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먼저 멋진 표지에 감탄했다. 차가워 보이는 겉표지와 아직은 따스함을 붙잡고 싶은 해질 무렵의 안표지. 이런 느낌에 약간의 습기까지 있는 밤이라면 정말 제대로 우울해 하며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마침 이 책을 잡은 저녁에 한두 방울의 비가 떨어지다 말다를 반복했고,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려갔다. 

소설은 200쪽 분량이지만, 그 안에 상당히 밀도 있는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사형제도, 차마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괴물들의 탄생, 고아의 삶, 예술의 공평함, 세상의 아름다움, 사춘기 시절의 방황 등 짧게 줄여서 나열할 수 없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인간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재미있다. 좀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장르소설이 주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고, 순수문학이 주는 글의 맛 또한 지니고 있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뭔가 추리해볼 수 있었고, 소설을 덮고 난 후 이 소설이 주는 의미와 그로부터 흘러나온 생각을 확장해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아무튼 책이 너무 괜찮아서 인터넷에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한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문학이 큰 의미가 아니다. 삶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차갑고 가라앉은 제목과 표지 속에 작가는 실은, 희망이라는 작지만 따뜻한 손을 담아내고 있었던 거다. 모처럼 정말 좋은 작품을 접하게 되어 기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