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우 저택 사건 1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97년에 제18회 일본SF대상을 수상한 작품 <가모우 저택 사건>. 사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게임을 소재로 한 <이코>를 읽은 후에 왠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제외하고는 미야베 미유키와는 안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척 고민한 작품입니다. 시대적 배경도 쇼와 시대라 그렇게 와 닿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SF소설이라는 장르에 조금 호기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은 첫 소감은 타입 슬립과 시간여행자(time traveler)가 등장하는 SF소설임에도 SF소설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 이상한 소설이었습니다. 인간 드라마와 성장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장르는 SF소설이라도 소설의 내용은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스럽더군요.

미야베 미유키는 아무래도 미소년(?)을 좋아하는 듯. 그녀의 소설에서는 이상하게 미소년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멋진 미소년도 있지만 뭔가 부족한 듯한 그런 미소년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아요. <가모우 저택 사건>의 '다카시'는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호텔에서 수험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굉장히 자학적입니다(아버지의 영향일까요?).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카페는 왠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피하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면 자신을 흉보는 거라 생각하고, 암튼 착하기는 착한데 스스로를 너무 비하시키고 자학하는 스타일이더군요. 그러니까 핑계도 잘 되는 것 같고. 원래 나는 이런 인간이야. 사실 누구나 이런 인간은 싫어하죠. 무책임하고 자학적이고 핑계나 되고 도망가려고만 하는 나약한 소년. 그런데 미야베 미유키는 그런 소년을 굉장히 멋진 청년으로 성장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책장을 덮으면 '다카시'라는 인물에게 무척 호감을 갖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위에서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결국은 성장소설이라는 얘기죠. 그리고 또 하나, 미야베 미유키 소설의 특징인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가 그려집니다. 주인공 소년 '다카시'와 아버지의 갈등과 화해, 쇼와 시대의 '가모우 저택'의 주인인 전 육군 대장 '노리유키'와 그의 아들 '다카유키' 물론 갈등이 심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도 이 소설에는 아이와 어른(노인)이 자주 부딪힙니다. '다카시'와 의사 노인, '다카시'와 아버지, '다카시'와 시간여행자 '히라타', '다카시'와 가모우 저택의 늙은 하녀 등등 대단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꽤 유머스러우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서로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지만, 사건에 부딪히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결코 서로를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죠. 다만 방법을 몰랐을 뿐.

이래니 저래니 해도 이 소설은 SF소설입니다(일본SF대상도 수상했잖아요^^). 그리고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면 빠질 수 없는 미스터리한 느낌도 물씬 풍깁니다. 의문스러운 사건들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쇼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SF성장소설의 긴장감을 높여줍니다. 시간여행자 히라타는 왜 쇼와 시대로 왔을까?, 전 육군대장 '노리유키'는 정말 자결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의 옆에 있어야 할 총은?, 창문은 안에서 잠겨 있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없는데 그렇다면 범인은 가모우 저택 안에? 그러니까 시대극, SF소설, 성장소설, 인간 드라마(?)를 다루면서도 의문의 살인사건을 집어넣습니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말이죠. 이 소설에서 시간여행자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역사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역사적인 사실은 바뀔 수 있겠죠? 소설 속에 주인공 '다카시'는 역사에 대해 무지합니다. 물론 오래 전 역사는 교과서를 통해 알겠지만 현대사는 거의 모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죠. 삼국, 고려, 조선시대는 왕의 이름부터 중요 사건까지 정확하게 암기하고 있음에도 현대사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죠. 한국전쟁에 대해 독재정권에 대해 학교에서는 많이 다루지를 않으니까요. 개개인의 행동과 말이 거대한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록 거대한 줄기는 바꾸지 못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시간여행자의 삶을 통해서 인간으로서의 삶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조금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복잡한 것 같기도 한데, 의문의 살인사건,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는 영리합니다. 그나저나 마지막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후키'를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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