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2 - 아픔, 잃어버린 것의 그림자 그리고 마법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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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1>을 읽은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그리고 하얗게 잊고 지내다 주말에 우연히 2권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리뷰를 작성하려다 문득, 왜 제목이 왕국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책 속 주인공이 주변인물과 공간, 식물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마음 편히 숨 쉬고 일상을 이어가는, 그곳이 바로 왕국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꽤 오래전에 읽은 1편이었는데도 2편을 이어 읽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바나나 특유의 소설들 사이의 '연장성'이 느껴져서 더 낯설지 않았던 것 같다. 바나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묘사하는 데 탁월함을 가진 작가다. 이 책도 커다란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인간의 삶을 이루는 어떤 기운, 분위기들을 마치 살아 있는 조연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명상을 한 듯하면서도, 엄숙해지고, 이 책의 여운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고양이처럼 조용히 움직이게 된다.  

 식물을 사랑하는 주인공, 식물을 만지는 일로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기쁨을 전해주는 그 유연성은 식물과 별개로 보기 어려울만큼 조화로워 부러웠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향긋한 허브티 한잔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착해지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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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아도
사토 리에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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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주고받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학창시절부터 모은 편지는 커다란 서랍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다. <들리지 않아도>의 주인공은 청각장애인으로 오로지 필담만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에서, 문득 편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택했다. 주인공 사토 리에가 만약 요즘 유행하는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손님과 대화를 했어도, 그토록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깨끗한 종이 위에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적는 행위는, 언어를 기입하는 것 이전에 이미 '마음이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속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몸이 아픈 사람이거나 장애인이 나오는 다큐, 영화 같은 건 잘 안 보는 편이다. 내가 어찌해줄 수 없는 그들의 삶에 다만 구경하는 자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 책을 사놓고도 그런 우려를 했는데, 생각보다 저자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평범하고 참한 아가씨인 듯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때도 물론 있었지만, 풀꽃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귀가 들리지 않아도 괜찮은 직업에 최종 안착한다. 

바로 호스티스. 약간의 결벽증이 있는 터라 솔직히 밤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우연히 일본에 사는 친구한테 긴자의 호스티스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뜻밖이었다. 예약제로만 손님을 받고,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계의 거물들이 모여 회의나 접대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흔히 생각하는 윤락 업소가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급 사교 클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인공 사토 리에는 인텔리들을 상대하기 위한 지식과 지혜를 쌓으며 NO.1이 되고, 책도 내고, 이게 <필담 호스티스>라는 드라마화가 되기까지 했다니, 솔직히..인생역전이다. 

 직업의 귀천 같은 케케묵은 이야기 같은 건 하고 싶지 않고, 다만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쓰는 한 여자의 성공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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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그린 그림 - 미술사 최초의 30가지 순간
플로리안 하이네 지음, 최기득 옮김 / 예경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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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처음 시도하는 사람은 영웅이 되거나 바보가 된다. 주로 역사에 남는 인물들은 처음 시도한 것이 그나마 잘 풀린 사람들이리라.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을 생각하고, 그 무언가를 시도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호기심과 도전! 이것이 후세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문화나 기술, 정치 등이 되어 정착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그런 미술사의 영웅들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기술처럼 세상을 엄청나게 바꾸어놓거나, 깜짝 놀랄 정도의 발견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 무리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에는 당연한 명화들이 당시에는 파격의 취급을 받으며 최초로 등장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림 자료가 풍부하다는 것이 또 장점이다. 단, 책의 크기가 워낙 평범하기 때문에 크고 자세하게 보기는 힘들지만, 내용에 이해를 돕는 자료로 감상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일반적인 서양미술사, 라는 큰 틀로 처음부터 공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키워드로 꾸며진 이 책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소설은 아니지만 어쨋든 화가들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 위주이기 때문에 마냥 지루하지도 않고 좋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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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미학 - 어느 생화학자의 뜻으로 본 생명
박상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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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읊조리다가, 문득 생명에 대한 정의가 무얼까 궁금해 국립국어원 사이트를 들어가 검색해보았다.   

 

 생명(生命)
「명사」
「1」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2」여자의 자궁 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 사람으로 태어날 존재.
「3」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
「4」사물이 유지되는 일정한 기간.
「5」사물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즉,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뜻하는 말이렷다. 저자는 생화학자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순전히 과학적 지식으로만 무장한 생명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내용은 아니다. 저자는 대체로 담담한 어조로 생명을 이루는 근간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여기에 '삶'이라는 주제를 덧붙여 생명과 삶, 인간의 관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과학적으로 시작했다가 철학적으로 끝나는 책인 셈이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알겠으나, 솔직히 비전공자인 내게는 너무나 어려웠다. 제대로 된 주석이 달린 것도 아니고, 개념에 개념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데 고교 수준의 과학 상식을 가진 내게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생명의 미학은 아마 100%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 것 같아 아쉽다.  

글을 잘 쓰는 과학자란 참 드물다. 국내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가 글을 못 썼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친절하게 일반 대중을 위한 참고 자료가 있었으면 하는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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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미술영재 - 1%의 아이들이 가진 특별한 발상
백중열 지음 / 예경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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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직업적으로 그림과 가까이하셨던 아버지 덕분이기도 하고, 어머니께서 일찌감치 사다주신 전집의 영향인 듯도 하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그림 그리기를 굉장히 즐기기도 했고, 나름대로 소질도 있다고 느꼈지만, 자라다보니 다른 전공, 다른 직업을 갖게 되어 참 아쉽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꽤 있는지, 어른이 되어서 미술혼을 뒤늦게 불태우는-물론 교양 수준을 넘지는 않지만-사람들을 위한 학원 등도 꽤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미술영재란 타고난 재능과 함께 숙련된 지도자의 교육이 함께 동반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유명한 예술가들의 예를 그림과 함께 상세히 들어준 점이 장점이다. 재능과 교육의 결합이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미술'이라는 학문의 교육 환경이 너무 좋지 않다.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어린 시절 한순간의 관심사로 치부되버리거나, 수준이 다른 아이들과 마구 섞여 수업해야 하는 미술학원에 보내진다면, 천재의 징후란 불씨처럼 금방 사그라지고 말리라.  

아직 기혼자도 학부모도 아니지만, 훗날 내 자녀의 미술교육을 지도할 때도 좋은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 책에서 예시로 나온 23명의 미술영재들처럼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교육을 받지 못한 과거의 내 시간이 퍽 더 안타깝다. 흙흙.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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