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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검은 양복 차림의 남녀였다. 둘 다 훤칠하다. 남자는 얼굴선이 조각상처럼 뚜렷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여자도 길게 찢어져 위로 치켜 올라간 눈매의 미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p.201)
탐정클럽 소속의 탐정과 탐정 조수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들에게는 이름도 없습니다. 그리고 배경도 없습니다. 검은 옷을 주로 입고, 감정의 변화도 거의 없습니다. 마치 공무원처럼 탐정의 일을 그냥 묵묵히 처리할 뿐, 희로애락도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더군요. 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무미건조합니다. 명탐정이라면 잘난 척을 하거나 아니며 재수가 없는 짓을 즐겨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조금 구질구질 하는 등 그런 전형성이 있어야 할 텐데, 나왔다가 사건을 넌지시 해결하고 소리 소문도 없이 조용히 사라집니다. 일본 아마존 독자서평의 “속편 강력 요망!” 깊이 공감합니다. 명탐정에게 이름도 주지 않고 이번 작품으로만 끝을 낸다면 이건 정말 명탐정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물리적인 트릭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가 형사 시리즈》에 조금 가까운 작품인데, 《가가 형사 시리즈》보다는 좀 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나쁜 의미에서의)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물리적인 트릭 30%, 심리적인 트릭 70% 정도로 트릭들이 이루어졌다고 할까요? 「위장의 밤」, 「덫의 내부」 등의 단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부의 인물들이 서로 속고 속이며 각자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환멸까지는 아니더라도 깊은 회의감이 들더군요. 거창한 사회(국가) 문제보다는 가족(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둔 범죄 이야기가 많습니다. 암튼 내용과 트릭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풍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고만고만한 작품들도 최근 많이 소개가 되고 있는데, 『탐정 클럽』은 미스터리소설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큰 재미를 느낀 작품이었습니다.
“조사 결과입니다.”
이 소설의 핵심 문장입니다. 뭘까? 저 말 은근히 웃깁니다. 무능력한 경찰에 의해서 사건은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범인을 잡지는 못합니다. 사건의 의뢰인(정/재계에 영향력이 있는 VIP들만 탐정 클럽에게 사건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탐정 활용법」에 보면 이와 관련하여 탐정이 재미있는 말을 합니다)도 어쩔 수 없이 사건이 해결(물론 이때까지는 탐정은 거의 활약을 하지 않습니다. 경찰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됩니다)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합니다. 『탐정 클럽』이라는 제목 옆에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옵니다. 의뢰인들도 이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와서 열심히 삽니다. 그런데 그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저런 황당한 대사를 날립니다. 의뢰인의 당황스러운 모습. 트릭과 반전의 작렬,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가 이제 시작됩니다. 탐정과 탐정 조수의 활약, 장편으로도 꼭 만나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