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온라인서점의 평(별점은 높지만)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괜찮은 작가들의 단편들이 많네요(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동강이 난 남과 여-현대 일본추리 대표걸작선』이 재출간 된 것입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묘한 신혼여행」은 『수상한 사람들』의 「달콤해야 하는데」와 동일 작품입니다).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연관성도 없을 것 같은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노나미 아사, 노리즈킨 린타로, 고이케 마리코, 히가시노 게이고 등 작가군은 쟁쟁합니다. 그리고 1920년대에 태어난 작가도 있더군요), 도대체 왜 묶어 났을까? 싶었는데, 공통점은 있더군요. 바로 ‘나쁜 마음’입니다. 물론 착한 마음도 있습니다. “인간은 절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라는 경고에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 작품을 읽으면 절대 사람 못 믿겠더군요. 그리고 완전범죄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옵니다. 역시 죄 짓고는 못 사는 것일까요? 사소한 실수 때문에 결국 파멸을 맞습니다. 「겹쳐서 두 개」는 밀실트릭을 다룬 작품인데, 이런 트릭은 사실 이제는 너무 흔해서 임팩트는 많이 부족합니다. 「붉은 강」, 「마지막 꽃다발」, 「한 마디에 대한 벌」, 「기이한 인연」, 「좋은 사람이지만」 모두 괜찮습니다. 「예절의 문제」는 독자투고란의 독자들의 글만으로 전개가 되는데, 아이디어가 좋더군요. 인간의 안 좋은 쪽으로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마지막의 전 상황을 완전 뒤집는 반전(조금 가벼울 수도 있지만)도 괜찮습니다. 조금 시시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러한 상황의 반전이 좋더군요.

덧. 「식인상어」와 「아메리카 아이스」는 ★★★. 「식인 상어」는 트릭이 많이 시시합니다. 「아메리카 아이스」는 조금 엉성한 느낌이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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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은 위험 Medusa Collection 6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지음, 이진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신호등의 초록색, 자연의 초록색, 암튼 초록색은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을 나타내는 색깔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독일군의 런던 대공습과 만나니 무척 불길하고 무섭게 다가오네요. 1940년대 영국의 병원 풍경은 제가 알 수 없으나, 소설 속의 말을 빌리면 그 당시에는 수술실이나 수술대, 마스크 등 초록색이 많았다고 하네요. 암튼 사건의 주요 무대는 1941년의 영국의 어느 마을 외곽의 야전병원입니다. 히틀러의 독일군은 영국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 연실 폭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방독면과 모르핀은 생활필수품. 폭격이 심해지면 방공호로 대피. 재수 없으면 폭탄에 맞고 그냥 죽는 거죠. 이런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살인은 일어나네요. 그것도 연쇄살인입니다. 밖으로는 폭탄, 안으로는 살인자. 이거 어디 숨 막혀서 살 수 있겠습니까? 불안과 짜증, 두려움, 공포, 우울, 의심, 숨 막힘, 초조함 등등. 범인은 누구일까요? 누가 이런 숨 막히고 불안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외과의사, 마취과의사, 간호사, 간호봉사대 등 용의자는 여섯 명. 이 여섯 명 중에 범인이 있습니다. 변칙 트릭 이런 거 없습니다. 어느 정도 머리를 굴린다면, 100%는 아니더라도 가깝게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들은 충분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명탐정(?) 커크릴 경감의 등장인데, 대체로 사건의 주요 인물들이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심지어 용의자들보다도 비중이 적다고 할까요? 마지막에 멋지게 사건을 해결을 하기는 하는데, 너무 존재감이 작다 보니……. 암튼 이런 탐정은 또 처음이네요. 용의자들에게 무시 받는 탐정.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1940년대의 런던 대공습의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더군요. 따라서 요즘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영미권 고전 추리작가 중에는 존 딕슨 카나 애거서 크리스티 말고도 대단한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커크릴 경감 시리즈》 8편이나 있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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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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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3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문학 작품으로는 에도가와 란포상 최초 수상작이죠. 온라인 서점의 평이 그다지 높지 않고, 너무 고전이기도 해서 기대감을 낮추고 읽은 작품인데,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물리적인 트릭 자체가 조금 감점 요인이기는 한데(요즘에는 이런 트릭을 잘 사용하지 않죠. 불공정하다고 할까요?), 그 어떤 것을 함께 이용해서 꽤 괜찮은 트릭이 완성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956년에 발표한 소설로 알고 있는데,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인 니키 유타로와 니키 에츠코 남매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데, 아마추어 탐정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수사 능력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특히 오빠 니키 유타로의 추리력은 놀랍더군요. 오빠는 논리적인 추리력, 동생(소설의 화자인 ‘나’)은 관찰력이 무척 뛰어납니다. 남매가 티격태격하고(방공호에서 동생이 오빠 때문에 삐치는 장면은 너무 사랑스럽더군요), 직접 사건을 재구성까지 하면서 범인을 찾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트릭 나쁘지 않습니다. 남매 캐릭터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범인의 살해 동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충분히 공감할 수 있거든요). 시리즈로 알고 있는데, 여동생 니키 에츠코는 결혼 후 주부탐정으로서 단독으로 활약할 때가 볼만하다고 하네요. 니키 에츠코가 결혼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고로 《니키 남매 탐정부》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국내에 꼭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얼마 전에 책을 구입했는데, 초판 4쇄더군요. 나쁘지 않은 판매율 같은데… 시공사에서는 꼭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처럼 이 시리즈도 계속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이들 탐정 남매의 활약과 함께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꼭 지켜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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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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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검은 양복 차림의 남녀였다. 둘 다 훤칠하다. 남자는 얼굴선이 조각상처럼 뚜렷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여자도 길게 찢어져 위로 치켜 올라간 눈매의 미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p.201)

  탐정클럽 소속의 탐정과 탐정 조수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들에게는 이름도 없습니다. 그리고 배경도 없습니다. 검은 옷을 주로 입고, 감정의 변화도 거의 없습니다. 마치 공무원처럼 탐정의 일을 그냥 묵묵히 처리할 뿐, 희로애락도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더군요. 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무미건조합니다. 명탐정이라면 잘난 척을 하거나 아니며 재수가 없는 짓을 즐겨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조금 구질구질 하는 등 그런 전형성이 있어야 할 텐데, 나왔다가 사건을 넌지시 해결하고 소리 소문도 없이 조용히 사라집니다. 일본 아마존 독자서평의 “속편 강력 요망!” 깊이 공감합니다. 명탐정에게 이름도 주지 않고 이번 작품으로만 끝을 낸다면 이건 정말 명탐정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물리적인 트릭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가 형사 시리즈》에 조금 가까운 작품인데, 《가가 형사 시리즈》보다는 좀 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나쁜 의미에서의)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물리적인 트릭 30%, 심리적인 트릭 70% 정도로 트릭들이 이루어졌다고 할까요? 「위장의 밤」, 「덫의 내부」 등의 단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부의 인물들이 서로 속고 속이며 각자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환멸까지는 아니더라도 깊은 회의감이 들더군요. 거창한 사회(국가) 문제보다는 가족(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둔 범죄 이야기가 많습니다. 암튼 내용과 트릭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풍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고만고만한 작품들도 최근 많이 소개가 되고 있는데, 『탐정 클럽』은 미스터리소설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큰 재미를 느낀 작품이었습니다.

“조사 결과입니다.”

  이 소설의 핵심 문장입니다. 뭘까? 저 말 은근히 웃깁니다. 무능력한 경찰에 의해서 사건은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범인을 잡지는 못합니다. 사건의 의뢰인(정/재계에 영향력이 있는 VIP들만 탐정 클럽에게 사건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탐정 활용법」에 보면 이와 관련하여 탐정이 재미있는 말을 합니다)도 어쩔 수 없이 사건이 해결(물론 이때까지는 탐정은 거의 활약을 하지 않습니다. 경찰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됩니다)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합니다. 『탐정 클럽』이라는 제목 옆에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옵니다. 의뢰인들도 이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와서 열심히 삽니다. 그런데 그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저런 황당한 대사를 날립니다. 의뢰인의 당황스러운 모습. 트릭과 반전의 작렬,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가 이제 시작됩니다. 탐정과 탐정 조수의 활약, 장편으로도 꼭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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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장세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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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의 그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궁금했던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 수상작인 단편 「우리 이웃의 범죄(1987)」을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우선 미야베 미유키의 데뷔작이라는 점에는 만족스럽습니다만 워낙 대작들이 많은 작가라 아쉬움은 남네요. 그래도 추리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2년 정도 소설 교실에서 공부 한 후 쓴 작품치고는 대단하기는 한 것 같아요(역시나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은 태생부터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소소한 우리 이웃들의 범죄(「축 살인」은 제외. 아무래도 잔인한 살해 방식이 나오니까요)를 가볍게 그리고 있습니다(「선인장의 꽃」이라는 단편이 가장 그러함).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에 어린 아이와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배려를 잃지 않고요. 유머와 미스터리도 부담 없이 읽기에 딱 좋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밝고 따뜻한 추리소설의 원형이 되는 그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 읽고 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축 살인」은 조금 잔인한 내용의 작품인데, 마지막 히코네 형사의 선언으로 무거웠던 분위기를 밝게 전환시킵니다).

  작품의 완성도(재미, 추리적인 요소, 귀여운 남매 캐릭터의 활약 등)는 역시나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 수상작인 「우리 이웃의 범죄」가 가장 높았습니다. 「축 살인」이란 작품은 이번 단편집에서 내용이 가장 잔인합니다. 전혀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인물로 인해 사건의 동기가 밝혀지는 부분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짜릿합니다. 미모의 아가씨의 활약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 아이는 누구 아이」는 뜻하지 않은 인물의 방문 사건을 다룬 이야기인데 반전과 따뜻함이 무척 좋았습니다. 「선인장의 꽃」은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는 작품이고, 「기분은 자살 지망」은 개인적으로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적인 요소가 너무 아쉽고, 이야기 전개도 다소 진부하더군요. 이 작품을 제외한 4편의 작품은 모두 대만족이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데뷔작에서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군요.

덧1. 「우리 이웃의 범죄」와 「축 살인」은 ★★★★, 「이 아이는 누구 아이」는 ★★★☆, 「선인장의 꽃」은 ★★★, 「기분은 자살 지망」★★☆입니다.

덧2. 미야베 미유키의 감상평을 적을 때마다 가끔 언급하는 것 같은데 『드림 버스터』 이 작품 많이 읽어주세요. 이야기의 틀은 SF이지만 내용은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에서 (재미 면에서) 중상 정도는 되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인데 1,2권의 판매 저조로 인하여 3,4권(일본에서는 4권까지 나온 것 같더군요)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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