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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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112,000엔의 아르바이트? 연령과 성별 불문. 기간은 일주일. 24시간 모두 시급으로 계산. 하는 일은 인문과학적 실험의 피험자. 만약 그런 아르바이트가 있다면? 그리고 만약 아르바이트 면접에 통과해서 선택을 해야 될 상황이 온다면? 과연 당신은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습니까?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은 엔터테인먼트 본격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클로즈드 서클 상황에 인간들을 가둬놓고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은 관찰하는 내용입니다. 목적은 돈일 수도 있고, 장난일 수도 있고, 암튼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비윤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 목숨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니까요. 참가인원은 12명. 기간은 7일. 그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살인 무기. 소설은 현실이 아닙니다. 상상이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독자는 과감하게 이런 재미있는 게임을 포기하세요. 가타부타 따지는 것도 이제는 피곤하니까요. 다시 한 번 거듭 말하자면 이 소설은 돈을 목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들을 죽고 죽이는 게임입니다.

12명의 초대 받은 사람들은 '암귀관'이라는 지하 실험실에서 7일간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받을 수 있거든요. 암귀관의 건물 구조는 무척 특이합니다. 그리고 어둡고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과 <암흑관의 살인>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암흑관의 살인>은 건물 전체가 어둡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별로 없습니다. <십각관의 살인>이 많이 비슷하더군요. '암귀관' 도착한지 4일 후 사람이 죽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알던 사람들이 점차 공포심을 느끼며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각자 개인룸은 잠금 장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각자 개인에는 살인 무기가 주어지고요(물론 자신을 지키는 용도로 사용되겠죠? 이 살인 무기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믿을 것일까? 사람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각자에게 주어진 무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기구(이러한 게임을 만든 조직)에서 정해 놓은 복잡한 규칙들. 그러한 것을 모두 이겨내고 과연 살아서 이 건물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클로즈드 서클. 냉정하게 사건을 추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지옥 같은 상황.

12명의 인간들에게 주어진 살인 무기는 무엇일까요? 이 건물의 주인은 어설픈 미스터리 매니아입니다(물론 아닐 수도 있고요). 그래서 살인의 방법과 무기도 모두 다르게 배치합니다. 구살, 교살, 약살, 독살, 압살, 격살, 박살, 사살, 참살 등등. 그리고 부지깽이, 끈, 니트로벤젠, 니코틴, 공기 피스톨, 보우 건, 만돌린, 손도끼, 얼음 나이프, 슬링 샷 등등.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 위의 무기들을 보고 '혹시 그 작품에서 사용된 무기들은 아닐까?' 싶은 무기들도 있을거에요.  친절하게도 각자가 받은 메모랜덤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얼룩 끈>, <비숍 살인 사건>, <이누가미가의 일족>, <X의 비극>, <제3의 총탄> 등등.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도 많고, 또 열심히 추리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 그리고 보너스도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두 배, 범인을 찾으면 탐정 보너스로 3배 등등.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장치들이 이외에도 무척 많습니다. 암튼 본격 미스터리는 설명 자체가 조금 무의미한 것 같아요.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은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근래에 읽은 본격 미스터리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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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뫼비우스 서재
최성근 지음 / 노블마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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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근의 <22일>은 유아(遺兒) 인신매매와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동 인신매매와 연쇄살인사건이란 소재는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꽤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추리소설의 소재로는 거의 다루어지지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인신매매라는 범죄가 뉴스에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정말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인신매매라는 말 같아요. 신문기사나 뉴스에서도 많이 보도되거나 다루어졌고요. 암튼 아동을 다룬 범죄만큼 끔찍하고 잔인한 범죄도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물론 '왜?'(범인은 왜 아이들을 연쇄적으로 죽이고 가슴에 십자가 모양의 상처를 남겨야만 했을까?)에 초점을 두고 사건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범행 동기 뒤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는 무척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픕니다), 범인이 도대체 누구일까를 추리하는 즐거움(트릭과 반전)도 함께 던져주고 있습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 유아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팀장과 정 형사, 그리고 과학수사팀의 윤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고, 범인의 흔적을 쫒기 시작합니다. 범인의 흔적을 쫒으면서 드러나는 이 팀장과 윤형사의 아픈 과거와 비밀들. 그리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 생각했던 고아원 원장의 죽음. 의문의 실종으로 또 다른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수녀. 그리고 죽은 시체에서 발견된 십자가 모양의 상처와 얼굴에 새겨진 '심판'이라는 글자. 암튼 이야기는 추리 스릴러 소설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엽기적인 이야기도 독특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기본에는 무척 충실한 느낌이 들더군요. 군더더기 없는 문장 묘사와 빠른 스토리 전개, 그리고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는 독특한 이야기가 아닌 이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 넣습니다. 물론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과 슬픈 결말은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고요. 색다르고 독특한 맛은 없지만 기본에는 매우 충실한 장르소설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꽤나 어둡습니다. 범인을 쫒는 이 팀장과 윤 형사의 과거도 그렇고,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그 동기도 그렇고요. 아픈 상처를 가진 인간들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형사가 범인을 잡는 것도, 범인이 형사에게 도망가는 것도 둘 다 결말은 그리 좋지 않으니까요. 버림받은 사실에 대한 슬픔과 아픔, 그에 따른 증오와 분노, 그리고 버렸다는 사실에 따른 미안함과 죄책감 등이 무척 공감이 가게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고아원의 실태와 아동 인신매매, 아동 (성)폭행 등 사회적으로 곱씹을 만한 묵직한 화두도 던져주고 있고요. 아동 인신매매와 아동 (성)폭행은 정말 근절되어야 할 최악의 범죄가 아닐까 싶네요. 아동 인신매매와 아동 폭행에 다룬 소설답게 결말은 몹시 씁쓸합니다. 큰 한 방이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기본에는 매우 충실한 추리 스릴러 소설답게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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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2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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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클럽 작가들의 세 번째 공포문학 단편선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전편에 비해서 소재가 다양해졌고, 자극적인 요소(잔인한 장면 묘사나 반전, 트릭 등)도 최소화시켰더군요. 사실 자극적인 요소가 나쁘지는 않지만 스토리의 부재를 이런 자극적인 요소로 도배를 하는 공포소설도 많은지라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공포의 원인으로는 괴물도 있고, 귀신도 있고, 뭐 살인자도 있지만 인간 내면의 공포가 두드러져 보이더군요. <나의 식인 룸메이트>도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이 드러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공포인자>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포와 두려움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소설이고요. <노랗게 물든 기억>, <불>, <은혜> 등의 작품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쁜 엄마를 가진 친구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 바닥까지 추락한 인간에게 남은 증오와 분노, 그리고 돈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물 같은 인간 등등. 암튼 이번 작품집은 전편에 비해 확실히 공포의 스펙트럼이 좀 더 넓고 더 깊어진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집에서 높게 평가해 주고 싶은 것은 충격과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를 하고, '공포'라는 감정 자체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점입니다. 공포소설은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서 다루는 장르죠. 바로 그 기본에 충실한 작품집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옷장 속에 숨은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식인 룸메이트를 위해 집에 거주하는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인간 재물을 바칩니다. 싫어하는 인간을 재물로 바칠 때는 약간의 쾌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부모님이 희생을 당하자 서서히 공포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식인 괴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그는 결코 벗어나지 못합니다. 먹이를 제공하는 먹이의 딜레마. 식인 괴물은 죽을 때까지 함께 가야하는 동반자가 아닐까 싶어요.

<노랗게 물든 기억>은 어린 아이들의 질투와 시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죽은 친구의 어머니가 실성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무척 공포스러웠던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다는 선입견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작품입니다. 귀신이라는 비현실적인 공포를 실제 살인이라는 현실적인 공포로 전환되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처음에는 귀신이 등장하는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귀신은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분위기는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한데 실제는 어린 아이의 사소한 질투와 시기심이었다는 당황스러운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은혜>라는 작품에도 조금 보입니다. 귀신 소설인 줄 알았는데, 인간의 악이 드러나는 소설이라는 반전.

<공포인자>는 개인적으로 조금 의문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과연 가족애가 거대한 두려움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 암튼 <공포인자>는 공포 바이러스(홉스 증후군)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을 다룬 소설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전염되면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가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물론 실제 현실은 아니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무척 좋았습니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공포라는 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공포는 바로 개인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 그러나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의 호흡이 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더군요.

<담쟁이집>은 조금 익숙한 소설일 수도 있습니다. 담쟁이로 둘러싸인 집, 그리고 하나 둘 사라지는 아이들, <저주 받은 도시>나 <옥수수밭의 아이들> 등의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사실 이 소설은 내용보다는 분위기가 중요한 소설이지 않을까 싶어요. 담쟁이집, 그리고 갑자기 이상하게 변한 누나, 그리고 자기 주변을 서성거리는 듯한 느낌, 그리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공포 사이의 갈등 등 암튼 그런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인간에 대한 짜증과 분노 묘사가 무척 리얼하더군요. 정말 보는 내내 그 여자를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자신의 짜증과 분노를 타인에게 분출함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는 인간들이 이 세상에는 정말 많죠. 특히 그런 인간들의 최고의 먹이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죠. 암튼 그런 인간들을 괴롭힘으로써 쾌락을 얻는 인간을 보니 정말 무섭더군요. 이건 병도 아니고, 또한 죄의식도 느끼지 않죠.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죠.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암튼 더운 여름에 정말 제대로 짜증나는 소설이었습니다.

<붉은비>는 붉은 비를 맞은 동물들이 죽었다 살아나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입니다. 인간에게 친근한 개나 고양이, 비둘기가 한꺼번에 인간을 공격한다면? 그리고 동물들의 공격이 단지 시작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 새의 끔찍함은 히치콕의 <새>에서 정말 잘 드러나죠. 무섭기는 했지만 죽었다 살아나는 동물들과 그들의 공격은 조금 식상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선잠>은 조금 슬픈 공포소설입니다. 중반까지 미스터리한 느낌도 잘 살아있고요. 왜 아무도 나의 죽은 여자 친구에 대해서 모른다고 할까? 사진도 있고, 그녀의 흔적이 분명히 있는데,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모릅니다. 그녀는 누구일까? 그녀는 정말 죽었을까? 왜 그들은 그녀의 존재를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은혜>라는 작품은 우선 작가의 이름을 보고 무척 기대한 작품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이고, 그 동안 좋은 작품도 많이 선보여서 말이죠. <은혜>라는 작품은 아무래도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과 계속 비교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한 여자가 보험금(돈과 명품)을 위해 결혼을 하고 남편을 살해하며, 방화와 청부살인도 하면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내용인데,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초반에는 귀신이 등장하는 소설인 줄 알았는데, 중반부터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현실적인 공포소설로 바뀌더군요. 어떤 새로움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감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얼음 폭풍>은 이민자들이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두려움을 그린 작품입니다. 전작 <벽 곰팡이>와 느낌이 많이 비슷하네요. 생활 밀착형 공포를 주로 다루는 것 같아요. 생활고만큼 무서운 공포도 없잖아요. <벽 곰팡이> 무척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고, 이번 작품 역시 만족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공포소설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상 기후, 외국인들로부터의 고립, 생활고, 인종 차별, 피해망상, 그리고 마지막의 절망적인 선택. '오직 살아있다는 것만이 공포였다.'

<불>이라는 작품은 인간의 불쾌감과 짜증 등을 소재로 깊이 있는 공포소설을 주로 발표한 김종일 씨의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에는 이상하게 아이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더군요. <불>은 인체발화라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아이와 점점 그의 노예(두려움의 노예)가 되어가는 또 다른 아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인데, 그 변화가 무척 흥미롭더군요. '좆삐리'라는 왕따 친구가 어느덧 (그의 존재를 알고부터) 두려운 존재로 바뀌고,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한 아이의 두려움이 무척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시작과 끝의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 죽이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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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1 - 저주의 만파식적
류호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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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형의 공포 바이러스, 음악

친근하고 보편적인 대상이 어느 날 낯선 것으로 변할 때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매일 집에서 출퇴근 자가용에서 회사에서 듣는 너무나 일상적인 음악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로 변할 때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일 겁니다. 음반의 트랙을 목차로 mp3플레이어에 담긴 음악 파일을 무기로 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 소설이 등장하였습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그 소재와 내용면에서 무척 참신하더군요. 어떤 음악이냐고요?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조절하는 음악입니다. 인간의 뇌를 자극하여 공격(폭력) 성향을 극대화시키는 음악입니다. 물론 공격 성향의 극대화는 극히 일부입니다. 부유층 또는 지배층의 일반 서민(국민) 세뇌용으로 아주 유용한 도구죠. 촛불 집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문화 운동을 하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은 얼마나 싫을까요? 그런 국민들을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뇌용 음악을 퍼뜨린다면? 지배 계층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류호진의 <플레이어>는 무척 새롭고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래의 새로운 지배구조 또는 새로운 무기를 예고하는 끔찍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유형의 공포 바이러스, 음악은 우리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세뇌시키고 바보로 만들 수도 있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결코 이제는 믿을 수 있는 것도 안전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이 공포가 될 수도 있다니, 작가의 발상의 전환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또 하나의 한국 사회의 공포 현상, 빈부격차

 

4번 트랙의 mp3 파일(앨범의 4번 트랙 음악.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냐고요? 4번 트랙은 억눌리며 무시당한 사람들을 아주 쉽게 유혹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을 이용하여 동료들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최대위와 그의 동료들은 부유층(의 자제들)을 이용하여 자금을 모으려고 하멜른이라는 클럽을 운영합니다. 한국사회의 0.1%만 출입할 수 있는 부유층들을 위한 전용 클럽. 그곳에 모여드는 부유층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인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 사람 목숨은 우습게 여기는 의사, 친인척의 인맥을 이용하여 회사 내에서 마구 권력을 휘두르는 팀장 등 부유층(특히 자제들)에 대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최대위의 동료들 중에서 부유층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DJ 볼프의 모습은 소름이 돋기조차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부유층에 대한 깊은 원한과 분노를 갖고 있는 걸까요? 정말 대부분의 소시민이 아무 이유 없이 부유층을 싫어하는 것일까요? 부유층에 대한 왜 존경의 마음이 없는 걸까요? 정말 자신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당연히 존중을 해 주어야겠죠.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부와 성공을 얻었을까요? 결코 그런 부유층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유 없는 분노는 아니라는 얘기죠. 이랜드 홈에버 회장의 행태를 보면 그 이중적인 모습과 돈을 위해서는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기필코 죽이려고 하는 모습에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한도 끝도 없는 얘기,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부유층에 대한 분노는 가슴 깊이 숨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이 소설에서는 악역으로 그려지지만 DJ 볼프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건 올바르지 못한 행동입니다. 이 소설은 그런 기득권, 부유층에 대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소설입니다. 더운 여름에 이보다 더 시원한 소설이 어디 있겠습니까?


평범한 소시민의 새로운 영웅 등장

평범한 회사원 윤기준은 어느 날 군인인 친구에게 의문의 mp3 파일을 소포로 받습니다. 듣지 말라는 친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mp3를 음악을 듣고, 그 이후부터 소심한 회사원 윤기준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합니다. 트랙 4번과 트랙 1번을 자주 들은 결과 그의 공격 성향(라운드)은 점점 강해집니다. 회사에서는 낙하산 팀장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며 회사 간부에게는 무능력을 낙인을 찍힙니다. 회장의 친척인 팀장은 절대 권력을 행사하면 윤기준을 괴롭힙니다. 사람을 죽이고, 국정원 사람들에게 쫒기며 죽을 고비를 넘겨도 회사에서 짤릴 일을 고민해야 하는 평범한 소시민 윤기준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회사에서의 구조조정과 인원 감축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생활밀착형 히어로, 한국사회의 영웅은 참으로 서글픕니다. 윤기준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공격 성향이 극대화 되는 상황에서도 회사 걱정을 합니다. 친근감 있는 주인공 캐릭터는 <플레이어> 소설에 좀 더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는데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어요. 윤기준은 외계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세계의 인간도 아니고요. 우리들의 친구, 우리들의 오빠/형, 그리고 바로 우리 이웃입니다.


한국형 현대 스릴러, 새로운 모범 제시

현대를 배경으로 한 외국 스릴러 소설은 만나기가 무척 쉽죠. 그러나 아무래도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와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공감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죠. 마약과 총을 다룬 범죄 소설은 그래서 재미가 있으면서도 뭔가 허전함을 느낍니다. 전혀 다른 나라의 이야기니까요. <플레이어>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 주인공이고요. 그리고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고, 억지스러운 직장 상사의 비위도 맞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군대 내의 폐쇄성(보안 문제가 너무 철저하죠), 그에 따른 온갖 물리적인 폭력과 비리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무척 현실성 있는 내용이죠. 군대에서 비밀리에 새로운 무기를 개발한다. 전혀 의문을 제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mp3, 해킹, 채팅, 홍대 클럽, DJ 등 너무나 친근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익숙한 듯 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바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mp3 파일을 공포 스릴러 소설의 소재로 선택을 해서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거죠. 따라서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음악이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점이 들고, 믿을 수 없지만) 무척 현실감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로 다가옵니다. 한국형 현대 스릴러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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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1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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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쓸데없이' 미인인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와 불공정한 전개의 추리소설을 극도로 혐오하는 추리소설 <추리소설>의 작가 T. H.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그린 추리소설로 현실에서의 살인사건을 예고하는 추리소설이 출판사와 경찰청에 도착을 합니다.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리얼리티, 그리고 독창성은 있는가?' 무엇보다 이 두 문구가 무척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아마 이 추리소설을 읽는 추리소설 작가들은 뜨끔하지 않을까 싶어요. 독자와의 공정한 게임, 그리고 현실에서의 리얼리티? 과연 충족시키고 있는가? 불공정한 게임을 독자와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형편없는 추리소설로 메이저 출판사에 들러붙어 기생충처럼 돈만 챙기는 존재는 아닌가? 암튼 설정 자체가 무척 매력적이더군요. 존재하지 않는(행방불명) 추리소설 작가, 잡히지 않는 범인을 쫒는 형사들. 그리고 출판사계의 비리와 작가의 속물성, 대필 작가, 판매 부수와 매출을 위해서라면 잔인한 살인사건도 흥미화 시켜버리는 출판사. 암튼 그런 부분에 대한 (개똥철학일수도 있지만) 묘사가 무척 흥미롭더군요. 그렇다면 소설 속 소설 <추리소설>의 작가는 공정한가? 깨끗한가?

하타 타케히코는 소설가이며 극작가이고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추리소설>은 무척 영화적입니다. 이야기의 진행이 무척 빠르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에서의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진행됩니다(드라마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시간 정도에 후딱 읽은 것 같네요. 어렵지도 않고, 궁금증도 계속 유발하고, 쓸데없이 미인인 여형사 나츠미와 추리소설 작가이자 연쇄살인범인 T. H. 캐릭터도 무척 잘 살아 있고요(나츠미는 저의 매력적인 형사 목록에 추가시켰습니다). 독자도 속물, 작가도 속물, 언론도 속물, 출판사도 속물. 이 소설에는 속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연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인간들도 많이 등장하고요. 자기 자신을 속이며 남들의 눈을 위해 거짓 연기를 하는 사람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세상은 가르치죠.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 감아 주고 다수의 사람들을 생쇼를 합니다. 리얼리티 없는 삶, 과연 그런 삶이 현실에서 정말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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