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의 여름 - 제6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 수상작! 미도리의 책장 3
히구치 유스케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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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포니테일 머리가 잘 어울리고, 야쿠자의 딸이라서 조금 과격하지만 눈물도 많고(20-30분을 내내 웁니다), 질투심이 많은 열일곱의 아사코. 엄마는 출가를 해서 꼬질꼬질한 형사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러움과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을 가진(그래서 타인에게는 냉소적인 인간으로 보이는) 동갑내기 슌이치. 그들의 알콩달콩 연애 이야기입니다. 그런 그들이 같은 반 친구의 의문스러운 자살사건을 탐정이 되어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청춘 미스터리답게 싱그럽고 건강한 기운이 넘치며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정말 같은 반 친구는 자살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자살한 동기는 무엇일까? 슌이치와 아사코가 사건을 수사하며 점점 진실에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또 다른 일말의 진실. 드러나는 일말의 진실은 결코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청춘은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하기도 한 것 같아요.

  소설의 분위기는 무척 밝습니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제거하면 10대들의 알콩달콩 연애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닭살 돋는 대사와 장면들이 많습니다. 슌이치가 미모의 영어선생님과 대화를 하자 기분이 나빠서 심술을 부리는 아사코나 사랑 고백이 쑥스러운지 딱 한번만 말하겠다고 하고, “나, 너 좋아해”라고 고백하는 슌이치나 뭐 귀엽습니다(여성의 ‘그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도 유쾌합니다. 그거에 대한 슌이치의 생각과 대응은 몹시 웃깁니다). 연애는 원래 유치찬란하잖아요. 슌이치와 아사코의 밝은 연애담과는 달리 살인사건은 꽤 심각하게 흘러갑니다. 임신 4개월인 친구 노리코의 자살, 그리고 그녀와 친해 보이는 다른 친구의 죽음.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왜 그녀들은 죽어야만 했던 것일까요? 어둡습니다. 밝음과 어둠, 싱그러움과 음침함, 따뜻함과 사악함이 공존하고 있어서 즐겁습니다. 물론 어둠보다는 밝음이 더 많아서 이야기 자체가 무겁지는 않습니다. 가볍게 읽기에 좋습니다. 단, 사건의 진상 자체는 조금 식상합니다. 역시나라고 할까요? 여고생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서는 조금은 흔한 사건. 따라서 미스터리적인 요소에는 낮은 점수를, 10대 청소년의 연애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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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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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리노 나쓰오의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추천하고 싶네요. 얼음꽃이라는 제목 정말 마음에 드네요.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나약하면서도 사악한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나약함과 사악함은 동전의 양면 같기도 해요. 타인에게 보여주기 싫은 약점(치부)을 감추기 위해서 인간은 사악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암튼 그런 인간의 사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숨이 막힙니다. 그리고 무섭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니 조금 슬픕니다. 그런 인간들은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해 보이는 불륜에 의한 살인사건. 그러나 이 불륜에 의한 살인사건의 진상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초반에 범행 장면과 범인을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이 범행이 묘합니다. 자신의 범죄 사실을 숨기려는 범죄자와 그 범죄 사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려는 형사의 심리 싸움이 치열합니다. 경찰에게 범인으로 의심을 받으면서도 범죄의 사실을 경찰의 심문으로부터 파헤치려는 범죄자와 추측으로는 범인이 확실하지만 증거가 부족하여 용의자로부터 어떤 사실을 알아내려 유도 심문을 하지만 오히려 말려 들어가는 집요한 형사의 물고 물어지는 기 싸움이 아주 팽팽합니다. 형사와 범죄자의 교차 서술방식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요. 범인은 과연 형사를 속일 수 있을까? 형사는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치밀한 두뇌 싸움, 둘 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집념의 승리라고 할까요?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60세에 쓴 데뷔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성이 무척 튼튼하더군요. 어디까지 보여주고,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등 독자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계속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더군요. 함정과 뒤통수, 또 함정과 뒤통수. 정말 인간들이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새삼 놀랐습니다. 내용, 추리적인 요소, 구성, 마지막의 씁쓸한 여운까지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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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중록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
혜경궁 홍씨 지음, 정병설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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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중에서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만큼 흥미로운 사건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래 전 국사책에서나 암기했던 『한중록』이라는 역사서를 이제야 눈으로 확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 사도세자의 죽음,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권력 투쟁 등 흥미로운 사건들이 정말 숨 쉴 틈 없이 전개됩니다. 요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들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네요.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전임에도 고리타분하거나 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습니다.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는 언제나 흥미로운 것 같아요. 영/정조 시절 홍 씨네(혜경궁)와 김 씨네(정순왕후)의 대립이 심했죠.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는 죽고 죽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죠. 그러니 의심이 아니 생길 수 없습니다. 바로 과연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서 그 당시를 서술하고 있는가? 역사는 권력자들에 의해서 쓰여 지고, 또한 그들에 의해서 알려지잖아요? 김 씨네 세력(김종수, 김귀주, 홍국영 등)은 정말 극악무도한 사악한 악인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자기네 친정(아버지를 포함하여 형제들)은 임금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선인으로 그려지고요. 심지어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과연 『한중록』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많은 역사학자들이 이 기록서가 허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죠.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임오일기》 등에 기록된 내용과 비교해도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치하고요. 물론 몇몇 중요한 부분(예를 들면,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일 때 들인 뒤주를 혜경궁의 아버지 홍봉한이 권했다는 의견과 뒤주를 다 들인 후에 뒤늦게 홍봉한이 와서 관계가 없다는 의견의 대립)은 정사와 사실관계가 조금 다르고 조금 모호하게 처리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사적인 기록(기억에만 의존한 내용이 많습니다)이니 그런 부분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역사서와의 비교/대조를 통해서 그런 부분은 수정하거나 보완이 가능하니까요. 그보다는 정말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은 영/정조 시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정말 훌륭한 역사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후손을 위해 개인적으로 쓴 글들이라 어렵지도 않고 쉽게 읽힙니다. 『한중록』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중록』은 크게 제1부 「내 남편 사도세자」, 제2부 「나의 일생」, 제3부 「친정을 위한 변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원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옮긴이가 현대 독자들을 배려하여 배열을 재구성하였습니다(그래서 정말 읽기가 편합니다). 제1부는 사도세자의 이야기, 2부는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 제3부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이야기입니다. 제1부는 그 유명한 사도세자 죽음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흥미롭습니다. 제2부는 혜경궁 홍씨가 그 당시의 심정들 솔직하게 드러낸 자전적인 이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의 번민과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3부는 영/정조 시대의 정치 상황을 서술한 글로 그 시대를 아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사실 관계가 모호한 이야기도 있습니다(그런 부분은 <한중록 깊이 읽기> 코너를 통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석으로 언급되어 있기도 하고요). 정치적인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자식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사투를 그린 것만으로도 이 자료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권력을 갖기 위해 다양한 인간들이 모기떼처럼 몰려들고, 음모와 권모술수, 비방은 판을 치고, 서로 죽고 죽이며, 생각만 해도 정말 소름 돋고 치가 떨립니다. 가족 사랑을 다룬 그 어느 소설보다 감동적이고, 권력자들의 정치 투쟁을 다룬 그 어느 역사서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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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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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화와 호러의 만남. 항상 국내 공포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그 많은 전설들을 왜 활용하지 못할까?’였는데, 그 아쉬움을 이 작품이 그래도 조금은 달래주네요. 어린 시절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또한 교고쿠 나츠히코의 괴담(물론 요괴의 실체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이번 작품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주의 김녕사굴에 얽힌 설화를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김녕사굴 설화는 뱀과 관련되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동물은 아닌데 그래서 그런지 더 기분이 나빴습니다.

  시작은 유쾌합니다. 산악자전거 동호회 ‘매드맥스’ 회원들이 김녕사굴 탐험에 나섭니다. 러브라인도 있고, 청춘의 젊음도 살짝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복도 잠시 갑자기 들리는 방울 소리(차르랑 차르랑), 그리고 동호회 회원들은 사라집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두려움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방울 소리와 뱀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히려 귀신보다 이것들이 더 무섭더군요. 사방이 어둠으로 막힌 공간에서 들리는 방울 소리는 정말 두렵지 않을까 싶어요. 뱀은 심리적인 두려움보다는 시각적인 두려움이 더 큰지라 주로 액션(육체적인 공격) 장면에 많이 등장합니다. 뱀과 방울 소리라는 두려움의 요소를 잘 부각시키고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초자연적인 귀신과 퇴마사가 등장합니다. 의사를 포기하고 퇴마사가 된 진명이 죽은 선배의 장례식장에서 선배의 혼과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는데, 요즘은 귀신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인지, 조금 유치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귀신보다는 오히려 연쇄살인마가 더 무서운 시대이니까요. 암튼 귀신을 인정하고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꽤나 무섭고 흥미롭습니다. 과거와 현재, 대물림,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의 그림자.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으며 또한 오버하지 않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서서히 공포감을 줍니다. 신인작가들이 장편 데뷔에서 쉽게 범하는 실수를 하지 않는 영리함을 보여주더군요. 무리해서 많은 이야기를 펼쳐 놓지 않습니다(사실 의욕이 너무 앞서면 결말에서 마무리가 힘들어지잖아요). 욕심 부리지 않고 단편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단 아쉬운 점은 (다음 작품에서 바라는 점이기도 한) 스멀스멀 기분 나쁘게 다가오는 심리적인 공포감이 조금 약하다는 것. 정말 방울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랄만한 그런 소름 돋는 묘사 다음 작품에서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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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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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서평에는 거짓이 섞여있을 수도 있습니다.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프랑스 작가 알렉산드르 뒤마피스의 소설 『춘희』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로 “길을 벗어난 타락한 여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목이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고진이라는 명탐정의 캐릭터가 서서히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굉장히 이성적이고 시니컬한 탐정이네요. 이번 작품도 살인사건의 알리바이 트릭을 다룬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H아파트 204호에 사는 미모의 젊은 호스티스가 그녀를 스토킹 하던 무직의 남자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죽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왜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살해를 당했을까요? 그리고 아래층의 스토커 남자는 왜 또 그녀의 집에서 죽은 걸까요? 스토킹 하던 남자가 그녀를 강간하려다가 찔러 죽이고, 죽어가는 여자도 마지막 힘을 다해 스토킹 하던 남자를 죽였다. 남녀 사이에 벌어진 난투극에 의한 살인. 사건 종료.

  그러나 이때 등장하는 새로운 용의자, 바로 젊은 여자의 애인 형빈. 물론 동기는 모르지만 모든 상황들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너무나도 완벽한 철벽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도저히 그는 그녀를 죽일 수가 없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가 그를 죽였다』라는 작품이 떠오르더군요(공정하게 독자와 대결을 원하는 듯한). 범인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트릭과 살해 동기를 파악할 수가 없고, 무엇보다 철벽 알리바이…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철벽의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남자친구의 두뇌 대결. 남자친구 형빈이 범인일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제시하는 고진 변호사와 그러한 가능성들을 비웃음으로 날려버리는 남자친구.

  여러 트릭들과 알리바이,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흥미로운 추리요소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쉴 새 없이 펼쳐집니다. 물론 (첫 번째 시리즈 『어둠의 변호사』 때도 얘기했지만) 조금은 익숙한 트릭과 반전들이 보이기는 합니다(그런데 뭐 일본이나 영미 작품도 읽다보면 비슷한 작품들이 발견되잖아요.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독창성 면에서는 아쉽지만,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 중에서 100% 독창적인 작품은 찾기 어렵죠). 마지막 사건의 결말(반전)은 조금 논란이 될 듯싶어요. 이런 트릭으로 꽤 유명한 작품이 있는데(물론 그런 트릭이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영향은 조금 받은 것도 같더군요), 과연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네요. 암튼 이번 작품도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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