽션인가? 미국의 CIA, 영국의 비밀정보부, 알카에다의 조직 체계 및 연락 체계, 무기에 대한 지식(총, 미사일, 스펙터 등등) 등은 정말 전문가가 아니면 자세하게 알기가 어렵죠. 그런데 이 소설에는 그럴듯하게 그려집니다. 정말 그럴듯하게 말이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습니다. 흥분감과 긴장감 정말 최고였습니다. 무엇보다 작가의 문체가 간결해서 좋더군요. 군더더기 없는 늘씬한 문장들. 그러면서도 묘사는 정말 디테일합니다. 그러니까 꼭 있어야 할 내용들만 배치시키고 빨리 빨리 사건들을 전개시킵니다. 독자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가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네요. 보통 첩보소설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무엇보다 20세기의 낡은 소재가 아닌 현재도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행형의 사건이라 공감대도 무척 컸고요) 전혀 그렇지가 않더군요. 무엇보다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21세기 첩보소설, 이 자체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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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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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애늙은이 학생 에가미 지로를 무척 좋아합니다.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추리력은 무척 날카롭죠. 이번 작품 <외딴섬 퍼즐>에서도 역시나 사건을 멋지게 해결합니다. 외딴섬에서의 연쇄 살인사건, 외부와의 단절, 밀실 트릭과 알리바이, 그리고 아리스의 친구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만든 모아이 퍼즐 등 암튼 재미있는 요소가 무척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월광게임> 보다 훨씬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독자에 대한 도전 역시나 재미있습니다. 논리적인 추리력을 동원한 것은 아니지만 범인은 맞추었습니다. 첫 번째 밀실 트릭은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물론 말이 안 되는 억지 논리는 아닙니다. 제 논리적 사고력의 한계일 수도 있겠죠.

고립된 공간, 외부와의 단절, 연쇄살인, 그리고 섬에 갇힌 사람들 내에 범인이 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소설이나 영화는 정말 많죠(참고로 이 소설은 198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공간에서 범인을 찾는 소설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것도 미소년(에가미는 조금 그렇지만^^)들이 사건을 해결하잖아요. 그리고 이런 비슷한 종류의 소설과는 다르게 재미있는 퍼즐게임(보물찾기)도 있습니다. 보물도 찾고, 밀실 살인도 해결하고, 연쇄살인범도 잡고, 마지막으로 범행 동기도 밝혀내고, 이것저것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아쉬운 점은 추리연구회 동아리의 다른 멤버들(개그 콤비)의 출연 비중이 거의 없다는 것 정도. 개인적으로 이 개그 콤비들 무척 좋아하거든요. 확실히 <월광게임>(도 재미있었지만)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다음 작품 <쌍두의 악마>도 무척 기대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개그 콤비 나오겠죠? 모험소설로서도 본격 추리소설로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스포일러 지뢰밭이 될 수도 있어 이상 할 말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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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80%의 여름 미스터리 야! 3
나가이 스루미 지음, 김주영 옮김 / 비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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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의 미스터리 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카카오 80%의 여름>이라는 제목처럼 시원하면서도 달콤쌉싸름한 맛이 느껴지는 그런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카카오 80%는 소설의 주인공 나기가 좋아하는 초콜릿입니다. 소설의 나기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가 실종되면서 시작됩니다. 실종 된 친구를 나기가 이런 저런 정보를 이용해서 찾는 내용인데,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보다는 여고생들의 생활 모습을 지켜보는(관음증?) 재미가 더 느껴지는 소설이네요.


강도가 쎈 추리소설을 좋아합니다. 물론 말랑말랑한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잔인, 살인, 엽기, 변태 암튼 이런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카카오 80%의 여름>에는 사람이 안 죽습니다. 그리고 아주 나쁜 사람도 없고요. 그리고 의외의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도 확실히 있고요. 나기의 친구 유키에는 왜 여자 친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할까? 도대체 유키에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수집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닫혀 있던 마음의 문도 조금은 열립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추리소설적인 매력보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나기의 변화된 모습이 핵심인 성장소설의 매력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암튼 아기자기한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 잔인한 추리소설 싫어하시는 분, 여고생들의 수다를 좋아하시는 분 그런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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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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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다무라 히사오의 도쿄 상경기. 히사오의 18세(1978년)부터 서른을 일주일 앞둔 29세(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까지의 6일 간의 삶의 단편을 묘사한 내용으로 공감 가는 내용이 많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공중그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수 시절, 대학 시절, 연애, 직장에서의 생활 등 20대를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무척 공감이 갈만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고 웃음과 감동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음악을 사랑하던 10, 20대에서 돈과 결혼에 압박을 받고 지쳐가는 30대로의 진입. 누구나 자신의 미래는 아름답고 멋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죠. 꿈을 포기하고 매일 반복되는 삶으로의 안주.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삶. 어른이 되기 싫어서 책임감을 벗어 던진 채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사실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무척 특별한 해의 특별한 날로 그리는 것 같더군요. 보잘 것 없는 삶이지만 뜯어보면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추억도 있으며, 행복하지 않았느냐? 라고 묻는 느낌이었습니다. 재수 시절 나고야에서 도쿄로 상경한 후 낯선 도시에서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 낯선 곳이지만 그래도 친구와 음악(가수)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은 그런 날.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에피소드, 소규모 회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더군요. 이 에피소드는 나름대로 웃기기도 했습니다. 말단 사원으로서 밥도 먹지 못한 채 어설픈 부품 하나를 배달하는 이야기인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은 분야의 일이라 고생 좀 합니다. 밥을 먹으려고 하면 일이 잘 못 되었다고 연락이 오고, 밥 좀 먹으려고 하면 또 연락이 오고. 결국 힘들게 밥을 먹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연애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지만)도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갈등, 젊은 사람들의 결혼관,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직장생활과 결혼 등 충분히 고민해 봤음직한 내용을 소소한 웃음과 함께 잘 표현했더군요. 콧대 높은, 그래서 키가 큼에도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요코라는 여자가 무척 귀엽게 나옵니다. 그리고 이제는 30대를 바로 눈앞에 둔 히사오의 직장생활.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 그리고 연애도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펼쳐 나갑니다. 그런데 왠지 모를 허전함과 아쉬움. 꿈을 포기하고 너무 앞만 보고 달릴 것인 아닌가? 마지막 결혼하는 한 친구의 결혼식을 앞둔 모임.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포기하고 결혼을 하는 오구라와의 대화는 무척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도 청춘은 끝났지만 인생은 다시 시작되겠죠. 여자 친구 리에코가 만들어 준 스웨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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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미스터리 박스 1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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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이지만…….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어. 겁 많고, 더럽고 저속한 인간이었어. 정말로 타락했어. 싫지만 어쩔 수 없었겠지. 다 마찬가지야. 스스로 원해서 망가지는 인간은 없어. 난 꿈을 잃었어."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中)

제목이 어렵다. 발음하기도 어렵다. 횡메르카토르 도대체 무슨 말이냐? 역시 무식이 죄다. 횡메르카토르도법이라고 지도를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네요.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하는 대축적지도는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다니, 상식 하나 배웠네요. 아, 물론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닌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전율과 경악, 충격의 단편집이라는 홍보 문구. 잔인하고 충격적이고 경악스럽기는 합니다. 우울하기도 합니다. 인간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고, 또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참 무의미하게도 느껴집니다. 보면서 무척 우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물론 다른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요. 잔인함보다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더 궁금한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이 모든 잔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제게는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내용보다는 바로 작가의 상상력,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독특한 소재를 미스터리와 스릴러, SF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제가 만일 작가가 된다면 이런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을 것 같아요. 이 작가의 단편소설을 몇 편 읽었는데, 사이코적인 집착과 강박관념을 엉뚱한 상상력을 풀어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암튼 작가의 뇌를 한번 해부하고 싶습니다(먹고 싶다고 하면 이상하겠죠? 혹시 모르죠. 오메가가 될 수 있을지). 암튼 제 취향에 맞는 소설이었습니다. 추천부터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첫 번째 소설 <에그 맨>은 달걀 하나를 세 번에 나눠서 먹는 연쇄살인자의 이야기입니다. 배트맨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니고, 웃긴 에그맨이라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일까?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SF? 작가도 새롭고. 그러니까 사전 탐색이라고 할까요? 이 소설은 SF 호러소설에 가깝습니다. 처음 소설부터 뒤통수 제대로 칩니다.

<오메가의 성찬>은 편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이라는 소설과 함께 무척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체로 잔인한 소설을 좋아하네요. 코끼리 인간(거대 인간, 이 녀석이 오메가입니다)이 폭력배가 처리한 시체를 먹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코끼리 인간과 그를 보조하는 엘리트 출신의 조직 똘마니 '나'의 이야기입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시체를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오메가. 그리고 어떤 사연으로 인해 시체를 토막 내서 오메가가 먹기 편하게 요리하는 '나'. 암튼 이 인간들 갈 데까지 갑니다. 리만 가설. 뇌를 먹으면서까지 밝히고 싶은 수학적 가설. 천재와 사이코는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니코틴과 소년 - 거지와 노파> 이 소설도 무척 독특했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천재와 사이코는 종이 한 장 차이듯이 폭력과 비폭력도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지 않을까 싶어요. 경계선. 예술과 타술도 그렇고. 남자와 여자. 구원과 절망. 이성과 광기. 거지 노인. 친절한 경찰이 거지 노인을 불태워 죽이려고 했다는 믿지 못할 사실, 친절한 빵가게 아저씨가 거지 노인을 죽이려고 했다는 믿지 못할 사실. 나 '타로'는 믿을 수가 없다. 누구 말이 사실이고, 누구 말이 거짓인가? 친절한 소년 '타로'는 할아버지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전념일까? 본성일까?

<소녀의 기도>는 무척 우울한 소설입니다. 광신도 어머니, 폭력 아버지. 버림받은 소녀. 괴물 같은 소녀. 학교를 빠지는 소녀. 연쇄살인사건. 소녀의 심리 상태가 무척 불안정합니다. 소녀의 기도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소녀의 기도는? '동방신기 오빠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는 절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주세요. 어머니는 딸이 마음에 안 듭니다. 신을 믿어야 하는데, 신을 믿어야 하는데. 수련을 해야 하는데. 암튼 가족이 모두 미쳤습니다. 미친 세상을 벗어나기 위한 소녀의 발악. 신도 아닌 나라도 아닌 잔인한 연쇄살인자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아이러니.

<오퍼런트의 초상>은 SF 소설입니다. 예술이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 스키너(친근한 이름)라는 심리학자가 세운 새로운 세계. 실험으로 인간을 정화시키는 기술(과학). 예술은 타술이 됩니다. 예술을 찬미하고 옹호하는 자들을 처단하는 스키너부의 오퍼런트. 복선과 반전.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그런 미스터리 SF소설입니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는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처럼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지도가 주인공입니다. 지도의 주인이 표시해 둔 시체 매장 장소. 택시 주인인 지도의 주인은 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을까요? 그런 계기가 된 사건은?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저지르는 아들. 지도는 종이에 그려야 함에도 이 미친 사이코는 인간의 가죽 위에다가 지도를 그립니다. 으스대는 인간 가죽 지도.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 과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는 주인을 지킬 수 있을까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와 편도와의 짧은 로맨스(?)도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질투하는 지도의 운명은?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는 이번 단편집에서 분량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고요. 아마 전율과 경악, 충격이라는 문구는 이 소설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고민 기술자와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의 심리 싸움. 숫자 강박증에 빠진 고문 기술자. 그에게는 13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 고문 기술자의 약점을 공격하는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 잔인한 고문이 시작됩니다. 물론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는 자신이 원해서 죽으러 온 것입니다. 손톱이 빠지고, 발톱이 빠지고, 못에 박혀도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 묘사가 정말 섬뜩합니다. 그리고 고문 기술자의 꿈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들. 모두 망가지는 인간들. 망가지고 싶어 망가지는 인간은 없을 텐데. 씁쓸한 여운도 조금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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