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뫼비우스 서재
최성근 지음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최성근의 <22일>은 유아(遺兒) 인신매매와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동 인신매매와 연쇄살인사건이란 소재는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꽤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추리소설의 소재로는 거의 다루어지지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인신매매라는 범죄가 뉴스에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정말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인신매매라는 말 같아요. 신문기사나 뉴스에서도 많이 보도되거나 다루어졌고요. 암튼 아동을 다룬 범죄만큼 끔찍하고 잔인한 범죄도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물론 '왜?'(범인은 왜 아이들을 연쇄적으로 죽이고 가슴에 십자가 모양의 상처를 남겨야만 했을까?)에 초점을 두고 사건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범행 동기 뒤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는 무척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픕니다), 범인이 도대체 누구일까를 추리하는 즐거움(트릭과 반전)도 함께 던져주고 있습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 유아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팀장과 정 형사, 그리고 과학수사팀의 윤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고, 범인의 흔적을 쫒기 시작합니다. 범인의 흔적을 쫒으면서 드러나는 이 팀장과 윤형사의 아픈 과거와 비밀들. 그리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 생각했던 고아원 원장의 죽음. 의문의 실종으로 또 다른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수녀. 그리고 죽은 시체에서 발견된 십자가 모양의 상처와 얼굴에 새겨진 '심판'이라는 글자. 암튼 이야기는 추리 스릴러 소설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엽기적인 이야기도 독특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기본에는 무척 충실한 느낌이 들더군요. 군더더기 없는 문장 묘사와 빠른 스토리 전개, 그리고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는 독특한 이야기가 아닌 이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 넣습니다. 물론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과 슬픈 결말은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고요. 색다르고 독특한 맛은 없지만 기본에는 매우 충실한 장르소설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꽤나 어둡습니다. 범인을 쫒는 이 팀장과 윤 형사의 과거도 그렇고,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그 동기도 그렇고요. 아픈 상처를 가진 인간들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형사가 범인을 잡는 것도, 범인이 형사에게 도망가는 것도 둘 다 결말은 그리 좋지 않으니까요. 버림받은 사실에 대한 슬픔과 아픔, 그에 따른 증오와 분노, 그리고 버렸다는 사실에 따른 미안함과 죄책감 등이 무척 공감이 가게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고아원의 실태와 아동 인신매매, 아동 (성)폭행 등 사회적으로 곱씹을 만한 묵직한 화두도 던져주고 있고요. 아동 인신매매와 아동 (성)폭행은 정말 근절되어야 할 최악의 범죄가 아닐까 싶네요. 아동 인신매매와 아동 폭행에 다룬 소설답게 결말은 몹시 씁쓸합니다. 큰 한 방이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기본에는 매우 충실한 추리 스릴러 소설답게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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