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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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제2탄. 198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명문 '다카야나기 발레단'에서의 의문의 연속 살인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발레 무대가 배경입니다. 즉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인원 내에서 추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사실 사건은 조금 루즈하게 진행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가가 형사(및 수사팀)의 추리가 조금 늦다고 할까요? 뭔가가 발견되는 것이 늦습니다. 미국까지 수사팀을 보낼 정도입니다. 또한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 없다고 할까요? 형사들이 수사를 해서 뭔가가 발견되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가가 형사의 추리도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많고요("가가는 멍하니 생각을 더듬다가 문득 눈이 번쩍 뜨인 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이야기가 그렇게 된다면 실로 앞뒤가 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표현들이 그렇습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뭐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각기 알맞은 자리에 채워 넣으면 될 뿐, 결코 반칙은 아닙니다.

<잠자는 숲>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가 형사 시리즈」에 얼마나 애정이 많은지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정당방위 살인사건과 객석 위에서의 (니코틴) 독살사건이 주요 사건인데, 과감하게 배팅을 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트릭 역시 빼놓을 수 없고요. 사실 이번 작품은 <졸업>에서의 그 '삼월화 살인게임'처럼 수학 논리적인 사고력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추리라고 할까요? 결국 범행의 동기는 인간관계에 숨어 있습니다. 그 관계도를 파악하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죠. 그러니까 이번 작품은 트릭보다는 인간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에 가까운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여담으로 <졸업>에서는 대학 동기와의 풋풋한 로맨스가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발레리나와의 조금 적극적인 로맨스가 있습니다(참고로 이 작품에서 가가 형사는 30세 전후로 나옵니다. 이미 교사를 그만 둔 상황입니다. 교사로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네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 소설에서의 가장 중요한 트릭,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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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7-0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별 3개! 썩 훌륭하진 않았나보군요;

로네리 2009-07-03 09:46   좋아요 0 | URL
3개 반인데... 반은 줄 수가 없어서 그냥 3개 줬습니다. 사실 4개를 줘도 크게 상관은 없어요.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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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가가 교이치로의 대학생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최근작 <붉은 손가락>을 가장 먼저 읽고, 다음으로 세 번째 작품 <악의>를 읽은 후에 첫 작품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을 읽었습니다. 보통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제 맛이지만 뒤죽박죽 읽어도 나름대로 재미있네요. 처음 <붉은 손가락>을 읽었을 때는 가가 형사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몰랐는데,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을 읽으니 가가 형사란 인물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는 다도의식인 설월화 의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본격 미스터리소설입니다. 그리고 청춘 미스터리소설이기도 하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공계 출신이라는 말을 정말 하기 싫지만 이 소설의 트릭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공계가 맞습니다. 수학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려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학습서가 아닐까 싶어요(농담이 아닌 진담입니다). 설월화 살인 게임은 본 게임이고 워밍업 게임으로 백로장 밀실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백로장 살인사건의 트릭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교수와 형사 구사나기' 시리즈를 생각나게 합니다. 어느 정도 사전지식을 갖추어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할까요? 설월화 의식 도중에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트릭은 사실 인내심을 갖고 풀면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구요. 사실 일본의 다도 문화를 전혀 몰라서 무척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의외로 쉽더군요. 그래도 설월화 의식에 숨겨 놓은 트릭들은 무척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시 가가 교이치로로 돌아와서, 시리즈를 한 권이라도 읽으신 분들은 가가 형사가 교사 출신인 것을 알 겁니다. 왜 그가 교사가 되려고 했는지, 그리고 왜 그가 교사를 그만두고 형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번 작품을 읽고 나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의 연애관과 사랑, 우정. 시리즈의 시작, 시리즈의 주인공, 가가 형사라는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악의>나 <붉은 손가락>에서의 그의 멋진 활약들이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더 멋지고 그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것 같네요. 사실 멋진 영웅이라고 보기에는 힘듭니다. 그리고 어떤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검도는 잘 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가가 형사에 대한 그냥 애정 어린 잡설이었습니다.

청춘 미스터리, 본격 미스터리, 그리고 뭉클한 감동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소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대학교 4학년생들의 풋풋한 학교생활(동아리, 커플, 단골 카페에서의 수다, 자취 생활 등등. 물론 졸업과 취업이라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을 보노라면 그립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잔인한 살인 사건과 청춘, 그 순수하고 풋풋함 사이에서의 이질감 때문에 책장을 덮고 나면 안도감보다는 슬픔이 찾아옵니다. 청춘으로부터의 졸업 의식은 확실히 고통과 아픔을 수반한다는 것 같아요. 살해 수법(트릭), 살인 동기 모두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누가 도대체 왜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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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스티븐 킹 단편집 밀리언셀러 클럽 100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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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근원의 공포를 집요하게 파헤쳐 온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7개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작품집(상)으로 오 헨리 문학상 수상작 <검은 정장의 악마>, 《다크타워》의 외전인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괴물이나 유령(흡혈귀) 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외형적인 공포보다는 내면적인 공포를 묘사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품의 밑바탕에 흐르는 기본 정서는 공포이지만 판타지, SF, 미스터리, 공포, 범죄(갱스터),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로 담아내고 있어 나름 골라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스티븐 킹의 진가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공포적인 상황을 다룬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집에서는 극한의 공포 뒤에 좌절이나 절망이 아닌 작은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어 스티븐 킹의 어떤 심적 변화가 느껴지지도 했습니다.

<제4호 부검실>은 생매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많죠. 죽지도 않았는데 죽었다고 판단하고 시체를 부검하거나 매장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묘사를 하고 있어,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공포를 전해줍니다. 뱀의 독에 의한 일시적인 마비 현상인데, 의사들은 사망으로 진단하고 부검을 하려고 합니다. 말은 나오지 않고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아주 재치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검은 정장의 악마>는 오 헨리 문학상 수상작으로 제목 그대로 검은 정장을 입은 붉은 눈의 악마가 등장하는 공포소설입니다. 한 노인이 아주 오래 전 악마에게 유린을 당했던 끔찍한 과거를 회고형식으로 말하는 소설인데, 한 소년이 어린 시절 비일상적인 공포체험으로부터 벗어났음에도 기억의 지배로부터는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81년을 보내야만 했던 상황 자체가 무척 악몽스럽게 다가온 작품입니다. 붉은 눈의 검은 정장을 입은 악마가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기를 어그적어그적 씹어 먹는 장면이 나오는 이런 소설도 문학상을 수상하는군요. 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이러니 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는 낙서를 기록하는 한 중년 남성의 자살 시도 및 과정을 다룬 이야기로 올드 팝송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도로 주변의 한 모텔에서 공책에 낙서를 적는 남자를 보면 조금은 궁상맞아 보입니다. 자살을 하려다 자신의 공책(저질스러운 낙서들이 기록되어 있는)을 경찰이 본다면 미친놈의 짓거리로 생각할까봐 초조해하는 모습을 봐도 역시나 궁상맞아 보입니다. 사실 모텔에서 자살을 하고, 낙서가 기록된 공책이 발견된다고 해도 세상은 그(의 죽음)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을 텐데, 저렇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살아가는 것도 죽는다는 것도 한 편의 코미디 같더군요. 슬픈 코미디. <잭 해밀턴의 죽음>은 걸작 갱스터무비들에 대한 스티븐 킹의 헌사가 아닐까 싶네요. 실존 인물과 실존 사건(물론 허구인 이야기도 있지만)이 등장하는 소설로 실로 파리를 잡는 호머와 우스꽝스러운 물구나무를 조니, 그리고 그 옆에서 총에 맞은 곪은 상처를 움켜쥐고 웃으면서 죽어가는 잭의 모습은 정말 영화적이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죽음의 방>은 남미의 어느 취조실(죽음의 방)에서 전기 고문으로부터 죽을 위기에 처한 한 남자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이야기로, 스티븐 킹의 작품치고는 조금 평범한 작품이었습니다.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은 《다크타워》의 외전으로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다크타워》의 2부 <세 개의 문>이 SF/판타지의 느낌이었다면,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은 정통 호러입니다. 흡혈귀 유령들과 녹색인간 돌연변이, 예수-개, 의사-벌레들이 나오고, 롤랜드가 처한 상황 자체도 무척 안 좋습니다.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이라 불리는 할머니들의 수다도 좋고요. 또한 흡혈귀들이 인간들을 흡혈하는 장면도(쪽쪽 빨아서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이런 표현 너무 좋습니다) 좋았고요. 작품 해설에 이 작품을 쓰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다크타워》 외전 써 주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이번 작품은 《다크타워》1부 <최후의 총잡이> 앞부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다크타워》를 읽지 않고 읽어도 상관은 없습니다(총잡이 롤랜드의 매력이 아직 드러나기 전입니다).

마지막은 표제작인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로 초능력을 다룬 SF소설입니다. 초능력이라면 <엑스맨>이나 <슈퍼맨>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시각적으로 멋있는 활약을 펼쳐야 하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초능력자 딩크(이름부터가 뭔가 찌질 해 보이기는 하지만)는 방구석에서 영웅 짓을 합니다. 어떻게? 그리고 이런 찌질이를 선택하여 훈련시킨 기관의 정체는?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지만, 진실을 알게 된 딩크가 선택하게 되는 미래는? 배수구에 잔돈을 버리는 단순한 행위를 떠올리고, 이런 음모를 떠올릴 수 있다니, 역시나 스티븐 킹은 천부적인 스토리텔러입니다. 초능력자가 나와서 악당들을 물리치니 이 소설도 분명 SF영웅물이겠죠?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이 말이 이렇게 무섭게 들리기도 하는군요.

"……처음부터 걱정 따위는 없었으니까요."

"그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

"결국 모든 일은 벌어지게 마련이죠."

"그래, 네 말이 맞다, 딩크.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지게 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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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 호러 - 초자연 공포 미스테리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 외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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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 공포 미스터리소설 《토털 호러》는 서양과 일본의 공포 명작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총 11편의 단편 중에서 8작품이 일본 작가의 작품입니다). 저작권의 권리는 사후 50년 동안만 보호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70년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지만). 《토털 호러》는 원서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책의 앞부분에 원서 제목이나 저작권자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군요. 아마 저작권 권리 보호가 지난 유명 작가들의 단편집들을 모와서 출간한 것 같네요. 유명 문학상의 이름이기도 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야마모토 슈고로의 작품들과 《도구라 마구라》로 유명한 유메노 큐사쿠의 작품, 기드 모파상, 히사오 주란,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 니시오 다다시 등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단편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초자연 공포 미스터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음울하고 기괴하며 불쾌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단편 소설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뒤 끝도 상당히 개운하지 못하고요. 한스 하인라인 에벨스의 <거미>라는 작품은 기괴한 죽음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호텔에서 한 남자가 겪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맞은 편 건물의 여인의 정체, 그리고 죽은 시체에서 나오는 거미, 그리고 호텔방에서 일어나는 뭔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날짜가 지날수록 점점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감이 꽤 잘 나타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무라야마 가이타의 <악마의 혀>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악마의 혀를 가진 한 남자의 불운한 삶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유충이나 온갖 벌레들에게 식욕을 느끼다 나중에는 인육까지 먹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인육에 맛을 들이기까지의 과정과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 불쾌감과 불편함을 유발시키는 재미나는 작품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 이런 단순 무식하게 공포감을 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참고로 작가는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하네요). 이사오 주란의 <귀여운 악마>도 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사랑의 감정이 죽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감정으로 변하다가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싫어해서라는 망상증까지 한 남자의 이상 심리를 다룬 이야기로 분위기가 어두컴컴한 것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쓰노다 키쿠오의 <귀신 울음소리>는 귀신이 나타나서 관련자들을 처참하게 죽인다는 이야기로 괴기 스릴러에 어울릴만한 긴장감과 기괴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슈고로의 <그 나무 문을 통해>서는 공포와 미스터리, 환상의 절묘한 조화, 문학적으로는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사와 이야기의 구성력이 뛰어납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인 한 남자의 불안한 심리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사랑하는 여자가 기억이 돌아오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 여자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일본 미스터리 4대 기서 중의 하나인 《도구라 마구라》의 <SOS BOY>는 무척 쉽습니다. 읽기 전에 살짝 긴장했는데 너무나 쉬운 이야기에 조금 김이 빠진 케이스입니다. 불길한 미신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 심리, 과학과 미신의 충돌, 그리고 과학적으로 증명해야만 하는 속이 시원해지는 강박관념 등이 낯선 남자들의 세계인 배를 배경으로 긴장감 있게 펼쳐집니다. 이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소개 안 한 작품들이 있는데, 11개의 단편에 대한 감정을 모두 얘기하기는 귀찮아 여기서 마칩니다. 공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야 할 거장들의 명작이 아닐까 싶어요.


덧1. 오타가 조금 눈에 거슬리네요. 우선 작가 프로필에서 쓰노다 키쿠오가 1992년 <모피 외투를 입은 남자>가 '신취미' 잡지 응모 데뷔작이라고 되어 있네요. 아마도 1929년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W.F. 하비의 <폭염>에서는 199X 8월 20일의 일기로 시작을 하는데, 내용 중간에 190X년에 태어나서 190X년에 죽었다는 글이 보이네요(물론 현실이 아닌 기묘한 상황이지만). 나이는 40세인데 태어나고 죽은 해를 계산하면 10년이 채 안 됩니다. 그리고 SF소설도 아닌데 199X라는 년도는 이해 불가. 그리고 차례의 페이지수가 틀립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오타들이 있네요.

덧2. 제목부터 뭔가 원초적이고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total과 horror를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단편집도 아마 흔하지 않을 듯, 요즘에는), 안의 디자인도 비슷하네요. 우선 예전 아동용 공포소설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습니다(<악마의 혀>라는 작품에는 입과 길게 늘어뜨린 혀가 붉은색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거미> 역시 붉은색을 배경으로 거미와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그려져 있고요. 그리고 사람의 형태도 단순화시켜서 무척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짝수 페이지는 파란색 톤이고 홀수 페이지는 붉은색 톤입니다. 암튼 아마 80-90년대 유행하던 책 디자인 같은데, 과감하게 사용했더군요. 암튼 오랜만에 이런 책을 만나니 이상하게 반갑더군요. 요즘 출간되는 책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무척이나 놀랍고 파격적인 책이 아닐까 싶네요. 암튼 책 안에 있는 그림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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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증후군 증후군 시리즈 1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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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는 8년간의 집필기간을 거친 작품으로 사회문제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입니다. '증후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젊은이들의 사회문제(폭력, 마약, 일탈, 방황, 범죄 등)를 다룬 『실종증후군』입니다. 도쿄에서 어떤 특정군의 젊은이들이 연속적으로 사라집니다. 물론 경찰에서는 이런 연속적인 실종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발적 실종이라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도쿄 젊은인 연속 실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다마키 비밀수사팀이 출동(?)합니다. 다마키 비밀수사팀은 전/현직 경찰들로 이루어진 수사팀입니다. 물론 『실종증후군』에서는 비밀수사팀의 리더인 다마키(경시청 경부무 인사2과에 근무하는 경찰)와 사립탐정(전직 경시청 수사1과) 하라다의 과거만 나올 뿐 탁발승 무토와 육체노동자 구라모치는 베일에 싸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참고로 탁발승 무토는 『유괴증후군』, 육체노동자 구라모치는 『살인증후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다고 하네요. 사실 『실종증후군』을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습니다(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어중간함). 그럼에도 다마키 비밀수사팀의 캐릭터는 좀 더 알아보고 싶더군요.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은 사회적인 병리 현상(현대사회의 복잡함),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점, 현대사회의 다양한 범죄 문제들로의 접근과 개성 있는 캐릭터 창조에는 나름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전체적인 내용보다는 대사들)는 조금 진부하고 통속적인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어떤 경우에라도 부모로부터 도망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p.395)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지금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출발이다."(p.398) 등등. 물론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비중 있는 대사들인데, 조금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당연한 얘기를 굳이 이렇게 말할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암튼 소설을 읽다가 이런 대사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굳이 말 안 해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설명을 해 주는 걸까? 반발심이라면 반발심인데, 암튼 이런 표현들이 오히려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 같더군요.

  이 작품은 도쿄 젊은이들의 연속 실종 사건을 수사하다 마주치게 되는 젊은이들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99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 유효기간이 조금 지난 내용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것이겠죠. 도쿄 젊은이들의 연속 실종 사건 이면에는 젊은이들의 마약과 폭력, 살인 등의 범죄가 자리 잡고 있고, 그러한 젊은이들의 범죄 원인을 파헤쳐 들어가다 보면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답답함이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젊은이들의 범죄, 청소년 범죄만큼 심각한 문제임에도 이제는 ‘어른이다.’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인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를 않죠. 부모의 강요에 의한 삶은 답답하기만 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만 안정감을 찾고 무리로부터 벗어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그 무리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요. 타인의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그러나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실종이 결코 가볍기만 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 소설 속 범죄 집단에 대한 묘사는 무척 좋았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 싸이코패스가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요즘에는 깡패보다 이런 싸이코패스가 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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