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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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에서의 초능력을 가진 한 소년처럼 <흔들리는 바위>에서는 제3의 눈을 가진 오하쓰라는 소녀가 등장을 하네요. <용은 잠들다>의 주인공 소년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것과는 다르게 오하쓰는 죽을 위험에 처한(삶을 포기한) 사람의 모습을 제3의 눈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비토쓰키(죽었다 다시 살아난 자)에 쓰인 사령의 본 모습도 볼 수 있고요. 암튼 그러니까 미야베 미유키의 <흔들리는 바위>는 믿기 힘든 캐릭터가 주인공인 시대미스터리입니다. 그러니까 사건의 해결도 논리적인 추리와는 거리가 멀고, 오하쓰라는 열여섯 살 소녀의 그 보이지 않는 능력에 의지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물론 사건은 논리적으로 해결을 합니다. 단, 그 방법의 하나가 오하쓰의 영험한 능력이라는 것이 조금 애매합니다.

기름통에서 발견된 어린 여자 아이의 시체, 물가에서 발견된 어린 남자 아이 시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사령(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초반부터 범인은 밝힙니다). 그리고 움직이는(울고 있는) 바위, 백 년 전의 겐로쿠 아코 사건. 사령이 부르짖는 '리에'라는 이름. 암튼 사건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백 년 전의 겐로쿠 아코 사건과 지금의 아동 연쇄살인사건을 연결 짓는 고리는? 암튼 그 연결 고리는 찾는 것이 오하쓰와 우쿄노스케(지금에야 이름이 등장하네요. 무가 집안의 적자로 태어났으나 산학에 뜻을 두고 있는 조금 어설픈 청년입니다. 오하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합니다)의 임무인데, 사건 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이하면서 슬픈 사연들이 이번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탐정 콤비 소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는 은근히 탐정(물론 탐정이라는 직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콤비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관계에 무척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작품의 재미와는 상관없이 캐릭터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오하쓰라는 소녀 캐릭터가 무척 기억에 남더군요(죄송하게도 우쿄노스케라는 청년은 그다지 기억에 남지를 않네요). 오하쓰의 능력은 축복일까요? 아니면 저주일까요? 역시나 이 소설에서도 노인(행정 부교 네기시 야스모리)의 도움으로 오하쓰는 자신의 그런 능력에 고마워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노인과 아이에 대한 미야베 미유키의 애정과 관심은 한결 같은 것 같아요.

아동 연쇄살인사건 이면에는 '겐로쿠 아코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겐로쿠 아코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현재까지도 <가나데혼 주신구라>가 인기가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암튼 이 겐로쿠 아코 사건은 결과는 있으나 동기(이유)가 꽤나 불분명한 사건입니다. 아코 번주 아사노가 기라를 벤 이유가 확실하지가 않거든요. 그렇다면 아코 번의 마흔일곱 명의 무사들의 기라에 대한 복수와 그 이후의 할복은 역사 외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사건의 진실. 충신이라는 이름하에 지금까지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로 만들어지고 있는 겐로쿠 아코 사건. 그 사건의 이면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마흔일곱 명의 무사들의 고뇌와 번민이 있지 않았을까요? 백년이 지나 사령이 되어 떠도는 나이토 야스노스케처럼 말이죠. 역사의 진실, 그리고 재해석, 그 속에 숨어 있는 죽은 자들의 고뇌와 번민, 이러한 것들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미스터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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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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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재테크 도서가 아닌 일반 경제학(경제학자와 경제이론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교과서에서 배우는 구닥다리 경제학자와 이론은 아닙니다) 도서는 굉장히 오랜만에 읽네요.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유용합니다. 그리고 배우는 점도 무척 많습니다. 여러모로 무척 만족스러운 경제학 도서였습니다.

보통 경제학이라고 하면, (책의 내용을 빌리면) '음울한 학문이며 실물경제를 해결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그런 학문으로 생각을 하죠. 현실 경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상아탑에 갇혀 입만 열심히 떠드는 그런 학문. 경제학이 서민들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구제해 주었는가? 경제학이 생활의 윤택함과 재산 증식에 도움을 주었는가? 대답은 'NO'죠.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저런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개인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하죠. 암튼 이런 일반인들의 경제학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이 책은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 책에 소개된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현실에 꼭 들어 는다는 보장도 없고요(물론 관찰, 실험, 분석 등의 방법으로 이미 증명되기는 하였지만).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경제학 이론을 가지고 '맞다, 틀리다'라고 할 수 없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케인즈의 이론은 이제는 낡은 이론이더군요(그 당시에는 모두가 따르던 이론이었음에도). 그리고 로버트 맬서스의 <인구론>이 틀리고, 200년 전 마르퀴 드 콩도르세(프랑스의 수학자)의 "미래 생각의 발전"이라는 제목의 글이 맞는다고 합니다(예를 들면, 의학적인 발전, 평균수명의 극적인 증가, 질병의 치료. 근로일의 축소 등등 요즘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까?). 암튼 그 동안 학교에서 배웠던 경제학이 얼마나 쓸모없는 학문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사실 경제학은 어렵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수학처럼 '정답'이 없는 학문이잖아요. 예측 불가능한 요소도 많고요.


마크 스쿠젠(저자, 워싱턴대학 경제학박사)은 이 책에서 세상을 바꾸는 경제학의 7가지 핵심 원칙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책무성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 절약과 비용편익 분석, 저축과 투자, 인센티브 유인의 원칙 등등.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7가지 원칙입니다. 다 설명하기에는 힘들고(이해는 하나 설명은 조금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한 책무성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감상아 아니라 글자 그대로 설명입니다). 다른 원칙들은 책을 통해서 읽으세요.

책무성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 퇴직연금의 대명사 401(k) 플랜에 대한 내용이 주인데, 한마디로 국민연금제도 개혁에 대한 내용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가 많잖아요. "국민연금 타 먹을 수는 있는 거야?", "이거 괜히 쌩 돈 틀어박는 거 아냐?", "정부의 정책을 믿을 수 있어야지." 암튼 이런 이야기들 심심찮게 들을 수 있죠. 물론 저 역시 연금을 내는 사람으로 불안합니다. 401(k) 플랜은 민간이 경쟁적으로 운영하는 연금제도입니다. 개인이 받는 혜택을 개인의 기여금 납부액과 연계시키는 방법으로 기금의 투자 관리를 근로자 스스로가 하는 겁니다. 연금 못 타먹을까 걱정할 일은 없겠죠. 암튼 지금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확실히 문제가 많죠. 주식시장에 연기금 부을 생각만 하지 말고, 이런 슈퍼이코노미스트들의 새로운 경제이론을 시장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좋겠네요. 덧붙여 의료보험 문제의 해결책 '건강저축계좌(HSA)'도 무척 흥미롭더군요.

사실 경제학자들의 이론이나 용어가 나옵니다. 그리고 어렵습니다. 신경제학, 혼합경제, 미시경제, CPI, GO, 행동경제학, 래퍼곡선, 공공재정학, 공공선택이론, 공급중시 경제학 등등 이런 용어들을 한번 쓱 읽고 이해할 수는 없죠. 사실 정확한 뜻도 잘 모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이 어렵지는 않거든요. 암튼 <이코노파워> 경제에 무지한 일반인들에게 있어 (요즘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재테크 서적들에 비해) 매우 유용한 책이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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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골짜기의 5월 미도리의 책장 4
후나도 요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시작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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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현대사(정확하게는 1986년 필리핀 2월 혁명 이후)를 13세 소년 도시오(일본인 아버지와 에이즈로 죽은 필리핀 어머니(매춘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로 필리핀에서는 '자피노'로 불립니다. 소설 외적으로는 일본인의 시각)의 시점으로 바라본 무척 독특하고 이상야릇한 모험소설이자 성장소설, 역사소설입니다. 1998년 5월부터 2000년 5월까지(각 해의 5월의 사건만 다루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세부섬의 가르소본가 지구를 중심으로 소년 도시오과 어른들의 멸시와 곱지 않은 시선, 조롱, 그리고 무능하고 비열하며 악랄한 정부(특히 경찰, 국가경찰군이나 국가통합결찰 모두 권력에만 눈이 멀었지 치안이나 국민의 안위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를 상대로 힘겹게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식민지문화가 남아있는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진통이지 않을까 싶네요.

세부섬의 가르소본가 지구는 무척 작은 산골 마을입니다. 메르난가산의 신인민군 게릴라는 정부를 상대로 투쟁은 하지 않은 채 동네 주민들에게 ‘혁명세’라는 이름으로 돈을 갈취합니다. 그리고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들은 푼돈을 받고 법을 어깁니다. 지구 대표 선거는 돈으로 치러지고, 주민들은 그런 돈에 매수되어 자신의 신념과 긍지를 팔아버립니다. 어른들은 자피노(혼혈인)이라는 이유로 도시오를 때리고 겁을 주며 놀립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평온한 일상, 평온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자세하게 들어보면 썩을 때로 썩어버린 거죠. 마을도 사람도 모두.

암튼 이 소설은 그런 시대와 정부와 어른들에 맞서 싸우는 한 소년의 처절한 투쟁기입니다(물론 그의 뒤에는 무지개 골짜기에서 홀로 싸우는 게릴라 호세 만가하스, 전 항일인민군 병사였던 할아버지, 그리고 마을에서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힌 라몬과 메그 남매가 있습니다). 13세 소년으로서는 겪어서는 안 되는 그런 사건들에 휘말려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몹시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13세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라 큰 부담감은 없습니다. 이야기의 밑그림은 무척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사실 정치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중요한 소설도 아니고요. 물론 그러한 의미도 함께 이해하면 더욱 좋지만, 그냥 13세 소년 도시오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물론 마음 아프기는 하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인 것 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쪽이 수놈이고 어느 쪽이 암놈인지 모르지만 호세는 한 마리는 아사무, 또 한 마리는 다간이라고 불렀다. 타갈로그어로 아사무는 희망, 다간은 긍지를 의미한다."

후나도 요이치의 <무지개 골짜기의 5월>은 희망과 긍지를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희망과 긍지를 잃는 순간, 살아 있음에도 그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좀비)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무지개 골짜기에서 홀로 싸우는 게릴라 호세 만가하스. 사람들은 그를 미련하고 멍청하다며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반면 부정부패와 돈으로 얼룩진 지구 대표 차페스 앞에서는 꼬리를 흔들면서 아부를 하고요. 희망과 긍지를 잃어버린 인간은 돈과 권력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약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악한 인간들은 언젠가는 그 대가를 받는다는 것. 그리고 희망과 긍지를 잃어버린 인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것. 특히나 국가의 미래는. 그들은 결코 무지개 골짜기에 뜨는 동그란 무지개를 볼 수 없을거에요. 아름다운 동그란 무지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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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귀울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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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본격 미스터리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일상 미스터리의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 물론 본격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 일상 미스터리이기도 하고요. 사실 별 의미도 없는 장르 구분입니다. 암튼 온다 리쿠가 본격 미스터리를 쓰면 이런 분위기가 되는군요. 무척 독특합니다. <요변천목의 밤>을 포함한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단편은 거의 없습니다. 우연한 사고로 인한 죽음은 있을 뿐 범죄자가 잔인하게 살해하는 그런 사건은 없습니다. 보통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면 사람도 조금 죽어 주고, 마지막의 '범인은 그(그녀)가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반전도 있는 그런 소설을 떠올리게 되는데,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명성답게 《코끼리와 귀울음》은 그런 충격적인 반전이나 잔인한 살인 사건은 없습니다. 일상생활에 보이지 않는 의문점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이라고 할까요? 거대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옆집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길거리에서 내 옆을 지나치는 사람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죠. 온다 리쿠는 그런 잊혀진 것, 사라지는 것, 감춰진 것들을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 속으로 초대해 무척 독특한 미스터리를 완성합니다. 암튼 첫 느낌은 무척 독특한 일상 본격 미스터리소설이었습니다.

전설, 역사(거대한 역사가 아닌 소소한 역사), 잡담, 소문 등이 이야기의 소재가 됩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의심해 본 적은 없는 그런 떠다니는 이야기들.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풍부한 텍스트로, 또한 환상적(판타지를 말하는 것은 아님. 아름다움 정도)인 이야기로 만드는 재주는 확실히 뛰어난 것 같아요. 수다쟁이 온다 리쿠. 사소한 이야기를 엄청난 이야기로 만들어 버립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매력을 온다 리쿠 나름대로 잘 해석하고 멋진 이야기로 완성한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의 온다 리쿠 소설의 모호함("결말이 이게 뭐야?") 때문에 그녀의 소설을 기피했던 분들에게는 꽤 쏠쏠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네요. 또한 일상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코끼리와 귀울음》은 일상 속에 숨은 미스터리를 끄집어내어 그 이면을 파헤치는 소설입니다. 따라서 반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전은 무시하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지만, 씁쓸한 여운을 줍니다. 결국은 미스터리의 마지막은 사건(죽음)으로 귀결되거든요. 악의는 없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그녀)의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죠. 자살이건 타살이건 가족의 고통과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사소한 행동이나 악의 없는 행동도 결국에는 타인에게 고통과 슬픔을 줄 수 있는 거죠. 웃음 뒤에는 눈물이 있고, 행복 뒤에는 슬픔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세계는, 사람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온다 리쿠의 단편집은 이런 느낌이 무척 많이 들더군요.

사족으로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 많겠지만) 《코끼리와 귀울음》의 등장인물은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에도 등장했던 인물들입니다. 《여섯 번째 사요코》의 세키네 다카오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 역할인데, 그의 큰아들 슈운은 《PUZZLE》, 딸 나쓰는 《도서실의 바다》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빼먹을 수 없는 등장인물, 바로 《메이즈》의 도키에다 미쓰루 등장해서 기이한 사건 이야기를 합니다(물론 《메이즈》의 주인공이기는 했지만 메구미에 비해서 너무 매력이 없게 나왔죠). 이 소설에서는 세키네 다카오와 슈운이 무척 매력적으로 그려지더군요. 특히 세키네 다카오, 이 할아버지 정말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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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뫼비우스 서재
칼렙 카 지음, 이은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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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시의 소년들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이 실제로 누군가 하는 걸 말이야."

  셜록 홈즈의 새로운 활약을 그린 <이탈리안 비서관>의 칼렙 카의 대표작으로 1896년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매춘 소년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역사 추리소설입니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아직 국내에 다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중에서 가장 괜찮은 작품(그래봤자 두 작품이지만)으로 살짝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였는데, 꽤 뒤늦게 대표작 <이스트 사이트 남자>를 읽었습니다(1994년쯤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참고로 셜로키언이라고 하네요^^). 우선 범죄 소설로는 무척 디테일하네요. 따라서 (조금은) 이야기의 호흡이 느릴 수도 있습니다. 왜냐 하면 뉴욕 맨해튼의 매춘 소년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팀이 전문적인 탐정들은 아니거든요(물론 형사와 경찰청장의 비서이자 여형사인 ‘새러’가 있기는 하지만, 팀을 이끌어 가는 핵심은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수사가 도입되기 이전(지문감식법도 증거로 채택이 되기 이전)이니 미친 사이코를 수사하기에는 더더욱 어렵죠. 암튼 난공불락입니다.

  개인적으로 19세기 말의 뉴욕의 풍경은 잘 모릅니다(참고로 작가 칼렙 카는 소설 속 배경인 뉴욕 맨해튼 남부의 로워 이스트사이드에서 태어났고,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19세기 말의 뉴욕의 역사를 연구한 역사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작가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다룬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뉴욕 이민자들의 빈곤한 삶에 대한 묘사는 무척 세밀하고 정확하지 않나 생각합니다(물론 관련 역사책을 읽은 것은 아닙니다.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 그러니까 추리소설이 아닌 역사소설로 읽어도 이 소설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 공부하는 셈 치고 읽었는데, 무척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더군요. 참고로 실존인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참고로 소설 속에서는 뉴욕시 경찰총장으로 나옵니다), J. P. 모건, 폴 켈리, 제이콥 리스 등등. 그런데 실제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실존 인물과 소설 속 인물을 비교하는 재미도 꽤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19세기 말의 뉴욕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두 배의 재미가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선 주인공(실제적으로 수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은 크라이즐러라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너무나 급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뉴욕시민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습니다. 물론 그런 그를 루즈벨트 경찰총장(후에 대통령이 되죠)은 인정을 합니다. 기존의 미해결 사건들, 그 당시의 수사방식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와 친구들)를 끌어 들여 비밀리에 사건을 수사합니다. 그리고 크라이즐러의 친구이자 기자인 무어, 루즈벨트가 신임하는 아이잭슨 형제 경찰, 루즈벨트의 여자 비서(경찰청에 근무하는 최초의 여자라고 하네요)이자 형사인 ‘새러’ 등이 함께 합류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추적하는 악랄한 미친 연쇄살인마. 어른도 아닌 어린 여장 매춘 소년들을(참고로 그 당시에는 이런 어린이를 보호할 만한 법도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민자의 자식들은 먹고 살기 위해 여장 매춘부로 몸을 팝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은 몹시 마음이 아프더군요) 잡아다가 잔인하게 살인합니다. 눈알을 도려내어 물 근처에 버려 버립니다. 흔적도 없이 말이죠. 원한이나 복수도 아닌 이런 살인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해결하기 힘든 사건이었을 것 같아요.

  매력적인 연쇄 살인마.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소설은 꽤나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바로 연쇄 살인마도 그런 매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인데. 암튼 이야기하면 재미없으니 이 연쇄 살인마에 대한 내용은 건너뛰겠습니다. 그리고 과학적인 수사 기법의 등장(물론 지금 시점에서는 당연한 수사 기법이지만요) 역시나 흥미롭습니다. 심리적인 수사와 증거는 채택되지 않고, 오로지 물적 증거만 채택되던 시기에 굉장히 혁신적이고 과감한 수사 기법이지 않나 생각합니다(프로파일링 기법도 넌지시 언급됩니다). 물적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런 물적 증거를 찾기 위해 범행 동기를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사회 심리학적으로 범인에게 접근한다고 할까요? 끊임없이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해 나갑니다. 그런 과정이 무척 디테일하게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범죄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소설 속에서 중간 중간 묘사되는 19세기 말의 뉴욕의 역사들(사실 부끄럽게도 자유의 여신상의 의미를 이 소설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19세기 말 뉴욕 맨해튼의 역사, 뉴욕 이민자들의 빈곤한 삶, 여장 매춘 소년들의 매춘 행위, 그리고 범죄와 결탁한 경찰 권력 등등 이 소설을 읽으면 미국의 역사가 다시 보이게 되더군요. 그리고 과학 수사 기법, 프로파일링, 페미니즘(크라이즐러 박사와 경찰총장 여자 비서 ‘새러’의 대립), 지문감식법, 사이코패스, 부모-자식 간의 관계, 종교, 심리학적 결정론 등 온갖 것들이 19세기 말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사이드에서 살아 꿈틀거립니다. 결코 혼란스럽거나 난잡하지는 않습니다.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고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범죄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느긋하게 읽어보세요. 단, 빠른 스토리 전개의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느긋하게 크라이즐러 특별 수사팀의 사건 추리를 따라가 보세요. 확실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범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동정하지도 이해하려고 하지도 마세요. 어린 아이들을(그것도 먹고 살기 위해 여장 매춘부로 몸을 파는 아이들) 잔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 책장을 덮으면, 쉽게 단정 짓기는 힘들 겁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런 심리학적 견해에 대해서 부정적인 분들도 있겠지만요. 죄를 결코 용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범인은 ‘누구?’가 중요한 소설은 아닙니다. ‘왜?’가 중요한 소설이죠. 물론 역시나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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