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1 - 저주의 만파식적
류호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새로운 유형의 공포 바이러스, 음악

친근하고 보편적인 대상이 어느 날 낯선 것으로 변할 때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매일 집에서 출퇴근 자가용에서 회사에서 듣는 너무나 일상적인 음악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로 변할 때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일 겁니다. 음반의 트랙을 목차로 mp3플레이어에 담긴 음악 파일을 무기로 한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 소설이 등장하였습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그 소재와 내용면에서 무척 참신하더군요. 어떤 음악이냐고요?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조절하는 음악입니다. 인간의 뇌를 자극하여 공격(폭력) 성향을 극대화시키는 음악입니다. 물론 공격 성향의 극대화는 극히 일부입니다. 부유층 또는 지배층의 일반 서민(국민) 세뇌용으로 아주 유용한 도구죠. 촛불 집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문화 운동을 하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은 얼마나 싫을까요? 그런 국민들을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뇌용 음악을 퍼뜨린다면? 지배 계층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류호진의 <플레이어>는 무척 새롭고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래의 새로운 지배구조 또는 새로운 무기를 예고하는 끔찍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유형의 공포 바이러스, 음악은 우리들의 일상에 파고들어 세뇌시키고 바보로 만들 수도 있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결코 이제는 믿을 수 있는 것도 안전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이 공포가 될 수도 있다니, 작가의 발상의 전환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또 하나의 한국 사회의 공포 현상, 빈부격차

 

4번 트랙의 mp3 파일(앨범의 4번 트랙 음악.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냐고요? 4번 트랙은 억눌리며 무시당한 사람들을 아주 쉽게 유혹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을 이용하여 동료들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최대위와 그의 동료들은 부유층(의 자제들)을 이용하여 자금을 모으려고 하멜른이라는 클럽을 운영합니다. 한국사회의 0.1%만 출입할 수 있는 부유층들을 위한 전용 클럽. 그곳에 모여드는 부유층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인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 사람 목숨은 우습게 여기는 의사, 친인척의 인맥을 이용하여 회사 내에서 마구 권력을 휘두르는 팀장 등 부유층(특히 자제들)에 대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최대위의 동료들 중에서 부유층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DJ 볼프의 모습은 소름이 돋기조차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부유층에 대한 깊은 원한과 분노를 갖고 있는 걸까요? 정말 대부분의 소시민이 아무 이유 없이 부유층을 싫어하는 것일까요? 부유층에 대한 왜 존경의 마음이 없는 걸까요? 정말 자신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당연히 존중을 해 주어야겠죠.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부와 성공을 얻었을까요? 결코 그런 부유층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유 없는 분노는 아니라는 얘기죠. 이랜드 홈에버 회장의 행태를 보면 그 이중적인 모습과 돈을 위해서는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기필코 죽이려고 하는 모습에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한도 끝도 없는 얘기,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부유층에 대한 분노는 가슴 깊이 숨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이 소설에서는 악역으로 그려지지만 DJ 볼프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건 올바르지 못한 행동입니다. 이 소설은 그런 기득권, 부유층에 대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소설입니다. 더운 여름에 이보다 더 시원한 소설이 어디 있겠습니까?


평범한 소시민의 새로운 영웅 등장

평범한 회사원 윤기준은 어느 날 군인인 친구에게 의문의 mp3 파일을 소포로 받습니다. 듣지 말라는 친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mp3를 음악을 듣고, 그 이후부터 소심한 회사원 윤기준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합니다. 트랙 4번과 트랙 1번을 자주 들은 결과 그의 공격 성향(라운드)은 점점 강해집니다. 회사에서는 낙하산 팀장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며 회사 간부에게는 무능력을 낙인을 찍힙니다. 회장의 친척인 팀장은 절대 권력을 행사하면 윤기준을 괴롭힙니다. 사람을 죽이고, 국정원 사람들에게 쫒기며 죽을 고비를 넘겨도 회사에서 짤릴 일을 고민해야 하는 평범한 소시민 윤기준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회사에서의 구조조정과 인원 감축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생활밀착형 히어로, 한국사회의 영웅은 참으로 서글픕니다. 윤기준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공격 성향이 극대화 되는 상황에서도 회사 걱정을 합니다. 친근감 있는 주인공 캐릭터는 <플레이어> 소설에 좀 더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는데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어요. 윤기준은 외계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세계의 인간도 아니고요. 우리들의 친구, 우리들의 오빠/형, 그리고 바로 우리 이웃입니다.


한국형 현대 스릴러, 새로운 모범 제시

현대를 배경으로 한 외국 스릴러 소설은 만나기가 무척 쉽죠. 그러나 아무래도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와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공감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죠. 마약과 총을 다룬 범죄 소설은 그래서 재미가 있으면서도 뭔가 허전함을 느낍니다. 전혀 다른 나라의 이야기니까요. <플레이어>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 주인공이고요. 그리고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고, 억지스러운 직장 상사의 비위도 맞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군대 내의 폐쇄성(보안 문제가 너무 철저하죠), 그에 따른 온갖 물리적인 폭력과 비리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무척 현실성 있는 내용이죠. 군대에서 비밀리에 새로운 무기를 개발한다. 전혀 의문을 제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mp3, 해킹, 채팅, 홍대 클럽, DJ 등 너무나 친근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익숙한 듯 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바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mp3 파일을 공포 스릴러 소설의 소재로 선택을 해서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거죠. 따라서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음악이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점이 들고, 믿을 수 없지만) 무척 현실감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로 다가옵니다. 한국형 현대 스릴러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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