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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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에서의 초능력을 가진 한 소년처럼 <흔들리는 바위>에서는 제3의 눈을 가진 오하쓰라는 소녀가 등장을 하네요. <용은 잠들다>의 주인공 소년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것과는 다르게 오하쓰는 죽을 위험에 처한(삶을 포기한) 사람의 모습을 제3의 눈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비토쓰키(죽었다 다시 살아난 자)에 쓰인 사령의 본 모습도 볼 수 있고요. 암튼 그러니까 미야베 미유키의 <흔들리는 바위>는 믿기 힘든 캐릭터가 주인공인 시대미스터리입니다. 그러니까 사건의 해결도 논리적인 추리와는 거리가 멀고, 오하쓰라는 열여섯 살 소녀의 그 보이지 않는 능력에 의지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물론 사건은 논리적으로 해결을 합니다. 단, 그 방법의 하나가 오하쓰의 영험한 능력이라는 것이 조금 애매합니다.

기름통에서 발견된 어린 여자 아이의 시체, 물가에서 발견된 어린 남자 아이 시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사령(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초반부터 범인은 밝힙니다). 그리고 움직이는(울고 있는) 바위, 백 년 전의 겐로쿠 아코 사건. 사령이 부르짖는 '리에'라는 이름. 암튼 사건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백 년 전의 겐로쿠 아코 사건과 지금의 아동 연쇄살인사건을 연결 짓는 고리는? 암튼 그 연결 고리는 찾는 것이 오하쓰와 우쿄노스케(지금에야 이름이 등장하네요. 무가 집안의 적자로 태어났으나 산학에 뜻을 두고 있는 조금 어설픈 청년입니다. 오하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합니다)의 임무인데, 사건 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이하면서 슬픈 사연들이 이번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탐정 콤비 소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는 은근히 탐정(물론 탐정이라는 직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콤비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관계에 무척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작품의 재미와는 상관없이 캐릭터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오하쓰라는 소녀 캐릭터가 무척 기억에 남더군요(죄송하게도 우쿄노스케라는 청년은 그다지 기억에 남지를 않네요). 오하쓰의 능력은 축복일까요? 아니면 저주일까요? 역시나 이 소설에서도 노인(행정 부교 네기시 야스모리)의 도움으로 오하쓰는 자신의 그런 능력에 고마워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노인과 아이에 대한 미야베 미유키의 애정과 관심은 한결 같은 것 같아요.

아동 연쇄살인사건 이면에는 '겐로쿠 아코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겐로쿠 아코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현재까지도 <가나데혼 주신구라>가 인기가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암튼 이 겐로쿠 아코 사건은 결과는 있으나 동기(이유)가 꽤나 불분명한 사건입니다. 아코 번주 아사노가 기라를 벤 이유가 확실하지가 않거든요. 그렇다면 아코 번의 마흔일곱 명의 무사들의 기라에 대한 복수와 그 이후의 할복은 역사 외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사건의 진실. 충신이라는 이름하에 지금까지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로 만들어지고 있는 겐로쿠 아코 사건. 그 사건의 이면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마흔일곱 명의 무사들의 고뇌와 번민이 있지 않았을까요? 백년이 지나 사령이 되어 떠도는 나이토 야스노스케처럼 말이죠. 역사의 진실, 그리고 재해석, 그 속에 숨어 있는 죽은 자들의 고뇌와 번민, 이러한 것들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미스터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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