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6
S.S. 반 다인 지음, 안동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반 다인은 영미권 추리소설 작가 중에서 존 딕슨 카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으로 처음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되었지만, 저는 앞의 언급한 두 작가의 작품이 더 좋더군요. 일본 (고전) 추리소설 작가로는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지를 가장 좋아하고요. 개인적으로 정통보다는 이단(異端)을 좋아하고, 정사보다는 야사를 좋아해서인지 애거서 크리스티나 아서 코난 도일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더군요(물론 애거서 크리스티의 <예고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의 대표작들은 좋아합니다).

반 다인의 추리소설의 매력은 바로 아마추어 탐정 파이로 번스와 뉴욕 지방검사 매컴, 그리고 조금 다혈질의 급한 성격을 가진 히스 형사부장, 번스의 친구이자 화자인 반 다인 이렇게 4명의 캐릭터들이 이루는 환상적이며 유머스러운 앙상블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나 번스와 매컴, 이 둘이 떠드는 것을 보면 정말 배꼽 잡습니다. 매컴 지방검사는 지금 범인의 흔적조차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친구라는 작자(번스)는 시시껄렁한(하게 보이는) 농담이나 하고 있으니. 현학적 취향을 가진 번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참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습니다. 그런데 사건 자체가 너무나 기이해서 고생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린살인사건>에서도 범인으로 의심이 가는 인물은 있지만, 결정적인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는) 증거는 없거든요. 살인사건은 연쇄적으로 계속 발생하는데 증거는 없으니, 정말 미치고 답답할 노릇이죠. 증거에 의존해야만 하는 수사방식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사건을 아마추어 탐정 번스가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이 작품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번스의 현학적인 취미가 궤변으로 여겨질지도 모르는데, 다행스럽게도 사건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기는 합니다.

그린 저택이 등장하는 <그린살인사건>은 여러 추리소설이 떠오릅니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가족사가 등장하거든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 유명한 <비뚤어진 집>도 생각나고, 요코미조 세이지나 에도가와 란포(<외딴섬 악마>)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암튼 이런 비뚤어진 가족사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언제나 재미있는 것 같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옛 격언을 그냥 과감하게 뒤집어 버리거든요. 뭐 살다보면 물이 피보다 진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살해수법은 총살과 독살이 주를 이루는데, 가족들이 서로를 싫어해서 뭔가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사건 해결은 더욱 어려움에 빠집니다. 일례로 어머니는 지 자식들이 죽는데 오히려 좋아합니다. 사실 형제들도 별로 관심이 없고요. 증거는 없습니다. 증인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번스의 독특한 심리분석추리가 시작됩니다. 그냥 그린 저택에 거주하는 인간들을 만나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오로지 대화를 통해서만(물론 심리분석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데 있어 발로 뛰는 수사(?)를 하기는 합니다) 범인을 알아맞힙니다. 사실 이 소설은 '빠뜨린 사실'장에 있는 5페이지 분량의 번스의 사건요약만 있어도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면 소설의 재미는 장담 못합니다. 번스 특유의 현학적인 지껄임이 없으면 이 소설은 정말 재미가 없거든요. 사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와 트릭 자체는 (현 시점에서는) 조금 시시할 수도 있습니다(추리소설에서 너무나 많이 사용한 트릭이라서요). 그러나 번스가 심리분석추리로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은 현 시점에서도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존 딕슨 카의 소설과 함께 정말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물론 존 딕슨 카나 반 다인 모두 시시한 작품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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