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우 저택 사건 1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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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제18회 일본SF대상을 수상한 작품 <가모우 저택 사건>. 사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게임을 소재로 한 <이코>를 읽은 후에 왠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제외하고는 미야베 미유키와는 안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척 고민한 작품입니다. 시대적 배경도 쇼와 시대라 그렇게 와 닿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SF소설이라는 장르에 조금 호기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은 첫 소감은 타입 슬립과 시간여행자(time traveler)가 등장하는 SF소설임에도 SF소설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 이상한 소설이었습니다. 인간 드라마와 성장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장르는 SF소설이라도 소설의 내용은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스럽더군요.

미야베 미유키는 아무래도 미소년(?)을 좋아하는 듯. 그녀의 소설에서는 이상하게 미소년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멋진 미소년도 있지만 뭔가 부족한 듯한 그런 미소년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아요. <가모우 저택 사건>의 '다카시'는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호텔에서 수험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굉장히 자학적입니다(아버지의 영향일까요?).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카페는 왠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피하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면 자신을 흉보는 거라 생각하고, 암튼 착하기는 착한데 스스로를 너무 비하시키고 자학하는 스타일이더군요. 그러니까 핑계도 잘 되는 것 같고. 원래 나는 이런 인간이야. 사실 누구나 이런 인간은 싫어하죠. 무책임하고 자학적이고 핑계나 되고 도망가려고만 하는 나약한 소년. 그런데 미야베 미유키는 그런 소년을 굉장히 멋진 청년으로 성장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책장을 덮으면 '다카시'라는 인물에게 무척 호감을 갖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위에서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결국은 성장소설이라는 얘기죠. 그리고 또 하나, 미야베 미유키 소설의 특징인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가 그려집니다. 주인공 소년 '다카시'와 아버지의 갈등과 화해, 쇼와 시대의 '가모우 저택'의 주인인 전 육군 대장 '노리유키'와 그의 아들 '다카유키' 물론 갈등이 심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도 이 소설에는 아이와 어른(노인)이 자주 부딪힙니다. '다카시'와 의사 노인, '다카시'와 아버지, '다카시'와 시간여행자 '히라타', '다카시'와 가모우 저택의 늙은 하녀 등등 대단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꽤 유머스러우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서로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지만, 사건에 부딪히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결코 서로를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죠. 다만 방법을 몰랐을 뿐.

이래니 저래니 해도 이 소설은 SF소설입니다(일본SF대상도 수상했잖아요^^). 그리고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면 빠질 수 없는 미스터리한 느낌도 물씬 풍깁니다. 의문스러운 사건들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쇼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SF성장소설의 긴장감을 높여줍니다. 시간여행자 히라타는 왜 쇼와 시대로 왔을까?, 전 육군대장 '노리유키'는 정말 자결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의 옆에 있어야 할 총은?, 창문은 안에서 잠겨 있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없는데 그렇다면 범인은 가모우 저택 안에? 그러니까 시대극, SF소설, 성장소설, 인간 드라마(?)를 다루면서도 의문의 살인사건을 집어넣습니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말이죠. 이 소설에서 시간여행자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역사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역사적인 사실은 바뀔 수 있겠죠? 소설 속에 주인공 '다카시'는 역사에 대해 무지합니다. 물론 오래 전 역사는 교과서를 통해 알겠지만 현대사는 거의 모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죠. 삼국, 고려, 조선시대는 왕의 이름부터 중요 사건까지 정확하게 암기하고 있음에도 현대사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죠. 한국전쟁에 대해 독재정권에 대해 학교에서는 많이 다루지를 않으니까요. 개개인의 행동과 말이 거대한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록 거대한 줄기는 바꾸지 못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시간여행자의 삶을 통해서 인간으로서의 삶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조금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복잡한 것 같기도 한데, 의문의 살인사건,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는 영리합니다. 그나저나 마지막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후키'를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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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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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독립 장르로 구분될 만큼 꽤나 인기가 있다는 좀비 장르소설. 처음으로 읽어봤습니다. 물론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기는 했지만, 좀비 자체가 주인공인 소설, 게다가 좀비와 인간의 전쟁을 그린 소설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더군요. 좀비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시체3부작, <바탈리언>시리즈, 루치오 풀치의 <좀비 3(Zombi 3)>, 데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Jean Rollin 감독의 <The Grapes of Of Death>,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시리즈, 미셸 소아비 감독의 <델라모테 델라모레> 등등 정말 엄청나죠. 죽은 시체가 살아서 움직인다는 설정은 정말 두렵고도 때로는 흥미진진한 것 같아요. 감정과 두려움을 모르는 좀비. 이것만큼 전쟁에서 유리한 전술도 없죠. 선전 및 공포 효과, 가족 학살 및 협박 등 아무것도 통하지가 않아요. 부비트랩이나 발목 지뢰 등의 적군의 전투력을 다운시키는 전술도 이들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 미사일, 탱크, 박격포도 역시나 무용지물. 그리고 무엇보다 죽이면 죽일수록 적군의 전투력이 올라간다는 것. 죽인 자들은 모두 좀비가 되어버리니까요.

암튼 잡담은 그만하고 <세계대전 Z>의 작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본 오타쿠 청년처럼 오타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인기 있는 소재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소설이 아닌 보고서 형식으로 이렇게 좀비 자체에 애정(?)을 갖고 소설을 쓰는 것은 정말 관심이 없고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암튼 (상상해 보건데)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키득키득', '낄낄' 거리면서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기만족에 빠져서 말이죠. 이 소설은 좀비 전쟁 소설입니다. 제목 그대로 세계 대전이죠.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아니 다른 지역이었나?)에서 갑자기 (정부에서는 처음에 전염병 아니 광우병이었나?) 죽은 시체가 살아나서 인간을 물어뜯어 먹어버리는 이상한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말이죠. 일본, 중국, 한국, 미국, 핀란드, 아프리카 등등(작가는 세계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치, 군사, 지리, 상식 등의 지식도 상당히 풍부한 듯.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는 분단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외국인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특징은 아무래도 분단이겠죠), 일본의 오타쿠 녀석의 활약은 정말 초대박이었습니다. 주석으로 달린 부분이 사실인지 아니면 구라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난 조사와 상상력을 덧붙이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이 소설은 무척 유쾌합니다. 그러나 전쟁소설(또는 전재영화)과 좀비소설(또는 좀비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들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형식 자체가 보고서 형식이라 조금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거든요. 또한 정치, 군사, 지리 등 어렵기도 하고, 특정 국가의 특정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의 모든 인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소 집중하는데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러나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으면 무척 유쾌합니다. 작가의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심심하면 등장하거든요. 그렇다고 진지하게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 비꼰다고 해야 할까요? 암튼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유쾌했습니다. 자살하는 인간, 좀비를 동경하는 인간, 야생의 아이들, 국가를 배신하는 군 간부, 스트레스가 부족해서 미친 인간, 이 난관을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하려는 인간, 탁상공론을 벌이는 인간, 죽이는 행위에 중독 된 인간 등등 세상이 미치니, 세상이 좀비 천국이 되니 별별 인간들이 다 등장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좀비와 인간의 전쟁 시 지금(현재) 엄청난 권력과 부를 누리는 인간들이 별 소용없다는 것. 농부와 기술자가 최고라는 사실. 회계사니 변호사니 연예인이니 청소부 자리라도 하나 얻으려고 무지 노력하더군요(이런 풍자 유쾌하지 않나요? 돈에 의해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과연 그 자본이라는 것이 정당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정말 연예인이 농부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당연하가?). 암튼 블랙 코미디 좀비 전쟁 소설, 다소 어렵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빠져들면 무척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거에요.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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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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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과 이야기 구조가 무척 비슷합니다. 오래 전에 죽은 지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 것이라 생각하고 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자신을 속인 채(<회랑정 살인사건>에서는 변장이라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백마산장 살인사건>에서는 아마추어라서 그런지 이름만 바꿉니다.) 사건을 수사하러 갑니다. 물론 사건 조사의 이유는 두 작품이 확실히 다릅니다. <회랑정 살인사건>이 복수 때문이라면 <백마산장 살인사건>은 정말 자살사건인지 확인하는 정도. 그러나 두 작품 모두 결말에서 씁쓸한 여운을 주는 공통점은 있네요. 또한 여자. 그러나 트릭이나 반전은 <백마산장 살인사건>이 좀 더 재미있는 것 같네요. 결말의 여운은 <회랑정 살인사건>이 좀 더 진한 것 같고요.

<백마산장 살인사건>은 1986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대충 그 때쯤 발표된 것 같더군요). 그리고 글자(여기서는 영국의 전래동요 '마더구스'의 가사) 암호가 나옵니다. 물론 친절하게 일본어가 아닌 영어이지만, 영어도 어차피 외국어이기는 마찬가지인지라 암호를 해독하는 부분은 다소 어렵기도 하고 쉽게 몰입이 되지 않는 점도 있습니다. 9개의 동요가 나오는지라 앞의 동요가 무슨 동요인지 기억이 잘 안 나더군요. 그러고 보니 단순히 외국어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네요. 기억력의 한계인가? 아니면 글자 암호를 푸는 게 원래 어려운 것인가? 암튼 전래동요 가사의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더군요. 암튼 이야기가 조금 벗어났는데, 22년이나 전에 발표된 소설임에도 전혀 촌스럽거나 식상하지가 않아요. 사실 글자 암호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조금 그렇지만, 밀실트릭은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허를 찌르는 트릭이라고 할까요? 물론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혹시? 그러면서 풀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절대 나쁘지는 않은 트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이 발표되기 전이나 이후에도 이런 밀실트릭은 많이 있었겠지만요(이 부분에 대한 느낌은 여기까지). 그리고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여자. 이 소설에서는 여자의 질투나 욕망, 복수 등이 깊게는 아니지만 자주 등장합니다. 사실 (<환야>나 <백야행>만큼은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 남자들의 존재감은 그다지 느껴지지가 않아요. 친오빠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러 오는 2명의 방문객도 여대생이거든요.

사실 동요의 가사에 숨은 암호를 해독하는 부분은 어려웠지만, 여대생 2명이 열심히 이런저런 벽에 부딪히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무척 흐뭇하더군요. 그리고 밀실트릭, 반전, 씁쓸한 결말과 여운. 그리고 여기 저기 숨은 사소한 것의 큰 의미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읽으면 기본은 하는 것 같아요. 이 소설 역시 <회랑정 살인사건>처럼 재미있게 읽었네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에 있어서는 만능 엔터테이너 같아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자 암호는 처음 접하는 것 같거든요. 사회파, 본격, 트릭, 의학, 글자 암호, 학원물, 민감한 소재 등등 손을 안 된 것이 없네요. 그런데도 계속 추리소설을 쓰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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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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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간다는 거, 알지?

그렇다. 시간은 흘러서 사라진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에는 안타까움이 많이 생기는데, 사라진다는 말에는 왠지 모를 아련함이나 그리움이 좀 더 깊게 새겨지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은 그런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련함을 그린 소설이 아닐까 잠깐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도 사람도 내가 사는 세상도 그리고 내 자신도 사라진다. 추억도 아픔도 그리움도…….

온에 사는 사람들은 겨울과 봄 사이에 찾아오는 그 짧은 계절을 신계, 혹은 뇌계라 불러서 봄이나 겨울과 분명하게 구별했다. 뇌계. 이름 그대로 '천둥계절'이다.

쓰네카와 고타로는 데뷔작 <야시>에서 현실세계와 환상세계(흔히 판타지소설에 등장하는 환상세계와는 다르게 현실적이면서 현실적이지 않은 조금은 평범한 그런 세계)의 경계선에서 겪게 되는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적이 있죠. 개인적으로 <바람의 도시>의 현실과 환상세계의 통로, 구멍(이라고 해야 하나? 틈이라고 해야 하나?)의 존재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현실이나 환상세계나 그렇게 멀리 동떨어진 것이 아닌 가까운 세계라는 세계관이 무척 좋았다고 할까요? <천둥의 계절>에서도 현실세계와 환상세계(온이라고 불리는 마을)는 사실 가깝고도 멉니다(물론 4-5일을 열심히 걸어야 현실세계에 다다를 수 있지만요). 그리고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가 단지 일그러지게 보인다는 점. 잡힐 듯 하지만 다가가면 또 다시 멀어지는, 그러나 언젠가는 다다르는 세계. 일본 작가 중에서 이계의 공간을 정말 이렇게 환상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두렵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가보고 싶은 세계. <야시>, <바람의 도시>, <천둥의 계절>에서의 또 다른 세상은 정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그런 묘한 매력을 풍기는 세계였습니다.

천둥의 계절. 귀신조에 의해서 사람이 사라지는 마을 '온'. 풍요로운 마을처럼 보이지만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 천상의 마을이라 불리며 현실계에 있는 사람들이 환상을 품고 찾아오는 마을. 그러나 이 마을에도 계급 간의 차별이 있고, 음모가 있으며,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습니다. 겐야라는 소년은 현실계에서 온 아이. 부모님은 죽고, 누나는 사라지고, 친구들을 따돌림을 시킵니다. 이 소설은 이러한 모든 상황들을 극복하고 멋지게 성장하는 겐야의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령과 귀신이 나타나고, 죽은 자를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문지기가 있으며, 평범한 소년/소녀들이 물장구를 치고, 생일파티를 하면 웃고 떠드는 일상생활의 희로애락도 있습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묘한 마을. 이 마을을 벗어나면 큰일을 당한다는데 정말 그럴까? 뜻하지 않은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되는 겐야의 모험, 과연 모험의 끝은? <야시>나 <바람의 도시>가 단편이라 조금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천둥의 계절>에서 이 모든 것을 보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쓰네카와 고타로가 그리는 환상적인 공간을 천천히 구경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쓰네카와 고타로가 그리는 세계는 정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무척 많이 들어요. 바람와이와이라는 정령의 새도 한번 만나보고 싶고요(참고로 책 표지에 이 사진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묘한 그리움. 멀고 험난한 여행 뒤에 오는 아쉬움과 그리움, 어련함. 다음 작품 <가을의 감옥>에서는 어떤 세계를 그릴지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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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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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100명이 있으면 살아가는 방식도 100가지가 있고, 아마 사람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는 오츠이치의 미스터리 호러 연작 소설집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로 갈지 정말 예측 불허의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의 느낌보다는 공포소설의 느낌이 많이 나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작소설이기는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완결성을 갖추고 있네요. 그리고 꽤 잔인하면서 슬프고 아름답습니다. 첫 번째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암흑계(GOTH)>입니다. 이 작품은 가볍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캐릭터를 소개하는 장이라고 할까요? 또는 이제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오츠이치가 안내하는 암흑세계로의 초대라고 할까요? 소설의 화자인 고등학생 소년 '나'와 이상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힘을 가진(물론 마술을 부린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검은 옷의 검은 구두 등 온통 암흑(GOTH) 취향의 고등학생 소녀 '모리노'의 취향이나 성격을 알 수 있는 짤막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소년 '나'는 살인사건이나 기이한 사건을 관찰하거나 조사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사람이 죽어도 도와 줄 생각을 하는 착한 소년은 절대 아닙니다. 죽을 때 어떤 반응을 하나 지켜보는 것을 즐기는 취향이라고 할까요?

"모리노와 나는 둘 다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특수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말하자면, 서로 손에 넣은 시체 사진을 보여 주며 살아가고 있다."

<리스트 컷 사건>은 주인공 '나'의 성격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자 현대인의 이상 병리현상(원인을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증후군들)을 파헤친 작품입니다. 리스크 컷 증후군(Wristcut syndrome)이라고 있죠. 만성적으로 손목을 긋는 등 자해행위를 반복하는 증후군. 암튼 손만 보면 미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형이나 고양이, 사람 등의 손목을 잘라서 냉장고에 수집을 하고 보면서 흐뭇해합니다. 정신이상자라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애매한 것이 이런 행위를 하는 당사자들도 왜 자신이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그런데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르죠(5번째 작품 <흙>에서도 그런 인물이 나옵니다. 주인공 '나'도 그런 인물이고요). 그러니까 손목 수집가는 살인자는 아닙니다. 손목만 자르지 죽이지는 않거든요. 미리 밝혀두지만 모든 사건에는 주인공 '나'가 얽혀 있습니다. <리스트 컷 사건>에서도 주인공은 범인을 만나기 위해(잡으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사실 범인을 잡는 것에는 흥미가 없어요) 작은 음모를 꾸밉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비밀, 주인공의 성격을 정말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 치고는 오히려 살인자보다 더 무섭습니다.


<기억>이라는 작품은 주인공 '나'의 여자 친구(?) '모리노'라는 소녀의 쌍둥이 자매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그렇게 순수하지는 않더군요. 사건을 숨기는 짓도 잘하고요(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거짓말로 선생들을 속이는 학생들이 많았거든요. 교모하게 슬픈 표정을 지은 채 말이죠). 사이코 살인마의 이야기에서 개의 이야기, 이제는 자매 이야기. 앞서 얘기했듯이 정말 예측 불허입니다. 이 자매에게는 독특한 놀이가 있습니다. 시체 장난이라고 할까요? 거짓 자살로 어른들을 놀래키는 재미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그런데 우연한 장난으로 인해 '모리노'의 쌍둥이 여동생이 죽습니다. 어두컴컴한 성격의 주인공 '나'는 또 모리노의 죽은 쌍둥이 여동생의 집을 구경하러 갑니다. 이 녀석의 취미는 사람 죽은 장소에 가는 것이거든요. 이 작품은 모리노를 위한 작품입니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모리노라는 한 인간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작품이에요. 주인공 '나'의 집 방문을 통해 감춰 두었던 비밀이 밝혀지는데, 신선함 면에서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조금 익숙한 설정이기도 했고요.

<흙>이라는 작품은 오츠이치의 단편소설 <세븐룸>와 느낌이 많이 비슷했습니다. 물론 감금과 살인이라는 설정뿐만 아니라 느낌도 많이 비슷하더군요. 단, 이번 작품 <흙>은 <세븐룸>과는 다르게 감금시켜서 살인을 저지르는 자에 대한 묘사가 무척 풍부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트릭도 많고요. 동네 주민들에게는 친절한 아저씨로 통하는 살인자, 그에게는 자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이상한 마음이 있습니다. 관을 만들고 땅을 파서 사람을 매장시켜서 죽이고 싶은 충동을 매일매일 억누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 사람을 죽이기 시작합니다. 중간 중간의 반전과 마지막의 조금은 충격적인 결말까지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보통 추리나 공포소설은 범인이 잡히면 끝인데, 조금은 당황스러운(물론 공감이 되기도 하지만)을 준비했더군요.

<목소리>는 재미있는 트릭이 등장하는데, 역시나 예측 불허였습니다. 그리고 추리력이 떨어지는 역시나 속았고요. 앞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스타일과 결말을 준비했더군요. 온라인서점의 책 소개에는 이 트릭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네요(되도록이면 온라인서점의 책 소개는 안 보시는 게 좋을 듯싶네요). 마지막 작품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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