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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잡놈 조영남의 수다
조영남 지음 / 자음과모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군가 그 일을 꼭 해결해주지 않아도, 그 일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상당히 진정이 된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하는 주업무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 역시 '말'이 주는 힘을 강력히 믿고 있다. 그래서 수다가 콘셉트인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조영남을 나는 잘 모른다. 나와 세대가 너무 다르기도 하고, 인상 좋은 아저씨 가수라는 게 전부다. 그러나 방송을 보면 이 아저씨가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박경림이 연예계 마당발이라고들 하는데, 조영남은 그보다 더 폭넓게 다양한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 것 같다. 아, 물론 여기서 누가 얼마나 많은 인맥을 형성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단지, 조영남이라는 특유의 캐릭터와 수다가 만났을 때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서 읽었으니 말이다.
정말 의외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조수미, 황신혜, 장한나 등이 그렇다. 조영남 씨의 친화력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같은 음악인으로서 이야기한 송창식, 한대수 등도 인상 깊었고, 김점선, 마종기 등 미술, 문학계 인물들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반면 이들에 비해서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종교인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교화하는 형식의 수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껍질을 탁 까놓고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너무 재밌었다.
조영남 씨가 라디오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마치 즐거운 오후 라디오를 듣는 느낌도 나고, 에너지 넘치는 그들의 수다에 나까지도 힘을 얻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다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이야기를 밝은 방향으로 끌어나가는 조영남의 힘도 작용했겠지만, 현재 주목받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마음이 모두 빛으로 넘치는 것 같았다.
유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