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동서 미스터리 북스 300
김성종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올해 초에 이두용 감독의 걸작 《최후의 증인》이 검열 시 잘려나갔던 장면을 복원하여 154분의 오리지널 완전판 DVD로 출시가 되었죠. 사실 원작 <최후의 증인>을 영화화 한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에 너무 실망을 해서(개인적으로 <흑수선>은 배창호 감독의 최대의 실패작이 아닐까 싶네요. 우선 캐스팅부터가 마음에 안 듭니다), 원작을 읽기까지 조금 망설였는데, 주변에 좋다는 평이 많아서 1년 전 쯤에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최후의 증인>을 구입했습니다(지금은 절판이네요). 600페이지의 압박과 신간 러시에 정신이 없어서 독서를 미루고 있었는데 DVD로 감상하기 전에 그래도 원작을 먼저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어 이틀 전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600페이지의 압박에 전혀 기죽을 필요가 없더군요. 가독성이 너무 좋습니다. 사실 장르 구분 자체가 조금 무의미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조금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계열의 작품입니다. 한국전쟁의 비극사가 작품 전체에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미스터리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꽤 파격적이었을) 반전도 있거든요. 무엇보다 이 소설이 뛰어난 점은 바로 오병호라는 형사 캐릭터입니다. 영미권이나 일본 추리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토속적인 형사 캐릭터입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이나 《공공의적》의 강철중 형사 저리가라 할 정도의 끈기, 집념, 인내가 정말 대단하더군요. 극한의 상황에서도 끈질기고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하는 근성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최후의 증인>은 한국일보 1974년 장편소설 당선작입니다. 박정희 정권 때죠. 1970년대 초반이면 빨갱이 사냥이 한창 때였죠. 좌익이라는 말이 귀신보다 무섭던 시대였기도 하고, '막걸리보안법'이 활개를 치던 시기였기도 했죠. 사실 소설을 읽고 많이 놀랐습니다. 물론 공비들에 대한 일방적인 묘사가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척 객관적이게 묘사하고 있더군요(공비들의 집단 강간 장면은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고 반공이라 보기에는 조금 무리죠). 특히나 검사, 신문사, 청년단장 등에 대한 비판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더군요. 사실 뭐 이런 내용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큰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눈물로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숨죽이며 살아 온 그 시대의 인간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살인혐의로 억울하게 20여 년의 옥살이를 한 황바우 노인, 한 시대의 비극의 한 집약이 아닐까 싶네요. 그냥 평범하게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했던 황바우 노인은 왜 그런 일을 겪어야만 했을까요?

절망적이고 안타깝고, 암울한 분위기만으로도 이 소설은 훌륭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어둡고 비극전인 분위기가 일품인 명품 추리소설입니다. 사상이니 이념을 뛰어넘는 비극미는 정말 최고더군요. 그리고 20년 전의 비극적인 사건을 추적하는 한 형사의 집요한 집념, 적절한 긴장감과 반전,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베어 나오는 깊은 한 숨까지 무척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묵직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었네요. 쓸데없는 잡담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암튼 꼭 읽어보세요.

사족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 비디오 자켓을 보니 재미있는 헤드카피가 있네요.

'사랑의 향기는 당신을 황홀하게 한다!'

'이 여자에게 돌 대신 사랑을 던져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동산 성공 법칙 - 부동산 시장의 10년 트렌드를 읽다, 2009 최신개정판
박원갑 지음 / 크레듀(credu)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생 때의 수능공부보다 더 힘들고 어렵네요. 물론 일반 상식 수준에서 부동산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고 읽은 책이었는데, 초보가 보기에는 조금 전문적인 것 같네요. 부동산에 대한 기초 상식을 다룬 책이 아닌 부동산의 성공적인 투자에 초점을 둔 책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부동산에 투자를 할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무척 유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꼭 공부는 해야 될 재테크가 부동산 아닐까 싶어요. 요즘 재테크 관련 도서를 읽다보면 자주 느끼는 것이 있는데, 바로 모르면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나는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는 자기 위안은 다 필요 없습니다.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그리고 부동산 투자는 주식이나 펀드 투자처럼 전문가들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고수가 아닌 일반인들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은 재테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나 부동산은 모르면 그만큼 손해를 보겠더군요. 누구나 자기 집을 갖고 싶어 할 것입니다. 월세나 전세가 좋은 분들은 거의 없겠죠. 그 집 없는 사람의 설움은 겪어 보지를 않으면 모릅니다. 주인집은 전세 값을 오른다고 하고, 그만한 전세자금은 없고, 이사를 가야합니다. 어디로 또 이사를 가야 할까요?

암튼 집은 그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모른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저 역시도 너무 무책임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투자의 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동산에 대한 기초지식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부동산 투자는 확실히 메리트 있는 재테크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역시나 어렵기는 어렵더군요. 그리고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려면 그만큼 안정된 직장과 안정된 가정이 있어야 하고, 또한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뒷받침 되어야 될 것 같아요.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재테크가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지금처럼 사시면 될 것 같아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죠.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은 무엇보다 돈이 중요합니다. 돈도 없는데 오래 사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처럼 그냥 대충 살아도 됩니다. 그리고 늙어서 고생을 하면 되고요. 제 삶을 뒤돌아 봤더니 참으로 우울하네요.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인생, 늙어서 돈 없어서 고생하기 싫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2007년 국내 극장에 개봉하여 공포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디센트(The Descent, 2005)>의 동명의 소설이 얼마 전 임프린트 시작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출간되기 전부터 '영화 <디센트>와는 무슨 관계이냐?', '소설과 영화중에서 어떤 작품이 먼저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였는데, 소설 《디센트》와 영화 <디센트>는 동굴 탐험이라는 소재만 비슷할 뿐 전혀 성격이 다른 작품입니다. 아마도 제목이 같고 소재가 비슷해서 생긴 오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케일도 다르고 내용도 전혀 다릅니다. 영화 <디센트>는 미국 애팔래치아 산(Appalachian Mountains)의 고지대 동굴 속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다섯 명의 친구들이 겪는 극한의 공포 심리와 괴생명체와의 사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배신하는 친구들의 나약한 심리를 다룬 반면 소설 《디센트》는 앞의 언급한 영화 <디센트>와는 스케일부터 다릅니다. 우선 작은 동굴이 아닌 전 세계(소설 속에서는 주로 태평양)의 지하동굴(세계)을 다루고 있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도 탐구하며, 과학과 신학, 인류학, 철학 등 온갖 학문들이 거대한 지하세계를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물론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닌 팩션을 가미한 미스터리 스릴러소설로서 말이죠. 
 

 

폐쇄된 공간에서의 극한 공포와 인간 불신을 다룬 영화 <디센트>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친구 사라를 위해 4명의 친구들이 미국 애팔래치아 산에 있는 동굴 탐험을 계획합니다. 물론 이미 알려진 동굴을 탐험하는 것이었으나 좀 더 스릴있는 모험을 위해 1명의 친구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동굴로 친구들을 안내합니다. 그러나 동굴탐험 중 사고로 입구가 막혀 버리고, 구조대를 기대할 수도 없는 그녀들은 출구를 찾아 기나긴 탐험을 시작합니다. 동굴탐험 중 괴생명체를 만나 사투를 벌이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 사이의 우정은 금이 가고 불신만 쌓이게 됩니다.
 


 

 

 

 

 

 

 

물론 소설 《디센트》에서도 믿음과 배신은 꽤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지하 수십 킬로미터의 갇힌 공간, 사방에서는 헤이들(hadal)이라는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 존재들이 노리고 있는, 그곳에서는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갇힌 공간에서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분간할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영화와 소설 모두 괴생명체(?)와의 사투, 인간들의 믿음과 배신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이 내용을 중점적으로 공포를 극대화시킨 반면, 소설은 거대한 이야기(지하세계 탐험)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물론 (헤이들(hadal)이라 불리는)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단지 싸워서 죽여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또한 인간의 믿음과 배신보다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좀 더 거창한 인류 간의 대립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상세계의 인류(호모 사피엔스로 진화되었겠죠?)와 지하세계의 인류(인류와는 정반대로 진화. 호모 헤이들리스)의 대립, 물론 그 과정은 지배와 침략, 복종 등의 현재까지 되풀이되어 온 식민지 역사가 숨어있겠죠. 지상세계의 인간들이 지하세계를 지배하려는 과정은 아메리카의 식민지 역사와 묘하게 비슷한 면이 많더군요. 그러니까 비슷하다면 비슷하겠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설 《디센트》와 영화 <디센트>는 다릅니다. 
 

 

영화 <디센트>의 스토리는 과감하게 잊어라!!

 

편견과 선입견 없이 사물(작품)을 바라본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 작품이 바로 소설 《디센트》가 아닐까 싶네요. 하필이면 공포영화 <디센트>가 개봉된 이후에 동명의 제목으로 소설이 출간되었으니 아무래도 영화와 비교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닐 마샬 감독의 <디센트>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공포영화입니다. 그런데 (만들어진) 영화 <디센트>는 사실 영상매체에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활자매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고요.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목만 같을 뿐 두 작품은 전혀 다릅니다. 소설 《디센트》는 작가의 상상력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반면 영화 <디센트>는 스토리보다는 감독의 연출력과 편집이 뛰어난 작품이고요. 내용은 잔인하게 이야기해서 진부하고 시시합니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작품이 동명의 제목과 동굴이라는 소재 하나 때문에 비슷한 작품으로 취급 받는 것은 두 작품 모두에게 엄청난 손실이 아닐까 싶네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설 《디센트》와 영화 <디센트>는 전혀 관련이 없는 새로운 창작품입니다. 영화 <디센트>의 스토리를 기대하고 소설 《디센트》를 읽는다면 저처럼 충격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 작가가 창조한 지하세계는 그만큼 매력적입니다. 
 

 

사탄이 지배하는 낯선 혼돈의 지하세계로의 초대, 소설 《디센트》

 

서쪽 멕시코의 나스카 시티(갈라파고스제도)에서 동쪽 필리핀 해구까지 태평양 밑바닥으로 이어져 있는 동굴을 탐사하는 헬리오스 주식회사(과학자와 용병단으로 이루어진)의 지하세계 원정을 다룬 소설입니다. 그 거리와 수면으로부터의 깊이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깊습니다. 1년에 걸친 원정. 헬리오스는 기업 재벌 쿠퍼가 운영하는 회사로 지하세계의 식민지화를 통한 이윤 추구가 주목적입니다. 물론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심도 있겠죠. 과학자들은 미지의 세계 탐험이라는 목적이 있을 테지만, 다른 의도로 참가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또한 예수회 수사 토마스는 베어울프라는 학회를 조직하여 비밀리에 지하세계를 통치하는 '사탄'의 정체를 추적하고자 앨리라는 여성 언어학자이자 수녀를 침투시킵니다. 암튼 다양한 인간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지하세계 원정대에 참가합니다. 원정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영화 <반지의 제왕>이 생각나더군요. SF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지하세계를 다룬 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좀 더 현실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더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물론 물리시간에 배운 이론으로는 이 역시 뭐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요). 작가의 프로필은 생략하겠습니다. 팩션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경험(아버지는 지질학자였다고 하네요)이 바탕이 되어서인지 세부 묘사에 있어서는 무척 디테일합니다. 또한 작가가 창조한 지하 세계도, 지옥을 방불케 하는, 그만큼 매력적입니다. 두렵고 무섭지만 한 번 가보고는 싶은 이상한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사실 소설 《디센트》의 장르는 복합적입니다. 미스터리, 호러, SF, 어드벤처, 스릴러 등등. 작가가 창조한 세계도 크고, 온갖 지식들이 한데 어울러져 있어서 설명하기도 사실은 어려워요. 모험소설로서 그 기나긴 지하세계의 모험 여정을 따라가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지하세계를 모험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무척 흥미가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언제나 꿈꾸는 로망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둡고 깊은 지하의 끝, 절대악의 심연 속으로의 험난한 여정

 

암흑의 지하세계를 탐험하는 원정대의 이야기와 병행해서 지상세계에서는 베어울프 학회의 사탄 탐구(악의 근원), 인류의 기원에 대한 다각도의 추적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야기의 긴장과 이완, 공상과 현실이 조화롭고 균형적입니다. 지하세계 또는 지하세계 존재들(헤이들)과의 사투는 믿을 수 없다가도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된 베어울프 학회의 이론들을 듣다보면 또 그럴 듯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원정대의 심연의 어둠(지하세계 끝) 속으로의 끝없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되는데, 적절하게 지상세계에서 베어울프 학회의 사탄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서 다루고 있어 가쁜 숨을 고를 수도 있고, 지적 호기심도 충족됩니다. 굉장히 이야기를 영리하게 배치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지하세계 속 탐험만 계속 다루고 있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인류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호모 에렉투스에서 인류와는 정반대의 진화과정을 거친 이들은 “헤이들(hadal)”, 즉 “호모 헤이들리스”라 불린다. 이들은 햇볕이 들지 않는 지하세계의 가혹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열성 진화를 거듭해온 이들은 칼슘의 증가로 두개골엔 혹이 나 있고, 눈에 생긴 피막으로 약한 빛에도 고통을 호소하며, 심해어처럼 눈부신 백색 피부는 백피증과 피부암으로 뭉크러지고 얼룩이 져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으나 인류의 기원과 함께 지하세계에 공존해왔던 또 다른 존재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원정대와 베어울프 학회 모두인데, 그 중에서도 '아이크'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원시적인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앨리라는 여성과의 러브스토리도 양념으로 들어가 있고요. 절대악이라 불리는 '사탄'이라는 존재에 대한 베어울프 학회의 견해, 지하세계의 문명, 지구의 중심(악의 근원)으로의 기나긴 여정 등 내용도 무척 흥미롭고 작가의 경험과 지식이 바탕이 된 지하세계 여정에서의 사실적인 묘사도 돋보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호모 헤이들리스(헤이들)라는 인류의 기원, 거대한 지하세계의 문명, 사탄의 존재와 거대 기업의 끔찍한 음모 등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은 정말 기발합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고, 인류와 과학에 대한 지적 성찰도 높으며, 공포와 미스터리도 적절하게 가미된 웰메이드 장르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어른들을 위한 모험소설로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6
S.S. 반 다인 지음, 안동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반 다인은 영미권 추리소설 작가 중에서 존 딕슨 카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으로 처음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되었지만, 저는 앞의 언급한 두 작가의 작품이 더 좋더군요. 일본 (고전) 추리소설 작가로는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지를 가장 좋아하고요. 개인적으로 정통보다는 이단(異端)을 좋아하고, 정사보다는 야사를 좋아해서인지 애거서 크리스티나 아서 코난 도일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더군요(물론 애거서 크리스티의 <예고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의 대표작들은 좋아합니다).

반 다인의 추리소설의 매력은 바로 아마추어 탐정 파이로 번스와 뉴욕 지방검사 매컴, 그리고 조금 다혈질의 급한 성격을 가진 히스 형사부장, 번스의 친구이자 화자인 반 다인 이렇게 4명의 캐릭터들이 이루는 환상적이며 유머스러운 앙상블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나 번스와 매컴, 이 둘이 떠드는 것을 보면 정말 배꼽 잡습니다. 매컴 지방검사는 지금 범인의 흔적조차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친구라는 작자(번스)는 시시껄렁한(하게 보이는) 농담이나 하고 있으니. 현학적 취향을 가진 번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참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습니다. 그런데 사건 자체가 너무나 기이해서 고생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린살인사건>에서도 범인으로 의심이 가는 인물은 있지만, 결정적인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는) 증거는 없거든요. 살인사건은 연쇄적으로 계속 발생하는데 증거는 없으니, 정말 미치고 답답할 노릇이죠. 증거에 의존해야만 하는 수사방식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사건을 아마추어 탐정 번스가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이 작품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번스의 현학적인 취미가 궤변으로 여겨질지도 모르는데, 다행스럽게도 사건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기는 합니다.

그린 저택이 등장하는 <그린살인사건>은 여러 추리소설이 떠오릅니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가족사가 등장하거든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 유명한 <비뚤어진 집>도 생각나고, 요코미조 세이지나 에도가와 란포(<외딴섬 악마>)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암튼 이런 비뚤어진 가족사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언제나 재미있는 것 같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옛 격언을 그냥 과감하게 뒤집어 버리거든요. 뭐 살다보면 물이 피보다 진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살해수법은 총살과 독살이 주를 이루는데, 가족들이 서로를 싫어해서 뭔가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사건 해결은 더욱 어려움에 빠집니다. 일례로 어머니는 지 자식들이 죽는데 오히려 좋아합니다. 사실 형제들도 별로 관심이 없고요. 증거는 없습니다. 증인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번스의 독특한 심리분석추리가 시작됩니다. 그냥 그린 저택에 거주하는 인간들을 만나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오로지 대화를 통해서만(물론 심리분석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데 있어 발로 뛰는 수사(?)를 하기는 합니다) 범인을 알아맞힙니다. 사실 이 소설은 '빠뜨린 사실'장에 있는 5페이지 분량의 번스의 사건요약만 있어도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면 소설의 재미는 장담 못합니다. 번스 특유의 현학적인 지껄임이 없으면 이 소설은 정말 재미가 없거든요. 사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와 트릭 자체는 (현 시점에서는) 조금 시시할 수도 있습니다(추리소설에서 너무나 많이 사용한 트릭이라서요). 그러나 번스가 심리분석추리로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은 현 시점에서도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존 딕슨 카의 소설과 함께 정말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물론 존 딕슨 카나 반 다인 모두 시시한 작품도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4세 미만의 자는 중범죄(살인)를 저지르더라도 처벌하지 않고 보호 및 교화해야 된다는 소년법의 문제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한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소설로 야쿠마루 가쿠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키피숍을 운영하는 히야마는 4년 전 3인조 강도들에게 아내를 잃습니다. 범인들은 13살 중학생들로 이들은 돈이 필요해서 사람을 죽인 파렴치한이지만 법은 이들을 철저하게 보호합니다(신상 정보 및 수사 정보 등). 가족을 잃은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죠. 그냥 원한과 분노와 증오를 가슴 속에 죽이며 살아갈 뿐.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과연 소년 범죄자들은 죄를 뉘우칠 것인가? 강력한 처벌이 우선인가? 아니면 교화와 지도가 우선인가? 피해자에게는 사과 한마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그들을 그냥 용서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미성년 범죄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인권에 우선하는가? 만약 나의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과연 나는 이해할 수 있을까? 암튼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런 아픔과 상처, 증오와 분노를 가졌지만 다섯 살의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가는 히야마의 삶을 통해 그런 소년법의 문제점과 모순, 그리고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싶네요.

사실 소년법의 문제점과 모순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사건의 내막(보다는 가해자들의 사과와 용서를 받으려는)을 알고자 하는 아내를 잃은 한 남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무척 평범하면서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건 당시 가해자였던 13살의 중학생들이 4년 후 차례대로 살해를 당합니다. 물론 피해자(히야마)의 알리바이는 없습니다. 가장 의심 가는 인물이가는 한데, 소설은 히야마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당연히 서술트릭 그런 것은 아니니 마지막에 '사실은 내가 범인이었어.' 뭐 이런 어이없는 반전은 없습니다). 따라서 그는 범인이 될 수 없죠. 그렇다면 과연 누가 4년 전 그 사건의 범인들을 죽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뒤이어 드러나는 진실과 거짓들.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그 진실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과연 내 자신은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또한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더군요. 암튼 소설의 후반,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굉장히 복잡하게(미스터리하게) 전개됩니다. 사회파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요코야마 히데오식 휴머니즘 결말까지 좋더군요. 사회문제와 미스터리 서스펜스, 휴머니즘적 감동의 (재미있는 추리소설의)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괜찮은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사회파 미스터리 또는 본격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들 모두 만족하지 않을까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