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4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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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사리(鬼思里)에서의 악귀와의 싸움이 워밍업에 불과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놈들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넘어왔습니다. 《귀신전1》, 《귀신전2》, 《귀신전3》이 각 퇴마사들의 캐릭터 소개, 그리고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귀신들의 원한과 증오, 그로 인한 퇴마사들의 귀신 퇴치 활약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본격적인 퇴마사와 귀신들의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편의 이야기들이 인간과 귀신들의 '악의'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가타부타 설명은 생략하고 본격적인 액션이 펼쳐집니다. 바로 처절한 살육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 중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막강의 강, 레테의 강.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저승에 사는 악귀들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 중음의 세계가 점점 확장되면서 저승에 있는 악귀들이 이승으로 넘어오기 시작합니다. 검은 안개(죽음의 그림자)를 동반하고서 말이죠. 전편에서는 악귀로서 ‘귀호’와 ‘사령자’ 정도만 등장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까만 눈구멍(자귀)과 살매(실체가 없는 영적인 존재, 악귀들의 우두머리, 환술을 부림)까지 등장을 합니다. 초반 자귀가 경찰특공대를 처절하게 살육하는 장면은 공포와 액션 쾌감을 모두 충분히 만족시킵니다. 그리고 살매가 환술을 부려 퇴마사들의 기억 속을 헤집는 장면(퇴마사들이 살매의 눈동자에 갇혀 버립니다. 보기 싫은 기억과 마주쳐야 하는 극한 상황)도 환상적인 공포를 선사하고요. 그리고 사령자가 등장합니다. 인간의 영혼을 빨아먹는 지독한 악귀죠. 그리고 점점 중음과 이승의 세계가 흐려지면서 귀신들이 설치기 시작합니다. 바로 귀신들이 사령자와 힘을 합쳐 인간들의 영혼을 빨아먹고 몸을 지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갖고 싶은 욕망, 인간 세계를 몸으로 직접 느끼고 싶은 욕망, 사소하다면 사소한 그런 욕망, 때로는 강한 증오로 인하여 귀신들은 점점 더 악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돈이나 죽음, 배신 등등 워낙 많겠지만, 특정 대상물에 한해서 꼽자면 저는 당연 귀신을 뽑겠습니다. 그만큼 어린 시절부터 귀신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제는 점점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는 귀신이라는 두려움의 존재를 《귀신전4》는 보기 좋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 놓습니다. 단순히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인간을 놀래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말이죠. 우선 퇴마사들의 캐릭터 구성이 우선 좋습니다. 생활형 퇴마사부터 미모의 사이코메트리까지 살아 숨쉬는 캐릭터가 친근합니다. 그리고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싸우는 모험도 즐겁고요. 그리고 모험과 전쟁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인간과 귀신들의 숨은 악의도 작품의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퇴마사와 귀신의 본격적인 전쟁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 퇴마사들의 회상신은 작품의 몰입도와 재미를 조금 반감시킵니다. 그리고 전편에 인간과 귀신의 악의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줄었다는 것(물론 숙희는 열심히 악의를 뿜어 되기는 하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악귀와의 본격적인 전쟁으로 넘어가는데 따른 당혹스러움도 있지만,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사실 귀신과 퇴마사가 싸우는 이야기는 얼핏 잘못 묘사하면 굉장히 유치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그런 유치함을 보기 좋게 비껴갑니다. 더운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는 딱 좋은 공포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진지한 듯 하면서 가볍고, 무서운 듯 하면서 웃기는, 재미와 유머, 공포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가볍게 읽기에 좋은 공포소설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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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4
이종호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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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죽어줄게. 이제 만족해?"

<배심원> 중에서


검은색의 귀여운 고양이가 '야옹' 하면서 공포소설 독자 분들을 어둠의 세계로 초대를 하고 있네요. 표지가 귀엽다고요? 귀여운 야옹이 표지에 절대 속지 마세요. 이번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에 실린 단편들 섬뜩합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상당히 잔인하고 소름 돋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공포소설의 묘미를 정말 제대로 살린, 그리고 제대로 뽑아낸 명불허전의 단편선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1-2편 정도는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거나 (제) 취향에 안 맞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번 단편선에서는 10편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좀비,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의 장르와의 혼용 작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정통 호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단편선에서는 사회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이 많더군요. 장은호의 <첫 출근>에서는 거대 조직 사회의 익명성이 가져 오는 폐해, 황태환의 <폭주>에서는 혼란 상태에서의 집단 폭력, 김종일의 <도둑놈의 갈고리>에서는 몰카, 김유라의 <배심원>에서는 인터넷 마녀 사냥, 전건우의 <배수관은 알고 있다>에서는 기러기 아빠 등 현대 한국 사회의 사회적인 문제들에 날카로운 매스를 들이댑니다. 꽤 깊숙이 말이죠. 즐겁습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에서의 충격 효과를 제외한다면, 이번 단편선이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싶어요.

<첫 출근>SF 공포 스릴러로 미래 조직 사회 시스템에 이용당하는 개개인의 희생과 폭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화로 모든 명령을 전달하는 사회로 "왜?"가 절대 용납되지 않습니다. 사람을 죽이라고 하면 죽여야 합니다. 마치 한 편의 SF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감이 상당히 높습니다. 긴장감도 훌륭하고요. 미래 조직 사회의 전화 명령 시스템은 사실 까뒤집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회사 조직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작은 기계의 부품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옳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돈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전화를 통해 움직이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다양한 명령들을 보노라면 정말 소름 돋습니다. 개인적인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아 있는 명령들.

<도둑놈의 갈고리>는 김종일 씨의 작품입니다. 이제는 검증된 국내 대표적인 공포소설 작가죠. 사실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읽었습니다. <도둑놈의 갈고리>는 몰카를 다룬 작품입니다. 몰카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성 연예인들 정말 많죠. 사실 조금 뜨끔했습니다. 그런 몰카가 이슈화되고, 한 개인을 매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침묵한 채 조용히 몰카를 훔쳐보았던 대다수의 네티즌들이었으니까요. 이 소설은 무척 사실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여자를 꼬시고, 그 여자를 이용하고, 놀이의 대상으로 삼으며, 마음에 안 들면 짓이기고, 꺾어 버리는 인간의 잔인성이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익명성 뒤에 숨은 다수의 폭력을 피해자 입장에서 정말 처절하게 그리고 있어 굉장히 죄책감을 느낀 소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관계의 역전도 좋았고요. 공포소설의 묘미는 바로 이런 건 아니겠습니까?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플루토의 후예>는 고양이에 얽힌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 단편선에 실린 작품들 중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에 가장 충실한 작품입니다. 사실 고양이에 얽힌 이런저런 무서운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 할머니를 통해서 들은 경험 때문인지 무척 공감이 되는 이야기더군요. 고양이는 함부로 건들면 안 됩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폭주>인류 종말 예고 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집단 히스테리와 폭력, 살인이 넘치는 지옥도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으로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인데, 상상력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류 종말을 다룬 공포영화를 좋아해서인지 (제 기준에서는) 새로움이 많지는 않더군요. 청소년의 나약함(아이)과 강해지고 싶은 바람(어른) 사이의 위태로운 폭력은 나름 신선했습니다.

<불귀(不歸)>라는 작품은 이번 단편선에서 가장 한국적인 공포를 그렸습니다. 태생의 비천함으로 인한 나쁜 시어머니와 갈등(고부갈등), 그리고 착한 남편의 급사, 시어버니의 위급한 병으로 인한 고향 방문. 그 후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 시어머니는 죽어도 죽지를 않고, 딸은 점점 이상해지며, 동네 사람들은 그들 모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면 피합니다. 새벽에 들리는 마루 위를 사뿐히 걷는 듯한 발자국 소리. 그리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동네 주민들.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 딸.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잘 살아난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귀신 이야기에 식은땀을 흘리거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던 경험이 있는 30대 이상의 독자들이 무척 공감할만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어린 시절 한옥에 살았던 적이 있어서 저는 이 이야기가 참 무서웠습니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남자>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도축장에 와서 도축을 해야만 하는 한 남자의 기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유선형.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에는 처음 얼굴을 들이민 작가입니다. 우선 신선합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이런 설정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주죠. 클라이브 바커의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의 느낌과 조금 비슷했습니다, 저는. 고딕호러의 느낌이 물씬 풍기더군요. 정통 호러에 미스터리를 결합한 독특한 느낌의 소설로, 마지막 마무리도 좋았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재기발랄함이 무척 돋보였던 작품.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더블(Double)>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SF 호러소설로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의 갈등과 긴장감, 두려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란 존재를 '나'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자기 자신을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나를 무서워해야 하는 상황과 심리에 대한 묘사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도플갱어를 소재로 하거나 아니면 살짝 비튼 영화나 소설이 많아서 기존의 작품들과의 차별성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그 점은 조금 아쉽더군요.

<배심원>은 사실 내용 면에서 새롭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인터넷 마녀사냥을 다루고 있거든요. 인터넷 상에서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을 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습니다. 물론 그 믿음은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것이어야만 하고요. 사실 국내소설을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사회 문제를 이렇게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못 본 것 같아요. 사실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인데도 말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소설은 독자를 무척 괴롭히는 그런 소설입니다. 읽으면서 내내 속으로 ‘개XX들’, ‘그냥 죽여 버려’를 중얼거렸습니다. 평범한 가면 뒤에 숨은 평범한 인간들의 잔인성. 그리고 그 잔인성이 내게도 있다는 것. 불편하고 괴로웠습니다. 김유라 씨의 작품인데, 이분도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에서는 처음 보는 작가더군요. 앞으로의 작품들 기대됩니다.

<행복한 우리 집에 어서 오세요>좀비소설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좀비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큰 의미에서는 좀비과에 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좀비의 특징은 이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나 닥치는 대로 죽여 먹습니다. 부모도 물어버리는 것이 좀비이니 할 말 없죠. 사실 개인적으로 좀비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좀비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가족이죠. 좀비 장르의 소설에 붙인 제목은 무척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좀비영화와의 차이점은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좀비(전염이 되고, 인육을 먹으며, 뇌가 조금 떨어지는 종족)를 모르는 분들에게는 신선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더군요. 흡입력은 좋았습니다.

<배수관은 알고 있다>미스터리와 호러가 섞인 작품으로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합니다. 기러기 아빠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가족 해체를 다루고 있기도 하고요. 배수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이한 현상, 기억을 잃어버린 하루, 그리고 위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녀. 뭐가 뭔지 점점 알 수 없는 사건들. 밝혀지는 충격적인 비밀과 반전. 사실 무척 많은 것들을 담고 있음에도 따로 노는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유쾌하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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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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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한 (몰락한 가문의) 츠바키 자작이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라는 플루트 곡을 부르면서 유령처럼 유유히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한 집 안에 살고 있는 츠바키 가문, 신구 가문, 다마무시 가문 모두 아무리 유령이라고 해도 가족인데 두려워한다면 무슨 이유가 있겠죠?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번에도 일가족에 숨어 있는 두렵고 무시무시한 광기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제1살인. 70세 전후의 노인 주제에 20세 전후의 첩을 데리고 사는, 허울뿐인 귀족의 허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다마무시 백작. 제1살인은 밀실 살인입니다. 이 일족은 가끔 분신사바 비슷한 모래점이라는 행사를 갖는데,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화염북)이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밀실 살인이라고 해도 트릭을 해체하고 나면 무척 단순한 원리에 불과한 그런 트릭이 있는데, 이번 작품이 그렇습니다. 기괴한 분위기 조성에는 무척 공을 들였으나 트릭 자체에는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은 것 같더군요. 밀실 살인의 트릭이 공개되었을 때 조금 허무했습니다. 과학 원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아니라면 추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척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인간관계나 심리에 초점을 둔) 그런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서 좋아하는 시체 전시 장면이 없어서 아쉽더군요. 시체는 죽은 상태 그대로 널브러져 있습니다. 살인의 미학이 없다고 할까요? 《팔묘촌》이나 《이누가미 일족》에서의 그 멋들어진 시체 전시가 이번 작품에서는 하나도 없더군요. 그 점이 조금 아쉬웠네요.

  반면 이번 작품은 광적인 면에서는 극을 향해 달려가더군요. 소름이 돋고 전율이 올 정도로 정말 충격적입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충격의 연속이더군요. 사실 너무 많이 나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추리소설에서의 이런 설정을 조금 비겁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인간의 추잡함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광적인 모습 등에 대한 묘사는 역시나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인간들의 광기나 사악함, 추잡함에 대해 추리소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요코미조 세이시만큼 잘 다루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기존에 소개되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추리소설보다는 확실히 공포소설에 가까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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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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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미스터리 중에서 꼭 추천을 한다면 바로 이 「가가 형사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네요. 가가 형사의 대학시절 활약을 그린 『졸업』을 시작으로 베테랑 형사로서의 활약을 그린 『붉은 손가락』까지 정말 버릴만한 작품이 한 작품도 없네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내가 그를 죽였다』는 특히나 (이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퍼즐 미스터리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400페이지 분량의 내용을 10페이지 내로 압축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인간관계나 인간 심리, 내용의 깊이 등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내용도 충분히 있습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마찬가지로 남녀 간의 애정이나 치정을 그리고는 있지만 사건의 동기가 단순히 게임적인 요소를 위한 억지 설정은 아닙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능 동기입니다. 물론 내용이 깊지는 않습니다(추리소설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조금 통속적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고요. 몇몇 분들은 어떤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뭐 암튼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작 (자꾸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두 작품의 성격이 무척 비슷합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보다는 추리하기가 조금 수월했습니다(범인 용의자가 늘어났음에 불구하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추리 안내서를 읽어도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이번 작품은 가가 형사의 마지막 힌트를 듣고 앞의 사건들을 다시 되짚어보니 대충 범인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추리 안내서를 읽고 확실해졌고요. 사실 이번 작품의 트릭은 다른 작품을 통해서 익히 보아오던 것이라 추리하기가 조금 쉬웠는지도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이 작품이 재미있는 것은 용의자 세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각자 유리한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겠지요. 그러니까 무척 중요한 힌트인데, 그렇지 않은 듯 술렁술렁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몇몇 중요한 부분은 기록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 점이 사건 추리에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네요(『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어떤 스타일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그냥 가볍게 읽었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확실히 추리소설 잘 쓰는 작가 같아요. 기존에도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고 그 신념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정말 독자들이 좋아할 만 한 포인트를 콕 집어내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풀어 쓰는 것 같아요. 확실히 인정합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점은 가가 형사가 등장하고,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도 마찬가지로) 용의자들이 중심으로 사건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범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고 그러면서 (독자들은 셋 중 누군가의 입장에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또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도 밝혀야 되죠. 암튼 이런 식의 구성 재미있어요. 과연 나는(내가 선택한) 범인일까? 그렇지 않다면 증거는? 범인에게 속는 것은 아닐까? 제대로 범인을 잡을 수는 있을까? 추리소설의 원초적인 재미를 정말 잘 살린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유쾌한 추리극,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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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7-2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가 형사 시리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에 [둘 중 누군가~]는 어떤 형식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꽤 충격적이었어요.^^ 이 책은 앞에 [둘 중 누군가~]를 읽어서 덜 충격적이었지만요. 뒤에 3명의 용의자가 서로 대화하는 부분도 꽤 재미있지요.
 
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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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반전에 이르는 마지막 한 문장의 충격"

  마지막 한 단어가 충격적이기는 하지만(그런데 사실 그 단어 너무 귀엽습니다.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앙증맞더군요), 사실 충격적인 반전을 담고 있는 마지막 장이 없더라도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은 충분히 재미있고, 또 내용이 알찬 소설입니다. 오히려 마지막 장 때문에 사이코 서스펜스로서의 장르적인 완성도와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물론 깜짝 반전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는 있습니다. 바둑에서 복기하듯이 내용 복기하는 것을 무지 귀찮아하는 저도 다시 앞부분을 확인했을 정도이니 제 역할은 확실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스터리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냥 작가가 숟가락으로 밥을 먹여주는 그런 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합니다. 삶이 고달프거든요. 미스터리소설 읽는데 머리 쓰는 거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이코 서스펜스 소설로 충분히 흥미로운데 마지막의 진범과 그것을 뒤집는 반전은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오기와라 히로시는 유머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소소한 웃음을 주는 그런 소설을 많이 발표했습니다(물론 제가 그런 소설만 읽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특히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와는 분위기가 정말 다르더군요). 『소문』은 제목 그대로 여기저기 근거 없이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두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사이코 서스펜스 미스터리소설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읽은 기존의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물론 유머가 없으면 오기와라 히로시가 아니죠. 고구레 형사와 시부야 여고생들의 대화라든지 고구레 형사와 딸의 썰렁한 유머 대결(?), 메구로 경찰서의 고구레 형사와 경시청의 나지마(고구레보다 계급이 높습니다. 미모의 여형사이기도 하고요) 수사관 커플의 행동이나 대화 등은 웃깁니다. 반면 사이코 살인마의 광기나 악의적인 소문의 근거지인 광고기획사 컴사이트의 여사장 쓰에무라의 독기는 정말 무섭습니다(이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도 괜찮을 정도로 참으로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혼자 "죽어. 죽어. 죽어……." 외쳐 되는 부분에서는 정말 소름 돋더군요. 암튼 소소한 유머와 날카로운 서스펜스, 미스터리적인 재미까지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작품입니다(그러니까 부담 없이 주변에 추천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할까요? 실제로도 『소문』은 판매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경찰 세계에 대한 묘사, 시부야 여고생들의 생활 모습 등도 잘 드러나 있어 읽는 재미를 주고요. 무엇보다 악의적인 소문이 유포되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소문이 사회에 미치게 되는 영향 등을 나름대로 지켜보고 유추하는 과정도 재미있고요. 무엇보다 진범은 누구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사고로 추리해보세요. 물론 진범은 있습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 정도면 미스터리소설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기에 좋습니다. 오랜만에 읽는 재미에 충실한 작품을 만났네요. 오기와라 히로시 확실히 괜찮은 작가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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