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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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독립 장르로 구분될 만큼 꽤나 인기가 있다는 좀비 장르소설. 처음으로 읽어봤습니다. 물론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기는 했지만, 좀비 자체가 주인공인 소설, 게다가 좀비와 인간의 전쟁을 그린 소설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더군요. 좀비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시체3부작, <바탈리언>시리즈, 루치오 풀치의 <좀비 3(Zombi 3)>, 데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Jean Rollin 감독의 <The Grapes of Of Death>,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시리즈, 미셸 소아비 감독의 <델라모테 델라모레> 등등 정말 엄청나죠. 죽은 시체가 살아서 움직인다는 설정은 정말 두렵고도 때로는 흥미진진한 것 같아요. 감정과 두려움을 모르는 좀비. 이것만큼 전쟁에서 유리한 전술도 없죠. 선전 및 공포 효과, 가족 학살 및 협박 등 아무것도 통하지가 않아요. 부비트랩이나 발목 지뢰 등의 적군의 전투력을 다운시키는 전술도 이들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 미사일, 탱크, 박격포도 역시나 무용지물. 그리고 무엇보다 죽이면 죽일수록 적군의 전투력이 올라간다는 것. 죽인 자들은 모두 좀비가 되어버리니까요.

암튼 잡담은 그만하고 <세계대전 Z>의 작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본 오타쿠 청년처럼 오타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인기 있는 소재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소설이 아닌 보고서 형식으로 이렇게 좀비 자체에 애정(?)을 갖고 소설을 쓰는 것은 정말 관심이 없고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암튼 (상상해 보건데)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키득키득', '낄낄' 거리면서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기만족에 빠져서 말이죠. 이 소설은 좀비 전쟁 소설입니다. 제목 그대로 세계 대전이죠.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아니 다른 지역이었나?)에서 갑자기 (정부에서는 처음에 전염병 아니 광우병이었나?) 죽은 시체가 살아나서 인간을 물어뜯어 먹어버리는 이상한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말이죠. 일본, 중국, 한국, 미국, 핀란드, 아프리카 등등(작가는 세계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치, 군사, 지리, 상식 등의 지식도 상당히 풍부한 듯.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는 분단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외국인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특징은 아무래도 분단이겠죠), 일본의 오타쿠 녀석의 활약은 정말 초대박이었습니다. 주석으로 달린 부분이 사실인지 아니면 구라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난 조사와 상상력을 덧붙이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이 소설은 무척 유쾌합니다. 그러나 전쟁소설(또는 전재영화)과 좀비소설(또는 좀비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들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형식 자체가 보고서 형식이라 조금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거든요. 또한 정치, 군사, 지리 등 어렵기도 하고, 특정 국가의 특정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의 모든 인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소 집중하는데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러나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으면 무척 유쾌합니다. 작가의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심심하면 등장하거든요. 그렇다고 진지하게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 비꼰다고 해야 할까요? 암튼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유쾌했습니다. 자살하는 인간, 좀비를 동경하는 인간, 야생의 아이들, 국가를 배신하는 군 간부, 스트레스가 부족해서 미친 인간, 이 난관을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하려는 인간, 탁상공론을 벌이는 인간, 죽이는 행위에 중독 된 인간 등등 세상이 미치니, 세상이 좀비 천국이 되니 별별 인간들이 다 등장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좀비와 인간의 전쟁 시 지금(현재) 엄청난 권력과 부를 누리는 인간들이 별 소용없다는 것. 농부와 기술자가 최고라는 사실. 회계사니 변호사니 연예인이니 청소부 자리라도 하나 얻으려고 무지 노력하더군요(이런 풍자 유쾌하지 않나요? 돈에 의해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과연 그 자본이라는 것이 정당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정말 연예인이 농부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당연하가?). 암튼 블랙 코미디 좀비 전쟁 소설, 다소 어렵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빠져들면 무척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거에요.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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